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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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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58화
공사 현장을 반 바퀴 정도 돌았을 때, 장소월은 신발에서 평소 같지 않은 무게가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진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앞선 전연우는 현장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의 신발도 깨끗하진 않았다. 순간 자신이 이상한 건 아니라는 위안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걷다 보니 진흙이 신발 안으로 들어왔다.전연우는 책임자와 이야기를 마치고 장소월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이 느려졌다는 것을 느낀 그는 서류를 김민준에게 넘기고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신발에 비닐봉지라도 씌울까 생각하던 중, 그녀는 돌연 그의 품에 쏙 안겨버렸다.이곳 공사 현장에서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이었다. 조금 전부터 꽃같이 화사한 여자 두 명을 힐끔거리던 그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사람들 많아. 내려놔.”장소월은 몸을 버둥거리며 내려가려 했지만 남자의 힘이 워낙 셌기에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이우림은 씁쓸함이 밀려와 고개를 푹 숙인 채 맥없이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옆에선 김민준이 가끔씩 일 핑계로 말을 붙였다.전연우는 장소월을 안고 현장을 나온 뒤에도 여전히 내려놓지 않고 김민준을 힐끗 쳐다보았다.김민준은 곧바로 자신이 현장 일을 맡아야 함을 알아챘다.이우림은 장소월과 전연우가 차에 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느라 김민준이 말을 걸어도 듣지 못했다.남원 별장, 문에 채 들어서기도 전에 전연우는 장소월의 신발을 벗겨 던져버렸다. 그런 거친 행동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나... 나중에 버릴게...”공사 현장에 적합한 신발로 갈아신지 않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신발 커버를 깜빡한 탓이다.전연우는 장소월의 민망함을 알아채고는 물었다.“내 앞에서 부끄러워할 게 뭐가 있어?”장소월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좀 민망할 법도 하지 않은가?’전연우가 장소월을 소파에 앉히자 그녀는 도우미를 부르려 손짓했다. 하지만 전연우는 조용히 일어나더니 적당한 온도의 따뜻한 물이 담긴 대야와 마른 수건을 들고 왔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57화
전연우는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장소월이 쉬어야 할 시간이지만 잠시 일에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했다.이우림은 전연우의 시선이 소파의 장소월에게 고정된 걸 보고는 눈치껏 조용히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장소월은 잠시 잠들었다가 이상한 꿈에 놀라 깨어났다. 꿈속 중년 여성은 그녀 자신과 너무나 닮아있었고, 또 흐릿하게 딸이라 부르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꿈의 끝에서 그 여자의 얼굴은 점점 흐릿하게 사라져버렸다...깜짝 놀라 눈을 뜬 장소월은 그제야 사무실 소파에서 잠들었음을 깨달았다. 전연우는 한쪽에 앉아 한 손으론 태블릿을 들고, 다른 손으론 그녀의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장소월은 몸을 일으키며 방금 본 화첩을 찾았다. 꿈속의 중년 여성과 화첩 속 인물이 겹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이 그림 찾는 거야?”전연우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탁자 아래의 화첩을 건넸다. 화첩을 제대로 숨지지 못한 탓에 장소월의 눈에 띄게 했다.장소월은 화첩을 꽉 쥐고 뒷장부터 넘겨보았다. 꿈속 이미지와 화첩 속 인물이 거의 일치함을 확인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눈빛으로 전연우를 바라보았다.전연우는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화첩 속 인물에 대해 장소월이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건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과 깊숙이 얽혀 있었다.“전연우, 이분 나랑 무슨 관계야?”장소월이 이를 악물며 물었다. 가슴이 왜 이렇게까지 답답한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전연우는 망설임 없이 솔직히 답했다.“네 어머니셔.”장소월은 기억을 잃어 늘 자신의 출신과 가족 관계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이제 그녀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의식을 찾은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돌아가셨어.”전연우가 큰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는 장소월의 예민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냥 숨길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장소월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조각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생각할수록 너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56화
마이와 신나게 사흘을 놀고 난 뒤에야, 장소월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림에 몰두했다.이전엔 병으로, 최근엔 마이의 방문으로 오늘에서야 화실에 조용히 앉아있을 시간이 생겼다. 벽장에서 해외에 가져갔던 그림을 꺼내든 장소월은 한참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전연우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소월은 깊은 생각에 잠겨 그의 손이 어깨에 닿을 때까지도 깨닫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장소월은 살짝 지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전연우는 백옥같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마이가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작하려고?”불만 가득한 그 말에 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그때 갑작스레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전연우의 얼굴이 짜증스럽게 일그러졌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기라도 한 듯 핸드폰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오후에 나랑 회사 가자.”장소월이 거절하려 한 순간 전연우가 말을 이어갔다.“최근 이씨 가문과 프로젝트 거래가 있어.”이씨 가문을 언급하자 장소월은 즉시 반응했다.“우림 씨?”이우림이 회사에 있다면 억지로라도 가볼 만했다. 아니면 전연우가 일을 하는 걸 지켜만 봐야 할 테니 너무나 따분할 것이다.전연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소월은 그림을 정리하고 옷장에서 다이아몬드 장식이 달린 흰색 무릎길이의 드레스를 꺼냈다.이우림은 최근 전연우 회사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로 자주 오가며 논의해야 했기에 일을 핑계로 당당하게 전연우를 만날 수 있었다.이우림이 전연우의 사무실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을 때, 그가 장소월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순간 주변 공기가 차가워졌다. 이우림은 요즘 프로젝트로 바빠 며칠간 장소월을 보지 못했었다. 여전히 생기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살짝 불편해졌다.장소월은 이우림의 옆에 앉아 열정적으로 인사를 하고는 전연우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니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55화
탕후루 가게를 본 마이가 흥미를 보였다.“이거 TV에서 봤어.”장소월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빤히 전연우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내 꽃 모양의 탕후루 두 개를 사서 그녀에게 건넸다.이후 도자기 가게 앞에서 장소월은 걸음을 멈췄다. 다양한 문양의 찻잔에 끌린 것이다. 가게는 작았지만 물건들이 정갈하게 배치돼 있어 주인의 품격이 느껴졌다.한참 고른 끝에 장소월은 분홍빛 유약 찻잔을 들고 전연우에게 물었다.“이거 어때?”전연우는 찻잔을 받아 들고 살펴보았다. 문양은 정교하지만 조각 솜씨가 조잡하다고 생각해 고개를 저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도자기에 조예가 깊음을 알고 찻잔을 내려놓고는 마이의 손을 잡고 맞은편 팔찌 가게로 향했다.야시장을 끝까지 돌고 나니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상쾌해졌다. 장소월은 팔을 벌리다 중심을 잃고 전연우의 따뜻한 품에 쓰러졌다.“아직 안 지쳤어?”전연우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직 이르긴 하네.”장소월은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바람 좀 더 쐬고 싶어.”전연우는 장소월의 손을 잡고 호숫가를 거닐었다. 마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한 손엔 채 먹지 못한 탕후루, 다른 손엔 아직 안 마신 과일 주스를 들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호수엔 유람선이 이따금 스쳐 갔다. 호기심이 생긴 장소월이 전연우의 팔을 두어 번 흔들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곧 유람선이 둘 앞에 멈췄다. 전연우는 장소월을 부축해 배에 올렸고, 마이는 자연스럽게 뒤따랐다.유람선 위에서 따뜻한 노란 조명이 장소월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밝고 맑은 달빛이 호수에 비쳐 우아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그때, 머지않은 곳에서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다. 유람선 위 한복 차림의 한 여성이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을 본 장소월은 잔뜩 흥분해 전연우를 끌고 가까이 가서는 턱을 괴고 눈을 감은 채 그 소리를 감상했다.다음 날, 장소월은 일찍 일어나 마이를 데리고 아침을 먹으러 가려고 아래층에 내려왔다. 그런데 웬걸, 전연우가 이미 사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54화
야시장 반쯤 돌았을 때, 장소월과 마이는 이미 배도 부르고 몸도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거리가 멀어서라기보단 사람들이 너무 붐빈 탓에 걸음이 느려져 피로가 쌓인 것이다.오락실을 지나치다 인형 뽑기 기계를 발견한 장소월은 흥미가 동해 전연우의 팔을 잡고 그곳을 가리켰다.전연우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설마 이 여자가?’장소월은 그의 의문에 답하듯 말했다.”“가서 게임 코인 좀 사줘. 대신 내가 밀크티 사다 줄게!”“그런 거 안 마셔.”전연우는 투덜거리며 오락실로 향했다.“싫음 말아.”장소월은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웃으며 마이를 끌고 갓 짜낸 과일 주스를 사러 갔다.게임 코인을 사 온 전연우는 코인이 담긴 작은 바구니를 들고 서비스 데스크 앞에서 장소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간 지나가는 여대생들이 유난히 많았고, 몇몇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마이와 함께 주스를 사 들고 오락실 근처에 도착한 장소월의 눈에 전연우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여대생들이 들어왔다.“오빠, 연락처 주세요!”여대생들은 눈앞의 준수한 남자를 놓치기 아까운 듯했다.마이가 장소월을 살짝 밀며 눈짓했다. ‘이제 네가 나설 때야.’장소월은 꼼짝 않고 흥미롭게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연우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구경을 끝내기도 전에 전연우가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내 와이프 왔어.”그 한마디는 여대생들과 멀리서 호시탐탐 노리던 몇몇 여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전연우는 곧장 다가가 장소월의 손을 잡고는 다정함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게임 코인 샀어.”주변의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장소월은 침착하게 코인 바구니를 받은 뒤 주스를 내밀었다.“갓 짜낸 무설탕 오렌지 주스야. 이건 마실 거지?”전연우는 망설임 없이 주스를 받아들었다. 장소월이 이번엔 그의 취향을 많이 고려해준 것이다.코인을 챙긴 장소월은 마이를 끌고 인형 뽑기 기계로 달려갔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코인을 썼지만,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53화
전연우는 평소 집에서 장소월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있을 때도 이렇게 신경 써줄 줄은 정말 몰랐다.그런 생각을 하던 중, 전연우는 굳은 얼굴로 자리를 떴다. 보아하니 저 여자는 아직도 그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 같았다.날이 저물어 갈 때에야 장소월은 오늘 마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는 급히 전연우에게 의견을 물었다.“마이 데리고 나갈까? 북호수 야시장이 괜찮을 것 같은데?”그녀는 전연우의 얼굴이 어두워져 있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냈다.“쇼핑몰도 좋을 거야. 마이가 국내 온 건 어렸을 때가 마지막이니까 비교 체험도 재밌을걸.”서너 가지 제안을 늘어놓고 나서야 장소월은 자신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애교를 부리며 그의 소매를 흔들었다.전연우는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졌다.“다 좋아. 네가 정해.”친구가 처음 이곳에 왔으니 둘이 붙어 다니는 게 당연하다. 남편으로서 이해해야 마땅하다.장소월은 전연우의 속마음을 읽기 어려웠다. 하여 스스로 고민 끝에 야시장이 더 정겨울 거라 생각하고 말했다.“그럼 야시장으로 가자!"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전연우는 조수석에 앉았다. 장소월과 마이는 뒷좌석에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전연우는 귀를 닫고 듣지 않았다. ‘여자들은 왜 저렇게 말이 많은 걸까.’야시장에 거의 다다르니 사람과 차로 북적여 운전기사는 근처에 주차했다. 장소월은 마이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전연우는 보디가드처럼 뒤에서 두 사람을 따라갔다.장소월은 이따금 뒤돌아 웃으며 전연우를 쳐다보았다. 든든한 보디가드가 있으니 그녀와 마이는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었다! 평소 야시장을 지나칠 때마다 장소월은 군침이 돌았었다. 하지만 전연우가 늘 위생이 염려된다며 자세히도 설명하는 바람에 흥미를 잃었었다.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언젠가 체험 삼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위생은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였다! “저거 진짜 맛있어 보여!”마이가 야시장 한쪽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