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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신년회(2)

Autor: nomady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8-17 08:00:13

아르덴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스름한 테라스로 들어섰고, 뒤따라온 클로디아가 유리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잦아들었다.

차가운 겨울밤의 공기가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더욱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클로디아는 숄을 한 번 여미고는 고개를 숙였다.

​“은밀히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연회장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되어 송구합니다, 공작님. 누군가 보기라도 하면 공작님께서 난처해지실 테니, 서둘러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 대화가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닌,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은밀한’ 대화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뻔히 보이는 그녀의 속내가 자못 불쾌했지만, 아르덴은 기꺼이 그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괜찮아. 지켜보는 눈은 없으니 편하게 말해봐.”

그의 허락이 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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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3화. 망상의 말로

    마차 바퀴가 불규칙한 돌길을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차내에 고스란히 전해졌다.이미 해질녘이 된 창밖에는 유흥가의 숨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라리엘은 그 생경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다.그곳엔 잔뜩 날이 선 표정의 트리샤가 앉아 있었다.“무슨 협상이 그래요?”트리샤가 참아왔던 말을 가시 돋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예상치 못한 매서운 반응에 라리엘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트리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응? 내가 혹시 놓친 조건이라도 있었나요? 문서에 빠진 조항이라도…?”“조건이고 조항이고 간에, 얻어낸 게 하나도 없잖아요! 이왕 녹스의 수장을 만났으면, 부인 아버지의 목숨값으로 돈이라도 잔뜩 요구했어야죠!”트리샤는 한 손을 펴서 반대편 손바닥을 탕탕 치며 분을 토해냈다. 라리엘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꾸했다.“얻어낸 게 없다니요. 약탈금에 제이드, 그리고 트리샤 씨까지. 무려 세 가지나 얻어냈는걸요?”라리엘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 보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트리샤는 그 맑은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도리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한층 풀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니까 그게 말이 되냐구요. 보상은 커녕, 짐짝을 둘이나 떠안은 셈이잖아요.”“무슨 소리에요? 난 충분히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짐짝이라니, 트리샤 씨는 내 친구 아니었어요?”친구라니.트리샤는 그 말에 또 한번 토를 달려고 숨을 한껏 들이켰다가, 라리엘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고는 그대로 말을 삼켜버렸다.라리엘은 그런 트리샤를 짐짓 모른체 하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2화. 거래 성립

    미첼로가 굳이 제이드의 이름을 들먹인 것은 라리엘을 떠보려는 의도였다.아버지의 죽음에 일조한 가문의 배신자를 구하려는 그녀의 본심이 순수하게 궁금했던 것이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미첼로는 조금 전까지의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의자에 등을 붙여 바르게 앉았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도박사처럼 가볍게 양손을 들어 보였다.“좋습니다. 더는 제가 고집을 부릴 방도가 없군요. 부인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해 보시지요.”그토록 원하던 미첼로의 항복 선언이었으나, 막상 그의 입에서 수락의 말이 떨어지자 라리엘은 찰나의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정말 이대로 끝인 걸까?'그녀는 눈앞에 앉은 미첼로의 미세한 근육 변화와 눈짓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살피며 입을 열었다.“…아까 전에도 분명히 말씀드렸듯이, 레오폴트 약탈금의 반환은 녹스에서 전적으로 책임집니다. 그리고, 미첼로 씨가 강조하셨던 그 ‘기브 앤 테이크’를 적용해 드리죠. 우리가 법정에서 녹스의 존재와 이 계약서의 실체를 발설하지 않는 대신, 제이드 크로이츠를 즉각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세요.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에게 저지른 그 끔찍한 죄악에 대한 대가는, 그의 딸인 트리샤 크로이츠의 완전한 자유로 받겠습니다.”미첼로는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이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시죠. 거래 성립입니다.”미첼로는 녹스의 수장답게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서랍에서 고급 양피지를 꺼냈다.얼마간 깃펜이 종이 위를 달리는 사각거리는 방 안에 울려퍼졌다. 새로운 계약서 작성이 끝난 후, 그는 마지막으로 라리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수완이 보통이 아니시군요, 부인.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거래&r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1화. 반격

    미첼로가 어깨를 들썩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눈썹 언저리를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좋습니다, 부인. 말씀하신 약탈금은 우리 녹스에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국 법정까지 가서 번거롭게 힘 뺄 필요 있겠습니까? 너무 간단한 문제라, 부인의 그 귀한 발걸음이 무색해질 정도군요.”미첼로는 마치 자선 사업이라도 하는 양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협상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 확신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라리엘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더욱 단단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제 요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미첼로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라리엘을 보았다.“약탈금의 완전한 반환과 더불어, 지금 그쪽에 구속되어 있는 제이드 크로이츠와 그의 딸 트리샤의 신변을 요구합니다. 그들에게 걸린 모든 제약과 감시를 풀고, 완전한 자유를 보장한다는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그녀의 말에 가장 놀란건 트리샤였다. 하마터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라리엘을 쳐다볼 뻔 했다.미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흠… 부인께서는 확실히 협상의 기본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세상 모든 일에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철칙이 있습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놓는 법이죠.”그는 두 손바닥을 테이블 위로 펼쳐 보이며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우리가 막대한 약탈금을 내놓기로 했으니, 이제는 부인께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내놓으실 차례이지요. 공작가의 이권이나, 아니면 황실의 기밀 같은것 말입니다.”그의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0화. 불안감

    라리엘은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입을 뗐다.“이 아이는 내가 어딜 가든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전속 시종이에요. 설마 녹스의 수장께서는 이 방 안에 연약한 여성 한 명이 늘어나는 것조차 두려워하실 만큼 겁이 많으신 건 아니겠지요?”라리엘의 도발적인 어조에 문지기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트리샤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자코 서 있었다.“잠시만 기다리십시오.”문지기 하나가 허락을 구하러 들어갔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그는 퉁명스럽게 덧붙였다.“시종은 철저한 몸수색을 받은 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트리샤는 아무런 저항 없이 양팔을 벌려 몸수색을 받아들였다.문지기의 무례한 손길이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훑었으나, 트리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표정을 유지했다.수색을 마친 후, 라리엘과 트리샤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등 뒤에서 문이 쾅 닫히며 문지기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하여간, 귀부인들이란. 시녀 손을 안 빌리면 한 걸음도 못 움직인다니까.”실내는 복도의 저속한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채, 기묘할 정도로 정적이고 고풍스러웠다.벨벳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방 안의 호화로운 가구들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녹스의 수장은 창가에 서서 건물 아래 대기 중인 알브릭 가문의 기사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라리엘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라리엘은 순간 숨을 들이켰다.뒷골목의 제왕이라기에 흉터 가득한 거구의 사내를 예상했건만, 눈앞의 사내는 의외로 왜소하고 창백한 인상이었다.학자처럼 정갈한 차림새였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만큼은 독사의 그것처럼 서늘했다. 수장은 천천히 다가와 예의를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9화. 협상의 문

    수도 중앙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의 하류, 축축한 물비린내가 진동하는 다리 밑은 대낮에도 볕이 들지 않는 음습한 요새와 같았다.머리 위로는 마차가 지나가는 둔탁한 진동이 울리고, 발밑으로는 검은 강물이 철벅거리며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아르덴은 마치 조각상처럼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서 있었다.잠시 후, 어둠 속에서 마른 체구의 남자가 비죽이 얼굴을 내밀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이거 놀랍군요. 고귀하신 알브릭 공작 각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직접 발걸음을 하시다니. 부인의 치부가 얼마나 추잡한지 궁금해서라기엔, 행보가 꽤나 적극적이십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네놈이 지껄이는 그런 하찮은 가십 때문이 아니라는 걸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군.”아르덴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의 비열한 안색을 훑으며 대답했다.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동행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클로디아를 떼어놓느라 적잖은 인내심을 소모한 터였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그녀 같은 불순물을 끼워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자신의 도발에도 공작이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자, 연락책은 짐짓 놀란 척 눈썹을 치켜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호오, 그럼 무슨 이유로 저를 만나겠다고 했을까요?”비아냥거리는 말투와 달리, 연락책의 눈동자에는 상대를 탐색하는 날카로운 살기가 스쳤다.“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네놈들 수장과 직접 협상을 요청한다. 내용은 과거 플로렌스 가문과 녹스가 맺었던 ‘비밀 계약’에 관해서. 이쯤 말하면 알아들었겠지?”수장과의 직접 협상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단도직입적인 말에 연락책의 입이 떡 벌어졌다.여유롭던 태도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그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8화. 결심

    클로디아는 다시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려 입가에 가져갔다.라리엘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만족스럽게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입을 열었다.“물론 공작님의 의장직과 부인의 친정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정치판이라는 게 그런걸 세세하게 고려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뭐, 부인께서는 고상한 꽃처럼 온실 속에만 계시니 이런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시겠지만요.”“클로디아 양. 도대체 무슨…”흔들리는 라리엘의 눈동자를 보며 클로디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그녀는 이제 자신의 본심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상체를 라리엘 쪽으로 바짝 기울인 클로디아가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한 가지만 더 알려드리자면, 이 모든 위태로운 상황을 공작님께서도 이미 낱낱이 알고 계시다는 거예요. 가엾은 부인을 차마 쉽게 내치지 못하는 공작님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부인으로서, 남편의 앞길을 막고 있다면 조금은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는 것 아닐까요?”라리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클로디아를 쳐다보기만 했다.신년회에서 아르덴을 향해 미소짓던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겹쳐졌다. 그때, 클로디아가 라리엘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그러니까 부인, 제발 부탁이에요. 자꾸 공작님의 그늘 뒤에 비겁하게 숨기만 하지 말고 당당히 밖으로 나와요. 플로렌스 가문이야 그렇다 쳐도, 아무런 잘못 없는 알브릭 가문까지 물귀신처럼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얼마나 꼴사납고 이기적인 짓인지 잘 알고 계시죠?”라리엘은 클로디아에게 붙잡힌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역겨울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이었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클로디아의 탐욕스러운 눈동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6화. 오만한 포식자

    의회에서 돌아온 아르덴의 마차가 저택 정문에 들어선 것은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아르덴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망토를 하인에게 넘겼다.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저택으로 들어온 그의 모습에는 금실이 수놓인 어깨 장식과 단정한 칼집, 그리고 하루 종일 그를 조여 왔을 격식과 피로가 한데 엉겨 있었다. 예복도 채 벗지 않은 채 그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라리엘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기다렸다기보다는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그가 올 시간만을 헤아리며 경직되어 있었다. 촛불은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5화. 알브릭의 규칙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식당에 남겨진 것은 차갑게 식은 커피 향기와 라리엘의 떨리는 숨소리뿐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정돈했다. 이제부터는 슬픔이나 분노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알브릭 공작저라는 거대한 괴물의 뱃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이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했다. 식당 문을 열고 나가자, 어제 연회장에서 보았던 중년의 남자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빳빳하게 다려진 연미복, 차가운 은테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예리한 눈매. 알브릭 가문의 가신이자 대대로 공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4화. 플로렌스의 장미

    “저기 연못에 무지개가 떴어!” 아르덴은 숨을 고르며 달리다가도 그 말을 듣자 속도를 조금 더 냈다. “천천히 가, 라리엘.” 그는 애써 침착한 척 말했지만, 심장은 그녀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무지개는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면 어떡해!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됐단 말이야!” 라리엘은 결국 연못가에 먼저 도착해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연못 위에는 햇빛이 굴절되어 일곱 빛깔의 띠가 흔들리고 있었다. 물결이 살짝 일 때마다 색은 부서지듯 흩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라리엘은 숨을 죽인 채 그것을 바라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3화. 그림자

    라리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 역시 그가 설계한 잔인한 연극의 일부일지도 몰랐다. 경계를 늦추게 만든 뒤,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 위한 전조. 그녀는 가운을 벗어 던지고 싶었지만, 몸을 잠식한 한기가 너무도 지독해 결국 그 온기에 기댄 채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고 아르덴이 나왔다. 그는 상체를 드러낸 채 머리칼을 거칠게 털어내며 방을 가로질렀다. 거울을 통해 그의 모습이 라리엘의 시야에 들어왔다.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상체, 어깨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선 위로 맺힌 물방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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