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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가면 뒤의 본질

作者: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8 10:03:38

기소 발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계열사 고위 임원 두 명과 외주 정비업체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었고,

형의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고의적 차량 조작 사건으로 공식 명명되었다.

언론은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차량 돌진 사건까지 겹치면서, 수사 방해 정황이 오히려 수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예상하지 못한 문서가 하나 더 도착했다.

익명 제보 형식으로 전달된 녹취 파일이었다.

파일에는 하나의 목소리와 계열사 로비스트의 통화 일부가 편집된 형태로 담겨 있었다.

대화는 중간이 잘려 있었지만, 특정 문장만 보면

마치 사건과 관련된 개인적 감정이 개입된 것처럼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건우는 파일을 듣는 동안 미간을 좁혔다.

“편집이야.”

그가 말했다.

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녹취는 분명히 조작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조작은 노골적이지 않았다.

여론을 다시 흔들 수 있을 만큼은 정교했다.

“이걸로 널 흔들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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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93. 배신의 상흔

    자금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하나는 노트북 화면을 확대했다.여러 개의 송금 기록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회사 결제처럼 보이던 금액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었다.“건우.”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이거 봐.”건우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여기.”하나는 특정 계좌를 가리켰다.“처음에는 회사 자회사 계좌로 돈이 들어와.”마우스가 움직였다.“그 다음.”다음 화면이 열렸다.“싱가포르 투자회사.”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하나는 화면을 하나 더 넘겼다.“여기서 다시 빠져.”새로운 계좌가 나타났다.건우의 눈이 멈췄다.“개인 계좌.”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잠시 침묵이 흘렀다.건우는 계좌 번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거.”그가 말했다.“회사 계좌 아니네.”하나는 천천히 말했다.“응.”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개인 이름이야.”건우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누구.”하나는 화면을 확대했다.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이거.”그녀가 말했다.“이름이 익숙해.”건우가 고개를 들었다.“누군데.”하나는 화면을 돌렸다.김도현건우의 눈이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그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형의 회사 재무담당 부사장.형이 가장 신뢰하던 사람이었다.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건우는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형이 죽기 전에 추적하던 돈의 끝이 형이 가장 믿던 사람에게 연결되어 있었다.“설마.”건우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확정은 아니야.”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근데.”잠시 후 이어 말했다.“가능성은 높아.”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건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창밖을 바라봤다.형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김도현의 얼굴도.항상 웃고 있던 사람.형이 해외 출장 갈 때마다 회사 일을 대신 맡기던 사람.그 사람이 형이

  • 형수의 밤   92. 흐르는 돈

    지윤 변호사 사무실에서 돌아온 뒤, 집 안 공기는 오래 가라앉아 있었다.하나는 거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었다. 화면에는 형의 회사 재무 자료가 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숫자들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여기 봐.”그녀가 조용히 말했다.건우는 소파에서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이 계좌.”하나는 숫자를 가리켰다.“자회사 결제 계좌인데.”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였다.“세 달 간격으로 큰 돈이 빠져나가.”건우의 눈이 좁아졌다.“얼마.”“평균 삼십억.”잠시 침묵이 흘렀다.건우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근데.”그가 말했다.“회사 결제면 문제 없잖아.”하나는 고개를 저었다.“문제는.”그녀는 다음 화면을 열었다.“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야.”화면에는 해외 송금 기록이 나타났다.싱가포르.케이맨 제도.그리고 이름 없는 투자회사.건우의 시선이 멈췄다.“페이퍼컴퍼니.”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본 것도 이거일 거야.”잠시 정적이 흘렀다.이건 단순 횡령이 아니었다.회사 안에서 조직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건우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형의 얼굴이 떠올랐다.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이었다.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항상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행동하는 사람이었다.그 사람이 굳이 변호사를 찾아갔다는 건 이미 확신에 가까운 증거를 잡았다는 뜻이었다.“그래서.”건우가 말했다.“형이 자료를 넘기려 했던 거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근데 그걸 누가 가져갔지.”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형의 죽음은 단순히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그 자료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막아야 했던 사건일 수도 있었다.밤이 조금 깊어졌을 때. 하나는 노트북을 덮었다.건우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건우.”그녀가 조용히 불렀다.그는 고개를 들었다.“

  • 형수의 밤   91. 증거의 실종

    정지윤 변호사의 사무실은 도심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안쪽에 있었다.크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간판은 분명했다. 법률사무소 지윤이라는 이름이 깔끔하게 걸려 있었다.건우는 건물 앞에 서서 잠시 간판을 바라봤다.“여기 맞아.”하나가 말했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이 문을 열면, 형이 마지막으로 준비하려 했던 것의 일부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하나는 먼저 문을 밀었다.사무실 안은 조용했다.책장이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단정하게 정리된 책상이 놓여 있었다.책상 뒤에 앉아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예약하셨나요?”목소리는 차분했다.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윤신우 대표 관련해서 왔습니다.”그 순간. 여자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반응은 짧았지만 분명했다.“윤신우 대표.”그녀가 천천히 말했다.“그 이름… 오랜만에 듣네요.”건우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그럼.”그가 조용히 말했다.“기억하신다는 거네요.”정지윤은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그리고 물었다.“두 분은.”건우가 먼저 대답했다.“동생입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정지윤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예상은 했어요.”그녀가 말했다.“언젠가는 누군가 찾아올 거라고.”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형이.”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사고 전에 여기 오셨죠.”정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의 대답은 단순했다.“맞습니다.”건우의 숨이 조금 무거워졌다.“무슨 얘기 했습니까.”지윤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말했다.“그건.”그녀의 시선이 조금 낮아졌다.“원래 말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하나는 바로 말을 이었다.“그래도.”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지금 상황은 다르잖아요.”정지윤은 한동안 두 사람을 바라봤다.그리고 결국 말했다.“윤 대표님은.”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회사 내부 자금 흐름을 조사

  • 형수의 밤   90. 준비된 증언

    이니셜 J.그 한 글자는 생각보다 많은 이름을 만들어냈다.하나는 변호사 협회 등록 명단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중 J로 시작하는 이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이었다. 형이 활동하던 도시와 인근 지역까지 범위를 넓히자 후보는 열 명 가까이로 늘어났다.“이 중에 있어.”하나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건우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 앉아 있었다.“확률이 높은 사람부터 보면 돼.”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굳이 개인 변호사를 찾았다는 건.”그녀는 말을 이어갔다.“회사 로펌을 피하려 했다는 뜻일 수도 있어.”건우는 그 말에 동의했다.형의 성격을 생각하면, 회사 문제라면 오히려 공식 채널을 썼을 것이다. 굳이 개인 변호사를 찾았다면 그건 회사 안에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았다.“찾았다.”하나가 화면을 멈췄다.건우가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뭐야.”하나는 모니터를 돌렸다.정지윤 변호사개인 법률사무소.주요 분야는 기업 내부 고발과 금융 범죄였다.건우의 눈이 미묘하게 좁아졌다.“내부 고발.”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왜 이 사람을 찾았는지.”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이제 조금 보이네.”잠시 후. 건우는 창가로 걸어갔다.형이 사고 직전에 변호사를 만났고, 그 변호사는 내부 고발 사건을 다루는 사람이었다.그 사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형은 죽기 전에 누군가를 고발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그 봉투.”건우가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들었다.“응.”“자료였겠지.”그의 말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하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고발 자료.”잠시 정적이 흘렀다.건우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래서.”그가 말했다.“누군가 그걸 가져간 거야.”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형은 그걸 넘기기 전에 죽었고.”그 말은 조용했지만 무거웠다.밤이 깊어질수록 집 안은 조용해졌다.하나는 서류를 정리하

  • 형수의 밤   89. 밀폐된 조각

    카페에서 돌아온 뒤, 하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변호사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작점은 필요했다.“변호사라면.”그녀가 조용히 말했다.“형이 만난 사람.”건우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었다.“로펌 소속일 수도 있고.”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개인 변호사.”그녀는 형의 회사와 관련된 법률 자문 기록을 먼저 확인하기 시작했다.회사 계약 로펌 목록.외부 법률 자문 계약.최근 2년 동안 새로 연결된 법률사무소.화면 위에 이름들이 하나씩 올라왔다.그러나 이상하게도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건우.”하나가 말했다.“이거 봐.”건우가 고개를 들었다.“형.”그녀는 화면을 돌렸다.“최근에 개인 법률 상담 기록이 있어.”건우의 눈이 멈췄다.“개인?”“응.”하나는 키보드를 조금 더 두드렸다.“회사 기록 말고.”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개인 계좌로 결제된 상담.”건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형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찾았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언제.”그가 물었다.하나는 화면을 가리켰다.“사고 나기 일주일 전.”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았다.잠시 후.하나는 화면을 더 확대했다.“이름은 가려져 있어.”그녀가 말했다.“근데.”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로펌 아니야.”건우는 고개를 들었다.“그럼.”하나는 화면 아래쪽을 가리켰다.“개인 사무소.”그리고 그 아래에 남아 있는 단서 하나.이니셜 : J건우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J.”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름일 수도 있고.”“사무소 이름일 수도 있고.”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그 짧은 이니셜 하나가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저녁이 깊어질수록 집 안 공기는 조용해졌다.하나는 부엌에서 컵을 정리하고 있었다.건우는 거실에 서 있었다.“하나.”그가 불렀다.그녀가 돌아봤다.“왜.”건우는 잠시 말을 찾다가 말했다.“오늘.”그는

  • 형수의 밤   88. 감정의 분열

    카페 직원의 기억은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었다.하나는 그날 다시 카페를 찾았고, 직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 여자분… 결제는 안 했어요.”건우가 눈을 들었다.“카드 안 썼어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분이 계산했어요.”그 말은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직원이 이어서 한 말이 문제였다.“근데요.”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명함 같은 거 봤던 것 같아요.”하나의 시선이 멈췄다.“명함?”“네. 테이블 위에 잠깐 올려놨었어요.”건우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어떤 거였어요?”직원은 머리를 긁적였다.“회사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말했다.“로펌이었어요.”공기가 미묘하게 가라앉았다.하나는 직원의 말을 천천히 반복했다.“변호사.”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느낌이었어요.”카페를 나와 차에 올라탄 뒤에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건우는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시동을 걸지 않았다.“형.”그가 낮게 말했다.“왜 변호사를 만났지.”하나는 잠시 생각했다.“회사 문제인가.”그녀가 말했다.“아니면 개인 문제.”건우는 고개를 저었다.“형 성격 알잖아.”그는 창밖을 바라봤다.“공식으로 처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하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그럼.”그녀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누군가 몰래 만나야 할 상황이었겠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잠시 침묵이 흘렀다.차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하나는 결국 물었다.“건우.”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혹시.”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형이… 누굴 고발하려 했던 건 아닐까.”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거실에 들어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하나는 테이블 위 서류를 정리했고, 건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러다 하나가 말했다.“건우.”그는 고개를 들었다.“왜.”하나는

  • 형수의 밤   17. 삭제된 것

    블랙박스 기록은 생각보다 허술했다.건우는 사고 당시 차량 정비 업체를 찾아갔다.차량을 인수해 처리했던 곳이었다.“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따로 보관 안 했습니까.”정비사는 고개를 저었다.“보험사에서 바로 가져갔습니다.”“복구 시도 기록은요.”“침수로 손상됐다고 들었습니다.”“비는 안 왔습니다.”정비사는 잠시 멈칫했다.“전면 파손이 심했으니까요.”같은 말.같은 흐림.건우는 더 묻지 않았다.보험사 기록을 재요청하자 답은 짧았다.원본 데이터 폐기.복구 불가.폐기.그 단어가 묘하게 걸렸다.형이 사고를 다시

  • 형수의 밤   16. 낮의 사람

    메시지는 짧았다.-낮에 봅시다. 사람 많은 곳에서.건우는 답장을 오래 쓰지 않았다.-장소 보내세요.주소는 형의 회사에서 두 블록 떨어진 카페였다.그는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했다.카페 안은 평범했다.낮은 음악, 대화 소리,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위험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그래서 오히려 더 긴장됐다.문이 열렸다.그리고,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어젯밤 골목에서 본 실루엣과 비슷했다.긴 머리. 단정한 차림. 이번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그녀는 주위를 한 번 훑고는 건우를 정확히 찾아냈다

  • 형수의 밤   14. 식탁 위의 잔

    해가 천천히 기울 무렵, 건우는 형의 집 앞에 다시 섰다.경찰의 출입 통제는 여전했지만, 현관 내부 사진은 이미 수차례 확인한 상태였다.그는 그날 밤의 거실 사진을 다시 들여다봤다.쓰러진 형. 깨진 유리. 뒤집힌 의자.그리고, 식탁 위에 놓인 두 개의 잔.그는 그걸 처음엔 지나쳤었다.그날은 비가 쏟아졌고,피가 바닥을 적셨고, 그게 더 눈에 들어왔으니까.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보였다.잔이 두 개였다.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나는 부엌에서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물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었다.건우는 잠시 서

  • 형수의 밤   13. 보이지 않는 사람

    통화가 끊긴 뒤에도, 건우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이제, 들을 준비 되셨나요.”그 목소리는 차분했고, 흔들림이 없었다.자신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아는 사람의 말투였다.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구야.”조금 뒤에야 물었다.건우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그날 집에 왔다고 하는 사람.”하나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뭐라고?”“9시 전에 왔다고.”짧은 정적.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장난 아닐까.”그 말이 너무 빨리 나왔다.건우는 고개를 저었다.“그 문장… 알고 있었어요.”“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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