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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오만한 포식자

مؤلف: nomady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5-18 14:31:49

의회에서 돌아온 아르덴의 마차가 저택 정문에 들어선 것은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아르덴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망토를 하인에게 넘겼다.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저택으로 들어온 그의 모습에는 금실이 수놓인 어깨 장식과 단정한 칼집, 그리고 하루 종일 그를 조여 왔을 격식과 피로가 한데 엉겨 있었다.

예복도 채 벗지 않은 채 그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라리엘은 이미 식탁 앞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기다렸다기보다는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그가 올 시간만을 헤아리며 경직되어 있었다.

촛불은 이미 반쯤 녹아내렸고, 식탁 위의 음식은 손도 대지 않은 채 식어가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아르덴이 들어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긴 의자에 몸을 기댔다. 하녀가 조용히 다가와 와인을 따랐다.

아르덴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촛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낮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푸른 눈동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깊고 차가운 침묵을 머금고 있었다.

“베르너에게 들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 그 평온함이 오히려 라리엘의 신경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저택 안의 업무를 익히기 시작했다고.”

라리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재빨리 은색 포크를 내려놓았다. 금속이 접시에 닿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브릭의 법도를 익히는 건 내 의무라며. ‘그림자’로서 쓸모가 있으려면 말이야.”

그녀는 일부러 ‘의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그 말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동시에, 그가 그녀에게 부여한 역할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도발이었다.

“이해가 빨라서 좋군.”

아르덴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의 시선은 라리엘의 얼굴에서 시작해, 목선을 따라 내려가 하얗게 굳은 손가락 끝에 머물렀다.

그 시선은 집요했지만 노골적이지 않았다. 마치 물건의 상태를 점검하듯, 혹은 상대의 허점을 재는 장군처럼.

“일과는 어땠지? 내 서재까지 가보려 했다던데.”

그는 잔을 돌리며 물었다. 그 순간 라리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베르너가 보고했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꺼내 들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안주인으로서 공작 각하가 머무는 공간을 파악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너의 그 충성스러운 개가 아주 단단히 가로막던데?”

“그는 내 명령을 따랐을 뿐이야.”

아르덴은 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조용한 식당에 울렸다.

그는 천천히 식탁을 돌아 라리엘의 곁으로 다가왔다.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일정했다. 그 리듬이 마치 그녀의 숨통을 조금씩 조여 오는 박자처럼 느껴졌다.

“네가 그 문을 여는 건 내가 허락한 날에만 가능해.”

그는 그녀의 바로 뒤에 멈춰 섰다.

라리엘은 등을 곧게 세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존재가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차가운 기운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압박감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서재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라리엘? 네가 찾는 ‘진실’ 같은 게 거기 굴러다닐 거라고 믿어?”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긁었다.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어조였다. 그녀의 의심도, 복수심도, 그에게는 이미 읽힌 패처럼 보였다. 라리엘은 의자 손잡이를 꽉 쥐었다.

“아무것도 없다면 그렇게 단단히 걸어 잠글 이유도 없겠지.”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지.”

아르덴은 짧게 웃었다. 냉소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는 더 말을 잇지 않고 그대로 식당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그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라리엘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식당에는 그가 남긴 한기만이 남아 있었다.

밤은 깊어갔다.

침실에는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라리엘은 드레스를 벗고 얇은 잠옷 차림으로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방을 밝히고 있는 촛불이 그녀의 불안한 숨결에 맞춰 흔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아르덴이 들어왔다. 그는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헤친 채였다. 하루의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또렷했다.

그는 침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벽면의 작은 탁자 위로 가 개인 소지품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난 옆방에서 자도록 하지.”

그의 말투는 지극히 사무적이었다.

“너도 밤새 바닥에서 떨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 말이 배려인지, 거리 두기인지 라리엘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애매한 친절이 그녀의 뒤틀린 자존심을 건드렸다. 동정받는 것도, 혐오당하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럴 필요 없어.”

그녀의 말에 아르덴의 손길이 멈췄다. 라리엘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돌아섰다.

“우리는 부부잖아.”

그녀가 비웃듯 말했다.

“비록 계약이고 증오뿐인 관계라 해도, 남들의 눈을 속여야 한다면 굳이 다른 방을 쓸 이유는 없지. 너의 그 ‘완벽한 연극’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그냥 여기서 자.”

그 순간, 아르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는 천천히 챙기던 물건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라리엘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곧 벽에 등이 닿았다.

아르덴은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한 손으로 벽을 짚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서늘한 향기가 라리엘의 이성을 흐트러뜨렸다.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는 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그의 시선이 라리엘의 입술과, 얇은 잠옷 너머로 오르내리는 쇄골 부근을 스쳤다.

“내가 너를 안기라도 바라는 거야?”

다른 한 손이 그녀의 허리춤으로 다가왔다. 얇은 천 위로 닿은 그의 손바닥은 예상과 달리 뜨거웠다. 라리엘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가락이 허리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숨결이 섞일 만큼 가까워졌다. 촛불이 일렁이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길고 기괴하게 늘어뜨렸다.

아르덴의 푸른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지나치게 위태로워 보였다.

그는 입술이 닿기 직전에서 멈췄다.

“자꾸 자극하지 마, 라리엘.”

귓가에 떨어지는 그의 속삭임에 그녀는 전율했다.

“나도 인내심이 무한한 성인군자는 아니거든.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은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르덴은 거칠게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침실을 나갔다.

쾅.

끝까지 그를 쏘아보고 있던 라리엘은 문이 닫히고 나서야 벽을 짚고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억눌렀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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