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24화

Author: 레몬과 향수
서소현은 고개를 들어 영정을 쳐다보았다. 처음으로 상대의 눈에서 짙은 증오를 발견했다.

그리고 깊이 감춰둔 살의마저 엿보였다.

그녀는 경악했다.

이 사내가 정녕 자신이 십육 년이나 연모했던 지아비란 말인가?

"시누이, 잘못을 인정하십시오."

서 부인의 간곡한 설득이 귓가에 맴돌았다.

서소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맴돌았다. 그녀가 서씨 노부인을 향해 깊은 시선을 보냈다.

모녀는 시선 하나만으로 서로의 뜻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짝!

매서운 손찌검이 떨어졌다.

"어리석은 것! 어찌 곁에 둔 시녀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느냐! 네가 억울해하는 것을 안 시녀가 널 대신해 분풀이를 한답시고 백씨의 목숨까지 앗아가지 않았느냐!"

서씨 노부인이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고 서소현의 몸을 내리쳤다.

퍽!

지팡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등줄기에 떨어졌다.

"평소 집안 단속을 어찌한 게야!"

서씨 노부인은 연달아 지팡이질을 세 번이나 내리쳤다.

서소현은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바닥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피안을 거슬러   제648화

    서씨 노부인은 그 귀한 신분이 바로 영슬기라고 굳게 믿었다.그 덕분에 영슬기를 각별히 편애하며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었다.영슬기를 곁에 두고 오전 내내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늘 아침 조회에서 수왕이 또다시 탄핵을 받았다는 것이었다.여러 어사가 일제히 들고일어나 수왕을 물어뜯었다. 그가 뒤로 군량을 대거 사재기하고 폭설이 석 달간 이어질 것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려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으며, 억울함을 호소하려 상경한 백성들을 무참히 때려죽였다는 죄목이었다."그…… 그럴 리 없습니다!" 영슬기가 가장 먼저 펄쩍 뛰며 부인했다. "백성을 때려죽이고 유언비어로 세상을 어지럽히다니요. 어느 것 하나 수왕 전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가볍게는 파직이요, 무겁게는 목이 달아날 중죄였다.영슬기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씨 노부인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서씨 노부인은 손녀를 달래며 사람을 시켜 정확한 진상을 다시 알아보라 명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갔던 시녀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노부인, 온 거리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틀림없는 사실인 듯합니다."털썩!영슬기는 다리에 힘이 풀려 침상 위로 주저앉았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할머니, 멀쩡하시던 분이 어찌 하루아침에 이리 되셨단 말입니까. 대체 뒤에서 누가 전하를 음해하는 것입니까?"서씨 노부인 역시 속이 타들어 갈 뿐,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큰아가씨, 영씨 가문에서 지금 당장 아가씨를 모셔 오라 사람이 왔습니다." 문밖에서 영가의 어멈이 고개를 들이밀며 다급히 고했다.영슬기는 불길한 예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서씨 노부인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서씨 노부인이 어멈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로 아이를 이리 급히 찾는 거요?"어멈이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어르신들의 뜻입니다."자세한 내막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한마디도 흘리지 않았다.서씨 노

  • 피안을 거슬러   제647화

    서소현은 이미 엎질러진 물임을 깨닫고 영슬기의 두 손을 꼭 잡았다."슬기야, 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왕을 꽉 잡아야 한다. 훗날 네가 아들 덕에 귀해져 자녕궁의 주인이 될지 또 아느냐. 그리만 된다면 이 어미에게도 한 줄기 빛이 생기는 게야."비록 아득하고 험난한 길이 되겠지만, 적어도 희망은 보이니 말이다.영슬기는 굳게 다짐하며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의 당부를 단단히 새긴 영슬기는 다음 날 동이 트기도 전에 산을 내려와 서씨 저택으로 향했다.명색이 서씨 가문의 외손녀인지라, 예전부터 제집처럼 드나들던 곳이었다.덕분에 아무런 제지 없이 무사히 서씨 노부인을 뵐 수 있었다.서씨 노부인은 무척이나 수척해진 얼굴로 간신히 몸을 일으켜 딸의 안부부터 물었다."산바람이 어찌나 매서운지요. 어머니께서는 본디 몸도 약하신데, 풍한까지 겹쳐 통 차도가 없으십니다." 영슬기가 금세 눈시울을 붉히며 구슬프게 말했다. "어머니를 경성으로 모셔 와 조용한 거처에서 요양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그때 다시 광화사로 모셔도 되지 않겠습니까."가뜩이나 딸이 눈에 밟히던 서씨 노부인의 마음을 단박에 찌르는 말이었다.서씨 노부인은 지체 없이 시녀를 시켜 은표를 가져오게 한 뒤 영슬기의 손에 쥐여주었다."착하기도 하지. 네가 어미를 그토록 애틋하게 생각하니 네 말대로 하마."영슬기는 예의상 두어 번 사양하는 척하다가 못 이기는 척 은표를 챙겼다. 그러고는 살갑게 노부인의 안위를 살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 부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영슬기를 발견하자마자 미간을 꿈틀거렸다."외숙모." 영슬기가 다소곳이 인사를 올렸다.서 부인은 눈앞의 조카딸이 영 달갑지 않았다. 특히 영슬기가 올 때마다 노부인의 모든 관심은 영슬기에게 쏠리고 그녀의 딸 서명주는 병풍이 되어야 했기에 더더욱 고까웠다.서씨 노부인은 장녀인 서소현을 끔찍이 아끼는 마음에, 외손녀인 영슬기마저 친손녀인 서명주보다 훨씬 감싸고돌았다.서 부인으로서는 진

  • 피안을 거슬러   제646화

    문이 열리자 배이수는 잽싸게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익숙한 듯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고, 시녀가 차를 내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리더니 영슬기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에 한기를 매단 채였지만, 그녀는 교태로운 눈빛으로 배이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전하께서 오늘은 어쩐 일로 걸음을 하셨습니까. 마침 제가 집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절에라도 갔더라면 두 시진 내로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배이수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영슬기는 슬그머니 웃음기를 거두었다.망토를 벗어 던진 그녀는 요염하게 허리를 흔들며 배이수에게 다가갔다."전하, 오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퍽이나 능숙한 교태였다.배이수는 영슬기의 허리를 낚아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지금의 나는 그저 수왕이라는 허울뿐, 손에 쥔 병권 하나 없으니 다들 나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구나. 내 마음에 품은 여인을 곁에 두는 일조차 사사건건 막히니 말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배이수의 얼굴은 다시금 음침하게 가라앉았다.명색이 황실의 유일한 황자로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떠받들려야 마땅하거늘, 지금은 개나 소나 그에게 훈수를 드는 상황이었다.뭘 하든 트집을 잡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어사들의 탄핵에 시달렸다.오직 영슬기 곁에 있을 때만이 자신이 우러러보이는 존재이자 의지할 수 있는 사내임을 느낄 수 있었다."폐하께서 전하를 단련시키려 그러시는 겝니다. 엄하게 대하시는 것 또한 전하를 키우기 위함이지요. 아예 내버려 두는 것이야말로 진정 매정한 처사 아닙니까. 현왕은 지금 밖에서 전쟁을 치르며 막강한 병권을 쥐고 있으니, 폐하로서는 당연히 현왕비의 편을 들어주실 수밖에요."영슬기는 배이수의 목에 팔을 두르며 속삭였다."피는 물보다 진한 법입니다. 배현준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결국 전하를 위해 좋은 판만 깔아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그 달콤한 위로에 배이수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방 안에 은은한 향이 피어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두

  • 피안을 거슬러   제645화

    십이월 말.여전히 눈발이 매섭게 흩날렸고, 현왕부는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다.유지영은 창문 앞에 서서 미간을 찌푸린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귓가에 배진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민이 색공을 흔들며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 진이는 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웃어댔다.그 모습을 보자 유지영의 심란했던 마음도 한결 누그러졌다.마당 밖에서 운청이 거센 눈보라를 뚫고 우산을 쓴 채 다급히 들어왔다.창문밖에 이르러 우산을 접은 그녀가 문 너머로 고했다. "왕비 마마, 수왕 전하께서 또 오셨습니다."배이수는 벌써 사흘째 현왕부로 찾아와 사죄를 청하고 있었다.유지영이 코웃음을 쳤다. "연극에 재미라도 들린 모양이구나. 들이거라."운청이 대신 나서서 그를 맞이했다.허나 배이수는 기어코 유지영을 만나야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날 제가 정신이 나가 말실수를 많이 한 것 같소. 깊이 반성하고 있고 반드시 형수님을 뵙고 직접 사죄하려고 찾아왔소."유지영을 보지 못하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운청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 유지영의 의중을 물었다.유지영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대청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보다 한결 비굴해진 배이수가 서 있었다."형수님." 배이수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그날 형수님의 꾸짖음이 백번 지당하십니다. 제가 천하의 몹쓸 놈이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유지영은 눈앞의 배이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진심으로 뉘우친 기색은 없었다. 억지로 떠밀려 온 것이 뻔했다.그녀는 굳이 그 얄팍한 속내를 들춰내지 않았다. "얼굴도 보았고 수왕 전하의 성의도 확인했으니, 이만 돌아가세요."말을 마친 유지영이 몸을 돌리려는데, 배이수가 불쑥 입을 열었다. "형수님, 북신의 팔공주 북영주가 현왕 형님께 푹 빠졌다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북신에서 화친을 청하며 북영주를 형님의 측실로 내어주겠다 제안했다 하더군요."북영주는 북명연의 친동생이었다.

  • 피안을 거슬러   제644화

    최 부인의 설득에 최호는 입을 다물었다."나중에 엮이지 않으려면 수왕과는 거리를 두거라." 최 부인이 당부했다.요 며칠 서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다.수왕의 일로 엮이기까지 하니, 가슴에 맺힌 울화가 통 가라앉지 않았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서씨 노부인이 찾아왔다는 기별이 들렸다.최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긴 웬일이랍니까? 이미 교지까지 내려졌는데 감히 황명이라도 거역할 셈입니까?"최 부인은 손을 내저었다.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잠시 자리를 피하거라."최호를 내보낸 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서씨 노부인을 안으로 모시게 했다.대청.서씨 노부인의 안색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어제 교지가 내려진 직후 홧김에 기절까지 했던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태후를 만날 길이 없으니, 최씨 가문을 찾아와 연유라도 따져 물을 수밖에 없었다.최 부인은 서씨 노부인을 마주하고도 그저 말을 돌릴 뿐이었다. 자신은 아는 바가 없으며 전부 태후의 뜻이라는 핑계였다.철벽을 치는 대답에 서씨 노부인은 하마터면 욕을 내뱉을 뻔했다.허나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교지가 내려진 후 명주는 밤새 눈물을 쏟았소. 서씨 가문의 적장녀가 남의 첩실로 들어가다니,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오."서씨 노부인은 대놓고 태후를 헐뜯지는 못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수십 번도 더 욕을 퍼부었다.그 해묵은 원한 때문에 조카의 자존심을 짓밟다니!최 부인이 대꾸했다. "교지가 내려졌는데, 최씨 가문이라고 감히 황명을 어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서씨 노부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난 황명을 거역하라고 찾아온 것이 아니오. 우리 가문도 나름 명문가라 백 년을 이어온 최씨 가문에는 못 미칠지언정, 적장녀를 첩실로 들여보낸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었소."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을 듣고 있자니, 최 부인은 상대가 무슨 말을 꺼낼지 대충 짐작이 갔다.아니나 다를까, 서씨 노부인이 자못 의미심장하게

  • 피안을 거슬러   제643화

    배이수가 함향루에서 천금을 쏟아부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특히 영씨 가문의 딸과 추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까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그 바람에 최씨 일가까지 연루되어 조정에서 탄핵을 받게 되었다."양나라가 전쟁 중이라 국고가 비어 수많은 백성이 굶주리고 헐벗고 있는 시국입니다. 하오나 수왕 전하께서는 향료를 사느라 천금을 물쓰듯 하시어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지요."어사는 배이수의 무책임함과 사치스러움을 비난했다.황제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배이수를 노려보았다.겁에 질린 배이수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무릎을 꿇었다.“아, 아바마마…….”"현왕 전하께서는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오직 양나라의 백성을 위해 밖에서 피 흘려 싸우고 계시거늘, 수왕 전하께서는 불경한 언사로 현왕을 도발하셨지요……."어사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황제가 상소문을 집어 들어 배이수를 향해 거칠게 집어 던졌다."불경한 놈! 짐이 아직 멀쩡히 살아있거늘, 네놈이 감히 위세를 떨어!"상소문에 정통으로 맞은 배이수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감히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황제는 조회 내내 배이수를 매섭게 질타하더니, 배이수 곁을 지키던 호위들에게 수십 대의 곤장형을 내렸다.그러나 최씨 가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조회가 끝날 무렵, 황제는 배이수를 향해 호통을 쳤다."현왕은 밖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거늘, 넌 신분만 내세워 제멋대로 굴며 현왕비에게 모욕을 주다니! 참으로 천박하구나!"조금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 질타였다.배이수는 당장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감히 반박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궁중 법도를 백 번 필사해서 내일 정오 전까지 내 눈앞에 대령하거라!"조회가 파한 후.배이수는 붉으락푸르락해서 밖으로 나왔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그는 곧장 덕비의 처소로 불려 갔다.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도 매서운 불호령이 떨어졌다."영슬기의 아비는 서인으로 강등되고 어미는 광화사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온 동네가 다

  • 피안을 거슬러   제4화

    측문으로 나와 마차에 오른 둘은 거리를 따라 서북쪽으로 향하다가 골목을 지나 취선루에 도착했다.홍주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문앞에서 잘록한 허리를 씰룩이며 호객하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아… 아가씨, 저희가 올 곳이… 아닌 것 같은데요.”유지영은 이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다. 이틀 전에 그가 왔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다. 전생에 그녀가 배준형과 혼약을 정한 뒤, 그는 찾아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커다란 야명주만 선물로 보내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만약 배현준이 도와준다면 앞으로 반드시 그 은혜를 갚을 생각이었다.유지영은 품에서

  • 피안을 거슬러   제3화

    옥신각신하는 사이, 유씨 노부인이 소식을 듣자마자 대전으로 달려왔다. 송씨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지영이는 다 좋은데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에요. 분명 마음속에 세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세자에게 심통을 부리고 있지 뭐예요. 내일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우리 유씨 집안은 온 인주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말이에요.”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유씨 노부인은 불쾌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세자께 사죄드리거라.”양모가 돌아가신 뒤, 유씨 노부인은 유지영을 슬하에 두고 보살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