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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3 Chapters

5551장

“그러게.” 또 다른 남자가 말했다. “어이 장호식이! 이화룡 형님 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여기 골동품 거리에서 이런저런 물건 뒤적이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나?”가짜 동전을 파는 한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장호식, 혹시 잘못이라도 저질러서, 이화룡 형님한테 쫓겨난 건 아니지?”장 사장은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 얘긴 그만하고, 그냥 이젠 돌아와서 내 노점을 다시 제대로 세워 보려 해.” 그러고는 가장 먼저 인사하던 남자를 보고 입을 열었다. “동구 형, 내가 떠난 뒤 내 원래 노점을 무상으로 형님에게 맡겨 놨지. 이제 돌아왔으니, 그 자리 다시 돌려줘.”조동구라 불린 남자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에이, 그러지 말자 호식아. 떠날 때 분명히 말했잖아. 앞으로 골동품 거린 다시 안 온다고. 그래서 그 노점은 내게 쓰라 했고. 사내 대장부가 한 번 한 말은 못 주워 담는 거야. 번복은 안 돼.”장 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동구 형, 지금 내가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보이는구나? 좋아, 솔직히 말해 줄게. 내가 이화룡 형님에게서 떠난 건, 형님이 날 내몬 게 아니라, 내가 제 발로 나온 거야.”“허풍은...” 조동구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우리가 몇 년을 봤는데, 내가 널 모르나? 노점 접고 이화룡 따라갈 땐 그렇게 신나서 펄펄 뛰더니, 이제 와서 네 발로 먼저 나왔다고? 글쎄, 난 영 못 믿겠는데?”장사장은 웃었다. “진짜 사실을 하나 알려 주지, 형님. 내 예전 절친 하나가 골동품으로 돈을 좀 만졌는데, 지금은 일약 스타가 됐어. 지금 나랑 손잡고 진짜 골동품 장사를 좀 벌이자고 해서... 내가 말하는 장사는 우리가 예전처럼 푼돈 긁어모으는 게 아니라, 수십 수백 억짜리 자산가인 사장들에게 골동품을 넘기는 일이야. 한 건에 수천만, 수십 억 까지도 벌 수 있다고. 몇 년만 있으면 작은 목표 채우고 바로 은퇴야. 그게 이화룡 형님 곁에서 칼부림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아?”이 말을 듣자, 몇 사람의 눈이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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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2장

옆에서 조동구도 바삐 말했다. “장 사장, 나도 같이 좀 끼워 줘! 딱히 장점은 없지만, 말 잘 들어! 데려가기만 하면, 절대 복종, 시키는 대로 할게!”다른 사람들도 이때 잇달아 장 사장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들 눈엔, 장호식이 이화룡 곁에서의 자리를 포기했다는 건, 분명 더 큰 돈줄을 찾았다는 뜻일 것이었다. 게다가 새 돈줄이 골동품과 관련된 장사라고 했으니, 장 사장만 손에 익은 게 아니라, 다들 금세 배워 손발을 맞출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니 누구라도 장 사장과 함께 한몫 잡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장호식은 담담히 말했다. “여러분, 나는 방금 여기 돌아왔고, 새 업무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어요. 당장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 없지. 그래서 초기 단계에선, 조동구 형님하고 구동환 형님만 먼저 내 보조로 붙을 거야. 아직 순번이 안 된 분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내가 업무를 정리하고 자리 잡으면,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갈 겁니다!”다른 몇 명은 어쩔 수 없이 실망했지만, 조동구와 구동환은 벅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은 장 사장을 한쪽,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 갔고, 조동구가 공손하게 말했다. “장 사장, 내 노점이 필요하면 언제든 써. 모자라면 내 자리도 같이 쓰고. 나랑 동환이 한테 시킬 일이 있으면 뭐든지 지시만 해.”장 사장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두 사람에게 물었다. “자, 사실대로 말해 봐요. 둘, 지금 한 달에 얼마나 벌어?”조동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장 사장, 내가 먼저 말할게. 내 사정은 알 거야. 말발도 없고, 그렇게 구슬리는 재주도 없어서, 한 달 잘 벌어도 200만 원 남짓이야. 때로는 한 달 내내 장사가 시원찮아서, 노점세도 못 낼 때도 있어...”구동환도 연달아 말했다. “맞아 맞아, 장 사장... 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 이달은 곧 8월 말인데, 이번 달 순이익이 60만 원도 안 돼. 게다가 요즘 이 거리는 경쟁이 너무 심해. 젠장, 저 놈들 하나같이 미친 듯이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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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3장

장호식의 요구가 비록 깐깐했지만, 두 사람은 수입이 매우 짭짤하다는 생각에 서로 말도 맞추지 않았는데도 동에 수락했다. 장호식도 빈말을 하지 않았고, 바로 카톡으로 두 사람에게 각각 60만 원을 이체해 주며 말했다. “이 돈은 내가 두 사람에게 오늘 일급을 미리 지급하는 겁니다. 열흘 동안 조금이라도 빈둥거리거나 꼼수를 부리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줄 알아요!” 조동구가 주저 없이 가슴을 치며 보장했다. “이봐, 호식아. 내 성격만 봐도, 소변을 성인용 기저귀에 누는 한이 있더라도 임무를 지킬게! 바지에 오줌을 지릴지 언정, 절대 자리를 한 발짝도 떠나지 않을 거다!” 구동환도 즉 입장을 밝혔다. “나는 낮에는 먹지도 마지도 않고, 절대 네 일을 그르치지 않겠어!” “좋아요.” 장호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머니에서 옥으로 된 반지 두 개를 꺼내 두 사람에게 하나씩 건네며 당부했다. “이 두 개의 반지를 손에 꼭 끼고, 절대 빼지 마십오. 이건 고객이 신분을 확인하는 표식이거든요.” 두 사람은 주저 없이 반지를 받아 들었다. 조동구는 반지를 손에서 한동안 굴려 보더니, 코끝에 가져가 킁킁 냄새를 맡으며 낮게 말했다. “워, 호식아... 이, 이 반지는 막 캐낸 출토품이네!” “그래?” 옆의 구동환도 그대로 흉내 내 냄새를 맡더니, 의아해 물었다. “동구 형님, 이게 어떻게 갓 출토된 건지 구분이 돼?” 장호식은 두 사람을 가로막으며 당부했다. “두 사람, 이 돈 벌고 싶으면 반드시 기억해요. 말은 적게 하고, 질문도 적게 할 것.” 조동구가 히히 웃으며 재빨리 말했다. “그래 호식이 말이 맞아. 어차피 우리는 사람만 모시면 되는 거니까, 다른 건 묻지 않을게.” 장호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동구 형님, 이따가 인쇄소에 가서 팻말 하나 만들어 와요. 라고 쓰고. 동환 형님, 팻말 하나 만들어요. 라고. 다 만들면 바로 일을 시작하시고요. 오늘부터 바로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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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4장

그러자 장호식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보아하니 골동품 장사를 완전히 접을 일은 아니네. 인생의 즐거움 절반은 여기서 나오거든... 나중에 이화룡 형님 쪽이 그리 바쁘지 않으면, 이따금씩 여기 와서 재미 좀 봐도 되겠어.’ 장 사장이 속으로 즐거운 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움이 묻어나는 웃음과 함께였다. “어이쿠, 장 사장, 언제 다시 나와서 노점을 벌였나?” 장 사장이 고개를 들어 보니, 곧바로 공손한 기색이 얼굴에 떠올랐다. “아이구, 부회장님! 김상곤 부회장님, 정말 오래 뵙습니다!” 말을 걸어온 이는 다름 아닌 시후의 장인, 김상곤이었다. 김상곤은 지금 비록 서화협회 부회장이지만, 골동품에 대한 애정은 예전과 털끝만큼도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 실연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탓에, 이곳에도 한동안 오지 못했는데, 며칠 사이에 겨우 기운을 좀 차렸고, 때마침 주말이라 다시 골동품품 거리에 온 것이었다. 마침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얼굴, 장 사장을 보게 될 줄은 그도 몰랐다. 그리고 장 사장이 자신을 깍듯이 ‘부회장님’이라 부르는 소리를 듣자, 김상곤은 속으로 아주 의기양양했다. 그는 마치 높은 사람인 듯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웃으며 말했다. “장 사장, 듣자 하니 자네 이화룡 씨를 따라다니며, 참모가 됐다던데, 다시 골동품 거리로 돌아온 건 왜인가?” 장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부회장님, 정말 눈과 귀가 예리하십니다. 이 서울 땅에서 부회장님 귀를 피할 수 있는 소식은 없는 것 같군요!” 이 칭찬에 김상곤은 흡족했지만, 얼굴은 일부러 심오한 체를 하며 말했다. “장 사장, 뜬소리 할 거 없고, 이 바닥에서 내가 모르는 일은 없어.” 장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맞장구쳤다. “부회장님,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형님 곁에 좀 있었는데요, 제 성향과는 조금 안 맞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냥 돌아와서 제 본업을 다시 잡았습니다.” 김상곤은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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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5장

김상곤이 근엄하게 말했다. “장 사장, 내가 한마디 하자면, 장사를 하려면 그 장사를 사랑하고, 직업 윤리가 있어야 해.” 장호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우선 돈부터 좀 벌려고요. 나중에 돈 좀 벌고 나면, 그때 가서 직업 윤리를 끌어올려도 늦지 않잖아요. 먼저 버스를 타고, 그 다음 표를 사는... 뭐 그런 거죠...” 김상곤은 입을 삐쭉 내밀며, 장호식의 노점을 훑어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장사는 하면 할수록 퇴보하는군. 자네 노점의 이 가짜 물건들, 하나같이 다 가짜란 걸 내가 다 알아보겠구만.” “그렇죠, 그렇죠.” 장호식이 얼른 맞장구쳤다. “회장님께서는 분명히 혜안이 있으시니까요. 좋은 물건도 회장님 눈을 못 피하고, 가짜도 마찬가지죠.” 김상곤은 슬며시 웃더니, 노점 한가운데 놓인 벼락 맞은 나무를 들고 자세히 살폈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런데 이 뇌격목은 가짜 같지가 않네. 얼마에 파나? 값이 맞으면 내가 사서 액막이로나 써야겠다.” 그러자 장호식이 손가락 다섯 개를 폈다. 김상곤이 물었다. “500?” 장호식이 히히 웃었다. “5...” 김상곤이 눈을 부릅뜨며 튀어나오듯 따졌다. “5천?!” 장호식이 고개를 저었다. “5억...” “젠장...” 김상곤은 뇌격목을 노점에 툭 던져 놓고, 욕설을 내뱉었다. “장 사장, 자네 미쳤나? 이까짓 물건에 5억? 날 로또로 아나?” 그러자 장호식이 난감하게 말했다. “회장님,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전 이제 사기꾼 노선을 걷습니다. 세게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사기를 쳐요...” 그러자 김상곤은 성이 나서 말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강탈을 하냐...? 완전히 맛이 갔구만!” 그 말을 남기고 김상곤은 두 손을 등 뒤로 젖히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김상곤이 대인배인 척하며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장호식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은 선생님이 뇌격목 가격을 10억이라고 부르라 하셨지. 이 노점 장사를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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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6장

도교와 불교의 ‘방장’이라는 호칭은 같지만 하는 일은 크게 다르다. 불교의 방장은 사찰에서 직위와 권한이 가장 높은 사람으로, 사찰의 대소사를 총괄하지만, 도교에서의 방장은 주된 직무가 강론과 설법으로, 도관에서 가장 연장자 격의 ‘교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도관에서 실질적으로 최고 관리 권한을 가진 이는 감독이다. 도가의 예복을 걸친 카운트 에버윈은 장운관 입구 앞에서 잠시 올려다보더니, 곧장 발길을 옮겨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장운관은 전체가 세 개의 뜰로 나뉘며, 신도들과 방문객에게 개방된 곳은 앞마당뿐이었다. 이곳에는 여러 사당이 있는데, 특히 정중앙의 삼청전에는 도가의 창시자인 삼청 조사를 봉안하였다. 가운데와 후원의 두 뜰은 장운관 내부의 생활 및 수련 공간으로, 방장과 제자들이 이곳에서 거주하며 도법을 연마한다. 시후도, 카운트 에버윈도, 그리고 신비하기 짝이 없는 영주, 더불어 그림 속의 맹장명까지, 모두 영기를 다루는 자들이자 도가를 배운 이들이었다. 그래서 카운트 에버윈이 장운관에 들어서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은, 곧장 삼청전에 올라 도문 삼존에게 머리 숙여 향을 올리는 일이었다. 그런 뒤 카운트 에버윈은 그제야 곁에 있는 어린 도사를 향해 다가가 입을 열었다. “도사님, 여기서 가난한 도인이 신세를 지고 며칠 묵어갈 수 있겠습니까?” 어린 도사는 카운트 에버윈의 선풍도골한 외모와,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초탈한 도사의 기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공손히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어르신은 어느 도관 소속이십니까? 신분을 증명할 증서가 있으신가요?” 종교 내부의 불문율에 따르면, 도사가 자기 도관을 떠나 타지의 도관에 오면, 그곳에서 하룻밤 품을 팔며 묵을 수 있었다. 다만 상대 도사가 진짜 도사인지 여부는 확인해야,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 카운트 에버윈은 이 말을 듣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간 줄곧 해외에서 수련했고, 한국에 온 지도 참 오래입니다. 그래서 증서 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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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7장

카운트 에버윈은 어린 도사를 따라 장운관 중원의 곁전각으로 향했는데, 이곳이 바로 장운관의 접대실로, 다른 도관에서 온 방장이나 감독, 혹은 도관에 큰 공덕을 세운 신도들을 접대하는 곳이었다. 카운트 에버윈을 이곳에 모신 뒤, 어린 도사는 급히 달려가 보고했다. 장운관에서 오랫동안 앞 뜰에 상주하는 이는 대개 자질구레한 일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도사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전원에서 방문객과 신도들의 질서를 유지하고, 청소를 하며, 신전과 신상을 관리하고, 공물을 정리, 정돈하는 일들을 맡는다. 그렇기에 어린 도사가 감독에게 보고하려면, 층층이 상부로 전달해야 했다. 게다가 그 계층은 어린 도사가 생각한 것보다 한 층 더 많았다. 이십 분이 지나서야, 도가 예복을 걸친 한 노인이 여러 사람의 추종을 받으며, 기쁨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급히 달려왔다. 그는 말 그대로 말릴 틈도 없이 접대실로 뛰어들어, 눈을 들어 카운트 에버윈을 보았다. 그 순간, 마치 정지 마법이라도 걸린 듯, 그는 문간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바로 지금 장운관의 감독, 청허 산인이었다. ‘청허’는 그를 길러 준 스승이 내려 준 도호로, 어려서부터 스승이 젖먹이 이름처럼 그를 그렇게 불렀고, 그가 감독을 이은 뒤에는 뒤에 ‘산인’이라는 두 글자를 덧붙였다. 카운트 에버윈이 그를 보며, 살며시 수염을 쓸어내리고 웃으며 물었다. “청허, 나를 알아보겠느냐?” 청허 산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주름 가득한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는 목이 메어 말했다. “장청 사백... 정말, 정말 사백이십니까?!” 카운트 에버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다.” 청허 산인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고,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장청 사백, 지금의 사백은 청허보다도 더 젊어 보이십니다. 설마... 설마 정말로 ‘장생의 법’을 찾으신 겁니까?” 이 말이 나오자, 곁에 있던 연배 높은 도사들 몇 명이 하나같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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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8장

이 모든 세월 동안, 그는 다른 신분으로 몇 번이나 한국에 와본 적은 있었지만, 장운관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장운관에 오지 않은 이유는, 카운트 에버윈이 장운관의 제자들이 자신이 이미 장생의 법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에는, 자신은 천신만고 끝에 비로소 경지에 들었고, 이런 비밀은 장운관을 포함해 자신을 아는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장운관으로 오기를 택한 것은, 근본적으로는 요 며칠 동안 릴리의 행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주는 내내 그에게 릴리를 찾아 한국으로 가라고 재촉했고, 그는 3~5일쯤은 미룰 수 있을 것이지만 3~5달까지는 미룰 수 없을 것이었다. 영주의 성격상, 길어야 며칠 안에 마지막 통첩을 내릴 터였고, 그러니 자신은 반드시 몇몇 조력자를 찾아 릴리의 행방을 수색해야 했다. 카운트 에버윈은 그동안 폴른 오더에서 결코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 않았으므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곤 장운관의 도사들 뿐이었다. 이때, 청허 산인이 간절한 눈빛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바라보자, 카운트 에버윈은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청허, 여기는 얘기할 곳이 아니네. 뒤뜰의 밀실이 아직 남아 있나? 있다면 그리로 가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지.” 청허 산인이 급히 말했다. “있습니다, 있습니다! 장청 사백, 절 따라오시지요!” 연로한 청허 산인이 정중히 앞장서서, 카운트 에버윈을 뒤뜰 지하 밀실 앞까지 모셔 갔다. 물론 다른 몇몇 도사들도 함께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카운트 에버윈이 일부러 비밀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그는 청허 산인에게 말했다. “청허, 자네와 나 사이에 할 얘기는 중대한 것이니, 신중을 기해 우리 둘이 먼저 이야기 하세.”청허 산인은 감히 거역할 수 없었고,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백!” 이윽고 그는 다른 이들을 밀실 밖에 남겨 두고, 카운트 에버윈과 함께 밀실로 들어갔다. 밀실 안, 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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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9장

카운트 에버윈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올해 나는 156이라네.” “156세...” 청허 산인이 동경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겉모습은 56세도 안 되어 보이십니다...” 카운트 에버윈이 담담히 말했다. “그게 바로 영기를 얻은 뒤의 성취지. 나는 이미 19세기, 20세기, 21세기를 살았다. 만약 22세기까지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이 생에 미련이 없겠지.” 청허 산인이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두 다리를 굽혀 다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세게 조아리며 간청했다. “장청 사백, 부디 청허에게 장생의 도를 전수해 주십시오!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이 생을 다해 사백을 모시고 허드렛일만 하겠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고난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청허 산인은 도교 문파에 든 지 칠십 년이 넘었다. 지금의 그는, 당시 카운트 에버윈이 장운관을 떠나던 때와 같은 벽 앞에 서 있었다. 날마다 도법을 닦고, 날마다 단약을 빚었지만, 장생의 문이 어디에 열려 있는지 끝내 찾지 못한 채였다. 이미 고희를 넘기며 운명을 받아들였었는데, 뜻밖에도 여기서 사백과 재회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장생에 대한 열망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운트 에버윈은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 “청허, 이 많은 세월이 지나 내가 다시 여기로 돌아온 건, 바로 너를 찾고, 장운관의 제자들을 찾아서, 내가 얻은 것을 너희에게 나눠 주려는 뜻이 있어서다.”청허 산인은 전신을 떨 만큼 감격하여, 고개를 들어 카운트 에버윈을 바라보며 목이 메었다. “장청 사백... 정말 장생의 도를 전해주시려는 겁니까?” 카운트 에버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월 내내 나는 장운관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장운관의 은혜는 산보다도 무겁지. 그러니 그 맥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너는 내 사형이 키운 아이다. 내가 바라기로는, 너도 나처럼 장생의 문에 들고, 훗날 장생의 길을 함께 걸어갈 벗이 되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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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0장

청허 산인이 앞다투어 충성을 표하자, 카운트 에버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모든 것이 과연 자신의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카운트 에버윈은 결코 선량한 사람 축에는 들지 않았다. 영주 앞에서만 고분고분했을 뿐, 다른 이들에게는 말을 한 번 내뱉으면 반드시 지킨다는 가장 기초적인 도덕적 의무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 막 도착했을 때도, 그는 장운관의 인맥과 자원을 이용해 릴리의 자취를 찾는 방안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몇 번을 심사숙고하며 저울질해 보니, 장운관을 이용하려고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드러낼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장운관이 과연 릴리의 단서를 찾아 줄 수 있을지 부터가 미지수였고, 더구나 19세기에 태어나 장운관에서 수십 년을 수련한 도사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퍼지기라도 하면, 자신에게 불필요한 말썽을 반드시 불러올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바로 그래서 지금껏 장운관에 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카운트 에버윈에게 다소 긴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영주가 이미 폴른 오더 전체에 잠정 은거를 명했고, 머지않아 자신에게도 복귀를 지시할지 몰랐다. 릴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네 명의 백작이 폴른 오더에서 비록 높은 지위를 누린다 해도 절대적 자유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이렇게 오래 바깥에 나와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영주가 릴리를 다급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급변했고, 오리온 백작마저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어느 날 영주가 한마디만 하면, 자신은 돌아가 보고해야 했다. 다른 한편으로, 영주는 은서준의 아들의 행방까지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일은 더는 미룰 수 없었고, 근일 내로 서울과 경기도를 샅샅이 뒤져야 했다. 그러니 릴리를 찾는 일은, 결국 ‘백운관’을 공짜로 부려먹는 수밖에. 그렇게 하면 자신의 나이가 150이 넘었다는 사실이 새어 나갈 게 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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