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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Author: 메이저_카니스
“제정신이야?”

애순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뒷정원의 고요를 산산이 깨뜨렸다. 완벽하게 손질된 손톱이 라희의 어깨를 세게 파고들었고, 가냘픈 몸이 휘청였다. 라희가 흰 장미에 물을 주기 위해 들고 있던 가벼운 플라스틱 물뿌리개는 손에서 떨어져, 모서리가 날카로운 돌 타일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라희는 움찔하지 않았다. 거친 손길에 잠시 얼굴을 찡그렸을 뿐, 곧 평정을 되찾았다.

차분한 눈으로 시어머니를 바라보며 두 손을 단정히 모았다. 옅은 하늘색 홈드레스 자락이 봄바람에 살랑였고, 그녀를 더욱 여리게 보이게 했지만 시선만큼은 흔들림 없이 곧았다.

“어떻게 그런 뻔뻔한 요구를 할 수가 있지?”

애순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몰아붙였다.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내 아들이 곧 소율이랑 결혼한다는 거 뻔히 알잖아? 알면서도 감히 윤찬의 관심을 구걸해?”

라희는 옅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려 했지만, 애순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단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

“사랑에 굶주린 불쌍한 거지 같으니라고.”

라희는 다시 한 번 가늘고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폭풍 한가운데서도 온기를 속삭이는 듯한 미소였다.

“윤찬의 사랑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 어머니.”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예의가 담겨 있었다.

“그저 시간만을 부탁했을 뿐이에요. 30일, 그이의 시간을요.”

“30일이면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순이 앞으로 다가섰다. 디자이너 구두 굽이 깨진 물뿌리개를 밟으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윤찬이 널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절대 그런 일 없어. 그 초라한 머릿속에 똑똑히 새겨 둬, 라희. 윤찬은 소율을 사랑해. 예전에도, 앞으로도 쭉. 넌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야.”

라희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고개를 잠시 숙였다. 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시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차분했지만, 이번에는 분명한 강단이 서려 있었다.

“누군가의 앞길을 막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려도 되는 존재는 아니에요. 인정받지 못했을 뿐, 저는 거의 1년 동안 윤찬의 아내였어요. 이 결혼을… 평화롭게 끝내고 싶을 뿐이에요.”

애순은 코웃음을 치며 얼굴을 붉혔다.

“평화롭게 끝내?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희.”

그 말에도 라희는 흔들리지 않았다. 비록 심장은 매 음절마다 아파왔지만. 처음부터 그녀는 이 집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단 한 명, 가족처럼 품어주었던 영희뿐이었다.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영희는 라희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다. 잃어버린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준 위로였고,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할머니 같은 존재였다. 이씨 가문에서 저주처럼 이어진 삶을 견딜 힘을 준 유일한 빛이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경멸. 조롱. 혐오뿐이었다. 마치 모든 것을 망치러 들어온 음모가처럼, 숨겨진 속셈을 가진 교활한 여자처럼 대했다. 하지만 라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처지를 이용하려 한 적이 없었다.

단 하나의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이 화려하고 거대한 집이 아니라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조용한 삶을 택했을 것이다. 자존심을 대가로 하는 삶 따위 원한 적 없었다.

“이미 모든 걸 망쳐놨잖아, 라희. 그런데 이제 더 망치겠다고?”

애순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소율은 꿈꿔온 결혼식 준비를 다 해놨어. 가족 모임, 중요한 하객들까지 전부. 그런데 이름도 없는 고아의 ‘마지막 부탁’ 때문에 다 미뤄졌어!”

라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고통이 흘러나오지 않게 붙잡으며, 또렷하게 말했다.

“맞아요. 저는 가진 것도 없고 부도, 권력도, 이름도 없어요. 하지만 자존심은 있어요, 어머니. 저는 그걸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애순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자존심은 네가 지켜. 하지만 최소한 이 집에서 네 위치는 알아둬야지.”

“잘 알고 있어요.”

라희는 침착하게 답했다.

애순이 다시 쏘아붙이려는 순간,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문 너머에서 윤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벽히 갖춰 입은 정장, 긴 하루의 피로가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두 여자를 번갈아 보며 그는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애순이 극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문제지. 네 소중한 아내가 소율과의 결혼식을 방해하려고 하잖아. 황당한 요구를 했고, 넌…”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걸 받아들였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니, 윤찬!”

윤찬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은 라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부정하지 않으리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집의 다른 사람들처럼 가면 뒤에 숨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라희는 내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어머니. 딱 한 달.”

마침내 윤찬이 말했다.

“난 동의했고. 소율에게도 설명했어요. 그리고 받아들였고요. 우리 사랑은 이미 시간을 견뎌냈어요. 내가 이 여자와 결혼한 지 1년이 됐지만, 소율은 날 기다렸어요. 한 달을 더 주는 건 문제없다고 하더군요.”

애순은 믿기 힘들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나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들의 결정을 따르는 수밖에.

“한 달이 끝나면 이 뻔뻔한 여자가 이씨 가문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해, 윤찬. 내 사랑하는 며느리를 더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

윤찬이 짧게 답했다.

그 사이 조용히 서 있던 라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위치를 잘 알아요. 시간이 끝나면 떠날게요. 그 전까지는… 남은 시간을 조용히 보내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애순은 낮게 이를 갈며 돌아섰다.

“난 절대 널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그 말과 함께 복도를 빠르게 걸어 사라졌다. 발걸음은 그녀가 던진 말처럼 날카로웠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라희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드레스 주름 속에 숨겼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단 한 사람,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남자였다. 마치 버려진 물건을 보는 듯했다.

“내 아내가 이렇게 고집 셀 줄은 몰랐네.”

윤찬이 비웃듯 말했다.

“그렇게까지 내 아내가 되고 싶어?”

경멸이 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제 부탁을 받아들인 걸 후회하세요?”

라희가 부드럽게 물었다. 눈빛은 온화했지만, 그 안엔 상처와 실망이 흐릿하게 서려 있었다.

윤찬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여전히 우습긴 해.”

“괜찮아요.”

라희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눈에 닿지 않는 미소였다.

“중요한 건… 제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

잠시 바람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윤찬은 고개를 돌렸지만, 오후 햇살에 붉게 물든 그녀의 뺨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니면, 흘리지 않으려 애쓰는 눈물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말없이 돌아섰다. 문을 넘기 직전,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오늘 밤 내 침대를 함께 쓸 준비도 된 거겠지, 라희? 네가 원한 게 그거 아니었나? 말뿐인 아내가 아니라 진짜 아내가 되는 것.”

라희는 놀라 눈을 깜빡였다. 진짜 아내가 되고 싶다고 말한 건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녀를 만질 권리가 있었다. 언제든. 앞으로 30일 동안.

두 주먹이 꽉 쥐어졌다.

“네.”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생각만으로도 몸이 두려움에 떨렸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윤찬의 대답은 여전히 차가웠다.

“유감이지만… 관심 없어.”

“하지만 약속했잖아요.”

라희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수치심도 없었다. 더 잃을 것도 없었으니까. 적어도 자존심만은.

윤찬은 웃었다. 온기 없는 웃음이었다.

“정말 그 약속에 집착하는군.”

그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한 걸음 다가섰다.

“말해 봐, 라희. 그렇게까지 내 아내가 되고 싶어?”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면 뭐지?”

그가 쏘아붙였다.

“네가 원한 거잖아. 한 달 동안 내 것이 되겠다고 스스로 서명한 거나 다름없어.”

낮고 위험할 만큼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건드렸다. 다정하지도, 그렇다고 잔인하지도 않게. 그저 시선을 위로 들게 할 만큼만이었다.

“내일 밤.”

그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었다.

“서류상 남편이 아니라, 네가 그렇게 바라던 남편으로 돌아오지.”

라희의 숨이 멎었다. 드레스 옆에서 손이 꽉 쥐어졌지만,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준비해.”

윤찬이 살짝 물러서며 덧붙였다.

“마음이 바뀌었냐고 묻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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