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감사드려요. 교수님.”말을 마친 뒤, 희유는 스피커폰을 켜 둔 휴대폰을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도경은 눈을 크게 뜨고 그쪽을 바라보았는데 희유의 휴대폰은 실제로 엄주빈 교수님과 통화 중이었다.도경은 분한 듯 이를 악물더니 자신의 휴대폰을 끊고 그대로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잠시 뒤 도경이 잠든 듯하자, 진희유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를 끊은 다음 우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마워, 우한아.]희유는 우한의 이름을 ‘엄주빈 교수님’으로 저장해 두었기 때문에, 사실 방금 전화한 상대는 우한이었다.우한은 야행성이라 이 시간에도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같이 방 쓰는 사람이 좀 까다로워?]이에 희유는 난감하게 답했다.[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우한이 말했다.[누구든지 버릇을 들일 필요 없어. 정 안 되면 내가 병가 내고 갈게.]그러자 희유가 답했다.[그 정도는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우한과 인사를 나눈 뒤 휴대폰을 옆에 두고, 희유는 마음 놓고 잠들었다.이후 며칠 동안 희유는 낮에는 전시장에 틀어박혀 전시품을 익히고, 밤에는 회의에 참석해 교수님의 조수 역할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매일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다 보니 도경과 마주칠 시간도 거의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정면충돌도 없었다.초청된 손님들은 대부분 해외 대표들이었고, 희유 일행은 이들을 안내하며 동시에 도슨트 역할을 맡아 전시된 모든 작품을 소개했다.국내 전시품은 비교적 익숙했지만, 해외 전시품은 며칠 동안 부지런히 공부하며 지식을 보충해야 했다.희유를 기쁘게 한 점은 전시가 열린 장소가 한 정원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고전소설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곳으로, 기암괴석과 정자, 누각, 작은 다리와 흐르는 물이 어우러져 있어 일이 조금 힘들어도 마음만은 한결 편안했다.성주는 남쪽 해안에 가까워 이른 봄부터 꽃향기와 새소리가 가득했고, 햇살도 눈 부셨다.그리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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