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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두번째 실수》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5 22:11:55

​"선택권이 있다고 믿는 게 두 번째 실수입니다."

​변조된 음성이 끊기자마자 대기실 안은 차가운 정적에 휩싸였다.

​경찰관이 즉시 서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발신지는 이미 해외 가상 IP로 우회되어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서율은 손끝에 남아 있는 서늘한 진동을 느끼며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상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등골을 타고 오싹한 소름이 흘러내렸다.

​"……지금도 보고 있다는 거네요."

​서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태혁은 아무 말 없이 대기실 내부의 천장과 벽면, 조명 사이를 눈으로 훑었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면 단순히 세트장뿐만 아니라 이 대기실 내부, 혹은 건물 복도 전체가 감시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서율 씨."

​태혁이 서율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짙은 우디 향이 밀려들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서율의 호흡이 겨우 정돈되었다.

​"집으로 가겠다고 한 약속, 기억합니까?"

​"네. 집 앞까지만 동행하기로 했잖아요."

​"상대는 당신이 혼자 있는 순간을 노리고 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 짧은 찰나조차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태혁은 서율을 압박하지 않았다.

아까 서율이 지적했던 것처럼, 그녀의 선택권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지 않고 직시해야 할 현실을 담담하게 짚어줄 뿐이었다.

​"그래도 혼자 들어가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게 당신이 선택한 일곱 번째 규칙이라면요."

​서율은 입술을 짓씹었다.

태혁의 말이 맞았다.

혼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에게 온전히 의존하는 순간, 자신이 그 감시자의 의도대로 태혁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된다는 사실도 명확했다.

​"……집 앞까지만 같이 가요."

​서율이 단단하게 말을 덧붙였다.

​"단,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건 제가 혼자 해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도어록을 잠그고, 이상이 없으면 바로 차태혁 씨한테 전화할게요."

​태혁은 서율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공포에 질려 있으면서도 자신의 선을 지키려 애쓰는 그녀의 눈빛은 묘하게 태혁의 독점욕을 자극했다.

​그는 나지막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당신의 선택에 동의합니다."

​태혁의 밴이 서율의 빌라 입구에 멈춰 섰다.

​어두컴컴한 골목길,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내리쬐는 빌라 입구는 평소보다 훨씬 더 기괴하고 음산해 보였다.

​태혁은 차에서 내려 서율의 옆에 섰다.

그는 약속대로 빌라 공동 현관문 앞까지만 서율을 배웅했다.

​"문이 잠기는 걸 확인하고, 3분 뒤에 전화하겠습니다. 받지 않으면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바로 전화받을게요."

​서율은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를 꼭 쥐고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띠띠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서율은 뒤를 돌아 태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로등 불빛 아래 서서 오직 서율만을 온전히 시선에 담고 있었다.

​그의 서늘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이 이상하게도 가장 강력한 방패처럼 느껴졌다.

​서율은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3층 자신의 집 앞에 섰다.

숨을 몰아쉬며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서율의 발끝에 단단한 무언가가 걸렸다.

​문 앞에 정갈하게 놓여 있는 검은색 상자 하나.

​상자 위에는 종이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은 벌입니다.]

​서율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 뚜껑을 천천히 열었다.

​상자 안에는 오늘 아침 서율이 병원에서 마시려고 샀던 캔커피, 그리고 서율의 집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들어있었다.

​띠리리-

​그 순간,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 약속했던 3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태혁에게서 온 전화였다.

​서율은 굳어버린 입술을 떼지 못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차태혁 씨……."

​[무슨 일 있습니까?]

​전화기 넘어 태혁의 목소리가 단번에 날카로워졌다. 서율의 떨리는 음성 하나만으로 이상을 감지한 것이었다.

​"집 앞에…… 상자가 있어요. 내 도어록 비밀번호가…… 적혀 있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계단 아래에서 거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쾅-!

​태혁이 일곱 번째 규칙 따위는 완전히 잊은 사람처럼, 폭발적인 속도로 계단을 뛰어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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