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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Author: 진헤이
메뉴가 올라오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너무 방심하진 마.”

소은지가 앞에 놓여져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이유영에게 말했다. 소은지는 처음부터 진영숙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예견했었다. 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절대로 가만히 있을 진영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토록 빠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영숙 여사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돼, 알겠지?”

그녀의 말대로 진영숙이 조금이라도 이유영을 마음에 들어 했다면, 강이한과 이유영이 이혼까지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진영숙 여사가 날 찾아온 건 한지음 때문이야!”

“한지음?”

“한지음, 이번에 완전히 실명했잖아. 한지음이 강이한을 구해준 한지석의 동생이라는 게 재벌들 사이에 퍼졌나 봐. 그래서 이미지 지키려고 한지음을 강씨 본가에 들여놓았나 보더라고!”

“진영숙은 그런 지금 둘이 엮일까 봐 걱정돼서 온 거란 말이야?”

“응!”

“미친 거 아니야?”

“그리고 유경원 쪽하고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정말 난장판이네!”

강이한과 한지음이 엮이지 않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유경원과 약혼하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진영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반대하고 나섰다. 이것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진영숙의 입장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이유영이었을 것이다. 이유영의 뒤엔 정국진이 있었으니까.

“강서희가 바라던 대로 됐네.”

과거, 강서희의 위험성을 느낀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경고를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불같이 화내는 모습에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

“그래 봤자 의미 없어.”

이유영이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진영숙의 성격대로라면 차라리 한지음을 선택할지언정 강서희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심해. 강서희가 강이한한테 얼마나 병적으로 집착하는지 너도 알잖아.”

소은지가 말했다. 강서희가 이유영을 떨어뜨려 놓기 위해 얼마나 악랄하게 굴었는지 옆에서 봐 왔기 때문에 당연한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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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80화

    이수연은 진심으로 소은지에게 고마웠다. 예전에도 남편과 갈라서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혼 절차에 들어갈 비용조차 마련할 길이 없었다.지금 소은지가 도와주겠다고 나서자 마음 한편이 편해지면서도, 동시에 남편이 소은지를 향해 보복하지 않을까 걱정이 엄습했다.소은지가 속내를 읽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인신 보호를 신청할게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그렇게도 할 수 있어요?”“당연하죠.”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이수연의 어깨에 긴장이 풀렸다.악몽 같은 그 사람과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절박해졌다.인생의 악몽이 시작된 지점, 이제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그리고 이제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없이 망설인 끝에, 이수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감사해요, 소은지 씨.”소은지가 물었다.“친정 쪽에 의지할 데 있어요?”지금처럼 남편과 같은 집에 계속 머물다가는, 폭력 속에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이수연은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어요.”“...”안쓰러운 과거에, 소은지의 눈빛에 연민이 다시 번졌다.짧게 한숨이 흘렀다.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원래 위로라는 걸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은지가 제대로 된 온기를 건넬 수 있던 대상은 오직 이유영뿐이었다.그래서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렇게 강한 삶의 의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은 분명 경외할 만했다.“걱정 마요. 최대한 빨리 끝내 줄게요.”“네, 고맙습니다, 소은지 씨.”이수연은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평생 치의 감사 인사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소은지는 이수연의 처지를 똑바로 마주한 뒤, 이 일을 빠르게 끝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둘은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눴다.그 대화 속에서 이 결혼 생활의 내막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점심에 이수연은 소은지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79화

    문을 여는 그 순간, 문밖에 서 있는 이수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수연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소은지의 얼굴을 보더니 잠깐 얼어붙었다. “소은지 씨, 어디 아프세요?”“괜찮아요, 들어오세요.”괜찮다고 말했지만, 지금 소은지는 몸이 떨릴 만큼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소은지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이수연이 뒤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아 찬 바람을 막자, 몸을 파고들던 한기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약 있으세요?”“없어요.”소은지는 약 같은 것에 늘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 지낼 때도 약은 거의 챙기지 않았다. 소은지는 사람의 의지력을 길러야 한다고 여겨 왔다.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유용한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동안 아플 때마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지나온 날이 많았다.“보건소 쪽에 가서 약 좀 사 올게요. 지금 열이 있으신 것 같아요.”게다가 얼굴 색을 보면 열이 꽤 높아 보였다.“필요 없어요.”“여긴 겨울이 혹독해서 약을 먹지 않고는 낫기 어려워요. 제 말 들으세요.”그 말을 남기고, 이수연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소은지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대략 이십 분 뒤,이수연이 다시 돌아왔다.소은지에게 분말형 가루약을 몇 봉 내밀었다. “감기는 가볍게 볼 게 아니에요. 이쪽 환경은 면역력으로도 이겨내지 못하는 병이 많아서요.”그렇게 말하며 이수연이 따뜻한 물에 가루약을 타서 한 잔 건넸다. 달콤한 향이 났다.약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지독히 쓴맛이었다. 그래서 약이라는 말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했다.소은지는 약을 다 마시고 빈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제가 오히려 감사해야 해요.”이수연의 목소리에서 씁쓸한 기운이 새어 나왔다.소은지가 이수연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난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자국이 있었지만, 지금 보니 더 또렷했다.분명 새로 생긴 상처였다.“남편이 또 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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