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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작가: 진헤이
“박연준, 네가 강이한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였고 또 이제는 강이한 어머니까지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난 여태 몰랐네.”그 말은 날 선 조롱처럼 들렸다.

동시에, 과거 강이한과 박연준의 사이가 이유영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되새기게 했다.

그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유영의 냉정한 말에 박연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다른 일 있어서 먼저 끊을게.”

이유여은 박연준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사랑이란 그저 우스운 감정에 불과했다.

차는 천천히 백산 별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지혁 씨.”

“네.”

“지혁 씨는 사랑해 본 적 있어요?”

이유영은 지혁을 향해 불쑥 물었다.

예전의 이유영은 사랑이란 존재를 믿어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군가를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토록 반짝이던 사랑이란 단어 뒤편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었는지 이젠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유영의 말을 들은 지혁은 묵묵히 앞을 응시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핸들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이유영은 굳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쾅!”

그 순간, 갑작스러운 충격음과 함께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유영은 아픈 이마를 짚고 있었고 지혁은 차에서 내려 사고 처리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차 문이 열렸다.

“아가씨.”

지혁이 이유영 앞에 공손하게 나타났다.

“무슨 일이에요?”

“셋째 도련님 차입니다.”

“...”

그 말을 듣고 그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자꾸 나타나는 셋째 도련님의 존재에 우연한 사고인지 아니면 이미 계획된 일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유영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셋째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유영은 이 전설 속의 셋째 도련님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특히 엔데스 가문과 정씨 가문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밖에서 이유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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