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5화. 알브릭의 규칙

ผู้เขียน: nomady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15 09:29:13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식당에 남겨진 것은 차갑게 식은 커피 향기와 라리엘의 떨리는 숨소리뿐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정돈했다. 이제부터는 슬픔이나 분노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알브릭 공작저라는 거대한 괴물의 뱃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이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했다.

식당 문을 열고 나가자, 어제 연회장에서 보았던 중년의 남자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빳빳하게 다려진 연미복, 차가운 은테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예리한 눈매.

알브릭 가문의 가신이자 대대로 공작저를 관리해 온 수석 집사, 베르너였다.

“정확히 8시 30분이군요. 공작부인.”

베르너는 짧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릴 때 공작저를 드나들며 보아온 집사 베르너는 깍듯한 예의에서 왠지 모를 엄격함이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그는 예의를 갖춘 몸짓이었으나, 그 음성에는 신임 안주인에 대한 환영보다는 평가하는 듯한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

“공작님께 지시받았습니다. 오늘부터 부인께서 관리하셔야 할 공작저의 업무와 고용인들의 명단을 확인시켜 드리라고 말입니다.”

라리엘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해 주세요, 베르너.”

그녀는 베르너의 뒤를 따라 공작저의 긴 복도를 걸었다. 복도 양옆으로는 역대 공작들의 초상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들의 눈동자는 마치 이 불청객 같은 여자가 알브릭의 성을 쓸 자격이 있는지 감시하는 것 같았다.

베르너는 가장 먼저 중앙 홀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이미 수십 명의 고용인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하녀장부터 시작해 정원사, 마부, 요리사들까지. 그들은 라리엘이 나타나자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인사하십시오. 오늘부터 알브릭의 안주인이 되신 라리엘 폰 알브릭 부인이십니다.”

베르너의 소개가 끝나자, 고용인들의 인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라리엘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고개 숙인 정수리 아래로 흐르는 묘한 기류를. 망해버린 백작 가문의 영애, 빚 대신 팔려 온 신부, 그리고 주인이신 공작님의 ‘인질’.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지는 보지 않아도 선했다.

라리엘은 애써 어깨를 펴고 그들을 한 명씩 응시했다.

“라리엘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공작저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인사가 끝나자 베르너는 그녀를 다시 안쪽 접견실로 안내했다. 그곳의 탁자 위에는 산더미 같은 장부와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이것은 공작저 내의 지출 내역과 식재료 보급로, 그리고 부인께서 직접 관리하셔야 할 하급 고용인들의 인사기록부입니다.”

베르너는 무심하게 서류 한 장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공작님께서는 부인께 가문의 ‘그림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외부 사교계 활동은 당분간 공작님의 동행 하에만 허용될 것이며, 저택 안에서의 활동은 이 서류들에 명시된 범위 내에서만 자유롭습니다.”

말이 좋아 안주인의 업무지, 실상은 이 거대한 저택이라는 감옥의 운영 규칙을 숙지하라는 명령서와 다름없었다.

라리엘은 장부 사이를 넘기며 정보를 수집했다. 보급로, 거래처, 자금의 흐름…. 어쩌면 이 숫자들 사이에 아버지가 빌렸다는 막대한 채무의 흔적이나, 알브릭 가문의 은밀한 거래 내역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다.

한참 동안 서류를 검토하던 라리엘은 문득 고개를 들어 베르너를 보았다. 그리고 가장 묻고 싶었던 말을 던졌다.

“베르너, 공작저의 지도를 보고 싶군요. 그리고… 아르덴, 아니 공작님의 집무실 위치도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베르너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공작저의 지도는 이 장부 마지막 장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공작님의 집무실은 서관 3층 끝에 위치해 있지요. 다만, 그곳은 공작님께서 직접 관리하시는 구역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작부인으로서 가문의 행정 업무를 도우려면 그분과 소통할 일이 많을 텐데, 미리 가보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라리엘은 최대한 덤덤한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그녀의 목적은 집무실 자체가 아니었다. 집무실 바로 옆에 위치한, 공작가의 기밀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다는 ‘개인 서재’였다.

“지금 안내해 주시겠어요?”

베르너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앞장섰다. 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본관보다 훨씬 어둡고 조용했다.

발소리가 대리석 벽에 부딪혀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3층에 다다르자, 굳게 닫힌 거대한 목재 문이 나타났다. 문의 손잡이에는 알브릭의 문장인 얼어붙은 늑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라리엘이 문으로 다가가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멈추십시오, 부인.”

베르너가 한 발짝 앞서 길을 막아섰다. 그의 태도는 정중했지만, 그 몸짓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장벽과 같았다.

“이곳은 공작님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집의 안주인입니다, 베르너. 남편의 집무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락이 필요한가요?”

라리엘이 날 선 목소리로 물었지만, 베르너는 동요하지 않았다.

“주인님의 명령입니다. 혈육이라 할지라도, 허가받지 않은 자가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알브릭의 법도에 따라 처단될 수 있습니다. 부인께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처단’이라는 단어가 라리엘의 심장에 서늘하게 박혔다.

아르덴이 세운 이 저택의 규칙은 가차 없었다. 그는 결혼을 통해 그녀를 곁에 두었지만, 정작 자신의 진실이 숨겨진 공간에는 단 한 뼘의 틈도 내어주지 않은 것이다.

“공작님께서는 현재 의회 일로 출타 중이십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저녁 식사 시간에 직접 말씀하시지요.”

베르너는 차갑게 덧붙이며 몸을 돌렸다.

라리엘은 굳게 닫힌 집무실 문을 응시했다. 문틈 너머에서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저 문 뒤에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증거가 있을까? 아니면 그날 밤 아르덴이 숨기고 있었던 또 다른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

손바닥에 땀이 뱄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베르너를 따라 발길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내려가죠.”

등 뒤로 멀어지는 집무실 문을 느끼며, 라리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르덴, 네가 아무리 단단한 벽을 쌓아도 상관없어.’

그녀는 알고 있었다. 모든 벽에는 틈이 있고, 모든 비밀에는 흔적이 남는 법이다. 비록 첫 번째 시도는 좌절되었지만, 이 거대한 감옥의 규칙을 익히는 과정 자체가 사냥의 시작이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라리엘은 베르너가 준 고용인 명단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맨 윗줄에 적힌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훑었다.

아르덴 폰 알브릭.

그의 이름 위로 어린 시절 연못가에서 건네받았던 달콤한 사탕의 기억이 겹쳐졌다. 하지만 라리엘은 가차 없이 그 기억을 지워냈다.

이제 그녀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언젠가 저 굳게 닫힌 집무실 문을 열고 그의 목을 겨눌 서늘한 진실의 칼날뿐이었다.

비는 그쳤지만, 알브릭 공작저의 하늘은 여전히 무거운 납빛이었다. 라리엘은 창밖을 보며 다음 기회를 노리듯 조용히 숨을 골랐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7화. 흘러내린 가면

    ​“다만요?”​베르너가 무거운 음성으로 덧붙였다.​“재판을 함께 받으시게 되면 사교계의 평판이나 의회에서의 영향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공작님처럼 높은 자리에 계신 분에게는 더욱더요.”​라리엘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바닥에서 차가운 한기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불안을 들키지 않으려 들이킨 숨을 아주 천천히 내뱉으며 물었다.​“역시 그렇군요. 영향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까요?”​“최악의 경우에는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황실에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작님을 압박하려 들겠지요.”​베르너의 목소리는 형집행관의 선고처럼 무겁게 라리엘의 어깨를 눌렀다. 라리엘은 시선을 아래로 툭 떨어뜨린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녀의 창백해진 안색을 보자 베르너는 그제야 괜한 말을 했다 싶어 급히 말을 보탰다.​“하지만 공작님께서는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으실 겁니다. 부인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공작님께 그 어떤 피해도 가지 않게 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베르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원망이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현재로서는… 두 분이 갈라서지 않는 이상, 방법은 없을 겁니다. 알브릭의 이름을 지키려면 플로렌스를 잘라내야 하니까요.”​갈라선다. 그 말이 라리엘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무릎 위에 놓인 그녀의 손끝이 바르르 떨려왔다.아르덴을 위해서라면 그렇게라도 해야하는 걸까. 하지만 그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베르너가 자백서 초안을 완성할 때까지도 라리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알브릭 공작저의 정문 앞. 클로디아는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서서 거대한 석조 저택을 올려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6화. 불씨

    제국 수도의 화려한 번화가 아래, 오물이 흐르는 하수도관 옆에는 버려진 지하 창고처럼 보이는 거대한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습하고 퀴퀴한 공기가 감도는 이곳은 조직원들 사이에서 ‘피난처’라고 불리는, ‘녹스’의 심장부였다.미로 같은 복도 끝, 두꺼운 철문 너머 중앙 방에서 낮고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쥐새끼들같이 교묘하게도 움직이는군. 그래, 탈레스 그 녀석이 전해달라는 이야기의 요지가 정확히 뭐야?”방 안은 촛불 몇 개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수장의 책상 너머에서 연락책이 마른침을 삼키며 보고를 이어갔다.“요약하자면, 알브릭 공작의 성미상 플로렌스 백작의 죽음을 캐는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미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으니 본부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는 간청이었습니다.”“흠…”수장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수천 명의 암살자와 정보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의 수장이라기엔, 그의 외형은 의외로 평범하다 못해 왜소하기까지 했다.창백한 안색과 단정한 옷차림은 오히려 하급 관청에서 서류를 만지는 문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플로렌스 수도원까지 직접 발걸음을 했다면 이미 꽤 많은 것을 알아낸 상태겠군. 탈레스 녀석은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체 뭘 한 거지?”그의 말투는 지독히 사무적이었다.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무미건조함에도 앞에 선 연락책은 마치 자신이 질책을 받는 듯 어깨를 움찔했다.“마, 말씀하신 대로 워낙 쥐새끼처럼 움직이는지라… 공작이 수도원에 나타나기 전까지 탈레스는 그가 이미 포기한 줄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l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5화. 온기를 나눈 밤

    평소의 우아함은 간데없이 삐걱거리는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아르덴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그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며 라리엘의 가느다란 허리에 손을 감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뭘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 있어? 긴장한 거야?”“기, 긴장이라니? 하, 하나도 긴장 안했는데?”라리엘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아르덴의 옷자락을 꽉 쥐고 있었다.“우, 우리는 부부잖아. 부부라면 당연히 한 침대에서… 그러니까…그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말을 이어갈수록 얼굴이 점점 붉어진 라리엘은 결국 말을 맺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버렸다.낮게 웃음을 터뜨린 아르덴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다시 한번 그녀에게 입을 맞춘 뒤 나직하게 속삭였다.“사실 난 조금 긴장돼.”“... 정말?”그의 뜻밖의 고백에, 굳어 있던 라리엘의 어깨가 조금 풀어졌다.그러고 보니 그의 푸른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르덴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는 곧 라리엘의 눈가, 콧망울, 부드러운 볼을 따라 자잘하게 입을 맞추며 그녀를 천천히 침대 위로 눕혔다.“치, 거짓말쟁이. 전혀 긴장한 얼굴이 아니잖아. 또 나 놀리는 거지?’“그런 속마음을 얼굴에 다 티 낼 수는 없잖아. 공작의 체면이 있는데.”아르덴은 흐트러진 라리엘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다정하게 눈을 맞췄다.신년회에서의 화려한 모습도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이렇게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라리엘은 비교할 수 없을 만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4화. 소년의 마음

    아르덴은 입을 열기 전에 잠깐동안 고민했다. 클로디아가 떠벌리던 수많은 말들… 그것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었다. 그는 결국 모두 잘라버리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응. 조만간 그쪽 사람을 직접 대면할 수 있을 것 같아.”소문이라는 불편한 변수를 감수하는 대신,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이것도 수확으로 친다면, 하나를 주고 하나를 얻은 셈이었다. 아르덴은 비릿한 미소로 창밖을 보았다. 곧 라리엘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건 위험하지 않을까?”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르덴은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라리엘을 보았다.“그 계약서를 들고 법정으로 가기 전에 그들을 한번은 만나야 해. 이럴 땐 지체하지 않는게 가장 덜 위험한 방법이고.”계약서, 법정… 라리엘은 로베르 후작 부인의 말을 가만히 떠올렸다.위험한 건 그것만이 아닐 텐데. 그녀의 눈동자에 깊은 곳에 근심이 내려앉았다. 아르덴은 일부러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짐짓 밝은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그건 그렇고, 황궁을 처음 방문한 소감은? 아까 보니까 입을 못 다물던데.”아르덴의 얼굴을 마주한 라리엘은 그에게 들킬새라, 얼른 눈빛에서 근심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괜히 턱을 살짝 치켜들며 새침하게 말했다.“흠, 처음엔 그랬지만, 조금 지나니까 별로 대단한 것도 없던걸?”“오오, 그래?”아르덴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샹들리에도, 화려한 연회장도, 다 알브릭 저택에 있는거잖아. 규모가 커서 조금 놀란것 뿐이야.”“으응, 그렇군.”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3. 수상한 소문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사교계의 낯익은 얼굴이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로베르 후작 부인 아니신가요? 무슨 일이시죠?”후작 부인은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다른 사람들의 귀를 피하듯 라리엘의 팔꿈치를 살짝 감싸 쥐고 커다란 화분 옆으로 그녀를 이끌었다.그녀가 들고 있던 깃털 부채를 반쯤 넓게 펼쳐 자신의 입가를 교묘하게 가리고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부인, 요즘 공공연하게 떠도는 그 끔찍한 소문이 정말로 사실인가요? 어휴, 제 귀로 듣고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말이에요.”“무슨… 이야기를 들으신건가요?”“그게 그러니까, 돌아가신 플로렌스 백작님 말이에요. 사고로 돌아가신게 아니라 그 댁을 모시던 집사에게 살해당하셨다는게 사실이에요?순간, 라리엘은 머리를 거대한 둔기로 얻어맞은 듯 사고가 완전히 정지되며 멍해졌다.차가운 얼음물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이었다. . 후작 부인은 충격으로 창백하게 질려가는 라리엘의 안색을 유심히 살피며 흥미진진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실례가 되는 줄은 알고 있지만, 이런 흉흉한 소문은 당사자에게 확실히 확인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밀려드는 당혹감 너머로 라리엘의 머릿속에 제이드가 나루터 앞에서 했던 말이 번뜩이며 스쳤다.‘그들은 뼛속까지 잔인한 자들입니다. 일이 잘못되어 수사망이 좁혀올 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꼬리를 자를 편리한 카드 한 장이 필요했던 거지요.’그들, ‘녹스’가 퍼뜨린 이야기가 분명했다. 살며시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라리엘은 다급히 표정을 정리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후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2화. 신년회(2)

    아르덴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스름한 테라스로 들어섰고, 뒤따라온 클로디아가 유리문을 닫았다.문이 닫히자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잦아들었다.차가운 겨울밤의 공기가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더욱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클로디아는 숄을 한 번 여미고는 고개를 숙였다.​“은밀히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연회장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되어 송구합니다, 공작님. 누군가 보기라도 하면 공작님께서 난처해지실 테니, 서둘러 말씀드릴게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이 대화가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닌, 오직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은밀한’ 대화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뻔히 보이는 그녀의 속내가 자못 불쾌했지만, 아르덴은 기꺼이 그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괜찮아. 지켜보는 눈은 없으니 편하게 말해봐.”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클로디아는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 더 다가섰다.바닥에 스치는 드레스 자락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저에게 접근한 그 수상한 남자가 부인에 대해 귀띔해주더군요. 플로렌스의 집사가 생전에 돌아가신 백작님과 심각한 마찰이 있었다고 해요. 정확한 내막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아마도 지저분한 금전 문제였던 모양이에요.”그녀는 ‘지저분한’이라는 단어에 미묘하게 힘을 주었다.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상대의 혐오를 자극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그녀의 눈동자가 은근히 빛났다.“탐욕에 눈이 먼 집사는 결국 백작님을 살해하고 도망쳤고, 저에게 접근한 그 남자는 집사에게 받아낼 돈이 있어 그를 추적하던 중이었대요.”말을 이어가며 클로디아는 손끝으로 자신의 팔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이야기가 점점 자극적으로 흐르자, 그녀의 심장도 덩달아 고조되었다.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6화. 오만한 포식자

    의회에서 돌아온 아르덴의 마차가 저택 정문에 들어선 것은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아르덴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망토를 하인에게 넘겼다.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저택으로 들어온 그의 모습에는 금실이 수놓인 어깨 장식과 단정한 칼집, 그리고 하루 종일 그를 조여 왔을 격식과 피로가 한데 엉겨 있었다. 예복도 채 벗지 않은 채 그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라리엘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기다렸다기보다는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그가 올 시간만을 헤아리며 경직되어 있었다. 촛불은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4화. 플로렌스의 장미

    “저기 연못에 무지개가 떴어!” 아르덴은 숨을 고르며 달리다가도 그 말을 듣자 속도를 조금 더 냈다. “천천히 가, 라리엘.” 그는 애써 침착한 척 말했지만, 심장은 그녀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무지개는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면 어떡해!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됐단 말이야!” 라리엘은 결국 연못가에 먼저 도착해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연못 위에는 햇빛이 굴절되어 일곱 빛깔의 띠가 흔들리고 있었다. 물결이 살짝 일 때마다 색은 부서지듯 흩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라리엘은 숨을 죽인 채 그것을 바라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3화. 그림자

    라리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 역시 그가 설계한 잔인한 연극의 일부일지도 몰랐다. 경계를 늦추게 만든 뒤,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 위한 전조. 그녀는 가운을 벗어 던지고 싶었지만, 몸을 잠식한 한기가 너무도 지독해 결국 그 온기에 기댄 채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고 아르덴이 나왔다. 그는 상체를 드러낸 채 머리칼을 거칠게 털어내며 방을 가로질렀다. 거울을 통해 그의 모습이 라리엘의 시야에 들어왔다.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상체, 어깨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선 위로 맺힌 물방울이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2화. 검은 결혼식(2)

    결혼식은 기괴할 만큼 조용하게 끝났다. 사람들의 박수는 의무적이었고, 던져진 꽃가루는 장례식의 헌화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연회장으로 옮겨온 뒤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화려한 음악과 산해진미가 차려졌지만, 공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아르덴은 라리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연회장의 귀족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훑었다. 그러다 돌연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표정 관리 좀 하지.”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긁었다. 그의 숨결이 닿는 곳마다 소름이 돋았다. “누가 보면 장례식인 줄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