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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Author: 진헤이
임소미는 혈압이 치솟았고 화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내 말이 틀렸나요?”

“틀렸냐고?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은 있고? 당신만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더라면 유영이와 강이한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

임소미는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격렬히 외쳤다.

진영숙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임소미의 말이 맞았다. 진영숙은 두 사람 관계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강이한은 사라졌고 강서희도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월이 뿐이었다.

오늘 이곳에 와서 월이를 보게 된 순간, 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

“사람 불러!”

임소미가 크게 외치자 집사들과 도우미들이 급히 달려왔다.

“이 여자를 당장 내쫓아!”

“당신이 감히 그럴 수 있을까?”

“뭐라고?”

임소미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

‘이 여자는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걸까?’

조금 전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이에게 조금의 정이라도 남아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결국 그녀는 후회라는 감정을 모르는 인간이었다.

진영숙이 오늘 여기 온 것도, 월이에게 다정하게 굴었던 것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지막 발악이었다.

그녀의 말은 그저 그럴싸한 포장일 뿐 사실은 월이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무례하기까지 했다.

진영숙은 임소미의 눈을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매서운 날카로움뿐이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

“우리 아들이 왜 서주를 떠났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임소미, 당신들은 정말 단 한치의 양심 가책도 못 느꼈어?”

왜 강이한이 서주를 떠났는지 시간대와 상황을 조합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특히 떠나기 전, 시윤이 건넨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유영이 용성시에서 수술을 받았던 그 시기에 강이한은 서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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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박연준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던 강이한의 모습을 이유영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두 사람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이였다.늘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고 그 모습을 본 이유영도 두 사람 사이에 과거의 악연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악연이 한 여자 때문이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그 여자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은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모든 게 이토록 명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유영만은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그 7년 동안 강이한은 얼마나 다정했던가?그 친절함 속에 실은 다른 여인을 향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이유영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박연준은 강이한의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었다.이건 과거의 이유영이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일이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실감하고 있었다.“어쨌든 강이한 씨의 어머니잖아요.”조금 전 용준이 한 말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마치 우스운 농담을 듣는 듯했다.“형님이 돌아오신 후에 처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용준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공손함 속에는 이유영을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있었다.이유영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진영숙이 월이를 데려가려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의 분노는 가슴 깊이 타오르고 있었다.“지혁 씨.”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지혁을 불렀다.지혁은 그녀의 뒤에 있다가 곧장 앞으로 나섰다.“네, 아가씨.”“전 들어가야겠어요.”이유영이 내뱉은 짧은 문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용준은 지금까지 이유영의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 냉혹함에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네!”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지혁은 곧장 앞으로 다가섰다. 분위기는 마치 폭발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어지럽게 엉킨 현장을 냉정히 바라보며 우아하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용준은 지혁을 막으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5화

    이유영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임소미는 사람을 시켜 조사를 시작했고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결코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며칠 동안 진영숙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그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왜 서주로 떠나서 죽음을 가장했는지를.모두 이 여자 때문이었다. 진영숙이 그토록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남편뿐만 아니라 지금 강이한의 행방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여자로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임소미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진영숙이 사실은 월이를 데려가려 했다는 것을.“며칠 동안 데려가겠다고 했다고요?”“그래서 내가 화가 났던 거야.”진영숙의 행동을 보면 며칠은 말뿐인 핑계였다.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임소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제 아무것도 없고 오직 손녀만 남았다고? 과연 손녀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사람인가?’이유영은 말없이 얼굴을 굳혔다.진영숙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영아, 이번 일은 그녀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 없어.”임소미의 목소리엔 단단한 결심과 냉기가 섞여 있었다.진영숙은 자신이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아이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상실에 대해 임소미는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엄마. 제가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어떻게 처리할 거니?”‘어떻게 처리할까?’이유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임소미를 진정시킨 뒤, 이유영은 백산 별장을 나섰고 밖에선 지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풍산 그룹으로 가요.”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그곳은 과거가 덕지덕지 붙은 장소였고 이유영은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었다.“윙윙윙.”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박연준이었고 이유영은 망설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4화

    이유영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그녀는 임소미의 품에 파고들며 가느다란 팔로 어머니의 허리를 꼭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오래전 소은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강이한은 연애 상대론 괜찮지만 결혼은 다르다고.그때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맞지 않는 결혼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강이한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소은지는 그녀를 말렸었다. 소은지는 그녀의 결혼을 말렸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의 말은 모두 옳았음이 증명됐다.끝났다고 믿었던 그 관계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때, 등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앞으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예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이렇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두 혼자 견뎌야만 했다.임소미가 감싸안아 주자 이유영의 마음은 다시금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그리고 이 감정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가 말한 '아무도'는 명백히 진영숙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람에게서 다시 이런 고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엄마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임소미는 그 말을 반복하듯 속삭였다.오늘 밤, 임소미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장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진영숙이 막말을 퍼붓고 손까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이 강씨 가문에서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임소미는 문득 깨달았다.사모님의 우아한 모습은 진영숙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손부터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 살아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3화

    이유영이 돌아오고 그녀는 진영숙과 임소미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명의 도우미가 진영숙을 붙잡아 끌어내고 있었다.임소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솟구쳤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너 먼저 위로 올라가.”“무슨 일이 있었어?”이유영이 물었다.정씨 가문에 돌아온 지 오래된 만큼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아하고 온화한 사람인 만큼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임소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영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유영, 넌 누가 너한테 눈을 기증해 줬는지 모르지? 강이한이 네게 빚을 졌다고 하지만 사실은...”“입 다물어!”진영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소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고 진영숙은 여전히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엔 전례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도 진영숙은 이유영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 번도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용성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증오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유영아, 너 먼저 위로 올라가.”“엄마.”“올라가!”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격하게 소리쳤다.임소미가 이런 식으로 이유영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소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이유영은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진영숙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우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이유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영, 강이한은 너에게 빚진 게 없어. 강이한은 오히려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너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네 눈조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2화

    임소미는 혈압이 치솟았고 화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내 말이 틀렸나요?”“틀렸냐고?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은 있고? 당신만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더라면 유영이와 강이한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임소미는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격렬히 외쳤다.진영숙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임소미의 말이 맞았다. 진영숙은 두 사람 관계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강이한은 사라졌고 강서희도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월이 뿐이었다.오늘 이곳에 와서 월이를 보게 된 순간, 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사람 불러!”임소미가 크게 외치자 집사들과 도우미들이 급히 달려왔다.“이 여자를 당장 내쫓아!”“당신이 감히 그럴 수 있을까?”“뭐라고?”임소미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이 여자는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걸까?’조금 전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이에게 조금의 정이라도 남아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모든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결국 그녀는 후회라는 감정을 모르는 인간이었다.진영숙이 오늘 여기 온 것도, 월이에게 다정하게 굴었던 것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지막 발악이었다.그녀의 말은 그저 그럴싸한 포장일 뿐 사실은 월이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리고 뻔뻔하게도 무례하기까지 했다.진영숙은 임소미의 눈을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매서운 날카로움뿐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우리 아들이 왜 서주를 떠났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임소미, 당신들은 정말 단 한치의 양심 가책도 못 느꼈어?”왜 강이한이 서주를 떠났는지 시간대와 상황을 조합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특히 떠나기 전, 시윤이 건넨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유영이 용성시에서 수술을 받았던 그 시기에 강이한은 서주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1화

    강이한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절망의 고통을 몸소 겪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한때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무력했는지를 그는 이제서야 조금씩 체감하고 있었다....파리에서 진영숙은 다시 백산 별장을 찾았다. 여전히 강이한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시윤은 강이한이 이정과 신시욱을 데리고 떠났다고 말했다.그 두 사람의 능력을 생각하면 강이한이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어머니로서 절망에 가까운 마음으로 그를 수소문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그리고 알면 알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정말이지, 당신은...”백산 별정까지 찾아온 진영숙의 뻔뻔함에 임소미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응수했다.진영숙은 한때 유능한 여성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감히 저런 얼굴을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에겐 익숙하지 않은 대우였다.“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저 좀 봐주세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전에는 없던 고통이 서려 있었다.그렇다. 지금의 진영숙에겐 주변에 기댈 친척도 함께할 가족도 없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건 손녀인 월이 뿐이었다.오늘도 그녀는 월이를 위해 여러 장난감을 준비해 왔지만 임소미는 그 모든 행동이 불쾌하게만 느껴졌다.“당신도 어머니였잖아요. 제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잖아요.”임소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봐준다고? 당신이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이유영이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 진영숙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헌신적인 할머니 행세를 하니 임소미는 화가 났다.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으로밖에 안 보였다.진영숙의 눈엔 고통이 어렸다.“저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요.”임소미의 말에 그녀는 도무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자존심 강한 진영숙이라 해도 진실을 알게 된 지금, 과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0화

    그녀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강이한을 떠난 뒤 어둠 속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다.신시욱과 이정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침묵에 잠겼다. 그 질문은 그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이 그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지, 사실 그들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건 그녀가 깊은 괴로움 속에 잠겨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리고 그녀가 괴로워할수록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의 고독이 얼마나 잔혹한 감정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그녀는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은 어쩌면 그때의 이유영보다 더한 심연 속에서 절망을 겪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벌하고 있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겪기 위해 같은 어둠 속에 몸을 던졌다.“선생님. 각막 이식 수술 관련 소식이 들어왔습니다.”신시욱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천시에 머무는 동안, 신시욱과 이정은 한 번도 수술 신청을 멈춘 적이 없었다.그들은 강이한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유영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도 절대 강행하지 않았다.이유영이 시력을 잃었을 때, 그녀는 가족들이 몰래 준비했던 이식 수술조차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회 앞에서 강이한은 조용히 거절했다.“필요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두 사람은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필요 없다고?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선생님.”신시욱의 목소리는 긴장감에 더욱 떨려왔다.그 어떤 강인한 남자라고 해도 이 순간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떨림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최근 며칠간 그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두 사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자신을 벌하며 살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정말 이미 충분했다.‘받아야 할 벌은 다 받았는데 왜 여전히 자신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9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어둠 속에서 지낸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어둠 속에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새들의 지저귐이 더 또렷하게 들리고 사소한 바람 소리 하나에도 감각이 예민해졌다.강이한은 우천시에 있는 주택 마당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천시에 오늘같이 이렇게 따스한 햇살이 비추던 때가 언제였던가?이정이 조심스레 다가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햇살은 있어도 아직은 쌀쌀하네요.”말은 없었지만 강이한은 이정의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로 그가 신시욱이 아님을 알아차렸다.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감각이 예민했을까?“이정.”“네.”“유영이는 이 마당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보지 못했겠지?”“네.” 이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이곳에서 몇 개월을 머물렀지만 실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마당은 끝내 그녀에게 낯선 곳으로 남게 되었다.지금 그녀를 우천시로 다시 데려온다 한들 스스로 길을 찾아올 수도 없을 것이다.강이한은 낮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유영이는 이 마당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그렇다. 보지 못했어도 그녀는 감각으로 모든 것을 구분했다. 마치 지금의 강이한처럼.이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이럴 가치가 있었습니까?”그가 이곳에 온 이후, 누군가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가치가 있었는지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그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유영에게 진 빚은 결코 눈 한 쌍으로는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이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예전에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던 이유영의 손짓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 자신이 어둠 속에서 겪고 있는 공포는 당시 그녀가 느낀 감정에 닿을 수조차 없었다.점심 식사 시간.“쨍그랑.”강이한이 손을 뻗는 순간, 접시와 그릇이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기는 순간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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