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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1화

김아라가 가슴 아픈 목소리로 말했다.“임 선생님, 진 선생님이 임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왜 그러세요? 제가 집에 모셔다드릴게요. 설마 제가 모셔다드리면 제가 잡아먹을까 봐 두려우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받아들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게요. 취한 김에 함부로 하지 않아요. 그런 짓은 절대 안 해요.”임도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마치 김아라의 말에 질린 듯했다.사실 김아라가 자신을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임도준도 알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진소아를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는 자신과 진소아는 하늘이 내려준 커플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진소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임도준은 그녀에게 반했다.다만 그때 진소아에게 남자 친구가 있었던지라 임도준은 제삼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진소아의 남자 친구가 더 조건 좋은 처갓집을 찾아 그녀를 버리고 헤어졌을 때 임도준은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너무 즐거워 혼자서 몰래 싱글벙글 웃으며 다녔다.그러나 겉으로는 진소아를 위로하며 그녀 앞에서 전 남자 친구를 마구 욕했다.몇 년 동안 임도준은 줄곧 진소아 곁에서 정성껏 보살폈다.매일 진씨 진료소에 들러 호감을 쌓으며 다닌 덕에 그녀 가족 중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진씨 진료소에 자주 오는 환자들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임도준이 고백하자 진소아는 거절하고 또 거절했다.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마음을 줘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임도준은 이해가 안 갔다.‘왜? 내가 부족한 걸까? 혹시 내가 잘해 주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걸까?’임도준은 젊은 나이에 이미 자신의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고 시내에 집과 차도 마련했으며 예금도 적지 않아 이미 수많은 동년배를 압도했다.얼마나 많은 동창들이 아직도 큰 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며 고생하고 있는가.그런데 임도준은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고 집을 사고 차를 사는 데 가족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가장 출세한 자식이 되어 친척들은 그의 부모님께 아들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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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2화

임도준은 김아라의 원가족을 탓했지만 정작 자신의 원래 가정이 그녀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다.김아라 말대로 사실상 그들끼리야말로 잘 어울리는 짝이었다.“짜증 나네요.”임도준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술병을 들어 다시 한 잔 가득 따르며 물었다.“한잔하실래요? 나는 계속 마실 수 있어요. 아라 씨, 우리 같이 마셔요. 취할 때까지 마셔요. 내일 정신 없으면 하루 휴가 줄게요.”김아라가 대답했다.“임 선생님, 지금도 이미 취하셨는데 또 마시려고요? 저는 술 못 마셔요. 제가 마시면 우리 둘 다 집에 못 가요. 제가 운전도 해야 해요.”임도준이 혼자 한 잔을 비우자 김아라가 그의 잔을 빼앗으며 말했다.“그만 마셔요. 가요. 우리 얼른 집으로 가요.”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도준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임도준이 몇 번 버둥거리다가 결국 김아라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아직 문밖도 나서지 않았는데 그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참지 못하고 즉시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이 가게는 여러 번 와 본 곳이라 그는 매우 익숙했다.임도준은 화장실에서 구했다. 임산부의 입덧보다 더 심하게 말이다.겨우 토하는 걸 멈추더니 이내 얼굴을 씻었고 그제야 정신이 좀 맑아졌다.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니 평소의 자신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소아야, 내가 정말 그렇게 모자라냐?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나는 너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인간이 뭐가 좋다고 그래? 그가 네 위층 집을 산 건 다른 뜻이 있다는 걸 몰라서 그래? 분명 너를 좋아하는 표정이잖아. 그런데 너는 아직도 환자로만 여기고...”그는 전유림도 자신을 연적으로 여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적의를 감지한 것이다.임도준도 마찬가지로 전유림을 연적으로 여겼다. 그를 볼 때마다 그 잘생긴 얼굴을 긁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까지 했다.도대체 저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잘생겼는지, 그것도 남의 여자나 빼앗으려고 작정하고 태어난 건지, 생각만 해도 배가 뒤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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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3화

임도준은 차 문에 몸을 기대며 김아라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김아라는 진소아처럼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거나 복스러운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았다.얼굴로만 보면 두 사람은 제법 잘 어울렸다.“아라 씨, 앞으로는 아라 씨도 자신을 위해 살아요. 월급 받으면 스스로 모아두고요. 나이가 적지 않은데 앞으로 시집가려면 몸에 돈 한 푼 없으면 결혼 생활이 정말 힘들어질 거예요. 부모님께 효도하는 건 말이 되지만 형제들은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김아라는 그를 한 번 흘낏 보더니 다시 앞을 주시하며 아무 말 없이 운전에 집중했다.임도준은 여전히 잔소리만 해댔다.“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죽어라 일하면서도 정작 자신한테는 돈을 못 쓰잖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전화 한 통 하면 바로 월급을 송금해 버리고 부족하면 저한테 빌리거나 동료들한테 빌리고. 집에서 돈을 달라고 할 때 십여만 원 정도는 줘도 되지만 너무 많이 달라고 하면 본인한테 그만한 돈 없다고 말해야 해요. 가난한 척도 좀 해야 한다고요. 집세는 안 들어요? 밥값은 안 들어요? 자기가 고생해서 번 돈은 우선 자신에게 써요. 남는 건 모아두었다가 집에서 정말 필요한 도움이 있을 때 일부만 보태 주는 거예요. 무조건 집에 돈을 보내면 안 돼요.”임도준은 숨을 고르지도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어머니가 자꾸 요구하면 할수록 더 많이 달라고 할 거예요. 다 들어주면 밖에서 아주 풍요롭게 살고 돈도 많이 버는 줄 안다니까요. 차라리 아라 씨 어머니께 보내는 돈이 어머니 몸에 쓰인다면 말이 되죠. 그래도 친어머니니까요. 그런데 대부분은 형제들한테 쓰이는데 형제들은 아라 씨 책임이 아니에요. 아라 씨는 지금도 허덕이면서 살잖아요. 아라 씨 그 옷도 몇 년째 입고 있는 거죠? 아라 씨가 우리 진료소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입고 있던 옷들이잖아요.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계속 입고 있고 일 년에 새 옷을 두 벌도 못 바꿔 입잖아요. 연주 씨 좀 봐요. 그 사람은 월급을 자신한테 쓰면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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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4화

“사장님, 피곤하지 않으세요? 정말 짜증 나지 않으세요? 제가 집안 도와주는 꼴을 보시면 속도 터지실 거예요. 그런데도 사장님은 가족분들에게 반항하지 못하시고 그냥 참고 넘어가시잖아요. 계속 눈감아 주시는 것도 사실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기 때문이죠. 사장님이 얼마나 뛰어나고 능력 있는지 보여 드려야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자랑할 거리가 생기시니까요. 사장님, 제가 무례하게 말씀드려도 이해해 주세요. 저희야말로 한배를 타야 할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진 선생님은 형편이 좋으셔서 가족분들이 다 출세하셨고 그래서 그분은 저희처럼 누군가를 떠받치면서 살 필요가 없으세요. 진 선생님은 저희 같은 행동을 절대 이해해 주시지 못할 거예요.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자꾸 그러면 분명 못 참으실 거예요. 소위 말하는 격이 비슷해야 한다는 게 결코 빈말이 아니에요. 정말 중요하죠. 사장님이 진 선생님을 좋아하시는 건 진심인 거 알아요. 하지만 거기에는 사장님 나름의 속내도 있으시죠. 진 선생님과 결혼하시면 앞으로 고향 친척분들이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을 때 진 선생님께 부탁하셔서 더 좋은 의사 선생님들을 알아봐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기대 말이에요. 그래야 사장님 능력을 더 뽐내실 수 있고 부모님께서 더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으니까요.”김아라도 속에 쌓인 것이 무척 많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사장님께서도 아까 제 형제들은 제 의무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알아요. 제가 부모님께 드린 돈은 이제 부모님 돈이니까 부모님께서 그걸 누구에게 쓰시든 제가 뭐라 할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사장님의 형제자매들은 사장님 의무인가요? 사장님 집안에서 사장님만 대학을 졸업하실 수 있도록 힘써 주셨다고 해서 형제자매님들이 돈이 없어서 못 갔는지, 아니면 공부를 안 하려 했는지, 아니면 도저히 못 해서 그만둔 건 아닌지 어떻게 아세요? 그분들이 사장님 공부시키려고 도대체 얼마나 희생하셨는데요? 사장님께서 지금까지 갚으신 게 부족하세요? 사장님이 매달 부모님과 형제자매들께 보내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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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5화

차 안은 문득 매우 조용해졌다.잠시 후, 임도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술에 취한 탓에 금세 잠이 든 모양이었다.김아라는 그가 감기에 걸릴까 봐 차 안 온도를 살짝 올렸다. 아까 나눈 대화를 임도준이 제대로 새겨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김아라는 임도준이 진소아를 포기하길 바랐다.진소아는 결코 그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진소아 곁에는 전유림이라는 남자가 있었다.김아라는 전유림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임도준의 말로 미루어 보아 얼굴이 매우 잘생겼고 집안 형편은 아직 잘 모르는 듯했다.다만 민심대로의 상가들이 모두 그 남자의 사촌 형수 소유라고 했다.임도준은 항상 전유림을 두고 ‘무능한 백수에, 사촌 형수한테 붙어먹는 인간’이라며 깎아내렸다. 하는 일 없이 잘생긴 얼굴로 여자들을 현혹할 뿐이라며, 진소아가 그런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는 거라고 한탄했다.그러면서 자신은 매일 진씨 진료소에 들락거려도 이정자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더니 전유림이 나타나자마자 눈에 띄게 그쪽으로 기운다고 불평했다.심지어 여자들은 다 비주얼만 따지는 사람들이라며 잘생긴 남자에게는 무조건 관대하다고 투덜댔다.임도준의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 김아라는 그가 몰던 차를 그대로 운전해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김아라는 임씨 진료소에서 몇 년째 간호사로 일해 왔고 임도준을 짝사랑하는 터라 그의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임도준이 집을 살 때 함께 산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다.“임 선생님, 집에 도착했어요. 깨어나세요.”김아라가 임도준을 살짝 흔들었지만 그는 깊이 잠들어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먼저 차에서 내려 조수석 쪽으로 돌아가더니 문을 열고 몸을 깊숙이 넣은 채 힘겹게 임도준을 부축해 내렸다.차에서 내리자 임도준이 잠시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곧 다시 김아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가 이끄는 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의 온몸 무게가 고스란히 김아라에게 실렸다. 그녀는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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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6화

집 안에서 가장 넓은 곳은 주인 침실이었다.임도준의 방은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김아라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벽이었다.곳곳에 진소아의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었는데 모두 확대한 컷으로, 풋풋하던 옛날 모습부터 최근에 찍은 사진까지 다양했다.굳이 묻지 않아도 임도준이 몰래 찍어 벽에 붙여 놓은 것이 분명했다.진소아의 얼굴로 가득한 벽을 바라보며 김아라의 기분도 함께 가라앉았다.충격이 컸다.겨우 임도준을 침대 가까이 데려왔지만 더는 버티지 못했다.손을 놓자마자 그는 침대 위로 털썩 쓰러졌다.“진 선생님을 그렇게나 좋아하셨네요. 몰래 저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 방에까지 붙여 놓고.”김아라는 시큰둥한 어조로 중얼거렸다.침대 옆 탁자 위에는 단체 사진 한 장이 액자에 담겨 놓여 있었는데 아마 같은 학교 동창들인 듯 보였다.임도준은 진소아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는데 그사이에 한 사람만 끼어 있었다.그 사진은 액자에 담겨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임도준이 이 사진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마 그가 진소아와 가장 가까이 찍힌 사진이기 때문일 터였다.액자 말고도 사진첩 하나가 옆에 놓여 있었다.김아라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그 사진첩을 펼쳐 보았다. 예외 없이 임도준이 몰래 찍은 진소아의 사진들이 인화되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사진첩 맨 마지막 장에 가서야 겨우 진료소 사진 몇 장이 나왔다.김아라와 다른 직원 한 명이 찍혀 있었지만 진료소 내부를 찍다 보니 어쩌다 한 컷 걸린 정도였다.벽에 붙은 진소아 사진들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했다.사진첩을 다 보고 나니 김아라의 질투는 한껏 치밀어 올라 참지 못하고 임도준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제가 사장님을 몇 년째 짝사랑하면서 사장님께서 진 선생님을 포기하기만을 기다려 왔어요. 언젠가 제 진심을 알아주고 진 선생님보다 제가 더 어울린다는 걸 깨닫길 바라면서요. 그런데 진 선생님을 마음에 담아 두고 방 가득 그녀 사진만 붙여 놓다니... 진 선생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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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7화

김아라는 의학을 전공한 터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것을 몸소 확인했고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리를 뜨지는 않고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임도준과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내일 아침이 되면 그가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지켜보려는 것이다.한편, 진소아는 이런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김아라가 임도준의 곁에 있으니 잘 돌봐 주고 집에 무사히 데려다줄 거라고 믿을 뿐이었다.진소아는 전유림과 영화 한 편을 다 본 뒤 극장을 나왔다.시계는 이미 밤 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전유림이 야식을 제안했으나 진소아는 정중히 거절했다.“저는 야간 근무할 때 말고는 평소에 야식을 잘 안 먹어요. 살찔까 봐.”전유림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저도 평소엔 야식을 거의 안 먹어요. 회식 자리에서도 그냥 술 두어 잔 마실 뿐 많이 먹지는 않아요. 진 선생님은 생활이 꽤 규칙적인가 보네요?”진소아는 아직 영화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그럭저럭요. 제가 의사다 보니 생활 습관이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진소아는 생활이 아주 규칙적이었고 식사에도 꽤 신경 쓰는 편이라 밖에서 잘 사 먹지 않았다.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대체로 기름지고 짜기 때문이었고 또 이렇게 신경 쓸 수 있었던 건 집과 직장이 가까웠기 때문이다.“저는 평소에 일이 너무 바빠서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요. 바쁘면 밤낮없이 정신없이 지냈는데 진 선생님을 만나서 참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우리 이웃으로 살게 될 텐데 제 건강 좀 챙겨 주세요. 몸이 늙어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네요.”진소아가 그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전 선생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이는데요. 입원했을 때보다 훨씬 좋아 보이세요.”“그건 제가 병원에서 오래 쉰 덕분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회복된 거죠. 건강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물어보세요.”“그러면 앞으로 자주 진 선생님께 신세를 지게 되겠네요.”진소아가 문득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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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8화

“전씨 가문에 가정의가 있으시죠?”부잣집이라면 대개 가정의를 두고 있다고 들었다.작은 병은 가정의가 해결하니 굳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그런 부자들이 병원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큰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했다.“있기는 한데 차라리 소아 씨를 더 믿겠어요.”진소아가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저 같은 젊은 의사는 아직 환자들의 신뢰를 많이 받지 못해요. 제가 낮 진료를 볼 때면 환자분들이 제 진료를 예약하는 건 대부분 다른 의사 선생님들 예약이 꽉 찼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이 제 번호를 뽑는 거죠.”그러나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 진소아는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라서 졸업하기 전부터 이미 적지 않은 진료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가끔 진국림이 진료소에 못 나갈 때 환자가 오면 본인이 집에서 직접 진료를 보기도 했다. 하여 그녀의 진료를 예약했던 환자들은 진찰이 꼼꼼하고 약도 증상에 맞게 처방해 준 덕분에 병이 나았다며 점차 이 젊은 의사를 믿게 되었다.이제는 그녀를 찾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일시적인 현상이에요. 반년만 지나면 소아 씨를 믿는 환자분들이 훨씬 더 많아질 거라고 믿어요.”전유림은 진소아의 실력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는 젊은 의사였지만 어릴 적부터 의술을 배워 와서 다른 의사들보다 훨씬 풍부한 경험이 있었다.그의 확신에 진소아는 고개를 돌려 전유림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걸어서 마트를 나섰다. 밖은 여전히 활기차고 곳곳은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많은 이들의 밤이 막 시작되는 시간이었다.진소아는 내일 출근해야 했고 전유림도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더 이상 밖에 머물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전유림은 먼저 진소아를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사랑하는 여인이 차에서 내려 진씨 가문의 대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진료소는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진국림은 나이가 들어 밤 아홉 시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았다.하지만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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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9화

이정자가 말을 이었다.“당신 자매들도 모두 의사랑 결혼한 게 아니잖아. 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랑 결혼했지. 소아가 좋아하기만 하면 조카사위가 무슨 직업이든 상관없어. 나는 아무튼 유림 씨가 마음에 들어. 당신은 뒤에서 도준의 편 들지 말고. 우리 조카는 그 사람 안 좋아한다니까!”진국림이 말했다.“내가 편을 든 건 아니잖아. 다만 도준이가 의술에 나름 재능이 있어서 나에게 묻기에 가르쳐 줬을 뿐이야. 2년 동안 함께했으니 어느 정도 스승과 제자의 정이 들긴 했지. 소아가 도준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어쩔 수 있나. 내 생각에는 예전에 떠난 전 남자 친구가 소아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줘서 아직도 새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어휴, 소아가 좋다면 됐지. 만약 정말 유림 씨가 좋다면 좋은 거지. 평생 혼자 사는 것보단 나으니까.”진국림은 그래도 자기 조카를 마음 아파했다. 조카가 예전 연애에 상처받아 감히 시집가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실제로도 진소아는 몇 년 동안 젊은 남자와 단둘이 지낸 적 단 한 번도 없었다.전유림은 교활하게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 삶듯 천천히 다가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사실 임도준도 그런 방법을 썼지만 진소아라는 개구리를 익히지 못했을 뿐이다.인연이란 정말 묘한 것이다.몇 년을 함께 지내도 전혀 불꽃이 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 보고 평생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지금으로선 소아가 아직 유림 씨를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아. 그런데 유림 씨는 성격이 부드럽고 얼굴도 잘생겼고 조용하고 준수한 남자라서 쉽게 호감을 살 수 있지. 게다가 유림 씨는 민심 아파트에 집을 사 놓고 인테리어를 직접 챙기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소아에게 묻곤 해. 이런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이용해서 조금씩 소아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어. 아직 고백도 못 하고 있지. 소아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워서.”이정자가 자세히 살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런데 유림 씨가 소아를 바라보는 눈빛은 거짓말이 아니야. 우리 소아한테 첫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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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0화

진소아가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서려는 참이었는데 누군가 노크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이정자가 서 있었다.“작은어머니, 아직 안 주무셨어요?”“네가 아직 안 들어왔는데 내가 어떻게 자. 네 부모님이 집에 없는데 우리가 너의 보호자지. 네가 외출해서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잠도 안 와.”이정자는 웃으며 걸어 들어와 진소아의 곁에 앉았다.“영화 재미있었어?”“네, 재미있었어요.”“영화만 보고 바로 돌아왔어?”“네, 영화관에서 나오니 벌써 10시였어요. 저는 내일 출근해야 하고 유림 씨도 출근해야 해서 바로 돌아왔어요. 일찍 자야 내일 일할 때 정신이 말짱하니까요. 유림 씨가 야식 먹자고 했는데 저는 야간 근무할 때 말고는 평소에 야식을 안 먹는다고 예의있게 거절했어요.”이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카가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림 씨가 너를 집까지 바래다줬지? 왜 들어와서 차나 한잔하라고 하지.”“너무 늦어서요. 유림 씨가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자면 이미 늦은 시간이에요. 그런 큰 사장님들은 일이 더 많고 바쁘니까 충분히 쉬어야죠.”진소아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도준 선배가 직원을 시켜 저한테 전화 왔더라고요. 선배가 술에 취해서 술집에 와서 데려가 달라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작은어머니, 저는 선배를 몇 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선배에게 악의는 없고 싫어하지도 않지만 더 상처 주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남자로 보이지 않아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조금의 희망도 주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작은어머니, 제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진소아는 그래도 임도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끝까지 거절하지 않으면 계속 다가올 것이 뻔했고 오히려 그의 청춘만 낭비하게 될 것이었다.이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잘했어. 거절했으면 끝까지 거절하는 게 맞아. 도준도 언젠가는 포기할 거야. 너란 나무에 평생 매달려 있을 사람이 아니야. 도준의 가족도 그렇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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