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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22 07:19:41

연호의 거친 손길이 미옥의 붉은 명주 옷자락을 사정없이 낚아챘다. 투둑, 툭. 금사로 수놓아진 옷고름이 힘없이 뜯겨나가며 미옥의 하얀 어깨가 일렁이는 촛불 아래 백자 같은 속살을 드러냈다.

“너를 안고 부수며 숨 쉬게 만드는 자는 오직 나뿐임을 기억해라.”

연호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미옥의 쇄골 사이에 코를 묻고는, 살점이 뜯겨나갈 듯 그곳을 깊게 빨아올렸다. 붉은 용포(龍袍)가 거칠게 바닥으로 추락했고, 묵직한 목화(木靴)가 디디는 발소리가 침전의 정적을 무겁게 짓눌렀다.

연호의 뜨거운 혀가 미옥의 목덜미를 따라 진득하게 내려오더니, 가슴팍을 거쳐 하얀 복부를 훑고 내려갔다.

그는 미옥의 가느다란 허리를 낚아채듯 침상 안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가느다란 두 발목을 잡아 양옆으로 무자비하게 벌려냈다.

“……폐, 폐하?”

미옥이 당혹감에 젖은 눈으로 연호를 내려다보았다. 촛불 아래 비친 연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지독하게 요염했다. 그가 천천히 상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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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관의 비   55화

    “태후전의 차 상시께서, 마마를 뵙기를 청하시옵니다.”나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유희는 움켜쥐고 있던 치맛자락을 더욱 세게 말아 쥐었다. 수치심과 갈증이 뒤섞인 기묘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들이라.”문이 열리고,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들어온 차 상시는 여느 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덤덤한 얼굴이었다.유희는 가느다란 열기가 섞인 숨을 내쉬며 그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그녀를 마주한 차 상시의 눈가에는 음험하고 기괴한 조소가 매달려 있었다.“마마,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소인이 드린 연고가…… 입에, 아니 몸에 맞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사내 특유의 탁함이 전혀 섞이지 않은, 소년처럼 가늘고 매끄러운 미성이었다. 도리어 그 나긋나긋한 음색이 유희의 등골을 오싹하게 긁어내렸다.그녀는 화끈거리는 아래를 감추려 다리에 힘을 주며 짐짓 위엄을 차리려 애썼다.“네놈이 준 연고가 이상하다. 상처는 나았으나…… 밤잠을 이룰 수가 없어. 대체 그 안에 무엇을 섞은 것이냐!”날카로운 질책에도 차 상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락도 없이 유희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니, 바닥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그 굽혀진 허리의 곡선이, 마치 먹잇감을 향해 튀어 나가기 직전의 사나운 승냥이처럼 위협적이었다.“상처가 나았으니 이제 새로운 살이 차오르고, 피가 뜨겁게 도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사옵니까.”차 상시가 불쑥 손을 뻗어,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유희의 발목을 꽉 움켜쥐었다.“흣……!”일개 상시(常侍)의 불경한 손길이었으나, 사내의 차가운 체온이 닿는 순간 유희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억눌린 교성이 튀어나왔다. 소름이 끼칠 만큼 노골적인 몸의 반응에 유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하얗게 질렸다.차 상시의 손아귀가 발목을 타고 아주 천천히, 치맛자락 안쪽을 향해 미끄러져 올라오기 시작했다.“무, 무엄하다……! 어딜 감히……!”유희가 파르르 떨며 발을 빼내려 했으나, 춘약의 열기에 절어버린 몸은 끔찍하게도 그 서늘한 손길을 애타게

  • 환관의 비   54화

    침향각의 아침은 묘하게 들떠 있으면서도 무거웠다.미옥은 거울 앞에 앉아 빗질을 하면서도 자꾸만 제 목덜미를 쓸어내렸다.아무리 씻어내도, 제 안을 파고들던 하륜의 뜨거운 숨결과 체온이 살갗에 들러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특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제 안으로 처음 밀고 들어오던 순간 멈칫하던 하륜의 생경한 몸짓이었다.빗을 쥔 미옥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찰나의 망설임은.’혹시 주인님께서도 여인을 품어본 것이 처음이셨던 걸까.평생을 환관이라는 가면을 쓰고 지내오셨으니, 그간 다른 여인을 안았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하지만 미옥은 이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곧이어 뒤이어진 맹렬하게 몰아치던, 지독하리만치 노련했던 허리놀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아니지. 처음이라면, 손가락 하나만으로 어찌 나를 그리 완벽하게 길들이셨겠어. 나의 벌거벗은 몸을 샅샅이 훑어보시던 수많은 밤에도, 어찌 그리 서늘하고 이성적이실 수 있었겠어.’그렇다면 그가, 제 안을 파고들다 숨을 삼키며 멈칫했던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내가…… 다른 사내에게도 몸을 대는 여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망설임이었겠지.’무엇인지는 모르나, 자신을 안은 것 또한 계획의 일부가 변경된 것 뿐이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미옥의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자괴감에 휩싸여 파르르 입술을 깨물던, 바로 그때였다.“장명루는 어찌 되었나 보러 왔다.”예고도 없이 문이 열리며 연호가 불쑥 안으로 들어섰다“앗…… 폐, 폐하.”화들짝 놀란 미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하륜의 거친 악력이 닿았던 허리와 귓가가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행여 다른 사내의 체향이 풍길까 싶어 꾹 쥐어 짠 미옥의 두 손이 하얗게 질린 채 파르르 떨려왔다.짐짓 굳은 얼굴로 그 미세한 떨림을 내려다보던 연호의 귓가가, 아주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수줍어하는군.’평생 여인에게 다정히 다가가 본 적 없는 서툰 사내의 완벽한 착각이었다.갑작스러운 제 방문에 놀라 어찌할

  • 환관의 비   53화

    농밀했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하륜은 제 처소로 돌아와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땀에 젖어 흐트러진 망건을 풀어 내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창밖의 달을 바라보는 사내의 입술 끝이 아주 살짝 올라가 있었다.‘이래서 사내들이 그토록 춘정(春情)에 목을 매는 것이었나.’처음으로 여인을, 미옥을 제 아래에 두고 온전히 품어본 충격은 지독할 만큼 맹렬했다.아직도 콧가에 그녀의 비릿하고 달콤한 살 냄새가 맴도는 듯했다.파르르 떨리던 여린 내벽이 제 것을 꽉 조여 물던 감각을 떠올리자, 이내 가라앉았던 아랫도리가 다시금 뻐근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어쩌나, 미옥아. 나는 이제 매일 밤 네가 없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데.’항상 어둠 속에서 하륜의 등 뒤를 지키던 묵직한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때였다.망국의 무사이자, 어린 하륜을 단련시켜 이 지옥 같은 황궁으로 밀어 넣었던 유일한 심복.사혁이었다.“어쩐지…… 좋아 보이십니다.”“나쁠 것도 없지. 하나씩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냉혹한 말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이상하게도 물기가 배어 있었다.붉어져 있는 뺨, 흐트러진 옷 매무새.가만히 하륜의 모양새를 지켜보던 사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순정도 주고, 처음도 주시고…… 그것도 계획의 일부입니까?”쿵.처소 안의 공기가 일순간 굳어졌다.“……사혁.”“그것이 정녕…… 복수를 위한 지략이라면, 일이 틀어지는 제 새끼조차 순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계획의 일부가 아니라면.”하륜의 목소리가 신음처럼 낮게 긁혔다.“어찌할 작정이냐, 사혁. 내 칼날이 향해야 할 적에게 가기 전에…… 그 아이에게 먼저 꽂혀버렸다면.”당사자에게는 차마 말로 뱉지 못한 고백이었다.하지만 그 애틋한 고백 앞에서도 사혁의 눈빛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도리어 춘정에 허우적대는 주군의 환상을 깨부수려는 듯, 무감하고 건조한 질책이 돌아왔다.“너무 앞서나가십니다.”“…….”“남녀의 정이란 먹고 버려지기도 하는 것인데.”“미옥은 나를

  • 환관의 비   52화

    “윽…….”단단하게 억눌렀던 신음이 터지며, 단번에 밀고 들어가려던 하륜의 허리가 찰나의 순간 삐끗 어긋났다.매끄럽게 궤도를 타고 들어가는 대신, 좁고 뜨거운 살점이 빈틈없이 옭아매는 생경한 압박감.몸이 송두리째 녹아내릴 듯한 맹렬한 자극에 하륜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멈칫했다.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던 이론 따위는, 처음 겪어보는 열기 앞에서 단숨에 타버린 지 오래였다.‘이토록…… 지독하게 뜨거웠단 말인가.’하륜의 멈칫거림에, 당황한 미옥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본 순간이었다.숨이 턱 막혔다.늘 서늘하고 정갈하던 주인의 얼굴이, 짙은 정욕에 물들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단정하게 동여맸던 망건이 미세하게 흐트러져 내리고, 땀방울이 맺힌 턱선 위로 반쯤 감긴 두 눈이 오롯이 미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평소의 그 냉철하던 안광은 흔적조차 없었다. 오직 눈앞의 여인을 온전히 헤집어 삼키고 싶다는, 눅진하고도 노골적인 색기만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었다.‘저런 표정을…… 지으실 수 있는 분이었던가.’너무도 낯설고, 소름 끼치도록 관능적인 사내의 얼굴.그 색향에 미옥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단전에서부터 뭉클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그녀의 여린 내벽이 하륜의 거대한 상징을 본능적으로 꽉 조여 물었다.“……하아.”여인이 저를 탐욕스럽게 물고 늘어지는 순간.거친 숨을 토해낸 하륜의 턱관절이 무섭게 도드라졌다. 짧았던 머뭇거림은 그것으로 끝이었다.이번에는 주저함도, 어긋남도 없었다.하륜은 미옥의 좁은 내벽을 단숨에 자비 없이 끝까지 밀고 들어갔다.“아앗! 하아, 읏……!”끝을 모르고 깊숙이 파고드는 거대한 부피감에 미옥이 자지러지며 허리를 튕겼다. 하륜은 펄떡이는 미옥의 허리를 단단히 옭아매며, 곧바로 묵직하고도 맹렬한 허리놀림을 시작했다.처음의 헤맴이 온데간데없었다. 어디를 어떻게 찔러야 이 여인이 제 밑에서 정신을 놓는지 수 년을 맞춰온 사람처럼 본능적이고 정교했다.“아, 아윽! 주인, 님…… 하으!”

  • 환관의 비   51화

    미옥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지금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수 년을 제국 최고의 내관장으로 살아온 사내였다.환관의 아이라니.귓가를 때린 그 서늘하고도 기막힌 선언에 미옥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네……? 방금, 누구의 아이라 하셨습니까?”대답 대신, 미옥을 짓누르고 있던 하륜의 하반신이 더욱 바짝 밀착해 왔다.겹겹이 쌓인 비단옷을 뚫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묵직하게 파고드는 낯설고도 압도적인 열기.도저히 거세된 환관의 것이라 볼 수 없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팽팽하게 날이 선 온전한 사내의 상징이었다.“흐읍……!”순간 미옥은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듯한 충격에 숨을 들이켰다.경악으로 굳어버린 그녀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허공을 헤매다 이내 하륜을 향해 커졌다.가짜였다.그가 십수 년간 뒤집어쓰고 있던 완벽한 거세의 껍데기도, 서늘했던 금욕의 시간들도 모두 기만이었다.경직된 미옥의 허벅지 사이로 뜨겁고 거대한 덩어리가 기분 좋은 위협처럼 뭉근하게 문질러졌다.하륜은 하얗게 질린 미옥의 귓가에 입술을 묻으며, 낮고 나른하게 속삭였다.“이제 너도 내 가장 치명적인 목줄을 쥐었으니.”그가 살짝 허리를 퉁기듯 압박해 오자 미옥의 어깨가 파르르 튀어 올랐다.“이제 누가 누구의 주인인지 알 수 없겠구나.”위험하고도 달콤한 선언 끝에, 하륜이 불쑥 물었다.“싫으냐. 내 아이는.”오만하기 그지없는 사내의 물음이었으나, 미옥은 그 서늘한 눈동자 너머에 숨겨진 기묘한 긴장감을 읽어냈다.평생을 완벽한 지략가로 살아온 그가, 지금 이순간만큼은 제 발밑의 노비에게 선택을 구하고 있었다.미세하게 굳어있는 그의 턱관절이 보였다.그녀의 손목을 옭아맨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펄떡이는 맥박.그것은 두려움일까, 아니면 저와 같은 열망일까.미옥은 대답 대신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머릿속이 새하얘졌다.주르륵-.미옥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베갯잇으로 흘러내렸다.슬픔이나 두려움이 아니었다.끝내 닿지 못할 거라

  • 환관의 비   50화

    어둠이 내려앉은 황제의 침전.지밀상궁이 숨을 죽인 채, 붉은 융단이 깔린 은쟁반을 연호의 눈앞으로 조심스레 밀어 올렸다.쟁반 위에는 오늘 밤 황제의 수청을 들 후궁들의 이름이 적힌 합궁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연호의 시선은 은쟁반 위를 느릿하게 훑었다.아니, 훑을 필요조차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낮에 보았던 오색실을 엮던 가녀린 손가락과, 제 어깨에 기대었을 때 파르르 떨리던 까만 속눈썹만이 맴돌고 있었으니까.연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그러나 그가 무 숙원, 미옥의 이름이 적힌 패를 집어 들려는 찰나였다.“……어찌 된 일이냐.”연호의 미간이 서늘하게 좁혀졌다.미옥의 합궁패는 다른 후궁들의 것과 달리, 붉은 칠이 된 뒷면을 보인 채 뒤집혀 있었다.지밀상궁이 황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고했다.“송구하옵니다, 폐하. 무 숙원께서는 금일 경수(經水)가 비치시어, 옥체를 모실 수 없는 상태이옵니다. 하오니 오늘 밤은 부디 다른 이를…….”여인의 달거리.내명부의 엄격한 법도상 황제의 밤을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이유였다.하지만 연호는 불쾌하다는 듯 쯧, 하고 혀를 찼다.“상관없다. 안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저 얼굴을 보며 차나 한잔 나눌 참이니, 채비를 하라.”낮에 채 완성하지 못했던 그 장명루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저 얌전히 앉아 바느질을 하던 그 평화로운 광경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것은 사내로서의 욕정보다 앞선, 그의 인생 최초의 순수한 갈증이었다.그러나 지밀상궁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연호를 만류했다.“불가하옵니다, 폐하. 제왕의 지존하신 옥체에 부정한 피의 기운이 닿는 것 자체가 크게 흉하고 불길한 일이옵니다. 부디 법도를 지키시어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짐이 언제부터 그런 잔법도를 따지며 살았다고.”상궁의 결사적인 만류에도 연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피가 불길하다고?나는 이미 형제들의 피를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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