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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핏빛 빗장 너머의 비밀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5 18:57:07

“부사령관님, 오셨습니까?”

낙성 부촌 자락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대부 저택의 웅장한 대문.

침략으로 원래의 주인들은 잔혹하게 도륙당한, 이제는 사츠마군의 임시 본거지에 당도했다.

그때 기괴한 인상의 사내가 그림자처럼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

사츠마군의 책사이자, 기괴한 영감(靈感)을 지닌 눈먼 사내.

그는 맹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타카오의 손아귀에 결박당한 채 서 있는 여인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를 탐색하듯 코를 끙끙거렸다.

사방에 진동하는 비릿한 전장의 피비린내 사이로.

기묘하게 피어오르는 이질적이고도 고결한 향취.

사내의 희번덕거리는 먼 눈이 여인의 형상을 훑자.

그녀는 소름이 돋아 바짝 몸을 웅크렸다.

“여인이군요. 그것도 아주 귀한 기운을 품은, 오늘 밤 쇼군(將軍)을 모실 포로입니까?”

책사의 음산한 질문에, 타카오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는 무심결에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쥔 거친 손에 힘을 더했다.

이내 감정을 완전히 지워버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쇼군의 심기만 괜찮으시다면야 그리되겠지. 그러니 자네는 서둘러 처소를 준비해 주겠나?”

“그런데 이상하군요.”

책사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허공의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여인에게서 짙은 피비린내가 나는데, 혹시 어디 다치기라도 한 것입니까?”

“아, 그게……”

타카오가 잠시 당황한 듯,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온몸을 가늘게 떨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 틈새로 검붉은 핏방울이 하얀 턱을 타고 내려와 회색 승복을 적시고 있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부사령관님. 상처 입고 피를 흘리는 여인은 불운을 가져오는 법입니다. 모름지기 몸에 단 하나의 흉도 없는 깨끗하고 정결한 여인이어야만, 쇼군의 그 강한 운기에 드는 액운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내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이 공간의 모든 공기와 비밀을 꿰뚫어 보듯 집요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게다가 이 여자에게선 단순한 계집의 것이 아닌, 기묘하도록 고결한 향내가 나는데. 도대체 정체가 누구입니까? 기운이 범상치 않습니다.”

책사의 집요한 추궁이 끈질기게 이어졌다.

타카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살벌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수려한 얼굴 위로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

타카오는 여인의 앞으로 큼지막한 체구를 성큼 내밀어 책사의 기묘한 무속적 감각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차갑게 말을 내뱉어냈다.

“아무도 아니네. 그저 전쟁통에 굴러먹던 흔한 계집일 뿐이지. 다친 여인이 쇼군께 액운을 부른다면 어쩔 수 없군. 그럼 이 여인은…… 내가 갖지.”

“……예?”

“귀한 제물인 줄 알았으나 흠집이 난 물건이라면, 쇼군께 바칠 수 없는 법 아닌가. 내 처소로 데려가 몸종으로 부리며 내가 직접 데리고 있겠네.”

장님의 책사는 눈이 보이는 것처럼 타카오의 얼굴을 끈질기게 읽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단호하고 압도적인 타카오의 태도.

이내 책사가 고개를 숙였다.

“부사령관님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알겠습니다.”

책사는 찝찝한 안색을 감추지 못한 채, 천천히 저택 반대편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책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타카오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둘러 여인을 이끌고 저택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자신의 안채로 향했다.

그때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부하 중 하나가 결국 의아함을 참지 못한 채 바짝 다가와 낮게 물었다.

“부사령관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여민국의 공주를 포로로 잡아 온 것은 분명 부사령관님의 거대한 공로가 아닙니까? 어째서 저 늙은 책사에게 거짓을 고하시고 공을 숨기시는지……”

타카오는 부하의 질문에 단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턱관절이 단단하게 맞물렸다.

이윽고 안채의 묵직한 목조 문 앞에 다다르자.

타카오는 슬그머니 주위를 살핀 후.

그녀와 자신, 그리고 함께 온 여섯 명의 부하들을 안으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가 나도록 대문을 걸어 잠갔다.

커다란 나무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운 바로 그 순간.

쉬이익―! 서걱―! 서거억―!

“아……! 읍! 웁!”

여인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공포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입에 물린 재갈에 가로막혀 먹먹한 비명만 그녀의 목구멍에서 찢기듯 울렸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타카오의 허리춤에서 번개처럼 뽑혀 나온 명검이 허공을 갈랐다.

순식간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뜨거운 피의 소리.

방금까지 그와 사선을 넘나들며 전쟁터에서 서로의 뒤를 봐주던 전우이자.

여인이 여민국의 공주라는 비밀을 알고 있는 그의 부하 여섯의 목이 연달아 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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