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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431 - Chapter 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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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1화

“고맙긴. 우리가 수십 년을 지내 왔는데 거의 모녀나 다름없잖아.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맙지. 좋은 손자 둘이나 안겨 줬고 이제는 나까지 태할머니가 되었으니 말이야.”전씨 할머니는 장소민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너랑 큰애는 그저 몸만 잘 챙기고 건강하게 지내면 돼. 이제부터는 아이들, 손주들 복 누리며 살면 되고. 너희도 나만 한 나이가 되면 집 안 가득 아이들 웃음소리로 차 있을 거야.”장소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태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 수만 있다면 자다가도 웃으며 깨어날 것 같아요.”“왜 못 살아? 요즘엔 여든, 아흔까지도 거뜬히 사는 세상인데. 비서 어르신만 해도 이제 아흔을 훌쩍 넘겼는데도 얼마나 정정하셔. 경혜 씨랑 지내면서는 오히려 기운이 더 좋아졌어. 이러다 100세도 훌쩍 넘기겠더라.”“마음이 편해졌으니까요. 평생 품고 살던 걱정도 다 내려놓고 이제는 손주들만 바라보며 사시면 되잖아요.”“태윤이랑 창빈도 다 속 썩일 애들이 아니야. 너는 이제 욕심내지 말고 편히 복을 누릴 생각만 해. 아기는 이제 태어난 지 며칠밖에 안 됐지만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에 훌쩍 커 버릴 거야.”전씨 할머니는 품에 안고 있던 증손자를 장소민에게 건넸다. 장소민이 아이를 받아 안자 전씨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태윤도 그랬어. 갓 태어난 것 같은데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겼지.”장소민은 웃으며 말했다.“네, 네. 우리 어머님의 말씀 잘 들을게요. 어머님처럼 마음 내려놓고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살도록 노력할게요. 백 살까지요. 우리 손자는 정말 보면 볼수록 더 예뻐요. 이 작은 얼굴이 어쩜 이렇게 곱고 단정한지.”자기 집 아이는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법이다. 장소민은 이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사랑스러운 아기처럼 보였다.“원래도 잘생겼잖아. 둘 다 인물이 훤한데 거기서 태어난 아이가 못생길 리가 있겠어. 한 네다섯 해쯤 지나서 둘째도 한 번 도전해 보게 해. 그때는 딸로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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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2화

하예정은 아들이 훗날 철없는 도련님 같은 아이로 자라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러나 그런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다짐할 뿐이었다.“예정아, 아침은 배부르게 먹었어? 맛있어?”전씨 할머니가 자애롭게 물었다. 하예정이 다가오자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려 했다.하예정은 재빨리 다가가 할머니를 붙잡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할머니. 앉아 계세요. 제가 서 있을게요. 배부르게 먹었어요. 집밥이 제 입에 딱 맞아요. 할머니, 요즘은 예전보다 식욕이 더 좋아졌어요. 원래도 잘 먹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더 잘 먹게 돼요. 산후조리 끝나면 살이 10킬로는 찌는 거 아닐지 너무 걱정돼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기 젖 먹이느라 금방 배가 고파져서 잘 먹게 되는 거야. 그렇게까지 살이 찌지는 않을 거야. 조리 끝나고 조금만 움직이면 금세 예전 몸매로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장소민도 말을 보탰다.“그래도 걱정되면 내가 태윤이한테 더 많이 먹으라고 할게. 너 대신 태윤이가 살을 더 찌우면 되지.”하예정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좋은 시어머니였다.“응애... 응애!”아기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장소민은 서둘러 손자를 달래기 시작했다.“배가 고플 거예요. 아까도 조금 먹다 말고 잠들었거든요. 늘 그래요. 먹이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잘 먹다가도 반쯤 먹으면 잠들어 버려요. 그냥 재워 두면 얼마 못 가 또 울면서 찾더라고요.”하예정은 시어머니 품에서 아들을 받아 안으며 아이 상태를 한 번 살펴보았다.“기저귀가 젖었네요.”그녀는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기저귀를 집어 들어 능숙하게 갈아 주었다.“깨끗한 걸 좋아하는 아기인가 봐요. 조금만 불편해도 바로 울어요. 이렇게 갈아 주면 말끔해졌다고 바로 조용해지죠.”“깔끔한 성격이네. 아빠를 닮았어.”전씨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전태윤은 결혼 전부터 조금 결벽증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새 기저귀로 갈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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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3화

전태윤은 우빈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길에 유치원 입구에서 주형인을 마주쳤다.주형인은 마침 손님 한 명을 태워 이 근처에 내려 주고 난 뒤였다.그는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고 차를 유치원 앞에 세운 채 전태윤이 우빈을 데리고 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예정이 출산한 뒤로는 우빈의 등원을 전태윤이 맡고 있었고 주형인은 이미 그 시간대를 훤히 꿰고 있었다.“전 대표님. 우빈아!”한참 동안 기다리던 주형인은 아들을 발견하더니 곧바로 반가운 얼굴로 두 사람 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우빈 역시 무척 기뻐했다.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전태윤은 자연스럽게 손을 놓아 주었다.우빈은 곧장 아빠를 향해 달려갔다.주형인은 우빈을 번쩍 안아 올리더니 꼬마의 작은 얼굴에 연신 뽀뽀해 주었다.우빈은 아빠의 목을 끌어안은 채 환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나 기다리고 있었어요?”주형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널 보려고 왔지.”“아빠.”“응?”“아기 동생이 엄청 귀여워요.”“그래? 그럼 동생한테 잘해 줘야 해.”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제 동생인데. 아빠, 엄마도 나중에 저한테 동생을 하나 더 낳아주실 거예요. 남동생일 수도 있고 여동생일 수도 있고요.”주형인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풀렸다.“아, 그래? 그럼 우빈이가 이제 진짜 형이 되는 거네. 동생들 많이 아껴 줘야 해. 엄마가 나중에 동생을 낳으면 우빈이가 엄마 도와서 동생도 잘 챙겨줘. 이제 형이잖아.”우빈은 제법 어른스러운 얼굴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아빠는 왜 저한테 동생을 안 낳아주세요?”주형인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굳었다.그의 머릿속에 한때 존재했지만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아이가 스쳐 지나갔다.그와 서현주 사이에 있었던 아이였다. 태어나 보지도 못한 채 뱃속에서 생을 마친 아이.비록 그와 서현주의 관계는 끝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서졌지만 그 아이만큼은 분명 그의 혈육이었다.모든 게 그의 잘못이었다.주형인이 서현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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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4화

우빈을 위해서라면 모두가 주형인을 어느 정도는 봐주기로 했다.지금의 주형인은 몇 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이제는 우빈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으니까.예전처럼 잠깐 아이를 달래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마음을 제대로 품게 된 것이다.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보았으며 그만큼 후회도 깊었다.그는 이제야 비로소 소중함을 배웠다.다만 그것을 깨닫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는 지나치게 컸다.주형인은 차에서 전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영양제를 꺼내 들고 전태윤에게 다가가서 건넸다.“우빈이를 이렇게까지 챙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많이 폐를 끼치네요.”주형인은 진심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전태윤은 담담하게 답했다.“누나가 우빈이를 우리에게 맡긴 이상 우리가 잘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우빈의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에만 신경 쓰세요. 운전하실 땐 특히 조심하시고요. 힘들면 쉬어 가면서 하시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우빈의 양육비는 주형인이 꼬박꼬박 챙겨 보내고 있었다.지금 그가 버는 돈은 대부분 아들의 양육비와 집 대출을 갚는 데 쓰이고 있었기에 사실 생활이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았다.“알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 대표님.”전태윤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주형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차에 올라 유치원을 떠났다.그는 그날도 손님을 다시 받지 않았고 대신 몇 가지 물건을 산 뒤 그대로 면회하러 갔다.서현주를 찾아온 것도 꽤 오랜만이었다.잠시 후,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서현주가 모습을 드러냈다.주형인을 본 순간 서현주는 그가 갑자기 찾아올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문득 걸음을 멈췄다.자리에 앉은 서현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주형인이 몇 차례 눈짓으로 수화기를 들라는 신호를 보내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현주야, 잘 지내고 있어?”주형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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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5화

주형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다가 이내 서현주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지나간 일은 다 지나간 거야. 이제 과거는 내려놓고 앞날만 바라보자.”서현주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꼭 몸조심해요. 보니까 매우 핼쑥해 보여요.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그녀는 주형인이 지금도 여전히 택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달에 버는 돈도 많지 않았고 예전에 사무실에 앉아 관리자로 일하던 시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만약 두 사람이 그릇된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주형인은 더 위로 올라갈 수도 있었고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서현주는 이내 생각을 정리했다.그 당시 주형인은 이미 아내 하예진에게서 마음이 멀어져 있었다. 출산 이후 달라진 하예진의 모습에 그는 잔인하게 등을 돌렸다.설령 서현주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을 가능성이 컸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는 걸 서현주 역시 알고 있었다.결국 두 사람 모두 욕심이 컸고 그 대가를 함께 치른 셈이었다.오늘의 이 결말은 누구에게도 억울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주형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좀 힘들긴 하지. 그래도 괜찮아. 아직은 버틸 만해. 너는 안에서 잘 지내고 있어. 꼭 감형도 받고. 나는 밖에서 너를 기다릴게. 돈도 조금씩 모아 두어서 네가 나오면 내가 제대로 보상할게. 남은 인생은 조용히 잘살아 보자. 현주야, 오늘 우빈이가 나한테 묻더라. 왜 자기는 동생이 없냐고. 또 엄마는 나중에 노동명 아저씨랑 동생을 낳을 거라고 하더군.”그 말은 거기까지였다. 더는 잇지 못했다.서현주는 그제야 그가 왜 갑자기 면회하러 왔는지 알 것 같았다.그의 마음속에는 한때 세상에 나오지 못한 그 아이가 다시 떠올랐을 것이다.서현주의 가슴이 순간 욱신거렸다.아이를 잃은 아픔은 서현주가 누구보다도 깊이 느끼고 있었다.“우빈이는 지금 잘 지내고 있나요? 애 엄마는 둘째를 낳았어요?”“우빈이는 잘 지내고 있어. 아직 둘째를 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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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6화

하예진은 이제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사랑도 가진 사람이다.그녀는 노동명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받으며 재혼에 성공했고 이제는 재벌 가문으로 시집가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그야말로 운이 좋은 여자였다.하예진의 아들 우빈도 노동명이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있다.“현주야, 이제 더는 누구도 부러워하지 말자. 우리 각자의 운명은 다르잖아. 부러워하다 보면 질투만 생기고 질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소소한 삶을 살아가자. 적어도 밥 한 끼는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만약 네가 감형돼서 일찍 나올 수 있다면 우리 또 아이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는 우리 셋이 함께 행복하게 살자.”서현주는 웃으려 했지만 그 웃음 속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다시 아이를 갖는 건 사치라고 생각해요. 제가 나와도 나이가 마흔이 넘을 텐데 그 나이에 또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우빈에게만 잘해 줘요. 적어도 당신에게는 아들이 있잖아요.”서현주는 잠시 고요해졌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도 우빈이 양육비는 계속 보내고 있죠?”주형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응, 해마다 약속대로 보내고 있어. 이혼할 때 약속한 대로 해마다 보내기로 했으니까 제때 보내줘야지.”하예진은 이제 돈 걱정 없이 우빈을 키울 수 있었고 우빈 역시 부족함 없는 아이였다.녀석은 오히려 주형인보다 돈이 더 많았다.주형인은 여전히 이혼 합의서에 따라 우빈의 양육비를 빠짐없이 보내 주었다.하예진 역시 그 돈을 그대로 받아 우빈의 이름으로 차곡차곡 모아 두었고 우빈에게는 아버지가 매달 양육비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알려 주었다.서현주가 조심스레 말했다.“그럼 노후는 걱정 없겠네요. 예진이가 우빈을 잘 키워서 나중에 당신을 책임져 줄 테니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현주는 우빈이가 과연 자신을 받아들여 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밥 한 끼라도 내줄 수 있을지 그것마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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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7화

전태윤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귀한 손님이 와 있었다.예준성이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하예정을 보러 온 것이다.얼굴을 보자마자 예준성은 웃으며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전화로 이미 축하를 전했음에도 굳이 한 번 더 말하는 모습이었다.전태윤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고마워요.”그는 예준성 부부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 뒤 자연스럽게 예준성의 품에서 예지연을 받아 안았다.“요즘 통 못 봤는데 딸이 이렇게 컸네요. 점점 더 아빠 닮아 가는군요.”예지연은 갈수록 예준성을 빼닮아 가고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꼭 그를 닮았다.예지호는 어릴 적 모연정을 닮은 기색이 조금 남아 있었고 남매가 똑같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닮은 구석도 적지 않았다.“아저씨.”전태윤의 품에 안긴 예지연이 또렷하게 한마디를 했다.전태윤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말도 할 줄 아는구나!”그가 알기로는 예지연 남매가 이제 막 걷기 시작했고 아빠나 엄마를 부를 수 있게 된 정도였다.예지연이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던 날 예준성은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딸이 말하는 영상을 찍어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SNS에 올렸었다.전태윤은 그때를 떠올리며 하예정에게 투덜거리기도 했다.예준성은 아빠가 된 뒤로 하루가 멀다고 딸 자랑만 늘어놓는다며 아이가 있다고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말이다.그럴 때마다 하예정은 웃으며 그를 놀렸다. 그건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라며, 만약 그에게도 아들과 딸이 있다면 하루에 몇백 번은 자랑했을 거라고 말이다.전태윤은 그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그렇다. 만약 예지연 같은 딸이 그에게도 있었다면 SNS는 몇 분 간격으로 새 글이 올라갔을지도 모른다.예준성이 웃으며 답했다.“간단한 말은 할 줄 알아요.”예지연은 낯을 가리지 않는 아이였다.이 꼬마는 전태윤에게 안긴 채로 얌전히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크고 맑은 눈이 이리저리 굴러가며 영특한 아이였다.겉보기에는 얌전해 보였지만 사실 예지호보다도, 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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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8화

전씨 할머니는 예지연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예진 리조트에 머물던 동안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예지연을 데리고 놀아 주곤 했다. 아이들과 노는 데 있어서 예씨 할머니보다도 훨씬 능숙했기에 예씨 가문의 아이들 역시 자연스레 전씨 할머니를 잘 따랐다.예씨 할머니는 가끔 질투 섞인 말투로 농담을 하기도 했다.자기 증손주들인데 어쩐지 전씨 할머니의 증손주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이다.“어머, 우리 지연이 말도 할 줄 알고 할머니도 기억하고 있네. 예뻐라!”전씨 할머니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예지연의 통통한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러자 예지연은 곧장 할머니의 목을 끌어안더니 할머니의 얼굴에도 똑같이 뽀뽀해 주었다.아주 살짝 스치는 그 부드러운 감촉에 할머니의 마음마저 순식간에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할머니는 예지연을 안은 채로 모연정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한 손을 비워 예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지호야, 넌 할머니가 안 보고 싶었어?”“할머니.”예지호는 아직 사람을 부르는 말 정도만 할 수 있었고 그 외의 말은 하지 못했다.그는 할머니를 향해 두 팔을 내밀며 자기도 안아 달라는 뜻을 보였다.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서 지금은 누나를 안고 계셔.”전씨 할머니는 예지호까지 함께 안아 올리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괜찮아요, 괜찮아요. 아이 둘쯤은 아직도 안을 수 있어요. 하나도 안 무겁답니다. 내가 다 안을 수 있어요.”전태윤은 그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예준성에게 말했다.“저희 할머니가 원래 저러세요. 아기만 보면 눈길이 떨어지질 않으세요. 자기가 누구 할머니인지도 잠시 잊을 정도라니까요.”장손인 전태윤이 바로 옆에 앉아 있었지만 전씨 할머니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예준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익숙해지셔야겠네요. 저는 이미 익숙한데요.”예준성 역시 아들이 없던 시절에는 예씨 할머니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손자였다.하지만 아들이 태어난 뒤로는 그 자리가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밀려났다.예씨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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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9화

“그래요. 그럼 준성 씨도 잘 챙겨 주세요. 연정 씨도 남편과 함께 여기서 며칠 묵고 가세요. 집에 사람이 있어야 저도 말벗이 되죠. 솔직히 산후조리 기간이 너무 심심하거든요.”가끔은 심효진이나 성소현이 들러 이야기를 나눠 주었고 하예진도 밤이면 전화나 영상통화를 걸어왔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너무 심심했다.잠을 자려 해도 이미 충분히 자 둔 터라 정신은 또렷했고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낮에 많이 자 두면 밤에는 더더욱 잠이 안 왔다. 아기조차 전태윤이 거의 도맡아 보고 있었다.하예정은 모유를 먹일 때만 아기를 안을 뿐 그 외에는 손을 댈 일이 거의 없었다.배부르면 자고, 자고 나면 또 먹는 일이 반복이었다.그녀에게 산후조리는 마치 잘 먹고 잘 쉬기만 하는 생활 같았다.모연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말 안 해도 저희는 며칠 머물 생각이었어요. 예정 씨가 너무 지루하다고 느끼는 건 태윤 씨가 아기도 돌보고 당신도 챙겨 주니까 그런 거예요.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먹고 자고 하면서 몸만 회복하면 되잖아요. 매일 그러니 심심할 수밖에 없죠.”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렇네요.”모연정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저도 산후조리 할 때 남편이 거의 태윤 씨처럼 잘 보살펴 줬어요. 다만 우리는 아이가 둘이었죠. 지연이는 잘 우는 편이 아니었는데 지호는 조금만 배가 고파도 바로 울어 버렸거든요. 배고프다고 울면 둘을 같이 먹여야 했고 조리 기간 웬만한 일은 다 우리 남편이 직접 했어요. 아이들을 도우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서 저도 계속 같이 돌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늘 바빴고 시간도 금세 지나가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산후조리를 두 달이나 했잖아요.”모연정은 쌍둥이를 낳았다.예준성은 그런 아내가 안쓰러워 산후조리를 두 달로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쌍둥이가 태어난지 여섯 달이 될 때까지는 출근도 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했다.회사에 잠깐 들러 얼굴만 비추는 건 괜찮았지만 실제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아기 좀 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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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0화

모연정이 웃으며 말했다.“저랑 제 오빠가 남매 쌍둥이거든요. 그런데 저도 남매 쌍둥이를 낳았잖아요. 이건 유전이에요. 호호호, 이건 부러워해도 어쩔 수 없어요. 괜찮아요. 몇 년 뒤에 예정 씨 도 딸 하나 더 낳으시면 되죠. 그러면 저를 안 부러워하셔도 되잖아요.”그 옆에서 모연정의 오빠가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예정 씨 아들도 참 예쁘네요. 아들이든 딸이든 다 소중한 보물이죠.”요즘은 대부분 아이를 한두 명만 낳는다. 자식이 적다 보니 남자든 여자든 가릴 것 없이 모두 귀하게 키웠다.외동으로 태어나 결혼 후에도 아이를 하나만 낳는 경우도 적지 않아 양가 어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한다.예전처럼 아들을 고집하던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였다.마침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가 되자 모연정이 직접 나섰다.말끔히 갈아 준 뒤 다시 아기를 안아 올려 하예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이제 눕혀요.”하예정이 아기를 받아 침대에 눕히자 모연정이 문득 말을 꺼냈다.“우빈이는 이제 유치원에 다니죠?”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요즘은 하루가 멀다고 여름방학만 기다려요. 방학이 되면 연정 씨네 집에 가서 놀 수 있잖아요. 용정이랑 꼭 만나야 한대요. 용정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신의님께서 직접 가르치고 계시니 저희야 걱정할 게 없죠. 며칠 전에 영상통화를 했는데 그때 우빈이가 여동생은 어느 공원에서 데려오느냐고 묻는 거예요. 우빈이랑 같이 공원 그네에 가서 여동생 둘을 안아 오겠대요. 그 말에 제가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신의님께서 옆에서 설명해 주셨는데도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슬쩍 여동생이 많아도 괜찮다면서, 몇 명이든 다 안아 오겠다고 하는 거 있죠.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그래도 지연이가 가장 좋대요.”하예정도 그 말을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우빈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예진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예정은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어릴 적에 하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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