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269 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6-07 09:06:11
정전(正殿)에 모여든 만조백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곤혹스러움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조회가 열리기 전, 문이 닫힌 전각 안에서는 낮고 은밀한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아무리 폐하의 총애가 깊다 하나, 근본도 없는 출신에게 정1품 귀비(貴妃)의 자리라니요. 이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쯧쯧, 목소리 낮추시오. 제아무리 반대 상소를 올린들, 작금의 상황에 누가 감히 폐하께 목숨을 걸고 간청을 하겠소.“

대신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혹여나 궐내의 귀에 들어갈까 전전긍긍하며 목소리를 죽였다.

그 꼴을 보던 늙은 대신 하나가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Pinakabagong kabanata

  • 환관의 비   300 화

    다음 날 아침. 눈부신 햇살이 스며드는 전각 안.미옥은 나른한 손길로 정무를 앞둔 연호의 허리띠를 매어주고 있었다. 연호는 말없이 턱을 괸 채, 제 앞의 미옥을 내려다보았다.어젯밤 초희가 쏟아낸 그 끔찍한 병증.포궁악창이라 했던가.연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우연치고는 지나치게 완벽한 타이밍이었다.‘네가 부린 수작이겠지. 그러니 셋이 함께하자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꺼냈겠지.’연호는 제 옷깃을 여미는 미옥의 턱을 느릿하게 쥐어 올렸다.‘궁에 나가 있던 그 시간 동안 무엇이 너를 이리 변하게 만든 거지? 아무래

  • 환관의 비   299 화

    안락당(安樂堂).평안을 누리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은 황궁에서 가장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웅크린 무덤이었다.굳게 닫힌 창살 너머로 훅 끼쳐오는 공기는 멀쩡한 사람의 폐부마저 단숨에 병들게 할 만큼 무겁고 탁했다.독하게 달여낸 탕약 냄새, 시체를 닦아낼 때 피우는 값싼 향 냄새, 그리고 그 모든 것으로도 덮지 못한 채 허공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는 썩은 피고름의 비린내.낡은 병풍 너머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생명이 꺼져가는 자들의 가래 끓는 숨소리와 건조한 신음뿐이었다. 살아 숨 쉬는 사람의 생기(生氣)라고는 단 한 줌

  • 환관의 비   298 화

    "아읏……!"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래를 파헤쳐지는 수치심에 초희가 신음을 뱉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초희의 안쪽 깊은 곳을 짚어보던 의녀의 두 눈이 공포로 크게 확장되었다. 부드러워야 할 살점 너머로, 기괴할 정도로 크고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진 탓이었다.의녀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털썩 주저앉으며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폐하! 이, 이건 단순한 염증이 아니옵니다!""무슨 소리야! 네년이 내게 분명 며칠 쉬면 낫는 병이라 하지 않았느냐!"초희가 피가 날 만큼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으나, 의녀는 사시나무 떨듯 고개를

  • 환관의 비   297 화

    끔찍한 악취의 근원이 다름 아닌 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초희의 입술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초희는 사시나무 떨듯 경련하며 허겁지겁 침상 위에 깔린 붉은 비단 이불자락을 끌어당겨 제 흉한 아래를 가렸다. 그러나 덜덜 떨리는 손끝에 피가 섞인 끈적하고 탁한 갈색 고름이 미끈하게 묻어나오자,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로 뒤덮혔다."당장 치워라."머리 위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음성이 떨어져 내렸다."저 더러운 것을 당장 연화당 밖으로 내던져."연호는 초희를 여인은커녕 사람으로도 보지 않는다는 듯, 혐오가 담긴 얼굴로 굳게 닫힌 문 너

  • 환관의 비   296 화

    그 순간, 초희의 심장이 바닥으로 쿵 처박혔다.위는 입은 채 아랫도리만 벗으라니. 그것은 여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교감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이고 수치스러운 명령이었다.하지만 굴욕감에 굳었던 것도 아주 찰나였다. 초희는 이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번들거리는 눈빛을 빛냈다.'수치심? 그깟 게 대수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사내의 혼을 쏙 빼놓고 옭아매는 건 아랫도리뿐이야. 세상천지에 그보다 확실하고 중요한 게 어디 있어.'애초에 고고한 귀족 영애들처럼 고상한 교감을 나눌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단 한 번, 저 오만하고

  • 환관의 비   295 화

    끼기긱-.무거운 연화당의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독한 향유를 머리끝까지 들이붓고, 치맛자락 아래로는 아직도 매캐한 쑥 훈증 냄새를 품은 초희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문턱을 넘어서던 찰나였다."……!"초희의 걸음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의 시선은 반쯤 걷힌 붉은 휘장 너머, 너른 침상 위로 벼락처럼 내리꽂혔다.그곳에는 숨 막히도록 농밀하고도 노골적인 정사(情事)의 한복판이 펼쳐져 있었다.붉은 곤룡포를 반쯤 벗어 던진 연호가, 제 무릎 위에 미옥을 온전히 올려앉힌 채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

  • 환관의 비   251 화

    "……마마. 처음 뵙겠사옵니다."초희의 시선이 미옥의 치맛자락 아래, 간신히 땅을 디디고 있는 위태로운 발목을 향해 진득하게 휘감겼다.'하. 겉으로는 저리 고운 비단옷을 둘러놓았으나, 속은 안 봐도 뻔하지. 사내의 애를 태우기는커녕 흉측한 상흔이나 가득할 망가진 몸뚱아리가 아니더냐.'초희의 붉은 입꼬리가 은밀하게 비틀려 올라갔다.기방에서 숱한 사내들의 밑바닥을 겪어온 그녀였다.사내란 결국 여인의 보드라운 살결과 교성 앞에서 이성을 잃는 짐승.제아무리 황제라 한들, 제 스스로 다리를 벌리지도 못하는 저런 병신 같은 몸뚱아리

  • 환관의 비   250 화

    육중한 연월당의 문이 열리는 순간, 초희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훅 끼쳐오는 이국의 진귀한 향내.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두껍게 깔린 서역의 명주 양탄자와, 벽면을 가득 채운 붉은 비단 휘장들.제게 주어진 썰렁한 처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황제가 제 여인을 위해 긁어모은 기괴할 정도의 거대한 애정이 전각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이, 이게 다 한낱 종년에게 내린 것이란 말인가……!'초희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이 징그러울 정도의 화려함을 등에 업고 있는 여인이라면, 필시 짙은 화장과 농염한 자태로 사내의 혼

  • 환관의 비   249 화

    아침 햇살이 들이치기 무섭게, 침전 안으로 늙은 상궁과 궁녀들이 무리 지어 들어섰다."뫼실 처소가 마련되었으니, 이만 발걸음을 옮기시지요."말투는 꼬박꼬박 존대를 갖추고 있었으나, 상궁은 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채 서늘한 눈으로 초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털끝만 한 복종심도 담겨 있지 않은 꼿꼿한 목덜미였다.상궁의 턱짓이 가볍게 떨어지기가 무섭게, 궁녀들이 초희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가 덮고 있던 황제의 붉은 비단 이불을 홱, 거칠게 걷어냈다.채 옷깃을 여미지도 못한 초희가 수치심에 몸을 움츠렸으나, 궁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

  • 환관의 비   248 화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훗날 제 님의 앞길을 닦기 위한, 제국을 갉아먹을 가장 완벽한 독약(毒藥)이 될 터였으니.그녀의 건조했던 입술 위로, 서릿발처럼 차갑고도 매혹적인 호선이 느릿하게 그려졌다.탁자 앞에 앉은 미옥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제 지근거리를 지키고 선 나이 지긋한 상궁을 향해 무심하게 눈길을 던졌다."듣자 하니, 어젯밤 침전에서 황제의 승은(承恩)을 입은 이가 따로 있다던데."낮게 가라앉은 미옥의 물음에 상궁이 아차 싶은 듯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새로이 귀인의 자리에 오른 미옥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궐내의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