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가 데이터센터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의 곁에는 왕실 수행원이나 시종은 한 명도 없었다. 대신 파란색 순면 작업복을 입고, 정전기 방지 장갑과 마스크, 보호모를 착용한 스물여 명의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그들 대부분은 Samson 그룹이 미국에서 데려온 기술진이었지만, 그중 네 명은 기술자가 아니었다. 바로 시후와 릴리, 안태풍, 그리고 은퇴한 형사 제이크 한이었다.이번 거래는 헬레나가 전면에 나서는 만큼, 시후는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LCS 그룹과 Samson 그룹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안태풍과 제이크 한은 미국에서도 제법 알려진 인물이었다. 안태풍은 오랫동안 Samson 그룹의 대외 업무를 총괄해 왔기 때문에 하워드 로스차일드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네 사람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술진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하지만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통일된 복장을 한 이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정전기 방지 작업복과 장갑, 보호모, 마스크 착용이 기본 규정이었다. 그 뒤에 서 있는 AI 구축팀 역시 모두 같은 차림이었다. 현장에서 평상복 차림인 사람은 하워드 로스차일드와 헬레나 둘뿐이었다.헬레나를 본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반가운 표정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는 먼저 헬레나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공손하게 말했다.“여왕 폐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헬레나는 여왕다운 품위를 잃지 않은 채 차분히 말했다.“노르웨이에서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로스차일드 씨. 현재 진행 상황은 어디까지 왔나요?”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선 서버 랙을 가리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여왕 폐하, 지금 보시는 이 서버 랙에는 모두 최고 성능의 연산 칩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대기 상태라 매우 조용하지만, 한번 명령을 내려 최대 성능으로 가동되면 소음은 이륙하는 대형 여객기와 맞먹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또 이곳의 모든 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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