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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열쇠를 쓰지 않는 선택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30 04:05:06

“쓸지는 형수님이 정해요.”

이도의 손바닥 위에 작은 열쇠가 놓여 있었다.

세령은 한동안 그걸 바라봤다.

어머니 서재 맨 아래 서랍.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아무도 확실히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이도는 오래전 그 서재에서 태겸의 글씨가 적힌 봉투를 봤다고 했고, 혜란은 그런 편지는 없다고 했다.

열쇠만 돌리면 확인할 수 있었다.

세령이 손을 내밀었다.

이도는 아무 말 없이 열쇠를 건넸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어떻게 갖고 있었어?”

“예전에 어머니가 서재 정리시키면서 맡긴 적 있어요. 반납 안 했고.”

“일부러?”

“그땐 그냥 귀찮아서.”

이도는 잠깐 시선을 내렸다.

“지금은 그게 다행인지도 모르겠고.”

세령은 손안의 열쇠를 쥐었다.

“너는 내가 이걸 쓰길 바라?”

“내가 바라면 또 똑같잖아요.”

세령의 눈이 이도에게 멈췄다.

“형수님이 정해요.”

이번에는 정말 그 말뿐이었다.

세령은 열쇠를 가방에 넣고 문가를 나왔다.

차에 올라탄 뒤에도 손은 자꾸 가방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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