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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첫번째 규칙》

Penulis: 에이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5 22:06:27

검은 화면 위에 떠오른 문장은 짧았다.

첫 번째 규칙은 이미 어겼습니다.

서율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주일 전 병원 복도였다. 아버지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던 자신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누군가 바로 맞은편에서 촬영한 것처럼 각도도 정확했다.

“이 영상을 누가 찍은 거예요?”

목소리가 떨렸다.

매니저가 고개를 저었다.

“파일 정보가 지워져 있습니다. 촬영 기기와 위치 정보도 없고요.”

태혁은 휴대전화를 받아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했다.

서율이 병실 앞에 앉아 있었다.

간호사가 지나갔고, 보호자 한 명이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영상은 특별한 움직임 없이 삼 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 화면 구석으로 검은 구두 한 켤레가 잠깐 비쳤다.

태혁이 영상을 멈췄다.

“확대할 수 있습니까?”

매니저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늘렸다.

화질은 흐릿했지만 구두 옆에 떨어진 출입증 일부가 보였다. 붉은색 줄과 희미한 로고.

서율이 눈을 좁혔다.

“저거…… 병원 직원 출입증 아니에요.”

“확실합니까?”

“제가 매일 가는 병원이에요. 직원 출입증은 파란색이에요.”

태혁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누군가 외부인 신분으로 병원에 들어왔고, 서율을 기다려 촬영했다.

우연일 가능성은 없었다.

“첫 번째 규칙이 뭘 뜻하는 걸까요?”

서율이 물었다.

태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작성한 가이드라인.

첫 번째 항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전 동의가 없는 접촉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규칙을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태혁이 말했다.

“그 사람은 이 종이의 내용을 알 수 없잖아요.”

“카메라로 봤다면요?”

“계약서를 쓰던 곳은 대기실입니다. 발견된 카메라는 촬영장 세트에 있었고요.”

태혁은 잠시 생각하다 서율에게 물었다.

“가짜 계약서에서 기억나는 조항이 있습니까?”

서율은 눈을 감았다.

아침에 급하게 읽었던 문장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촬영 시간.

일당 지급.

보안 유지.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이상한 문장이 하나 있었다.

“개인 연락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누구와의 연락이죠?”

“촬영 관계자에게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모든 소통은 담당자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태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첫 번째 규칙일 가능성이 있군요.”

“그런데 저는 어기지 않았어요.”

“오늘 나와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서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들이 만든 규칙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상대가 서율에게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규칙이었다.

차태혁에게 접근하지 말 것.

촬영 관계자와 직접 연락하지 말 것.

그런데 서율은 태혁과 대화를 나눴고, 그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게 저예요, 아니면 차태혁 씨예요?”

태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서율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면 목적은 그녀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자신이 출연하는 촬영장에 넣었다는 점은 이상했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일 가능성도 있었다.

“둘 다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차태혁 씨를 오늘 처음 만났어요.”

“나도 그렇습니다.”

태혁의 말이 끝나자 경찰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간단한 신원 확인과 상황 설명이 이어졌다. 경찰은 서율의 휴대전화와 가짜 계약서가 전송됐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합니까?”

“복제 작업만 진행하면 당일 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서율은 불안한 눈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아버지 병원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었다.

태혁이 매니저에게 새 휴대전화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번호도 옮길 수 있게 처리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서율이 곧바로 거절했다.

“경찰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겁니다.”

“그래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지금은 연락이 끊기면 안 됩니다.”

“왜요?”

태혁의 시선이 서율에게 고정됐다.

“상대가 다시 연락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면 더더욱 제 전화여야 하잖아요.”

“당신 혼자 받게 두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서율은 입술을 다물었다.

또 보호였다.

고마워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불편했다. 태혁의 방식이 지나치게 단호해서, 자신이 선택할 틈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까 동의가 중요하다고 했죠?”

서율이 물었다.

태혁의 눈매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네.”

“그런데 지금은 저한테 묻지도 않고 전부 결정하고 있잖아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매니저가 난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태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서율은 예상하지 못한 인정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규칙을 어겼네요.”

태혁은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펼쳤다.

그리고 여섯 번째 항목 아래에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일곱째, 보호를 이유로 상대의 선택권을 빼앗지 않는다.

그가 펜을 서율에게 건넸다.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직접 적어요.”

서율은 잠시 망설이다 펜을 받았다.

그리고 여섯 번째 규칙에 줄을 그었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상대방을 혼자 두지 않는다.

그 아래에 새 문장을 적었다.

혼자 있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에만 함께한다.

태혁은 수정된 문장을 말없이 읽었다.

“이 정도면 동의할 수 있어요.”

서율이 말했다.

“오늘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집에는 혼자 갈 거예요.”

태혁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집 앞까지만 동행해도 됩니까?”

서율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집 앞까지만요.”

그 순간 서율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발신자 표시 제한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화면에 꽂혔다.

경찰이 녹음 준비를 하는 동안 서율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낮게 변조된 목소리가 들렸다.

“규칙을 다시 쓰셨네요.”

서율의 손이 굳었다.

상대는 지금도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은서율 씨.”

목소리가 웃듯 낮아졌다.

“선택권이 있다고 믿는 게 두 번째 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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