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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설이안
천요국에는 사람이 죽은 뒤 사흘째 되는 날, 승려가 경을 외우며 혼백을 달래고 망자의 넋을 천도하는 풍습이 있었다.

서안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젯밤 저는 호국공부의 이름으로 홍달 대사를 후작부에 모셔와 오라버니의 천도 의식을 부탁드렸습니다. 헌데 홍달 대사께서는 오라버니의 생년월일을 살펴보시더니 연신 고개만 저으시고는, 천도할 수 없는 명이라 말씀하시곤 그대로 떠나셨습니다. 이후 저는 다시 양현 선생을 모셔왔습니다. 선생께서는 오라버니의 시신을 살펴보신 뒤, 본래 이렇게 일찍 죽을 운명이 아니었으나 감당할 수 없는 부귀를 억지로 떠안아 명줄이 뒤틀린 탓에 이런 횡액을 당했다고 하셨습니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듯한 정적이었다.

서안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노부인을 바라봤다.

“할머니, 양현 선생의 말씀은 대체 무슨 뜻인가요? 명줄을 억지로 바꿨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노부인은 어색한 기색으로 이마의 머리띠를 매만지며 손녀의 시선을 피했다.

“풍수쟁이들 말은 반만 믿으면 되는 법이다. 어찌 그 말을 전부 다 믿겠느냐.”

서안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말씀도 맞습니다. 헌데 이런 일은 차라리 믿고 조심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수명은 물론, 후작부의 운세까지 걸린 일이라 저도 결국 양현 선생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당 마님이 또다시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

“난 인정 못 한다! 절대 그렇게는 못 한다!”

서안하는 얼른 무릎을 꿇고 몸을 노부인 쪽으로 기울인 채, 붉어진 눈으로 애써 설득했다.

“할머니, 대의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라버니도 중요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건강 역시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후작부의 앞날 또한 마찬가지고요.”

노부인은 아직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자신과 노후작의 수명, 후작부의 운세 이야기까지 나온단 말인가.

그녀는 곧장 서안하를 제 곁으로 끌어당기며 물었다.

“양현 선생이 정확히 뭐라 하셨느냐?”

서안하는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손수건을 거두고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다.

“선생께서는 오라버니의 장례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조상의 묘역에도 들여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후작부의 운세를 짊어질 수 있는 남자 두 사람이 직접 서교 영산에 모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수명이 깎이고, 훗날 후작부의 운세 또한 쇠하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노부인은 원체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 말을 듣자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럼 뭘 하고 있느냐! 어서 사람을 찾아 묻어버려라!”

서안하는 곧장 대답했다.

“원래는 아버님과 운기 오라버니께 부탁드리려 했습니다. 헌데 아버님께서는 마침 자리를 비우셨고 양현 선생께서는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고 하셔서, 결국 큰아버님과 운기 오라버니께서 운민 오라버니를 영산으로 모시고 가셨습니다.”

온 소실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영산이 어떤 곳인가?

난장터처럼 버려진 시신들이 묻히는 공동묘지였다. 그곳에는 천한 목숨들만 묻혔다.

온 소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당 마님이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난 인정 못 한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우리 민이는 어려서부터 귀하게 키운 아이인데, 어찌 그런 곳에 묻힌단 말이냐!”

노부인은 손을 크게 휘저었다.

“네 말대로 민이는 곱게 자란 아이 아니더냐. 그러니 영산에 가서라도 조용히 혼을 쉬게 하는 게 낫지. 어쩌면 다음 생엔 더 좋은 팔자로 태어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제야 그녀도 머릿속 계산이 끝난 모양이었다.

이미 죽어버린 서자 하나쯤이야, 자신의 수명과 후작부의 앞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온 소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당 마님이 모조리 대신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서안하는 온 소실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눈빛에 깃든 냉기를 감췄다.

“맞아요. 결국 산 사람이 더 중요한 법이지요. 어머니께서도 오라버니의 친어머니시니 더더욱 내실에 제단이나 향상을 몰래 차려두시면 안 됩니다. 그것 역시 후작부의 풍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셨습니다.”

당 마님은 손끝을 떨며 분노했다.

“그 아이는 네 친오라버니다! 헌데 네가 어찌… 어찌 이럴 수 있느냐… 내가 괜히 민이 장례를 네 손에 맡겼구나.”

서안하는 억울하다는 듯 노부인 쪽으로 몸을 살짝 숨겼다. 꾸중을 듣고 겁먹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노부인은 오늘따라 손녀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일이든 노인들의 수명을 먼저 생각하고 있으니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서안하의 손을 잡아 다독이며 말했다.

“겁낼 것 없다. 할미가 있는 한 누구도 너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높여 시종들에게 명했다.

“앞으로 몰래 제단이나 향상을 차리는 게 적발된다면,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당 마님은 무언가 더 말하려다 끝내 참아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온 소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토록 적손자를 아끼던 노부인이 어째서 하루아침에 이토록 냉정해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 역시 감히 입을 열 수는 없었다. 대신 마음속으로 독하게 결심했다.

반드시 서운기를 죽여 영산에 있는 제 아들과 함께 묻히게 만들겠다고.

서안하는 할 말이 모두 끝났다고 판단하자 자연스럽게 당 마님을 부축해 자리를 물러났다.

밖으로 나서는 순간에도 당 마님은 속이 풀리지 않은 듯 딸의 손을 홱 뿌리치며 부축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서안하는 난처한 얼굴로 뒤돌아 노부인을 한 번 바라보곤 입술을 삐죽였다.

노부인은 그런 손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녀 사이에 무슨 깊은 원한이 남겠느냐. 네가 네 어미 마음을 잘 달래주거라.”

서안하는 얌전히 대답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며칠 동안은 제가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괜한 생각 못 하시게 하겠습니다.”

그 말에 노부인은 비로소 안심했다.

손녀가 곁에서 붙어 있다면 당 마님도 함부로 일을 벌이진 못할 터였다.

모녀가 멀어지자 노부인은 시종들을 모두 물리고, 곁에서 오래 모신 이 어멈을 시켜 직접 진상을 알아보라 명했다.

이 어멈이 물러난 뒤, 온 소실이 빈틈을 노리듯 처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모…”

짝!

그러나 노부인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다 너 때문이다! 그때 네가 울고불고 매달리며 아이를 바꾸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더냐! 결과가 어떠냐? 네 아들 천한 팔자로는 그 큰 복을 감당하지 못해 일찍 죽은 게 아니고 무엇이냐! 업보로다! 괜히 우리 후작부 풍수까지 망쳐놓고!”

생각하면 할수록 꼭 맞아떨어졌다.

두 아이를 바꿔치기한 뒤부터 건안후부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그녀의 아들 서성현의 벼슬길은 엉망진창이었다. 덕분에 후작에게 서성현을 세자로 책봉해달라는 말조차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온 소실은 얼얼한 뺨을 감싼 채 억울함을 토해냈다.

“혹시 그 계집애가 일부러 꾸며낸 말로 고모를 속인 건 아닐까요?”

“멍청한 것!”

노부인이 날카롭게 호통쳤다.

“그 아이가 왜 이런 일로 날 속이겠느냐? 민이는 그 애의 친오라버니고, 당초령의 친아들이다! 누구보다 민이가 잘되길 바라는 게 바로 그 모녀란 말이다!”

온 소실은 순간, 혹시 어디선가 일이 새어나가 진실을 들킨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저렇게 행동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눈앞의 노부인을 바라보는 순간 그 말을 끝내 삼켜야 했다.

당시 자신이 아이를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 노부인은 후작부의 적손자가 친정 혈육이 된다는 사실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이제 일이 잘못되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애초에 일개 소실의 힘만으로 어떻게 그토록 감쪽같이 아이를 바꿔치기할 수 있었겠는가.

그때 이 어멈이 발을 걷고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보고했다.

“홍달 대사께서 어젯밤 분명 빈소에 들르셨습니다. 헌데 반 주향도 채 머물지 않으시고 승려들을 이끌고 급히 떠나셨습니다. 이후 안하 아가씨께서 다시 사람을 보내 양현 선생을 모셔왔는데, 원래 양현 선생은 쉽게 모실 수 있는 분이 아니라 합니다. 결국 안하 아가씨께서 한밤중에 직접 나가 겨우 모셔오셨다고 합니다.”

비록 서안하가 빈소를 봉쇄하긴 했지만, 안에서 일을 돕던 이들 가운데 후작부 시종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정도의 일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고, 거짓으로 꾸며낼 수도 없는 내용이었다.

원래도 의심이 많지 않았던 노부인은 그 보고를 듣고 마지막 남은 의심까지 완전히 거두었다.

그때, 이 어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양현 선생은 지금 객원에 머무르고 계신다 합니다. 안하 아가씨 말씀으로는 선생께 후작부의 풍수를 살펴달라 청하고, 손봐야 할 곳이 있는지도 알아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노부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말할 수 없이 흡족해졌다.

양현 선생은 과거 그녀가 아무리 청해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작부에 머물고 있으니, 모두 호국공부의 체면 덕분일 터였다.

거기에 손녀는 일 처리도 과감했다. 어른들의 수명과 후작부의 앞날이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빈소를 철거해버렸으니, 어린 나이답지 않게 큰일을 감당할 배포까지 갖춘 셈이었다.

노부인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는 제 어미보다 훨씬 낫구나.”

온 소실은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감히 서안하를 험담하는 말은 더 이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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