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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1장

시후는 옆에 서 있던 안토니오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 뉴욕 마피아의 보스입니다. 인사 한번 해둬요. 위층에도 뉴욕에서 이름 좀 날리는 인물들이 여럿 있으니, 잠시 후에 하나씩 얼굴도 트고. 이자들은 본성이 천박해서 내가 혼자 상대하면 속으로는 반감을 살 겁니다. 그러니 성도민 씨처럼 명성과, 인맥, 그리고 조직을 갖춘 인물이 나서야 제대로 제압할 수 있어서요. 날 밝으면 이 인간이랑 그 패거리들을 전부 데리고 미국을 떠나 배로 이동한 뒤, 환승해서 시리아로 보내세요. 하미드에게 바로 넘기면 됩니다.”성도민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추가로 지시하실 사항이 있습니까? 아니면 하미드 사령관에게 전할 말씀이 있으신지요.”시후는 안토니오를 한 번 흘겨보며 말했다.“이 안토니오라는 인간, 자칭 시칠리아의 훌륭한 사나이라더군. 다만 다리 하나가 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미드에게 전해서 시리아 의료 환경은 열악하니 굳이 치료할 필요 없다고 하세요. 목수 하나 불러서 목발이나 하나 만들어주면 충분할 겁니다. 거긴 요새 공사 중이라 항상 인력이 부족하니, 다리 하나 절어도 일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안토니오는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평생을 발버둥 치며 올라온 끝이, 이렇게 처참한 꼴로 전락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때 시후는 창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만 라모비치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창재는 아만 라모비치를 위층에서 데려 내려왔다.아만 라모비치는 세상 물정에 밝은 인물이었다. 성도민을 보는 순간, 그는 단번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봤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으로 가득 찼다.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 없던 성도민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나다니. 시후가 성도민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시후는 창재에게 눈짓했고, 창재는 아만 라모비치의 입에 물려 있던 걸레를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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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2장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당신과 진지하게 따질 생각이었으면, 진작 당신이 쓰던 방식 그대로 써서 안토니오의 손으로 당신을 처리했겠지.”그러고는 안토니오를 바라보며 물었다.“안토니오, 하나 제안하지. 네가 아만 라모비치를 직접 처리하면, 널 뉴욕에 남겨서 계속 자노 패밀리를 맡게 해주겠다. 어때?”이 말을 듣자 안토니오는 진짜인지 아닌지 따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은 선생님! 총만 주시면 지금 당장 저 인간 머리를 벌집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아만 라모비치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시후가 정말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은 안토니오의 손을 빌려 시후를 제거하려 했고, 만약 시후가 정말로 자신이 쓰던 방법 그대로 되갚는다면, 자신은 여기서 살아나갈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시후는 아만 라모비치의 공포를 눈치채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난 당신과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그제야 아만 라모비치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는 시리아든 아프가니스탄이든 상관없었다. 살아만 남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아만 라모비치, 당신은 위층에 있는 저런 패거리들이나, 시칠리아 출신의 저 인간과는 달라. 저자들은 무대에도 못 오를 보잘것없는 인간들이지만, 당신은 그래도 한때는 초대형 자본가였지. 젊었을 땐 분명 유능했고 배짱도 있었을 거야. 다만 요 몇 년 사이, 나이가 들면서 여자 문제 때문에 이성이 흐려졌을 뿐이고.”아만 라모비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신이 두 번이나 시후에게 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여자였다. 하지만 물론 아만 라모비치가 단순히 색에 눈이 멀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경우 모두 여자 외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그는 서유럽에서 마땅히 제대로 된 존중을 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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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3장

아만 라모비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시후가 자신을 살려준 것 자체가 이미 원한을 덕으로 갚은 셈이라는 것을.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서 더 살려 달라고 매달렸다가, 혹시라도 시후의 마음이 바뀌면 지금보다 훨씬 나쁜 제안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결국 그는 체념한 듯 시후에게 말했다.“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리아에 도착하면 하미드 사령관과 최대한 긴밀히 협력해서,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좋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아만 라모비치 씨, 아주 눈치가 빠르네요. 요즘 세상에 이렇게 판을 읽는 사람, 사실 많지가 않은데.”말을 마친 시후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한 뒤 성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성도민 씨, 날도 밝았고 사람들도 거의 다 모였군요. 배부터 준비하세요. 그리고 위에 있는 놈들은 한 방 제대로 먹이고 나서, 바로 데리고 미국을 떠나면 됩니다.”성도민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은 선생님, 그 ‘한 방’이라는 게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지요? 대략적인 기준이라도 주시면 좋겠습니다.”시후는 검지 하나를 들어 올리며 담담히 말했다.“조건은 하나. 겁에 질리게 만들어요. 끌려가는 놈이든, 여기 남는 놈이든, 오늘 너를 본 이후로는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도록.”성도민은 곧바로 뜻을 알아차렸다.“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그 뒤 시후는 안토니오에게 먼저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안토니오는 한쪽 다리로 절뚝거리며, 깡충깡충 뛰다시피 하면서 2층으로 향했다.시후와 성도민은 그 뒤를 느긋하게 따라 올라갔다.그 시각 2층에 묶여 있던 패거리들은 여전히 안토니오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안토니오가 자신들을 불러 모아 놓고는 이유도 없이 묶어 버렸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몇몇은 속으로 이미 계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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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4장

잡혀 있는 모두가 저마다 의아해했다. 도대체 안토니오가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안토니오가 기어이 하반신까지 힘겹게 끌어올려 계단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의 다리 하나가 완전히 부러져 있었던 것이다.더 충격적인 건,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었다. 상처 부위에서는 아직도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처참했다.이제 안토니오에게서 예전의 뉴욕 마피아 보스의 위압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안토니오는 이들의 적개심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2층에 올라서자마자 가장 먼저 머리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졌다.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지만, 그런데 그 행동은 오히려 사람들을 더 큰 충격에 빠뜨렸다. 안토니오의 양쪽 귀가 모두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건 피가 말라붙은 흉터뿐이었다.이쯤 되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차렸다. 안토니오는 분명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문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늘 이 자리에 자신들을 속여 끌어와 묶어 둔 사람이 안토니오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그때, 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시후와 성도민이 앞뒤로 나란히 계단을 올라왔다.이들 중 일부는 1층에서 시후를 본 적이 있었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시후는 2층에 올라서자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뉴욕의 조직 구도와 수익 분배를 어떻게 정리할지 이야기하려는 것. 사람이 많으니 의견은 따로 받지 않겠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오늘부터 여러분의 모든 조직은 한인타운 조직에 보고 체계를 두게 된다. 그리고 순이익의 75퍼센트를 매주 한인타운 조직에 상납한다.”시후의 말이 떨어지자, 묶여 있던 조직 보스들의 눈이 일제히 커졌다. 많은 이들의 입에는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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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5장

설령 시후가 지금 이 자리에서 안토니오를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이들이 진심으로 복종할 리는 없었다. 기껏해야 겉으로만 고개를 숙일 뿐이고,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할 일은 형제들과 무기를 챙겨 다시 돌아와 시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것이었다.게다가 시후는 앞으로 한인타운 조직에 복종하고, 한인타운 조직에 보호비를 내라고까지 했다. 이 말은 곧, 그들이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렇다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기회를 엿보다가 다시 들이닥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시후가 내건 조건을 마음속으로 비웃었고, 입이 틀어 막혀 있는 김에 아예 모두가 모른 척하기로 했다.하지만 시후는 애초에 그들의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잘 들어라. 내일부터 각 조직은 반드시 전담 회계 담당자를 둬야 한다. 모든 수입과 지출을 상세히 기록하고, 매주 한인타운 조직에 보고하고 감사를 받는다. 장부에 문제가 있으면, 첫 번째는 왼손을 자르고, 두 번째는 오른손을 자른다. 세 번째는 머리를 날려 버릴 것이다.”시후의 이 협박 역시, 그들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지금은 서로 눈빛으로 밖에 소통할 수 없었지만, 각자 마음속으로 계산이 이미 끝나 있었던 것이다. 한인타운 조직의 세력은 크지 않았고, 인원도 많지 않았다. 정면 충돌이 벌어지면 이 많은 조직을 상대할 힘은 없다고 판단했다. 즉, 자신들을 진짜로 쥐고 흔들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생각이었다.그때 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여기 온 조직 보스들은 전부 각자 부두목을 데리고 왔을 거다. 그러니 돌려 말하지 않겠다. 내 계획을 분명히 말하지. 먼저 몇 십 분 안에, 지금의 모든 조직 보스들은 배를 타고 뉴욕을 떠나 시리아로 간다. 이후 각 조직의 보스 자리는 함께 온 부두목이 자동으로 승계한다. 하지만 그 부두목이 의무를 거부한다면, 그 문제는 내 옆에 있는 성도민 씨가 직접 처리한다.”시후는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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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6장

성도민의 말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로 들끓던 이 조직원들을 단번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들은 서로 몸을 바짝 붙인 채,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한겨울 남극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서로 기대며 몸을 떨고 있는 황제펭귄 떼 와도 같았다.시후는 그들이 겁에 질려 오줌이라도 쌀 듯한 모습을 보며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늘 천하무적이라며 설치던 이 거리의 양아치들도, 이렇게까지 겁먹어 버릴 날이 오는 법이었다.미국의 이런 조직범죄 세력을 상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악은 악으로 제압하는 방식’이었다.상대가 칼을 들면 총으로 맞서야 하고, 총을 들면 집안까지 송두리째 없애 버릴 각오를 보여줘야 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에게 도덕이나 명분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이 바닥에서 구르는 인간들 중, 도덕을 지키는 인간은 극히 드물다. 도덕이란 법보다도 더 엄격한 기준이다. 불법은 전부 도덕에 어긋나지만, 도덕에 어긋난 모든 일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하지만 이 양아치들이 벌어들인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불법 위에 세워진 것이다. 법조차 우습게 여기는 놈들이, 도덕을 마음에 새길 리가 없었다.그래서 이런 인간들을 다루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였다. 그들보다 더 잔인해지는 것.시후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 혼자만으로는 이들에게 뿌리 깊은 공포를 심어 주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놈들의 골수 깊숙이 두려움을 박아 넣으려면, 먼저 ‘절대적인 힘’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의지’를 확실히 각인시켜야 했다.하지만 그런 작업에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했다.뉴욕의 잔챙이 조직들을 다스리자고 그 정도 수고를 들이는 건, 솔직히 말해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그래서 시후는 성도민을 불러왔다. 자신 대신 완전한 악역, 즉 검은 얼굴을 맡길 존재로.형제 수로 보나, 살인 경험으로 보나, 이 거리의 양아치들이 블랙 드래곤을 상대할 급은 아니었다.게다가 힘의 구조 자체가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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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7장

성도민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옆에 서 있는 창재를 가리키며 성도민에게 말했다.“그리고 지금부터 창재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게 천재지변든 인재든 가리지 말고,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죽이면 됩니다. 한 명도 남기지 말고!”그 말을 듣는 순간, 현장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그들은 코로 헐떡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고, 이 결정에 대한 거센 반감을 숨기지 못했다.시후는 그 모습을 보고 성도민에게 말했다.“다 같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면서 말도 못 하게 할 순 없지. 입에 물린 것부터 다 뺍시다. 무슨 불만이 있는지 들어보죠.”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부하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 그들의 입에 막혀 있던 것들을 전부 뽑아냈다.그때 한 조직의 보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이건… 이건 불공평합니다! 우리가 죽이지도 않았는데, 사고를 당해도 왜 우리가 다 죽어야 합니까?!”다른 사람들도 속마음을 들킨 듯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맞아! 이건 불공평해!”시후는 웃으며 물었다.“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뉴욕 갱단들이 원래 이렇게 공정을 따지는 곳이었나?”처음 말을 꺼낸 자는 분위기에 힘을 얻은 듯 용기를 내 말했다.“우리를 시리아로 보내고, 수익의 75%를 한인타운 조직에 상납하라는 것까지는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사를 우리 생사와 묶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우리가 성실히 따랐는데도, 그 사람이 자기 문제로 죽으면 우리까지 같이 죽어야 한다니, 그건 너무 불공평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공정을 따지고 싶다는 거지?”그러자 조금 전 말한 사내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공정해야 합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확실히 하자. 내 제안을 거부하고, 공정을 원한다는 거지?”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확실합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공정하게 가보자고.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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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8장

시후가 되물었다.“뭐라고? 공정을 원한다면서? 네가 나한테 공정을 요구했다면, 나도 네가 불공정하게 대했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너에게 공정을 요구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왜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는 거지?”그러고는 성도민을 보며 덧붙였다.“아, 그리고 성도민 씨. 이놈이 과거에 적이나 경쟁자를 상대하면서, 가족과 같이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댄 적이 있다면, 그대로 돌려주는 걸로 합시다. 남의 아내를 죽였으면 토드 길버트의 아내를 죽이고, 남의 아들을 죽였으면 토드 길버트 아들도 죽여요. 이건 내가 정한 게 아니라, 본인이 요구한 공정이니까. 우리는 절대적인 공정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성도민은 즉시 답했다.“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낱낱이 조사하겠습니다!”토드 길버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가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얼굴과 팔다리의 근육이 눈에 띄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그때,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외쳤다.“선생님! 이 개자식은 예전에 제 친구의 물건을 빼앗으려고 제 친구의 아들을 납치했습니다! 물건을 넘겼는데도, 이 자식은 결국 제 친구와 아들까지 다 죽였죠! 그 날의 일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했다. 너는 조직에서 두목이냐, 아니면 부두목이냐?”그는 서둘러 답했다.“부두목입니다……”시후는 옆에 있던 창재에게 말했다.“창재 씨, 이 일 사실로 확인되면 저 조직은 상납 비율 75%에서 잔돈은 빼줘요. 70%만 받으면 됩니다.”창재는 곧바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기록해 두겠습니다.”그 말에 그 사람은 얼굴에 기색이 돌았다. 단 한마디 증언으로 상납 비율이 5%나 줄었기 때문이다. 조직의 월 수익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이때 또 다른 사람이 나섰다.“선생님, 저도 고발하겠습니다! 10년 전, 알제리 출신 매춘부에게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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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9장

시후의 말투는 단호하고 냉혹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살기가 서려 있어, 현장에 있던 모두가 두피가 저릿해질 정도였고, 토드 길버트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토드 길버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죽는 것도 싫었지만,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것처럼 가족이 함께 살해당하는 것은 더더욱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시후에게 ‘공정’을 요구한 것이 평생 가장 후회스럽고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는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연신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시후는 그에게 단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토드 길버트가 끝내 선택을 말하지 않자, 시후가 입을 열었다.“네가 고르지 않겠다면, 내가 대신 골라주지.”그리고 곧장 성도민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아까 말한 첫 번째 방식으로 진행하죠. 실행 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손을 댈 때는 반드시 영상으로 남기는 겁니다. 그 영상을 이놈에게 보여준 뒤에 ‘자기가 저지른 짓 그대로 돌려받는 것’이 뭔지 확실히 알게 해주세요. 이놈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본인만 빠져나갈 수는 없죠. 그리고 가족들 처리가 끝나면, 그 다음에 이놈도 함께 처리하세요.”성도민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토드 길버트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졌다. 가족이 죽고, 자신도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두 번째를 선택하겠습니다…”지금 상황에서는 혼자 죽는 편이, 가족까지 함께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토드 길버트는 1과 N+1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가족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저질러 온 일들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으면 가족 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시후는 애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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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0장

그중 한 명은 아예 먼저 나서 토드 길버트의 목에 올가미를 씌웠다. 토드 길버트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시후가 제시했던 또 다른 선택지가 머릿속을 스치자, 결국 저항을 포기했다.올가미가 목에 걸리자, 시후가 토드 길버트를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직접 의자를 차겠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도와줄까?”토드 길버트는 이미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울먹이며 말했다.“은 선생님… 번거로우시겠지만, 다른 사람이 도와주게 해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노골적인 조소와 함께 경멸을 드러냈다.“너 같은 인간은, 내가 직접 손을 더럽힐 가치도 없다.”시후는 곧바로 토드 길버트와 함께 왔던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당신이 데스 러너의 부두목이라고 했지?”그 남자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고도 다급하게 말했다.“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앤드류 브라운입니다. 데스 러너의 부두목입니다…”그리고 서둘러 덧붙였다.“은 선생님, 부디 저를 토드와 같은 부류로 보지 말아주십시오. 저놈은 의리도 없고 수단도 잔혹합니다. 제가 여러 차례 에둘러 경고했지만, 토드는 전혀 뉘우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지요. 토드의 밑에서 일하며 바꾸고 싶어도 제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토드 길버트는 부두목이 이 순간에 배신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분노에 차 외쳤다.“앤드류, 이 배은망덕한 개자식아!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지금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겠어?!”앤드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말했다.“맞지. 네가 날 끌어올린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네가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조직의 규율을 짓밟은 사실을 덮어주진 못해. 조직 안에서는 이미 모두가 불만을 품고 있었어! 너만 몰랐을 뿐! 그 무고한 사람들이 네 손에 죽어갈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어야 했다고!”시후는 앤드류를 바라보다가, 의자 위에 서 있는 토드 길버트를 가리키며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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