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김진우가 설계한 '탐욕의 축제'에 초대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모든 것을 잃고 '절망의 지옥'에 내던져진 것이다.
그리고 그 지옥의 가장 깊은 곳, 폭풍의 눈에는 강태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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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그룹 본사, 회장실.
"네 놈이 벌인 짓이냐."
묵직하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태산그룹의 창업주이자 살아있는 신화, 강만철 회장이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아들인 강태민을 짐승을 보는 듯한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강태민은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10년 전, 김진우를 짓밟을 때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아, 아버지… 그게… 저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시장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닥쳐라!"
강만철 회장의 불호령에 강태민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결과를 몰랐어? 네놈은 네가 저지른 짓이 뭔지조차 모르는 것이냐! 임상 데이터를 조작하고, 그걸로 주가를 띄워서 네놈의 실적을 포장해? 그런 더러운 수법은 뒷골목 양아치들이나 쓰는 것이다!"
분노한 강만철 회장이 테이블 위의 재떨이를 벽에 집어 던졌다. '쨍그랑!' 하는 파열음과 함께 최고급 크리스털 재떨이가 산산조각 났다.
"제가… 제가 어떻게든 수습하겠습니다! 그룹의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주가를 방어하고, 여론을 잠재우겠습니다!"
강태민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강만철 회장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는 아들의 무능함과 어리석음에 치를 떨고 있었다.
"수습? 썩어 문드러진 상처를 헝겊으로 덮는다고 새 살이 돋아날 것 같으냐!"
강만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그림자가 공포에 질린 강태민을 완전히 뒤덮었다.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네놈이 싼 똥은 네놈 손으로 직접 치워라. 그룹의 명성에 더 이상 흠집을 냈다간… 그땐 네놈을 내 아들로 생각지 않을 것이다. 태산그룹에서 네놈의 자리는 없어. 알아들었나?"
"…네, 아버지."
그것은 단순한 질책이 아니었다. 황태자의 자리에서 폐위될 수도 있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최후통첩이었다.
회장실에서 쫓겨나듯 나온 강태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독기뿐이었다.
"재무팀장 당장 들어오라고 해!"
그는 인터폰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재무팀장이 사색이 된 얼굴로 들어왔다.
"태산 건설, 태산 중공업 비상 자금 전부 끌어모아! 오늘부터 태산 바이오 주식을 무한정 사들인다! 하한가가 풀리는 즉시 들어간다. 주가를 다시 8만 원대로 돌려놓을 때까지, 단 한 주도 팔 생각 마!"
"상무님!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그룹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재무팀장이 기겁하며 말렸다. 하지만 강태민의 눈은 이미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시끄러워! 내 말에 토 달지 마! 이건 명령이야! 네놈은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돈이나 준비해!"
강태민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인지를.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는 김진우가 파놓은 '수렁'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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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스 캐피탈 아시아, 전쟁 상황실.
"대표님, 예측하신 대로입니다. 태산그룹 계열사 명의의 대규모 매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석호가 월 스크린을 가리키며 보고했다. 하한가에 쌓여있던 수천만 주의 매도 물량을, 누군가 거대한 자금력으로 탐욕스럽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덕분에 주가는 하한가에서 풀려나 아주 조금씩 반등하는 기미를 보였다.
"역시 생각보다 더 멍청하군."
진우는 차가운 미소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마켓의 눈'에는 강태민이 쏟아붓는 자금이 마치 검은 수렁 속으로 사라지는 붉은 피처럼 보였다.
절망적인 분노가 담긴, 처절한 발악이었다.
"이 실장, 이제부터 우리의 역할은 친절한 '공급자'가 되어주는 거야."
"공급자 말입니까?"
"그래. 강태민이 원하는 만큼, 태산 바이오 주식을 팔아주자고. 우리가 바닥에서 헐값에 주워 담은 주식들을, 그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서. 단, 한 번에 다 던지면 안 돼. 희망을 줬다 뺏었다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그의 피를 말려 죽여야지."
진우의 전략은 잔인할 정도로 정교했다. 강태민이 100억을 쏟아부어 주가를 1% 올리면, 진우는 50억어치 물량을 던져 0.5%를 다시 떨어뜨렸다. 강태민이 추가로 200억을 투입하면, 진우는 100억어치 물량을 던져 그의 자금만 소진시켰다.
주가는 미미하게 오르는 듯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태산그룹의 핵심 자금 수천억 원이 진우의 계좌로 조용히 옮겨가고 있었다. 강태민은 그룹의 피를 수혈하며 시체에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꼴이었다.
"대체… 대체 누가 이렇게 파는 거야! 우리가 사들이는 족족 물량이 쏟아져 나오잖아!"
강태민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밑 빠진 독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몇 시간 만에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주가는 고작 10% 반등하는 데 그쳤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쳤다.
'그래, 이유준이 있어.'
그는 말없이,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게임은 바카라였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잔인하게 운과 배짱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게임.딜러가 카드를 돌리기 시작했다.김진우의 눈은, 카드가 아닌,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마켓의 아이’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수많은 인간들의 탐욕과 공포를 읽어온 그의 감각은,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초월해 있었다.상대방의 미세한 눈썹 떨림, 숨 막히는 순간에 마른침을 삼키는 목울대의 움직임, 승리를 확신할 때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그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숫자로 변환된 데이터처럼 읽히고 있었다.“레이즈.” 이반이 거친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놓인 ‘정보 칩’을 밀어 넣었다. 그가 건 칩은, ‘아프리카 분쟁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 비리 정보’였다.“콜.” 이사벨라는 요염하게 웃으며, 자신의 칩을 걸었다. 그녀의 칩은 ‘미국 마약단속국의 차기 비밀 작전 계획’이었다.이제 김진우의 차례였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일본 정계의 비자금 리스트’ 칩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패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감각은, 이 판이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는 과감하게 카드를 던졌다.“폴드.”
* 가면들의 춤사전 만찬회가 열리는 연회장으로 향하기 전, 김진우가 머무는 독채 숙소는 조용한 전쟁터로 변했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에서 ‘김진우’의 마지막 흔적을 지워내고 있었다. ‘다나카 겐지’라는 새로운 가면을 완벽하게 쓰기 위한 마지막 의식이었다.“목표 인물들에 대한 최종 보고입니다.”최영진이 태블릿 화면을 띄우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방 안의 모든 요원들이 숨죽여 경청했다.“첫 번째, 이반 스미르노프.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 밀매 조직 중 하나인 ‘붉은 전갈’의 수장입니다. 성격이 불같고 다혈질이지만, 자신보다 강하다고 판단한 상대에게는 의외의 존중을 표하는 맹수와도 같은 자입니다.”화면에는 거대한 체구에 험악한 인상을 한 백인 남자의 사진이 떠올랐다.“두 번째, 이사벨라 로드리게스.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자금 세탁 총책임자. 미인계를 주 무기로 사용하며, 상대방의 가장 깊은 비밀을 파고드는 데 능한 독거미 같은 여자입니다.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 자는, 모든 것을 빼앗기거나 죽음으로 끝을 맺었습니다.”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틴계 여성의 사진이 뒤를 이었다.“세 번째….”최영진은 연회장에 나타날 모든 괴물들의 특성과 약점,
차량은 화려한 카지노 단지를 지나,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마카오 남쪽의 한 섬으로 향했다. 섬 전체가, 거대한 요새와도 같은 하나의 거대한 리조트였다. 이곳이 바로, 경매가 열리기 전까지 전 세계의 ‘그림자’들이 머무는 그들만의 성역이었다.리조트 내부는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숨 막히는 감시의 기운이 감돌았다. 친절하게 웃고 있는 직원들의 옷깃에는 초소형 통신 장치가 숨겨져 있었고, 아름다운 그림 액자 뒤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렌즈가 번뜩이고 있었다.김진우와 그의 팀은, 섬의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독채 숙소로 안내되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그들은 서로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을 스치듯 볼 수 있었다.러시아 마피아의 무기상으로 보이는 거구의 남자와, 그의 뒤를 따르는 전직 스페츠나츠 출신 경호원들.남미 카르텔의 자금 세탁을 담당하는, 모델처럼 아름답지만 손에 굳은살이 박인 여자.아프리카의 작은 독재 국가에서 모든 것을 착취하여 부를 쌓은, 늙고 병든 독재자.이곳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들이 모이는 만찬장이었다. 그리고 김진우는, 그 악마들을 사냥하기 위해 악마의 가면을 쓴 늑대였다.숙소의 문이 닫히자마자, 최영진은 말없이 가방에서 최첨단 장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지금부터, 이 방에 대한 정밀 수색을 시작한다.”그가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모든 종류의 전파를 탐지하는 소형 탐지기였다. 그가 탐지기를 켜고 방을 훑자,
* 폭풍 전야, 마카오인천 국제공항의 별도 격납고, 어둠 속에서 거대한 자가용 비행기가 조용히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김진우’와 그의 팀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나카 겐지’라는 이름의 일본인 거물과 그의 수행원들이 대신하는 순간이었다.비행기가 안정 고도에 접어들자, 김진우는 창밖으로 멀어지는 대한민국의 불빛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는 더 이상 김진우가 아니었다. 걸음걸이, 말투, 심지어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의 각도까지, 그는 야쿠자 조직의 비밀 고문이자 냉혹한 자산가인 ‘다나카 겐지’가 되어 있었다.“대표님, 아니, 회장님.”최영진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완벽한 일본어 경어로 보고했다. 그림자 팀의 다른 요원들은 과묵한 경호원 역할에 몰입한 채, 기내 곳곳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한국의 지휘 본부와 마지막 통신입니다.”김진우가 귀에 꽂힌 초소형 통신 장치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자, 서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카오 현지 통신망은 ‘거미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고 위험해. 신디케이트가 직접 관리하는 영역일 가능성이 높아. 마카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제한적인 지원밖에 할 수 없을 거야. 모든 것은 현장의 판단에 맡겨야 해. 조심해, 대표님.]“알겠다.”김진우는 짧게 대답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이제부터는 완벽하게 고립된 적진
그녀는 화면에 자료 몇 개를 띄웠다.“이건…?”[경매가 열리기 약 한 달 전. 민도준이 언급했던 주요 참석자들에게, 스위스 제네바의 한 고미술상으로부터 똑같은 크기의 소포가 발송된 기록이야. 품목은 ‘18세기 스위스제 시계’로 되어 있어. 물론 가짜 품목이지. 저 시계가 바로, 암호화된 통신 기능과 초대장 정보를 담고 있는 물리적인 ‘열쇠’였던 거야!]그녀는 올해 발송된 소포의 수신자 명단까지 확보했다. 전 세계의 무기상, 마약왕, 부패한 독재자의 자금 관리인, 그리고… 일본 야쿠자의 한 거물급 총책임자.“이들 중 한 명의 초대장을 빼앗아야 한다는 겁니까?” 최영진이 물었다. “경호가 삼엄할 셔틀콕.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신디케이트 전체를 자극하게 될 겁니다.”“빼앗는 게 아니야.”김진우가 말했다.“우리는 그 자리를, ‘양도’받을 것이다.”그의 시선이, 명단에 있는 한 인물의 사진에 멎었다.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인 ‘이나가와 카이’의 고문, ‘스즈키 겐야’.그는 잔인하고 교활했지만,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 편집증적인 의심과 몸을 사리는 성격으로 유명했다.“최 팀장님. 지금부터 ‘스즈키 겐야’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해 주십시오. 특히, 그와 적대 관계에 있는
김진우는 자신의 상황실에서, 조사실에 설치해 둔 초소형 도청 장치를 통해 민도준의 모든 자백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다.그의 눈앞에 있는 화면에는, 최영진이 스위스에서 막 보내온, 클라우스 베버의 다음 도박 베팅 정보가 떠 있었다. 그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완벽한 미끼였다.하지만 이제, 그 미끼는 필요 없어졌다.더 크고, 더 확실한 사냥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는 최영진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클라우스 베버 건은 잠시 보류한다. 지금 즉시, 마카오로 갈 준비를 해.]그리고 그는, 자신의 상황실 화면 중앙에, 거대한 도시의 야경 사진을 띄웠다.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욕망과 기회가 뒤섞인 도시, 마카오.그의 입가에, 아주 오랜만에 진정한 사냥꾼의 미소가 떠올랐다.“경매라….”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오랜만에, 쇼핑을 좀 해볼까.”* 악마의 초대장‘마카오에서의 비밀 경매.’민도준이 토해낸 마지막 정보는, 김진우의 상황실을 새로운 종류의 긴장감으로 채웠다. 이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었다. 태산그룹과의 전쟁이 한 국가의 운명을 건 장기였다면, 이 경매는 전 세계의 그림자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벌이는, 단 한 번의 포커 게임과도 같았다.상황실의 대형 화면에는, 현란한 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