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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901 - Chapter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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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1화

할머니와 손자는 잠시 시선을 나누었다. 그 단 한 번의 마주침만으로도 서로의 뜻이 곧바로 전해졌다.10분 후.전씨 할머니는 손자가 새로 산 집을 대충 훑어보셨다.진소아 말처럼,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여기저기 지저분했고 당장은 어떤 느낌인지 알기 어려웠는데 인테리어가 끝나고 청소까지 마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모습을 알 수 있을 터였다.전유림 일행은 진소아의 새집으로 자리를 옮겼다.문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는 집 인테리어 스타일이 너무 좋다고, 소파 한 번 둘러보고도 감탄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그런데 그 칭찬이 듣는 이에게 진심으로 와닿았고 누군가를 의식해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진소아는 먼저 주전자를 씻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평소에 여기서 살지 않아서 물이 없네요. 지금 끓여 드릴게요.”“괜찮아요, 우리도 목마르지 않아요.”할머니는 웃으시며 진소아가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손자 전유림을 살짝 쳤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으셨다.“마음에 드는 분이셔?”전유림은 할머니가 오시면 세상 모든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여 그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직 고백도 못 했어요. 티 내면 안 돼요.”“나도 알아. 걱정하지 마. 할머니가 네 계획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 너 이 녀석, 여기에 집을 사더니 직접 인테리어까지 챙기는 걸 보니까 별도의 속셈이 있었구나.”전지율은 아직 어려서 여덟째 형이 무슨 꿍꿍이인지 눈치채지 못한 게 분명했다.그러나 전태윤과 같은 경험 있는 형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소아 씨는 복도 많아 보이고 보면 볼수록 너무 마음에 들어. 나도 너무 좋아.”전유림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제 안목이 높죠? 저는 첫눈에 반했어요.”전씨 할머니는 그의 등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리더니 이제야 전유림이 예전에 병원에 그렇게 오래 입원해 있던 진짜 이유를 알 것 같았다.모두 진소아 때문이었던 것이다.‘나도 이제 의사 손자며느리를 얻게 생겼네.’진소아의 가정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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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2화

“지금은 겨울 씨가 신의님 자리를 이어받았어요. 그런데 그분은 스승님보다 훨씬 친근해 보여요. 적어도 환자나 병을 가리지는 않거든요. 다만 너무 바빠서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만나기 어렵지만요. 겨울 씨를 만나고 싶다면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예요. 그분은 우리 집 며느리들과도 아주 가깝게 지내서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오거든요. 나중에 겨울 씨가 오면 진 선생님께 알려줄 테니까 그때 유림이 따라 우리 집에 오세요.”진소아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에 전씨 할머니께 연신 감사 인사를 드렸다.자신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탁했는데도 전씨 할머니는 무례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회가 닿으면 연결해 주겠다고 하셨다.세상에 소문난 그 엄청난 할머니가 생각보다 훨씬 평범하셨고 소문처럼 그렇게 무서운 분이 아니었고 그저 자상한 노인이었을 뿐이었다.진소아는 전씨 할머니에 대한 인상이 무척 좋았다.단순히 자신과 정겨울을 연결해 주려는 마음 때문만이 아니었다. 할머니에게서 느껴지는 그 자상함이 마치 부처님 같아서 함께 있으면 어느새 마음의 벽을 내려놓게 되었고 무슨 말이든 털어놓고 싶어졌다.“사실 겨울 씨랑은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둘이 친해지면 의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도 좋잖아요.”진소아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가 정 선생님께 지도라도 받으면 큰 행운인데 어떻게 감히 의술에 관해 얘기를 나누겠어요.”정겨울이 진소아보다 몇 살 많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신의 김청산을 따라 의술을 배워 왔다.진료 경력은 자칫 진소아의 과장보다도 많았고 그 실력은 좋은 의사들이 우러러볼 정도였다.게다가 김청산은 전설적인 인물이 아니던가.만약 정겨울을 만날 수 있고 전씨 할머니 말씀처럼 앞으로 친해진다면 어쩌면 우상 중 한 명인 신의도 뵐 수 있을지 모른다.진소아의 두 우상은 바로 정겨울과 그 스승, 바로 그 두 분이었다.“겨울 씨도 처음에는 좀 차가워 보이지만 친해지면 보통 사람이랑 똑같아요.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사람인 이상, 똑같이 밥 먹고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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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3화

“할머니, 이제 증손녀도 생겼으니까 더는 우리 손자들을 깎아내리지 좀 마세요.”“겨우 한 명뿐인 증손녀잖니? 나는 좀 더 많은 증손녀를 원한단다.”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욕심이 끝도 없는 모양이다.하나의 소망이 이루어지면 그다음에는 더 큰 바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예전에 전하연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전씨 가문의 식구들은 그저 여자아이 하나만 태어나길 바랐다.그런데 막상 그 한 명이 태어나자 ‘전씨 집안은 딸을 못 낳는다’는 굳은 관념이 깨지면서 모두의 마음이 조금씩 더 커졌다.이제는 여자아이를 몇 명 더 낳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너희 형제들이 아들딸을 모두 갖게 된다면 할머니는 저승에 가서도 눈을 감을 수 있겠구나.”전유림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할머니! 그런 말씀은 마세요. 죽고 사는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도 마세요. 우리가 아들딸 모두 갖고 싶어도 그럴 팔자가 되어야 하는걸요. 요즘은 의술이 발달해서 시험관 시술을 받으면 원하는 만큼 딸을 낳을 수 있다고들 하더군요.”할머니가 눈을 흘기시며 꾸짖었다.“왜 시험관 시술로 그 고생을 왜 하냐? 너희 남자들은 괜찮겠지만 내 며느리들은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거든! 자연 임신이 가능하면 좋지만 안 되어도 절대 시험관 시술은 하지 마. 팔자에 있으면 반드시 오는 법이요, 없으면 억지로 구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란다. 딸 낳을 팔자가 있는 사람은 결국 딸을 낳게 마련이지. 너희 큰형과 큰형수님 좀 봐. 예전에 점을 쳤더니 아들딸 모두 낳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봐, 결국 하연이가 태어났잖아.”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들이 딸을 낳기 위해 시험관 시술로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게다가 병원에서 하는 시험관 시술은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도 않는데 고통만 겪게 할 뿐이었다.자연 임신으로 딸을 낳으면 낳는 것이고 낳지 못한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어차피 전하연이 태어났기에 전씨 할머니는 앞으로 증손녀를 더 얻을 수 있을지는 순리에 맡기기로 하셨다.전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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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4화

진소아는 전씨 할머니의 말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홉 명의 며느리를 모으면 드래곤볼이라도 소환할 수 있단 말인가.진소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할머니는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 이렇게 훌륭한 손자들과 효도하는 며느리들을 두셨고 증손자까지 보셨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르신이세요. 행복한 어르신은 모두 오래 사신대요.”그때 할머니가 전유림에게 말씀하셨다.“들었냐? 진 선생님 말씀과 네가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봐. 비교가 되지? 역시 여자애들 말은 듣기가 좋구나.”전유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진소아에게 말했다.“보이시죠? 저희 할머니는 이렇게 공공연하게 편애하세요. 큰형이 하연이를 낳아 드리지 않았더라면 할머니는 더 심하게 며느님들을 편애하셨을 거예요.”진소아는 과장을 통해 전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들은 적이 있었다.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에게 딸이 생겼는데 온 가족이 무척 아끼고 있어서 아직 그 아이의 정면 얼굴 사진을 찍은 사람이 없다는 소식이었다.그 아이뿐만 아니라 전씨 가문의 다음 세대 자식들은 모두 언론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보호받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외출하는 데 지장은 없었고 또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 뒤에야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만약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공식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 얼굴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가령 전유림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진소아의 과장이 우연히 전태윤을 보지 않았다면 전유림의 신분을 알아차릴 수 없었을 정도였다.전씨 가문의 아홉 도련님 중 가장 유명한 분들은 전태윤과 전이진, 그리고 전호영 세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비교적 조용히 지내며 언론에 거론되는 일도 드물었다.전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지 않는 가문에서는 막냇동생 중에서도 대해 잘 알지 못했다.진소아가 말했다.“역시 여자애들이 더 사랑스러워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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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5화

진소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할머니는 정말 재미있으신 분이시네요. 그래서 다들 그러는군요. 전씨 가문에 시집가는 여자는 모두 행복하다고. 많은 재벌집 따님이 전씨 가문에 시집가고 싶어 한대요.”전유림이 살짝 웃으며 받아넘겼다.그 말은 사실이었다.“그런데 조카딸은 이제 몇 살이에요? 아마 한 살 조금 넘었겠네요, 작년에 태어난 걸로 기억하는데. 전씨 가문에서 그 애가 태어났을 때 축하 봉투를 너무 많이 뿌려서 관성 시민 모두가 알게 되었잖아요.”평범한 사람인 그녀조차 그 소식을 들었을 정도였다. 전씨 그룹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받은 봉투가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월급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했다.“네, 한 살 조금 넘었어요. 이제 걸음마를 떼긴 했는데 말은 아직 좀 서툴러요. 그래도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여름방학 한 달 사이에 벌써 말을 꽤 많이 하게 되었어요. 좀 더 크면 분명 말도 잘하고 더 사랑스러울 거예요.”전하연의 이야기가 나오자 전유림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지금 조카들은 모두 학교에 가서 이제 하연이만 할머니 곁에 모시고 있어요. 하연이가 잠들면 할머니는 심심하셔서 제가 새집을 샀다고 하니까 한번 보러 오신 거예요. 그런데 할머니가 진 선생님을 보시고 오해하신 것 같더라고요. 저한테 몰래 묻더군요. 진 선생님이 제 여자 친구냐고.”진소아가 말했다.“제가 이미 해명해 드렸는데 여전히 오해하셨다고요?”“지금은 아마 믿으셨겠죠. 그래도 할머니가 진 선생님을 무척 좋아하시는 모양이던데... 보세요, 할머니는 진 선생님과 이야기하느라 저 같은 친손자는 쳐다보지도 않으시잖아요.”진소아가 피식 웃었다.“유림 씨는 할머니 친손자시니까 언제든 이야기 나누실 수 있잖아요. 저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고 어쩌다가 말이 통하니까 조금 얘기 더 나눈 것뿐이에요.”두 사람은 걸으며 진씨 진료소로 향했다.“소아야.”갑자기 임도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임도준이 손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방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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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6화

임도준이 한마디 더 비꼬려는 찰나 진소아가 말을 잘랐다.“선배, 진료소는 안 가봐도 돼요?”“오늘 예약한 환자들은 다 봐줘서 지금 진료소는 별로 바쁘지 않아. 아라 씨가 보고 있으니까 잠깐 자리를 비워도 괜찮아.”임도준은 손에 든 정교한 쇼핑백을 내밀었다.“소아야, 내가 화장품 세트를 하나 샀어. 듣자 하니 이 브랜드 제품이 좋다고 하더라.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며.”진소아는 가방 안을 한번 훑어보았는데 유명 브랜드 화장품이었다.게다가 제법 비싸서 작은 한 병도 수십만 원에 달했는데 월급이 넉넉지 않은 여자라면 선뜻 사기 어려운 정도였다.“고맙지만 됐어요. 선배, 그거 차라리 아라 씨한테 주세요. 오랫동안 임씨 진료소에서 일하기도 했고 오직 선배만 바라보며 일해 왔잖아요. 많이 지쳤을 텐데 화장품 두어 세트 선물해서 피부관리를 잘하라고 전해 주세요.”그 간호사는 정말 온 마음이 임도준에게 쏠려 있었다. 진소아는 차라리 선배가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장 중요한 점은 진소아는 임도준이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리 잘해 줘도 뭔들 소용 있으랴.“소아야,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근데 왜 아라 씨를 꺼내? 아라 씨는 알아서 필요하면 사겠지. 우리 진료소에서 가장 오래 일해서 나는 아라 씨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어. 해마다 월급도 올려주고 보험도 들어줬고 심지어 아라 씨 수입은 큰 병원 간호사들보다 훨씬 많고 일도 힘들지 않아.”임씨 진료소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서 동네 주민들이 감기나 열이 나면 찾아오고는 했지만 관성 종합 병원 같은 대형 종합 병원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다.하여 진씨 진료소에서 일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병원 간호사들보다는 훨씬 나았고 수입은 오히려 더 많았다.임도준은 스스로 꽤 괜찮은 사장이라 여겼다. 자기 진료소에서 일하는 직원이 성실하게 일하면 적절히 월급을 올려주고 명절마다 선물도 챙겨 주었으니까.보너스도 따로 주고 월급도 해마다 올려주었다.“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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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7화

“선배, 돌아가세요. 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요.”진소아는 임도준을 지나쳐 걸어갔다.“소아야!”임도준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나한테 기회 한 번 주면 안 될까? 정말 잘할게. 평생 너만 생각하고 너 하나만 잘해 주겠다고 약속할게.”전유림이 힘을 주어 임도준의 손을 툭 쳤다.‘나도 아직 소아 씨 손 한 번 못 잡아봤는데 감히!’“임 선생님, 말로 하죠. 손대지 마세요. 진 선생님께서도 이미 그런 감정이 없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매달리시면 보기에도 안 좋아요.”임도준이 비웃으며 말했다.“당연히 못마땅하겠지. 나랑 소아를 두고 경쟁하려는 거잖아? 이봐요, 전유림 씨. 소아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당신 같은 꽃미남을 좋아할 리가 없어. 소아는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해. 당신처럼 제대로 된 직장도 없는 사람은 소아 곁을 지켜줄 자격도 없어.”그때 소아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말했잖아요. 이건 저와 선배 사이의 일이에요. 유림 씨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이분은...”“직장이 없으면 어때요? 없어도 당신보단 나아요. 당신은 사람 존중하는 법도 모르네요. 진 선생님 손을 허락도 없이 잡다니...”전유림은 진소아가 자신의 정체를 말하는 걸 막으며 차라리 임도준이 자기를 사촌 형수에게 붙어먹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신분을 내세워 억지로 밀어붙인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싫었다.실제로 전씨 가문의 아드님이라는 신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전유림은 임도준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었다.“내... 내가 너무 급해서 그랬어. 화가 나서 소아 네 팔을 잡았어. 소아야,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소아야, 저 사람 좀 봐.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 거야... 알겠어, 이 사람 얘기는 그만하자. 소아야, 나는 너한테 진심이야. 몇 년째 너만 좋아해 왔어. 매일 작은아버지한테 의술을 배우러 간 것도 다 너 때문이었어.”임도준이 애원하듯 말했다.“나한테 기회 한 번만 주면 안 될까?”“선배, 저도 할 말은 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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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8화

두 남자가 마주칠 때마다 늘 은근한 신경전이 오갔다.지금도 두 사람이 함께 들어서며 서로 부딪치고 밀치며 상대를 뒤로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네, 다녀왔어요. 작은어머니, 별로 안 바쁘죠? 그럼 저는 위층에 올라갈게요.”“응, 그래. 올라가서 쉬어. 겨우 하루 쉬는 날인데.”이정자는 조카가 임도준의 끈질긴 구애에 지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소아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저씨, 아주머니.”두 남자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눈은 진소아가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향했다.허락 없이는 둘 다 2층으로 올라가지 못했다.진국림 부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뿐이었다.그리고 진국림은 환자 진료를 계속했고, 이정자는 다시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전유림이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무슨 일이라도 도와드릴까요?”“아니에요. 지금은 환자가 별로 없어서 꽤 한가해요. 참, 유림 씨. 자재는 다 구매하셨어요?”“네, 다 샀어요. 잠시 후에 가게에서 배달해 줄 거예요. 당 기사님 공사가 진행되는 단계대로 어떤 자재가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미리 사 놓으면 돼요.”“그렇군요.”이정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인테리어는 어디까지 하셨어요?”“아직 타일 붙이는 중이에요. 인테리어가 끝나면 한번 구경 오세요. 진 선생님 바로 위층이니까 앞으로 이웃이잖아요.”이정자가 빙그레 웃었다. 속으로는 전유림이 일부러 조카 위층에 집을 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래야 가까이서 지내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으니까.사실 임도준도 마찬가지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두 진료소가 멀지 않아 걸어서 15분이면 금세 닿을 수 있었으니까.“그렇게 빨리 끝나지 못해요. 소아 집도 유림 씨네 집보다 작은데도 꽤 오래 걸렸는걸요.”인테리어 기사는 서너 명에 불과했다.주력은 당재현 한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보조 역할만 했던지라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전유림은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 만약 서두르기라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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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9화

이정자가 말했다.“도준은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가족 문제 때문에 저는 소아가 시집가서 한집안 식구를 떠안으며 살아야 할까 봐 걱정돼요. 게다가 앞으로 친척 중에 아프거나 입원할 사람이 생기면 결국 소아와 저희 집안이 도와야 할 테니까요. 그건 소아한테도 큰 짐이 되고 저희한테도 골칫거리가 될 거예요. 그래서 저는 너무 지지하지 않아요. 유림 씨, 유림 씨가 우리 소아를 좋아한다면 용기 내서 고백하고 당당하게 쫓아가 보세요. 저는 유림 씨 편이니까.”전유림이 입가에 활짝 웃음을 띠며 말했다.“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그렇게 높이 평가해 주시니까 너무 감사해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혹시 지금 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어요? 저한테 말해 주세요.”“없어요. 유림 씨는 유림 씨 일 보세요. 인테리어나 신경 쓰고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고 나서 우리 소아를 데리고 영화나 한 편 보세요. 그동안 쌓인 피로도 좀 풀어야죠. 내일은 또 출근해야 하잖아요.”전유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영화 보자고 하면 진 선생님께서 거절하실까 봐서 걱정이에요.”전유림이 진소아에게 영화를 보자고 하면 그의 마음을 단번에 눈치챌 게 뻔했다.“거절당하는 게 뭐가 어때요? 몇 번 더 청하면 언젠가는 승낙할 거예요. 남자가 여자한테 마음을 표현할 때 처음부터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전유림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위층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임도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임도준은 진국림과 이야기 중이었는데 마치 의술에 관한 질문을 하는 듯했다.전유림은 굳이 가까이 가서 쓸데없이 끼어들 필요 없다고 판단했는지 이정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진국림 부부도 진소아와 임도준의 관계를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전유림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오후 네 시가 조금 넘어서 하예정은 아들을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그녀는 길에서 달콤새큼한 탕후루 꼬치 하나를 사 들었다. 그녀도 무척 좋아하는 간식이었다.오랫동안 밖에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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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0화

그녀는 가능한 한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마트에 나가 놀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깡충깡충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살아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좋아요! 아빠도 가요?”“아빠는 시간이 없어. 회식 자리가 있어서 못 가. 게다가 네 아빠가 같이 가면 사람들 눈에 띄기 쉬워.”하예정이 전태윤을 분장으로 사람들이 못 알아보게 할 수는 있지만 그 남자의 기품이 너무 차갑고 도도해서 사람들 속에 서 있으면 유난히 눈에 띄었다.게다가 전태윤은 못생기게 분장하는 걸 싫어했다.“아, 그럼 증조할머니는 가세요?”“증조할머니도 가고 싶으시면 모시고 가야지. 오늘 할머니께서 너희 여덟째 삼촌 새집에 가셔서 둘러보고 오신다고 하셨는데 아마 재미난 소식을 발견하셨을 거야.”전시우가 탕후루를 베어 물으며 물었다.“무슨 재미난 걸 소식이요?”“어른 되면 알게 될 이야기야.”“엄마는 저희한테 묻지 말라고 하시면서 또 말씀해 주시잖아요. 일부러 제 궁금증만 자극하시고선 답은 안 알려 주실 셈이에요? 그럼 제가 궁금해서 죽을지도 몰라요.”하예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아들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이 못된 녀석, 벌써 엄마 말대꾸까지 하겠네.”전시우는 엄마 앞에서는 수다쟁이었지만 아빠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못했다.엄마도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쳤지만 그래도 아빠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편이었다.전태윤은 원래 까탈스러울 정도로 엄격한 사람인데 그나마 부드러운 모습은 오직 아내와 딸 앞에서만 나오는 모양이었다.“시우야! 전시우!”멀지 않은 곳에서 소임준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 아이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지만 같은 반은 아니었다.소임준 반은 수업이 몇 분 일찍 끝나는 바람에 전시우보다 먼저 학교를 나올 수 있었다.소임준을 마중 나온 사람은 그의 할머니였다.하예정은 아들을 데리고 걸어갔다.“이모, 안녕하세요!”소임준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전시우도 소임준 할머니께 공손히 인사드렸고 하예정도 할머니께 인사드리며 웃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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