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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Auteur: 설융
조서연은 며칠째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홍주마저 떠나자 이야기를 나눌 사람조차 없어진 조서연은 날마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

황실 사냥 대회가 열리는 날이 되어서야 조서연은 채 낫지 않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치장했다.

사냥터에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고, 말을 달리며 활을 쏘는 황족과 귀족들로 북적였다.

먹빛 기마복 차림의 서정윤은 소은영이 말에 오르도록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다.

"후작, 무섭습니다."

소은영은 애교를 부리며 서정윤의 품에 파고들었다.

"내가 가르쳐 줄 테니 두려워하지 말거라."

조서연은 말없이 자기 말에 올라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서정윤은 소은영의 손을 잡고 활시위를 당기는 법을 가르치며 자세를 하나하나 바로잡아 주었는데, 예전에 조서연에게 해 주던 것과 똑같았다.

"부인께서도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한 귀족 아가씨가 활과 화살을 건넸다.

조서연은 활을 받아 멀리 있는 사슴 한 마리를 겨누고 화살을 날렸다.

"명중했습니다!"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조서연이 막 사슴에게 다가가려는데 소은영이 환호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슴입니다. 무척 마음에 듭니다!"

서정윤이 조서연을 돌아보았다.

"서연, 저 사슴을 은영에게 양보하면 안 되겠느냐?"

조서연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음에서 서정윤을 완전히 지우고 다시는 그 때문에 아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냥터에 처음 온 소은영은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가는 곳마다 걸음을 멈췄고, 그 탓에 세 사람은 금세 대열에서 멀어졌다.

돌아갈 무렵에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고, 세 사람이 막 길을 나서려는 순간 날씨가 갑자기 변했다.

울창한 숲에서 굶주린 늑대 수십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고, 녹색 눈은 땅거미 속에서 섬뜩하게 번뜩였다.

서정윤은 재빨리 화살을 메겨 시위를 당겼다. 허공을 가르는 화살이 잇달아 늑대 몇 마리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화살은 금세 동이 났다.

소은영은 순식간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돈을 아끼려 화살을 조금만 샀습니다. 후작, 너무 무섭습니다. 이러다 모두 여기서 죽는 것 아닙니까?"

서정윤은 점점 다가오는 늑대 떼와 품 안에서 가늘게 떠는 소은영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끝내 이를 악물고 그녀를 말에 태웠다.

"서연, 잠시만 버티거라. 내가 은영을 데려다 놓은 뒤 원군을 불러오겠다!"

말발굽 소리가 멀어졌다.

조서연은 그 자리에 선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서정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문득 웃음이 났다.

이번에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완전히 죽으면 아픔마저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늑대 떼가 갈수록 가까워지자 비릿하고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았다.

조서연이 온 힘을 다해 말을 몰자 말발굽이 마른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는 소리가 고요한 숲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러나 마침내 절벽 끝에 다다랐다.

앞은 낭떠러지고 뒤에서는 늑대가 쫓아왔다.

'뛰어내리면 어쩌면 살길이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눈을 감고 몸을 던졌다.

...

조서연은 극심한 통증에 깨어났다.

눈을 뜨자 허름한 초가 지붕이 보였고, 몸 아래에는 거친 멍석이 깔려 있었다.

등의 상처는 불에 덴 듯 쓰라렸고, 오른쪽 다리는 뼛속까지 아파 왔다.

"낭자, 깨어났소?"

마른 체격의 중년 사내가 약사발을 들고 다가왔다.

"그렇게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살다니, 참으로 천운이 따랐소."

조서연은 그제야 자신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일을 떠올렸다.

몸을 조금 움직여 보려는 순간 극심한 통증에 숨을 들이켰다.

"움직이면 안 되오."

떠돌이 의원이 그녀를 제지했다.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고 등의 상처도 다시 벌어졌소. 내가 산골짜기에서 약초를 캐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서연의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있었고, 말을 할 때마다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때 밖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처마 밑의 참새들이 놀라 날아올랐다.

"부인!"

후부의 복장을 한 호위 몇 명이 들이닥쳤고, 앞장선 자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말했다.

"후작의 명을 받고 부인을 모시러 왔습니다."

조서연은 떠돌이 의원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목숨을 구해 주신 의원께 사례금을 드려라."

앞장선 호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부인, 소은영 아가씨께서 후부에서는 하루에 십 문만 쓰도록 정하셨습니다. 오늘치 십 문은 이미 모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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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조서연은 그동안 진맥해 준 진료비 대신 손수 만든 우산 한 자루를 유남현에게 선물했다.우산을 받아 든 유남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 뜨거운 눈빛과 마주하자 조서연의 심장도 저도 모르게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렇게 석 달이 흐르는 동안 조서연은 어느덧 유남현이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홍주는 가끔 볼멘소리를 했다."아가씨, 유남현 의원께서 제 일까지 빼앗습니다. 무슨 일이든 아가씨 앞에서 나서려고 합니다."그렇게 볼을 잔뜩 부풀린 홍주를 보며 조서연은 즐겁게 웃었다.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안후 서정윤이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는 소식이 경성에서 전해졌다.전장에서 빼어난 용맹을 떨쳐 단숨에 흉노왕의 목을 베고, 그 머리를 들고 돌아와 황제를 알현했다고 했다.앞서 떠돌던 소문도 사실이었다.큰 공을 세운 서정윤은 다른 포상을 모두 마다하고 오직 강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서 한 장만 청했다.소문은 삽시간에 강남까지 퍼졌다.사람들은 서정윤이 무슨 일로 굳이 강남까지 오려는 것인지 저마다 추측했다.강남에서 새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이도 있었고, 군사를 훈련하려 한다는 이도 있었다.오직 조서연만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손이 떨려 바늘에 손가락이 찔렸고, 곧 핏방울이 맺혔다."서연!"유남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살폈다.미간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입에 머금고 살며시 빨았다.조서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현이 눈빛으로 제지하자 그대로 멈췄다.피가 완전히 멎고 나서야 그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놓아주었다."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늘에 조금 찔렸을 뿐입니다."조서연은 뜨거워진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오므렸지만, 그 따뜻한 감촉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유남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서연, 상처가 크든 작든 서연이 아프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 마십시오."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서정윤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것은 견딜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18장

    조서연은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홍주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지만 홍주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결국 조서연은 유남현과 단둘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얼마 걷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강남은 비가 잦았고, 봄이면 가랑비가 수시로 내렸다. 이런 날씨에 익숙한 유남현은 우산을 펼쳐 조서연에게 씌워 주었다."조심하십시오. 비를 맞으면 안 됩니다."그는 우산을 그녀 쪽으로 더 기울였다. 빗물이 사내의 어깨를 적셨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음식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서연은 그의 어깨가 흠뻑 젖은 것을 발견했다."어깨가 완전히 젖었는데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조서연은 절로 걱정이 앞섰다.유남현은 대수롭지 않게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 내며 웃었다."서연은 몸이 약하니 비에 젖으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저는 몸이 튼튼하니 괜찮습니다. 서연, 정 저를 걱정하신다면 직접 만든 새 우산 한 자루만 선물해 주십시오."조서연은 유남현의 호칭이 한층 친근해진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어깨에 밴 물기를 닦아 주었다. 눈에는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이 음식점은 유남현이 소개한 곳이었다.강남에 온 지 몇 달밖에 안 된 데다 생계를 꾸리느라 바빴던 조서연은 이곳 사정에 밝지 않았다.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장소는 유남현에게 맡겼다.안으로 들어서자 유남현은 마치 주인이라도 된 듯 조서연을 자리로 안내했다. 젓가락과 그릇을 챙겨 주고 음식 맛도 하나하나 설명했다.그 모습을 본 주인이 웃으며 짓궂게 물었다."우리 유남현 의원이 오늘은 일행과 함께 왔군. 참 보기 드문 일인데, 혹시 무슨 경사라도 있나?"주인의 목소리가 워낙 큰 데다 유남현은 많은 사람을 치료해 강남에서 이름난 의원이었다. 삽시간에 주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리자 조서연은 얼굴을 붉혔다.유남현은 조서연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가로막아 주었지만 주인의 말은 부인하지 않았다."서연이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기에 평소 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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