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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화

Author: 진헤이
무슨 정신으로 이유영을 백산 별장까지 데려다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박연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를 바깥에 세워둔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차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차가운 바람의 영향도 없었다.

“문기원 씨, 차 문 열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싸늘하고 위태로웠다. 문기원은 룸미러로 뒷좌석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이유영은 박연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

남자는 대답 대신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그의 온몸에서는 담배 연기처럼 무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좁은 공간 안에 얼어붙은 공기가 감돌았고 그 속의 사람들은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에 짓눌렸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던 박연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할게.”

“...”

뱍연준이 무슨 말을 들어준다는 건지 이유영은 알 수 없었다.

곧이어 남자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그를 바라보던 이유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박연준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엔데스 가문 일이 끝날 때까지야.”

그제야 이유영은 박연준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는 이혼을 말하고 있었다.

동의는 하되 엔데스 가문의 문제가 수습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우천시에 있을 때, 이유영은 박연준이 왜 굳이 결혼식을 치른 후에 돌아와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돌아오고 엔데스의 셋째 도련님을 마주친 후, 이유영은 깨달았다. 엔데스 가문은 집요하게 정씨 가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마치 엔데스 가문을 지탱할 수 있는 열쇠가 정씨 가문에 있는 듯 끊임없이 엮이려 했다.

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지금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파리에는 내로라하는 가문들이 즐비했지만 이상하게도 엔데스 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은 언제나 정씨 가문이었다.

물론 정씨 가문이 막강한 상업 가문이긴 해도 엔데스 가문은 파리의 왕족과 같은 존재였기에 두 가문이 이렇게까지 자꾸 엮일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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