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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흐르는 돈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6 07:10:08

지윤 변호사 사무실에서 돌아온 뒤, 집 안 공기는 오래 가라앉아 있었다.

하나는 거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었다.

화면에는 형의 회사 재무 자료가 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숫자들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 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건우는 소파에서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

“이 계좌.”

하나는 숫자를 가리켰다.

“자회사 결제 계좌인데.”

그녀는 마우스를 움직였다.

“세 달 간격으로 큰 돈이 빠져나가.”

건우의 눈이 좁아졌다.

“얼마.”

“평균 삼십억.”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건우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근데.”

그가 말했다.

“회사 결제면 문제 없잖아.”

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그녀는 다음 화면을 열었다.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야.”

화면에는 해외 송금 기록이 나타났다.

싱가포르.

케이맨 제도.

그리고 이름 없는 투자회사.

건우의 시선이 멈췄다.

“페이퍼컴퍼니.”

그가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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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4. 문장 사이의 공백

    회의실 창밖으로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잔잔했지만, 오래 갈 비였다.유림은 앉지 않았다. 테이블 끝에 서서, 파일을 내려다보는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대표님이 어제 저녁, 제게 전화를 하셨습니다.”그녀의 말투는 단정했다.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건우는 파일을 덮지 않았다.통화 기록의 숫자들이 시야에 남아 있었다.저녁 7시 12분.“오늘로 끝내자고 하셨다고요.”그가 되물었다.“네.”“무엇을.”유림은 잠시 침묵했다.답을 고르는 사람의 침묵이 아니라,상대를 재는 사람의 침묵이었다.“업무 관계를요.”

  • 형수의 밤   3. 마지막 통화

    아침은 비가 그친 뒤에야 찾아왔다.창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사라지자,집 안은 이상할 만큼 고요해졌다.어젯밤의 대화가 정말 있었던 일인지,건우는 한동안 확신하지 못했다.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그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익숙한 소리였다.누군가 이 집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낯설었다.하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서 있었다.머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어제 젖었던 코트는 의자에 걸려 있었다.“일어났어?”목소리가 차분했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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