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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 동안 나는 이방인이었다

일곱 해 동안 나는 이방인이었다

By:  아리리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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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을 한 뒤, 우리 여섯 명은 마지막이라는 명목으로 프리웨딩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저녁이 되자 절친 임유미가 ‘24시간 커플 체인지’ 게임을 제안했다. 같은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뽑은 사람끼리 하루 동안 연인처럼 지내는 게임이었다. 반대로 빈 카드를 뽑은 이는 잡일을 전담하며 모두의 찍사이자 짐꾼이 되어야 했다. 첫 번째 라운드, 내가 집어 든 것은 서늘한 빈 카드였다. 약혼자 윤경찬과 임유미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달 모양 카드를 뽑았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일출을 보러 갔고 나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세 사람 몫의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짊어졌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도 내가 뽑은 건 또 빈 카드였다. 이번에 두 사람이 뽑은 것은 장미 카드였고 거기에 걸린 미션은 1분간 포옹하기였다. 모두가 두 사람을 둘러싸고 환호와 야유를 보내는 동안, 나는 그 곁에 서서 무덤덤하게 스톱워치의 시간을 재고 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라운드... 그렇게 무려 일곱 번이나 나는 매번 그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군더더기 같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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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마지막 날 밤, 두 사람은 똑같은 ‘웨딩드레스 카드'를 뽑았다.

룰에 따라 두 사람은 즉석에서 약식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임유미는 내가 챙겨온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윤경찬은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약혼반지를 빼내 그녀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주변에 몰려든 친구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외쳤다.

“키스해!”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윤경찬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취해 환호하는 사이, 나는 카드가 담겨 있던 랜덤 상자를 열어보았다.

내 상자에 든 건 전부 빈 카드인 반면 윤경찬과 임유미의 상자에는 똑같은 달과 장미, 웨딩드레스가 넘쳐나도록 들어차 있었다.

내 운이 나빴던 게 아니었다.

이 잔인한 게임 자체가 애초에 두 사람만을 위해 짜인 판이었던 것이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모바일 청첩장을 미련 없이 전부 삭제했다.

고작 여섯 명의 여행에서조차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도 그들을 위해 자리를 내여줄 필요는 없었다.

청첩장을 삭제하는 순간에도 야속하게 등 뒤에서는 다시금 거대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 환호 속에서 윤경찬은 임유미와 나눈 입맞춤을 끝내고 허리를 감싸던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새빨갛게 상기된 임유미는 여전히 그의 어깨를 쥔 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아쉬움에 겨워 크게 소리쳤다.

“한 번 더!”

윤경찬은 피식 웃으며 툭 내뱉었다.

“꺼져.”

하지만 말과 달리 그녀를 선뜻 밀어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나를 발견한 임유미는 그제야 불현듯 생각이라도 난 것처럼 고개를 숙여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졌다.

“다인아, 반지가 꽉 끼어서 안 빠지네.”

그녀는 천진한 말투로 내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늘 딱 하룻밤만 끼고 있으면 안 될까?”

그 약혼반지는 내 생일날 윤경찬이 건넸던 선물이었다.

분명 내 손가락 둘레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것이라 했었는데, 지금 임유미의 손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꼭 들어맞아 있었다.

나는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이토록 순순히 승낙할 줄은 몰랐다는 듯, 윤경찬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

“서다인, 억울하다는 표정 좀 짓지 마. 다들 우리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서 온 여행인데, 고작 게임 하나로 분위기 망치지 말고.”

나는 그를 가만히 마주 보았다.

“나 분위기 안 망쳤어.”

“그럼 표정 좀 풀어.”

어느새 진승현이 휴대폰을 치켜들고 있었다.

“자, 일일 신랑 신부 여기 보세요!”

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윤경찬과 임유미 곁으로 몰려들었다.

다섯 명이 나란히 서니 제법 보기 좋은 구도가 완성되었다.

그러자 진승현이 당연하다는 듯 내게 휴대폰을 쓱 건넸다.

“서다인, 네가 사진 제일 잘 찍으니까 여러 장 찍어 줘.”

나는 묵묵히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그들은 다정하게 바싹 붙어 섰다.

정중앙에 자리한 윤경찬의 곁에서, 내 웨딩드레스를 입은 임유미가 그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남은 세 사람이 그 둘을 에워싼 모습은 영락없는 진짜 결혼식 단체 사진 같았다.

“서다인.”

윤경찬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를 재촉했다.

“멍하니 서서 뭐 해?”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그들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한 장, 두 장, 십여 장을 찍는 동안, 그 수많은 사진 속에 내 모습은 단 한 컷도 존재하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두 시였다.

애초에 나는 더블 스위트룸 세 개를 예약해 두었었다.

나머지 네 명이 두 방을 나눠 쓰고, 나와 윤경찬이 남은 한 방을 함께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룸 키를 나눠 가질 때 주우빈이 갑자기 실실 웃으며 선언했다.

“커플 교환 시간이 아직 12시간 남았어. 룰에 따라서 오늘 밤 경찬이는 유미랑 한방을 써야 해.”

룸 키를 쥔 내 손이 차갑게 굳었다.

“같은 방을 쓰는 것도 룰이라고?”

임유미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해명했다.

“단순히 한방에서 자는 것뿐이잖아. 스위트룸이라 침대도 두 개고. 우리가 딴짓을 할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윤경찬 역시 정색하며 거들었다.

“다들 있는 데서 우리가 무슨 짓을 한다고 그래?”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나는 어디서 자?”

일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얽혔다.

이내 진승현이 복도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경찬이랑 유미가 배정받은 곳이 패밀리 스위트룸이잖아. 거실에 소파 베드가 마련되어 있으니까 넌 거기서 눈을 붙이면 되겠네.”

다시 말해, 내 약혼자와 내 절친이 들어간 방문 밖에서 내가 잠을 청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들이 방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으며 이놈의 빌어먹을 24시간짜리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어처구니없게 느껴졌다.

“방을 따로 하나 잡을게.”

내가 몸을 돌리자, 주우빈이 다급히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에이, 깐깐하게 그러지 마. 여기 하룻밤에 수십만 원이나 하는데 뭐 하러 아깝게 돈을 낭비해? 어차피 우리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서 서로 볼꼴 못 볼 꼴 다 아는 사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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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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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침대 머리맡에 서 있던 내 손끝이 서서히 차갑게 식어 갔다.오직 나만 쏙 빠져 있는, 그들만의 단체 채팅방이었다.화면을 터치해 대화 내역을 가장 위로 끌어올리자, 3개월 전 작성된 첫 기록이 모습을 드러냈다.임유미가 올린 ‘커플 체인지 게임’ 캡처 사진이었다.[서다인은 항상 우리 무리에 어울릴 수 있다고 장담하잖아?][그럼 과연 몇 라운드까지 견디나 테스트나 해보자.]바로 밑에는 주우빈이 보낸 답장이 이어져 있었다.[다인이 카드는 전부 꽝으로 채워놓자.]뒤이어 진승현도 신이 난 듯 거들었다.[경찬이랑 유미 카드는 똑같이 맞추고.][손잡기, 안아주기부터 키스까지 가버리면 아주 자극적이겠는데.]대화 내역을 차례로 내려 읽는 동안, 윤경찬은 초반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짧은 메시지 하나를 남겨 놓았을 뿐이었다.[너무 선 넘진 마.]나는 화면 속 그 글자들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적어도 그가 이 잔인한 장난을 말리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기대를 잠시 품었다.하지만 윤경찬의 메시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서다인 걔, 쓸데없이 진지하잖아.][당장 결혼식 준비도 걔가 다 해야 하는데 진짜로 빈정 상해서 떠나게 만들진 말고.]진승현이 빵 터진 이모티콘을 보냈다.[걱정 마, 걔 너 절대 못 떠나.][하긴.]윤경찬의 그 짧은 대답 하나에, 마치 뺨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한 충격이 덮쳐왔다.그 역시 이 모든 판이 나 한 사람을 철저히 바보로 만들기 위한 연극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내 상자 속 카드가 모조리 빈 카드였다는 사실도, 일행 모두가 코너에 몰린 나를 구경하려고 기다렸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미련스러울 정도로 이 모든 걸 참아낼 것이라는 사실까지 싹 다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그가 한 유일한 걱정은, 친구들이 너무 선을 넘는 바람에 내가 삐쳐서 제 결혼식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봐, 오직 그뿐이었다.대화 내역을 계속 아래로 내려 보자, 그 뒤로 이어진 건 이번 여행 일정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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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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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 후 일주일 동안, 윤경찬은 내가 갈 만한 곳을 전부 샅샅이 뒤졌다.하지만 그 누구도 내 행방을 알지 못했다.끊임없이 날아오는 그의 메시지는 처음에 던지던 강요에서, 점차 구차한 변명과 애원으로 바뀌어 갔다.[서다인, 제발 돌아와.][그때 그 장난은 내가 사과할게.][결혼식은 다시 올리면 되잖아.][그 반지, 진짜 임유미 준 거 아니야.][걔한테 당장 돌려주라고 했어.][네가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앞으로 모든 모임에는 무조건 너도 끼워 줄게.]그 마지막 문장을 그는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헛웃음을 터뜨렸다.나는 분명 늘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나를 진정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었다.이제 내가 떠나고 나니, 생색을 내며 자리를 내어주겠노라 나서는 꼴이라니.그가 보낸 모든 메시지는 바다에 던진 돌멩이처럼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여드레째 되는 날, 임유미가 찾아왔다. 그녀는 반지를 탁자 위에 툭 내려놓고는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경찬아,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건 우리 둘 아니야?”“다인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너 분명 나 몇 년이나 좋아했었잖아.”윤경찬은 그 반지를 말없이 응시하기만 했다.“그래서? 다인이는 이미 떠났어.”임유미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우리 다시 시작하면 돼. 우리 다섯이서 예전처럼 다시 뭉치면 되잖아.”예전, 내가 없던 그 시절에 그들 다섯은 물샐틈없이 끈끈했었다.누군가 질투할까 봐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무리에 겉도는 이방인을 챙겨주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었다.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모습 아니었던가?하지만 윤경찬의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식당 구석에 홀로 앉아 있던 나의 그림자였고 카메라 렌즈 바깥에서 홀로 서 있던 그림자, 그리고 캐리어를 끌고 쓸쓸히 떠나던 나의 그림자였다.그는 그제야 처음으로 깨달았다.나는 그들 다섯의 울타리를 깨부수러 들어온 이방인이 아니라, 그가 직접 손을 잡고 데려와 평생 지켜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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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석 달 뒤, 윤경찬은 마침내 내 소식을 알아냈다.나는 북쪽 바닷가에 자리한 작은 도시에 머물면서 다큐멘터리 제작팀에 합류해 외딴 지역의 여성 장인들을 촬영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그는 밤새 달려와 낡은 부두 근처에서 나를 찾아냈다.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흩날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는 바람막이 재킷 차림으로 그물을 짜는 노인을 촬영하고 있었다.윤경찬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한참 동안이나 나를 바라보았다.늘 그들 다섯 사람만을 담아내던 내 카메라가, 처음으로 그들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는 모습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나는 웃고 있었다.누군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도, ‘분위기 깨지 마’라는 요구에 억지로 맞춰 낸 웃음도 아니었다.그토록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그는 수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촬영이 끝나고 몸을 돌리다 그를 발견한 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거두어졌다.“여긴 왜 왔어?”윤경찬은 목이 꽉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는 내내 준비했던 말들이 죄다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는지,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뗐다.“나랑 돌아가자.”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여기가 내 일터야.”“그만두면 되잖아.”대답은 너무도 빨랐다. 예전부터 늘 그래왔듯, 그는 또다시 내 삶을 제 맘대로 결정짓고 있었다.“결혼식은 내가 다시 준비할게. 단톡방에서도 이미 나왔어. 임유미도 더는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 거고. 앞으로는 오직 우리 둘뿐이야.”나는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윤경찬, 넌 아직도 모르는구나.”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내가 떠난 건 네가 단톡방에서 나오길 바라서가 아니야. 임유미와 연을 끊으라고 강요하려던 건 더더욱 아니고.”“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데?”“네가 싫어졌어.”바닷바람이 우리 사이를 서늘하게 스쳐 지나갔다.윤경찬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 갔다.“고작 게임 하나 때문에?”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넌 정말 그게 단순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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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과거의 나는 이 말을 그토록 오래 기다려왔다.그가 조금만 일찍 말해주었더라면... 내가 처음으로 그들에게 버려졌을 때...처음으로 그들 다섯 명의 단체 사진을 바라보며 소외감을 느꼈을 때...내 생일보다 임유미의 눈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처음 깨달았을 때...그때 그가 이 말을 해주었더라면, 나는 분명 돌아갔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차분하게 말했다.“고칠 필요 없어. 앞으로 누구를 사랑하든, 누구를 선택하든, 누구와 함께하든 이제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윤경찬은 대답 대신 반지를 손에 으스러지도록 쥐었다. 그 단단한 금속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마치 예전에, 그 반지가 내 손을 무참히 아프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정말... 나를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거야?”나는 잠시 침묵했다.“사랑했었어.”순간 그의 눈빛에 희미한 생기가 돌았다.그러나 나는 곧바로 나지막이 덧붙였다.“하지만 그 일곱 장의 빈 카드 속에서 내 사랑은 닳고 닳아 마침내 흩어져 버렸어.”윤경찬은 바로 떠나지 않고 작은 도시에 보름이나 더 머물렀다.그는 매일 촬영장에 나타나 제작진의 장비를 옮겨주고, 물을 챙기고, 차량을 점검하면서 예전의 나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들을 묵묵히 해냈다.하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단 한마디도 더 건네지 않았다.마침내 그 작은 도시를 떠나기 전날, 윤경찬이 마지막으로 나를 찾아왔다.그는 하드디스크 하나를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그 안에는 그들 다섯 명이 함께 나눈 단체 채팅 기록이 전부 들어 있었다.그리고, 그가 직접 쓴 사과 편지도 함께였다.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 사람들이랑은 진작 관계 끊었어. 승현이도, 다른 애들도 다 자기들이 틀렸다는 거 알아. 너한테 사과하고 싶어 해.”“그럴 필요 없어.”나는 고개를 저었다.“그 애들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젠 상관없어. 나를 그 자리에 묶어뒀던 건 처음부터 너였고, 결국 내가 떠나게 만든 것도 너였으니까.”윤경찬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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