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미는 정군호와 정일범 형제들이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 정도 압력도 견디지 못한다면 그녀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 자격이 없지 않은가.정군호는 전화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다만 정일범에게 병원에 오라고 통보만 했다. 그리고 이윤미가 따뜻한 물을 따라오는 것을 보자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이윤미는 모르는 척하며 물잔을 아버지에게 건넸다.정군호는 이윤미를 설득하느라 정말 입이 마를 지경이었다.그는 물컵을 받아 단번에 벌컥 마셨다.“윤미야...”“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 어쨌든 아버지를 모시는 건 우리 자식들의 책임이에요. 오빠들이 매달 얼마씩 내는지에 맞춰서 저도 같은 금액을 드릴게요. 아버지를 굶기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그 외 다른 것들은 오빠들과 상의하세요.”이은화가 처음 세운 유언장에는 정군호의 노후는 세 아들이 맡는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윤미는 기분에 따라 돈을 조금 주어도 되는 상황이었다.“아버지, 편히 쉬세요. 저는 회사에 다녀오겠습니다. 요즘 회사 직원들의 인심도 흔들리고 있거든요.”이윤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했다.“이윤미!”정군호가 딸을 불러세웠다. 이윤미가 돌아서서 자신을 보자 입을 열었다.“이윤미, 네가 감히 모든 것을 내줘 버리면 우리 부녀간의 사이는 끝장이다! 내 말을 잘 들어! 난 너의 아버지야!”이윤미의 눈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아버지, 저의 일은 아버지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도 저를 막지 못하셨는데 아버지께서 무슨 자격으로 막으시겠어요? 끝까지 저와 맞서시겠다고요? 제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아버지가 저의 친아버지인 건 맞아요. 그런데 그게 뭐요? 저는 이씨 가문의 딸이에요. 저는 이씨라고요! 제가 원한다면 저는 이씨 가문의 가주가 될 거고 이씨 가문의 가주가 하는 일에 아버지가 무슨 간섭을 하실 수 있겠어요?”이윤미는 발걸음을 돌려 침대 앞에 서서 몸을 굽혀 정군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정군호가 그녀의 눈빛에 담긴 확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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