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후.장남교는 우물에서 퍼올린 찬물 한 바가지를 아궁이에 뿌려 장작불을 껐고, 시후와 안세진, 그리고 자신의 막내아들과 함께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녀는 낡은 집 대문을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번 이별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작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은 이번 떠남이 집과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조심조심 대문을 잠그며, 소리 하나 내지 않으려 애썼다.장남교는 ‘떠날 거면 조용히 떠나자’는 생각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괜히 들켜 귀찮은 질문을 받거나 쓸데없는 오해를 살까 봐, 차라리 아무 말없이 사라지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다행히 이 시간엔 마을 전체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겨우 몇 집이 없었기에 그들은 마을을 빠져나오는 내내 단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한 시간 넘게 산길을 걸어, 네 사람은 미리 차를 세워두었던 작은 마을에 도착했고, 안세진은 운전대를 잡고 곧장 진주 시내로 출발했다.산길은 울퉁불퉁하고 험했지만, 시골길을 벗어나 도로에 오르자 길은 금세 뚫려 순조롭게 달릴 수 있었다. SUV는 고속으로 밤길을 달려,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진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단독주택 단지에 도착했다. 이 단지는 도심과 가깝고, 순환도로와 인접해 있으며, 단지 입구 바로 앞에는 버스 정거장도 있어 입지 조건이 좋았다. 단지는 그리 크지 않았고, 주택 규모도 대형은 아니었다. 대부분 약 60평 내외의 3층짜리 단독주택들이었고, 집 앞에는 약 12평 정도의 작은 마당도 딸려 있었다.LCS 그룹의 진주 지사 직원들은 아침부터 흩어져 주택을 알아봤고, 그 중 한 명이 이 단지를 눈여겨보았다. 그들은 부동산 중개업소 여러 곳에 연락해 매물 리스트를 확보하고, 단지 내에 판매 중인 열 몇 채를 전부 둘러봤다.이 단지는 입주한 지 3~4년 밖에 되지 않아 이곳의 주택 대부분은 깔끔한 새 건물 수준이었고, 어떤 집은 사놓고 아직 한 번도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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