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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Aвтор: 차라
평소 장소월은 그저 가볍게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했다.

전연우도 장소월이 디자인 도안을 그리는 걸 눈여겨봐 왔다. 기억은 희미해질지 몰라도, 몸엔 그녀의 과거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었다.

장소월은 손으로 도안을 쓰다듬으며 멋쩍은 듯 말했다.

“이거 별로 잘 그린 것도 아닌데... 왜 챙겨놨어?”

별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 도안을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아이는 화난 척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엄마가 그린 게 왜 별로예요!”

전연우가 다가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이 정도 디자인 수준은 전문가급이야.”

장소월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

전연우는 업계에서 모두의 인정을 받는 최고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평가해주니 감정적 편향이 다소 있다는 걸 알면서도 꽤나 흐뭇했다.

많이 지쳐 보이는 장소월의 모습에 전연우는 직원에게 그녀를 휴게실로 데려가 커피와 다과를 준비해주라고 말했다. 별이는 전연우를 따라 예복을 갈아입으러 향했다.

장소월은 오랜만에 맛보는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평소 전연우는 커피가 중추신경을 자극한다며 그녀에게 마시지 말라고 했다.

예복을 갈아입고 휴게실로 돌아온 전연우와 별이를 본 순간 장소월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비슷한 스타일의 정장을 입고 있는 부자의 모습은 마치 확대와 축소 버전 같았다.

장소월은 드레스 자락을 들고 일어나 전연우와 별이의 주위를 빙빙 돌며 그들의 옷맵시를 관찰했다.

“엄마, 저 어지러워요!”

별이가 장소월의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거 아직 첫 번째 옷이라고요!”

전연우가 잠시 전화를 받고 돌아왔을 때, 별이와 장소월은 이미 사진을 찍고 있었다.

별이가 그를 향해 손짓하며 소리쳤다.

“아빠, 빨리 와요!”

한 세트 촬영을 마친 뒤, 입구에서 직원들이 몇 개의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별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던 장소월의 앞에 그 상자들이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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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인터넷에 심수정에 대한 연예 뉴스가 떠돌았다. 그녀가 인맥을 통해 몸을 팔아 기회를 얻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장소월은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은 담담한 눈빛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별이가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으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오늘 우리 사진 찍으러 갈까요?”집에는 여전히 가족 세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었다.옆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전연우가 몸을 돌려 장소월을 바라보았다.장소월은 두 사람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가자.”차가 웨딩드레스 숍 앞에 멈추자 장소월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웨딩사진도 보충해야지.” 운무 마을에서 전연우는 장소월에게 결혼식을 다시 치러주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웨딩사진과 가족사진을 찍을 차례였다.장소월은 굳이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별이의 기대에 찬 눈동자를 보고는 말을 삼켰다.모든 드레스는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그 정교함은 감탄을 자아냈다.드레스 한 벌을 입어볼 때마다 그녀는 마치 고급 예술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분이었다.사진사는 지칠 줄 모르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포착했고, 별이와 전연우는 최고의 응원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세 벌을 입어보고 나니 장소월은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녀는 인어공주 드레스를 들고 맥없이 멍하니 서 있었다.그때, 별이가 앞으로 나서며 뒤에 숨겨둔 도면을 꺼냈다.장소월에겐 익숙한 도면이었다. 며칠 전 그녀가 잡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웨딩드레스를 스케치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내버려 둔 것이었다. 별이는 당시 방해하지 않으려 그녀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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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전연우는 늘 회사 일은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끝내곤 했다. 아무리 큰 위기라도 장소월보다 중요할 순 없으니 말이다.심수정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회사 근처에서 잠복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눈에 띄지 않으려 쓴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혀 눈썹이 절로 찌푸려졌다.장소월은 전연우에게 밥을 배달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별이와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었다.“그냥 우리 나갈 수 있게 해줘...” 장소월의 목소리에는 무력감과 답답함이 뒤섞여 있었다.전연우는 장소월과 별이가 외출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밥 배달은 그저 급조한 구실일 뿐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는 눈동자에 깊은 어둠을 드리운 채 긴 다리로 성큼성큼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갔다.인내심을 갖고 애써 차분히 기다리던 장소월은 전연우가 대답하지 않자 조금 토라진 듯 쏘아붙였다.“나 어린애 아니야!”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의 전연우는 깜짝 놀라 손에 든 휴대폰을 좀처럼 내려놓지 못했다.장소월의 화난 모습을 본 별이는 손에 쥔 레고를 내려놓고 다가가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맑은 눈동자는 순식간에 장소월의 마음속 답답함을 풀어주었다.별이는 뭔가를 짐작한 듯 물었다.“엄마, 아빠랑 싸웠어요?”아빠와 엄마가 싸웠다면, 그는 무조건 아빠 편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다니요!”그 말에 장소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별이가 곁에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비록 예전의 많은 기억을 잊었지만, 혈연은 그녀와 별이를 자연스레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유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장소월은 별이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마쳤지만, 문제는 어떻게 나가느냐였다.그 고민을 해결하기도 전에, 계단을 타다다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생기 넘치는 별이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엄마, 유 할머니 전화 맞죠?”확인하지 않아도 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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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월의 제안으로 전연우는 별이에게 국어, 수학, 영어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었다.“엄마, 이 문제들 난이도가 전혀 없어요!” 별이가 따분하다는 듯 말했다.“이런 거 안 할래요!”장소월은 최근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주로 옷 디자인 도안을 그렸다.별이는 시험지를 옆으로 밀어놓고 두 손을 가슴 앞에 포갰다.장소월이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달랬다.“그럼 선생님한테 난이도를 바꿔 달라고 할까?”별이는 선생님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들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과외 선생님들을 해고해달라고 말했다. 별이가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하여 그녀는 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결정했다. 며칠을 버티든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그 이후를 생각하기로 했다.별이의 현재 지능으로는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게 적합하지만, 장소월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별이는 투덜거리면서도 한 번 유치원에 가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연우는 별이를 믿고 늘 자유롭게 두는 편이었다. 장소월이 엄마로서 아이를 관리하려는 책임을 다하려 하니, 그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별이가 유치원에 간 날, 장소월은 거의 종일 함께하며 아이를 지켜보았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아들에게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교성이 뛰어나기까지 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녀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다.하원 시간, 장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일은 유치원 안 가도 돼.”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와, 너무 좋아요!”심수정은 장소월과 대화할 기회를 잡기 위해 그녀를 미행하도록 사람을 보냈다. 그녀가 촬영장에서 급히 달려왔을 때, 다행히 장소월은 아직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유치원 입구는 질서정연하긴 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장소월은 어렴풋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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