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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3691 - Chapter 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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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1화

이은화는 인질을 끌고 계단을 올라 옥상까지 갔다.옥상에서 아래에 모인 사람들과의 거리는 훨씬 더 멀어졌고 그녀의 총 사거리도 그렇게 길지 않아 누구를 쏘기도 어려웠다.이은화는 큰 소리로 누구도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누구라도 안으로 접근하면 쏘겠다고 위협했다.옥상에서 본채 입구를 향해 쏘는 건 여전히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었다.인질을 기절시킨 덕에 이은화는 손을 비워 휴대폰으로 도혁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도혁찬에게 와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지시했다.모두와 함께 죽을 수는 없게 되자 이은화도 죽고 싶지 않았고 탈출하고 싶었다.그녀는 소형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도혁찬이 그 헬리콥터를 타고 오기만 하면 이은화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아래에 있던 경찰들은 이미 지원과 저격수를 요청했다.“엄마, 그 사람 풀어주시고 총 내려놓으세요. 제발, 엄마. 제발 좀 그만 하세요!”이윤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십 미터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이은화가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도망치려는 생각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소용없는 일이었다. 오늘 밤, 이은화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이은화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딸을 노려보았다.순간 이은화는 옥상 아래에 있는 딸을 향해 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방윤림은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만약 이은화가 총을 쏜다면 방윤림은 즉시 이윤미를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윤미를 지킬 각오였다.그러나 이은화는 그런 생각을 잠시 했을 뿐 충동적으로 딸에게 총을 쏘지는 않았다.죽을 때조차도 딸을 지키고 싶었다.딸이 자신과 마음이 맞지 않는 것은 딸이 자라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고 따라서 형성된 가치관도 달랐다.사실 이은화는 딸의 가치관이 자신보다 더 올바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하지만 이윤미는 괴롭힐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보 행세하며 호랑이 잡는 인물이었다.이은화조차 이윤미에게 속은 적 있었다.이런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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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2화

이경혜도 이윤미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예진이 말이 맞아요. 들어가지 마세요. 총을 윤미 씨 아버지에게 겨누면서 망설임 없이 쏘았어요. 지금 미친 것 같아요.”정군호는 총에 맞아 이미 통증으로 기절했다.정일범 형제들은 충격에 빠져 멍해졌다. 그들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총을 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이은화가 이윤미에게도 총을 겨누는 광경을 보더니 그들 형제는 어머니가 모자지간의 정까지 무시하고 자신들을 쏠까 봐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그들은 정군호의 곁을 지키며 구급차가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하기를 기다렸다.이윤미는 눈가를 붉히며 계단 난간에 서 있는 이은화를 올려다보다가 이경혜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사람들 앞으로 달려 나가 풀썩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절을 하며 울부짖었다.“엄마, 제발! 제발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마세요,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불효자식이에요. 어떻게 저를 혼내시든 좋아요. 제발 더 이상 잘못을 거듭하지 마세요. 엄마, 인질을 풀어주세요. 총을 내려놓으시고 내려오세요. 제발요! 큰이모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생각해보세요. 지난 수십 년간의 후회를 생각해보시라고요! 저와 오빠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을 생각해보세요. 엄마, 제발 그분을 풀어주세요!”이윤미는 목이 터지라 외치며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그녀는 어머니가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원치 않았고 필사적으로 어머니의 죄를 대신하려 했다.하지만 이은화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이윤미는 경찰들이 상부에 지원과 저격수를 요청하는 것을 들었다.결국 이은화는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을 것이다.이윤미는 딸로서 어머니가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고 오직 어머니가 칼을 내려놓기를 간청할 뿐이다.방윤림은 이윤미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이윤미가 이은화에게 인질을 풀어주고 총을 내려놓을 것을 애걸하는 모습을 보며 한성근과 이경혜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인질을 풀고 총을 내려놓으라고 소리쳤다.한성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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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3화

‘그래, 도 비서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인간이지. 게다가 나보다 몇 살 더 많은 80세에 가까운 노인이야.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전태윤과 같은 젊은 세대를 이길 수는 없어... 신도 아니고. 오빠처럼 말이지. 오빠가 얼마나 대단했는데. 그때 내가 보낸 킬러에게 쫓겨 죽을 뻔했는데도 중상을 입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어... 오빠는 지난 수십 년간 고통과 질병에 시달렸다고 했어. 신의님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오빠도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거야.’이은화는 여전히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도혁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연결되었지만 도혁찬은 여전히 받지 않았다.오랫동안 벨이 울렸지만 도혁찬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은화는 전화를 끊은 후 다시 걸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차가운 절망이 발바닥에서부터 사지로 퍼져 나갔다.이은화는 마음마저 얼어붙는 듯했다.‘끝났어. 정말 끝난 거야...’그녀는 그들 중 누구도 죽이지 못했고 자신도 탈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특별 비서마저 잃었다.이은화는 저항을 포기하라며 땅에 엎드려 절하는 딸을 바라보더니 또 정군호의 곁을 지키며 구급차를 기다리는 세 아들을 보았다.이은화는 웃었다. 웃다가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정말로 그녀를 위해 생각하는 건 딸 이윤미뿐이었다.이은화는 언니에게도, 동생에게도 너무 미안했다.딸을 마주할 때 이은화는 부끄러워 얼굴도 들 수 없었다.“이윤미! 당장 일어나!”이은화는 딸에게 일어나라고, 더 이상 절을 하지 말라고, 이마를 다치면 그녀의 마음이 아프다고 소리쳤다.“엄마가 잘못했어. 하지만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어. 윤미야, 앞으로는 네 삶만 잘 살아가면 돼. 다른 사람들이 뭘 하려거든 신경 쓰지 마. 엄마가 너에게 한 말을 꼭 기억해둬.”그리고 방윤림에게도 부탁했다.“방 비서, 내가 너에게 한 말, 네가 나에게 한 약속... 꼭 지켜줘. 윤미를 너에게 맡길게. 내 딸에게 꼭 잘해줘.”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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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4화

거리가 멀어지자 이은화는 사람들의 얼굴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다.남은 두 발의 총알로 누굴 쏠 수 있겠는가.오직 자신에게 쏠 수밖에 없었다.이은화는 인질로 잡았던 일족의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얼굴에 능력이 출중한 젊은 여자였다.‘이런 인재를 남겨두면 윤미에게 위협이 될 텐데 죽여버려야 하나? 아니, 지금 상황에서 윤미가 가주 자리를 이을 가능성도 희박해. 이런 유능한 인물들을 살려두어서 하예진의 발목을 잡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하예진은 이전까지 직장 경험만 있었고 결혼 후 출산으로 몇 년간 사회와 단절되었다. 이혼 후 하루 토스트 가게로 다시 시작했고 이후 레스토랑을 열었지만 여전히 경험이 부족했다.강성에 와서 새 회사를 설립한 후야 비로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으니 경영 경험은 이윤미에 훨씬 못 미쳤다.이윤미가 막 이씨 그룹에 들어왔을 때 그녀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이들이 많았고 심지어 겉으로는 존중하는 척하며 은근히 발목을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하예진이 가주가 된다면 과연 그 많은 사람을 제압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이러한 생각에 이은화는 인질을 밀쳐냈다.이미 기절한 인질은 바닥에 부딪혀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다.눈을 뜨자 총을 든 이은화가 보였고 그녀는 심한 공포에 질려 뒤로 급히 물러났다.이은화가 총을 인질에게 겨누었다.“가주님, 쏘지 마세요! 저는 죽기 싫어요, 가주님!”그 여자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목숨을 구걸했다.정말 무고한 사람이었다.반응이 조금만 느렸을 뿐인데 가주의 손에 걸려 인질이 되었다.“꺼져!”이은화는 그냥 겁주려는 의도였다.유능한 인재들을 살려두어 하예진의 걸림돌이 되기를 바랐다.그 여자는 잠시 멍해졌다. 이은화가 정말로 자신을 풀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녀의 기억 속 이은화는 까다로운 할머니였고 무자비하며 잔인한 인물이었다.‘정말로 날 풀어주는 건가?’“안 가고 싶으면 나랑 같이 지옥에 가자.”이은화가 총을 겨누는 척하자 그 여자는 벌떡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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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5화

“엄마, 안 돼요!”이윤미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그녀가 달려가려는 순간 한 발의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탕!곧 이은화의 몸이 천천히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엄마!”이윤미가 앞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쓰러지는 어머니의 몸을 부여잡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이은화의 손에 잡혀있던 총도 땅에 떨어졌다.“엄마... 엄마...”이윤미는 이은화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이은화는 눈을 겨우 뜨고 딸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이미 말할 힘조차 없었다.이은화는 희미하게 언니와 여동생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이은숙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은경 역시 매우 화가 난 모습이었다.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바로 이은화가 그들을 죽였으니.“언니... 미안해...”이은화는 힘없이 ‘언니'라고 중얼거리며 미안함을 토해냈고 조금씩 눈을 감아가던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그녀는 드디어 해방되었다.이제 직접 언니와 동생에게 사과할 수 있을 것이다.이은화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권력과 지위를 위해 언니와 동생을 해쳐서는 안 되었다.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이은숙은 고생하며 어머니를 대신해 이은화와 이은경을 키웠다.하지만 이은화는 독한 마음으로 언니와 여동생을 죽였다.이은화는 살인자이고 이씨 가문의 죄인이었다.그녀는 자매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일족들을 많이 죽였다.죽은 자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이은화는 이제 아무도 자신을 고발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오늘 그녀가 그토록 감추려 했던 진실이 조각조각 파헤쳐지고 있었다.변명의 여지도 없었고 더는 변명할 마음도 없었다.이윤미가 이은화에게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가장 가까운 사람을 죽였는데 전혀 후회가 없으셨어요?”후회했다.이은화도 후회한 적 있었다.그녀는 얼마나 많은 밤을 언니와 동생의 꿈으로 울면서 잠에서 깨어났는가.하지만 이미 쏜 화살은 돌아오지 않듯 이미 저지른 일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이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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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6화

도혁찬이 중얼거렸다.그는 무릎을 꿇고 본채 방향으로 세 번 절을 한 후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의 부하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묵묵히 그를 따라갔다.대문을 나서자 도혁찬은 혼자 차에 올라타면서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지시하고는 차를 몰고 사라졌다.밤은 깊어갔다.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면 빛이 찾아온다.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강성의 실시간 검색어는 이씨 가문의 가주가 자살한 소식으로 도배되었다.이은화가 과거에 언니와 동생을 살해했다는 보도에 비서에 대한 질투로 언니를 해쳤다는 내용까지 터져 나왔다.온 도시가 떠들썩했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지인들의 문의 전화에 시달렸다.이씨 그룹도 평온을 찾을 수 없었다.이윤미는 업무 그룹 채팅방에 일주일 휴가 공지를 올렸고 그룹의 직원 모두에게 휴가를 알리라고 관리자들에게 지시했다.그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사람이 죽으면 빚도 사라지게 되는 법.이은화의 죽음과 함께 이경혜 일행은 이윤미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총에 맞은 정군호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목숨을 건졌고 의식을 회복한 뒤에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예상과 달리 그는 기쁨보다는 허탈함에 빠졌다.정군호는 이은화를 몹시 증오했지만 수십 년의 부부 생활과 네 아이를 키운 정이 없지는 않았다.다만 이은화의 지나치게 강한 성격에 시달리다 지쳐 바람을 피웠고 결국 부부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뿐이었다.그는 하루아침에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있었다.어머니가 죽자 정일범 형제들은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닫고 병원에 사람들을 보내 아버지를 돌보게 한 후 집으로 돌아가서 이윤미와 함께 어머니의 장례를 치를 준비했다.관성에서 온 사람 중 이경혜 부부와 전태윤, 성기현, 하예진과 정겨울이 강성에 머물렀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돌아갔다.그들이 이번에 전부 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첫째는 한성근의 증인이 되어주는 것, 둘째는 이은화에게 그녀의 계획이 완벽하게 성공할 것 같은 착각을 주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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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7화

전호영은 고씨 그룹의 대표실에서 약혼녀 고현과 함께 있었다.하예진은 회사로 돌아왔다.며칠 동안 회사로 제대로 나오지 못해 쌓인 업무가 산더미 같았다.빨리 처리하고 연차를 내어 관성으로 돌아가 설날을 보내려고 했다.참! 우빈과 하예정이 아직 예진 리조트에 있었기에 전태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A시로 직행해 아들과 여동생을 데리고 관성으로 갈 수도 있었다.일 년 내내 바쁘게 지냈으니 설날 연휴에는 편히 쉬고 싶었다.이씨 가문의 일은 설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설이 지나면 하예진은 유난히 바빠질 것이다.하예정이 출산 예정이라 친정 식구로서 분만실 밖에서 지켜야 할 터였다.중요한 일들을 미리 처리해두어야만 여동생 출산을 지켜볼 시간이 나올 것이다.하지만 지금 하예진은 대표실에 앉아 업무를 보는 대신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우빈은 친구 용정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약초 이름을 베껴 쓰느라 지쳐 있었다.처음에는 글씨를 똑바로 잘 썼다. 막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터라 글자가 두껍고 컸다.계속 쓰다 보니 지쳐서 글자가 비뚤어지기 시작했고 종이 한 장에 글자 몇 개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그러나 용정은 훨씬 인내심이 강했다.자주 베껴 쓰는 습관 때문인지 글씨체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우빈은 용정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숙제를 했지만 실제로 많이 쓰지는 못했다.글씨 쓰기를 마치자마자 하예정에게 핸드폰을 빌려 영상 통화를 걸었다.꼬마는 맨 처음에 쓴, 알아볼 수 있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하예진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엄마, 보세요. 제가 쓴 글자, 예쁘죠?”하예진은 칭찬했다.“잘했어. 막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애가 이 정도면 대단한 거야.”“언니, 우빈이가 나중에 쓴 건 보여주지 않았어요. 도대체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뚤어져 있다니까요. 저는 하나도 못 알아보겠어요.”하예정이 곁에서 일부러 덧붙였다.우빈의 얼굴이 바로 빨개졌다. 녀석은 몸을 틀어 하예정의 입을 막으며 소리쳤다.“이모, 조용히 해요! 지금 엄마랑 이야기 중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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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8화

“엄마, 전 용정이랑 비교 안 해요. 저는 의학을 안 배우는데 약초 책을 베껴 쓰는 건 그냥 용정이랑 같이 있어 주는 거예요. 혼자 너무 심심해하거든요.”두 아이는 진짜로 친한 사이였다.하예정도 우빈에게 약초 책을 베껴 쓰는 건 나쁠 게 없다고 했다.이 세상에서 우빈에게 가장 좋은 사람은 엄마와 이모뿐이었다.우빈은 이모의 말을 백 퍼센트 믿고 있다.꼬마는 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따라서 책을 베껴 쓰면서 글씨 연습을 했다.설이 지나 개학하면 유치원에서 예쁜 글씨로 부자 집안 아이들을 눌러버릴 작정이었다.“응, 비교할 필요 없어. 요즘 잘 놀고 있지?”하예진은 아들에게 부드럽게 물었다.우빈이 대답했다.“네! 매일 너무 재미있어요. 집에 안 가고 싶을 정도예요. 이모가 저보고 뭐라 그랬어요. 즐거우면 임금... 임금... 뭐라 그랬지...”“즐거우면 백성도 임금 안 섬긴다?”“네! 맞아요! ‘즐거우면 백성도 임금 안 섬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하예정은 이 속담의 말뜻을 설명해주었지만 우빈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언제 휴가에요? 엄마가 너무 그리워요.”하예진이 답했다.“곧 갈 거야. 다음 주말쯤이면 갈 수 있어.”하예진은 이번 주만 바쁘게 보내면 다음 주에 돌아갈 수 있었다.노동명은 매일 그녀가 관성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연말 휴가 전에 주민센터로 가서 혼인신고를 마칠 수 있도록 서두르고 싶었다.그리고 공개 프러포즈도 하고 다른 커플들이 하는 모든 절차를 하예진에게도 해주려고 했다.그러나 하예진은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가 진심으로 그녀를 잘 대해주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물론 노동명이 그토록 신경을 써주며 안전감을 채워주려 하는 모습에 하예진은 말로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행복해했다.그녀는 늘 재혼하는 몸인데 너무 화려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노동명은 초혼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만 결혼할 거라며 아내도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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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9화

“정말요? 엄마 다음 주면 돌아오는 거예요? 엄마, 설날이 곧 다가오는데 저 불꽃놀이를 하고 싶어요.”우빈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우리는 불꽃놀이를 할 수 없단다. 불꽃놀이를 보려면 서원 리조트로 가야 해.”하예진이 말을 이었다.서원 리조트 산기슭에는 큰 잔디밭이 있어 불꽃놀이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화재 위험으로 적합하지 않았다.그리고 시내에서는 불꽃놀이가 금지되어 있었다.시골에는 금지되지 않았지만 하예진은 아들을 데리고 하씨 집안에서 설을 보낼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하예진의 부모님이 남기신 고향 집은 지금 그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설을 앞두고 하예진 자매는 고향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가깝지 않은 사이일지라도 하씨 영감 부부는 여전히 그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기 때문에 어르신께 설 선물과 용돈을 전해주고 와야 한다고 여겼다.“그럼 서원 리조트에 가서 불꽃놀이 보자!”우빈은 곧바로 서원 리조트에서 불꽃놀이를 보겠다고 결심했다.용정이 말하길 설날 불꽃놀이는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예진 리조트에도 큰 잔디밭이 있어 불꽃 놀이하기에 완벽했다.하예진은 다정하게 말했다.“좋아. 우빈아, 핸드폰 이모에게 줘. 엄마가 이모랑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너는 용정이랑 놀고 있어.”“네! 지연이 보러 갈게요. 너무 귀여워요. 엄마, 저도 여동생 있었으면 좋겠어요.”우빈은 핸드폰을 하예정에게 넘기며 소리쳤다.그는 예지연처럼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진심으로 원했다.안타깝게도 예지연은 용정의 여동생이다.자신만의 여동생이 있었다면 용정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몇 년만 기다리면 소원이 이뤄질지도 모르는데. 엄마가 여동생을 안 낳아도 이모가 낳아줄 거야.”아들딸 골고루 갖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하예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전씨 가문의 ‘아들만 낳는' 전통을 깨고 싶었다.우빈은 기쁨에 겨워 뛰쳐나갔다.하예정은 우빈이가 용정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용정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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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0화

대리 가주는 많은 인사 및 재산에 대해 관리만 할 뿐 진정으로 그 모든 것들을 차지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용정을 죽이려는 자들이 철저히 뿌리 뽑으려는 이유였다.첫째는 이은화처럼 오랜 계획 끝에 남의 떡밥만 만드는 꼴을 원하지 않았고 둘째는 가주 신분을 상징하는 권한 증표와 도템이 반드시 용정에게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그 두 가지를 손에 넣고 정통 혈통의 마지막 뿌리를 제거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있다.“지연이다!”두 꼬마가 모연정이 예지연을 안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자 소리치며 달려갔다.“엄마, 제가 지연이를 안을게요.”용정이 귀여운 얼굴을 들고 두 팔을 벌리며 예지연을 안겠다고 했다.모연정이 몸을 굽혀 딸을 용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잘 안아야 해. 지금은 좀 무겁거든. 예전처럼 조용하지도 않고.”용정과 우빈은 무술을 배우는 아이들이라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일반 아이들보다 힘이 셌다. 하여 모연정은 꼬마들이 딸을 안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만약 예지호였다면 모연정은 감히 두 아이에게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다.예지호는 너무도 활발해서 어른이 안아도 꿈틀거려 감당하기 힘들었다.울 때면 안고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예지연은 두 어린 오빠를 좋아했다.오빠들이 안아주면 옷이나 팔을 꽉 잡으며 떨어질까 봐 조심하는 모습이었다.어른들은 예지연이 영리하다고 말했다. 정말로 똑똑한 아이였다.“알았어요.”용정은 소중한 여동생을 안고 우빈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보모는 모연정이 또 예지연을 용정에게 안기게 한 모습을 보더니 급히 계단으로 올라갔다. 예지연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용정이 실수로 예지연을 떨어뜨릴까 봐 바짝 뒤따라가며 지켜보았다.예지연은 예씨 가문의 보물이라 조금이라도 다치면 온 집안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하예정이 하예진에게 물었다.“언니, 이제 끝났지?”하예진이 “대답했다.“응.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었어. 그냥 그 여자에게 우리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 여자가 우리를 한꺼번에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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