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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9 Chapters

제2911화

이때 옆에 있던 검은 양복의 한 젊은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그들 일행 중에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꽤나 있었다. 필경 바로 어젯밤, 그들의 스승은 용국의 고수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됐다. 만약 이번에도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 상대가 그들에게 손을 대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촌산,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 이번엔 천도 맹약이 우리더러 세속으로 돌아가 협력하여 역외 맹수들을 대처하라고 직접 명령을 내린 거야!”“역외 흉수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굳이 내가 말하지 않다고 잘 알거라 생각해. 뉴스에서도 분명히 봤잖아!”“게다가 5대 명산은 자신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잠시나마 원한을 내려놓고 우리랑 손을 잡아야 돼! 이 상황에서, 그들이 우리가 당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겠어?”야마모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천도 맹약이 있었다. 역외 맹수들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들어왔든, 스스로 역외와 세속을 연결하는 통로를 통해 들어왔든, 지금으로서는 모든 무종이 권력의 중심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물론 용국 무종 역시 이번 기회를 놓칠 리는 없었다. 묘당을 뛰어넘어, 용국 무종의 이름으로 부상과의 갈등은 잊고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게 그들의 계획의 시작이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과연 부상인들한테 의외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까? 야마모토의 얘기를 들은 부상인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사실 그들은 걱정이 많이 되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용국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필경 바로 전날 양 측은 해상에서 혈전을 벌였고, 용국의 불사군은 모두 전멸하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이렇게 부상인들을 귀빈급으로 모신다는 것은 그야말로 용국의 국위를 짓밟는 짓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바로 이때 휴게실의 대문이 열렸고, 조천화를 필두로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조 선생님, 오랜만입니다!”야마모토는 금세 미소를 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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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2화

야마모토 일행도 조천화를 따라 휴게실을 나섰다.공항 입구에 몰려 있던 시위대는 야마모토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저 개자식들, 당장 부상으로 꺼져라! 우리 용국은 너희 따위 환영하지 않아!”“당신네 무종이 우리 용국의 전사한 장병들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제는 저놈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인다고?!”많은 사람들이 조천화 일행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을 쏟아냈다.이 광경을 본 조천화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위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야마모토 앞에서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터였다.그런데 막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렇게 코앞에서 조롱을 당하다니, 이건 곧 그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내 조천화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비록 지금은 용국 내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이성 현급 천신계 강자였으니, 천신계 강자의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입 닥쳐라! 우리 용국은 예로써 사람을 대접하는 나라다. 이 자리에서 우리 용국의 귀빈을 향해 욕을 퍼붓는 자들의 심보가 무엇이냐!”조천화의 한 마디 분노 섞인 고함에, 떠들썩하던 시위대는 즉시 조용해졌다.단 한 번의 외침이었지만 수백 명이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심지어 체력이 약한 노인 몇몇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일반 백성들이었다. 이들 중 무종의 무인 같은 이는 전혀 없었으니 감히 조천화의 위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모두가 조용해지자, 조천화는 냉소를 흘리며 야마모토 일행을 이끌고 거들먹거리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이윽고 그들은 대기 중이던 고급 차량에 올라탔고, 한참이 지나서야 시위대 중 한 젊은 남성이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흥! 저 배신자들... 북양왕님께서 계셨다면 저놈들이 감히 저리 굴었겠나!”“그래! 저놈들은 북양왕의 손가락 하나만도 못한 놈들이야! 저들도 감히 자기 편에게만 저렇게 세게 나올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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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3화

물론, 눈앞의 이 젊은 남성은 기개가 당당하여 딱 보기에도 보통 인물이 아님이 분명했다.하지만 상대는 오륙 명산의 사람들이며, 그들은 사실상 무종 전체를 대표하고 있었다.그런 상대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작 이 젊은 남자 하나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숨마저 잃을 수 있었기에 중년 남자가 나서서 말린 것이었다.“설령 오대명산이라 해도, 감히 용국 백성을 함부로 짓밟을 수는 없다!”이 말이 떨어지자,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다섯째 도련님, 이 일은 저희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 계씨 가문은 무종과 대놓고 적대 관계에 설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부상 대표를 맞이하러 온 이는 조천화입니다!”이전에 한지훈은 이미 조천화와 원한이 있었다.만약 오늘, 조천화 앞에서 부상에서 온 대표들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조천화로 하여금 직접 한지훈을 상대하게 만드는 꼴이었다.지난번 조천화가 그 치욕을 참은 것도, 순전히 계씨 가문의 힘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번엔 달랐고, 한지훈이 직접 사람을 죽인다면 이는 곧 무종의 결정을 무시하는 행위가 된다. 그럴 경우 조천화가 한지훈을 죽인다 해도, 계씨 가문은 전혀 막을 방법이 없다.한지훈의 생사는 계씨 가문과 관계없다 할 수 있지만, 지금 한지훈은 어디까지나 계씨 가문을 대표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렇게 되면, 무종은 계씨 가문 전체를 숙청할지도 모른다.“조천화가 뭐 어쨌다고? 그 조천화는 용국 백성의 목숨 따위는 무시해도 되는 존재인가? 고작 몇 명의 부상인을 위해 감히 우리 국민을 다치게 해? 그는 지금 여기가 어디인 줄은 알고 있는 거냐? 여긴 용국이다!”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요즘 각국에서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면서, 무인들은 각국에서 적지 않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다른 나라에서 단순히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고사하고,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인다 해도 감히 막을 자가 없을 정도다.하지만 용국은 달랐다.오대 명산이건, 대종문이건 간에,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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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4화

이 시각, 만승 호텔 연회장에선 최고급 고위층 연회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야마모토 일행은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고, 양옆으로는 오대 명산 대표 인사들과 젊은 세대 제자 십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이번에 초청된 젊은 무인들 또한 모두 오대 명산 중에서도 뛰어난 인재들이었다.“야마모토 선생, 이분이 바로 우리 용국 오륙 젊은 세대의 선두 주자인 곽소천입니다! 곽장봉 어르신의 친손자죠.”조천화가 야마모토에게 곽소천을 소개했다.“오? 곽장봉 선배님의 친손자라니, 역시 영웅은 어릴 때부터 기개가 다르군요!”야마모토가 곽소천에게 공손히 주먹을 모아 인사했다.“감히 그런 말씀을요, 과찬이십니다!”곽소천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며 답례했다.“곽씨 형님, 어제 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어제 일에 대한 생각이라니?!곽소천 일행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도 곧 어딘가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비록 최종적으로는 부상 무사들이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모두 살해되었지만, 그 이전에 용국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심지어 용국의 불사군까지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이는 누가 봐도 오대 명산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나 다름없었다.그러나 곽소천은 잠시 생각한 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날 나선 종문 문주들은 자만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그자들의 실력으로 어찌 각하의 스승님의 발걸음을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물론, 마지막에 각하의 스승님께서 안타깝게도 독을 맞고 목숨을 잃으셨지만, 그 또한 앞선 수차례 격전에 지친 결과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용국 청년은 절대 각하의 스승님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곽소천은 용국 무인들을 위해 변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깎아내리는 말만 늘어놓았다.그는 지금 야마모토 일행의 환심을 사는 것만이 사부로부터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더구나 야마모토와 친분을 쌓는 것은, 자신의 문파 내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음, 다른 놈들도 곽씨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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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5화

“귀가 먹었느냐?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조천화가 호텔 매니저에게 고함을 질렀다.“손님. 이 호텔은 저희 소유입니다. 누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저희의 권리입니다!”“그리고 말이죠, 어젯밤엔 왜 그 부상 사람들한텐 아무 말도 못 하고, 지금 와서 저 같은 조그만 매니저 앞에서만 잘난 척입니까? 무종이란 데는 원래 이렇게 행동하나요?!”매니저도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참지 못하고 조천화에게 맞받아쳤다.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조천화 일행의 얼굴빛이 즉시 굳어졌다.매니저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조천화가 거칠게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세게 갈겼다.“보아하니 네놈은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조천화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무종의 중심 인물인 예충기의 손자였고, 지금 무종 내에서도 꽤 높은 지위에 올라 있었다.하찮은 호텔 매니저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오대 명산의 원장이나 부원장급 인사들조차 그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쾅!”그의 말이 막 끝났을 때, 연회장의 대문이 누군가에게 한 발에 걷어차이며 열려버렸다.“참 잘난 위세로구나.”한지훈이 매우 어두운 얼굴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에는 계씨 가문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그리고 이미 호텔 주변은 수만 명에 달하는 시위 인파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둘러싸인 상태였다.조천화는 과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지훈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어, 그가 재차 나타나 자신의 계획을 망치려 하자 분노가 폭발했다.“계씨 가문이 참 간섭하는 범위가 넓어졌구나?”그는 말하며 한지훈 뒤쪽에 서 있는 계씨 노인을 노려보았다.비록 그는 소태종의 강대한 실력을 경계하긴 했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상황이 달랐다.오대 명산의 고수들이 이미 귀환했고, 심지어 반보 인왕계 고수까지 오대 명산에 자리 잡은 상태였다.소태종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반보 인왕계 고수와 비교하면 아직 거리가 있었기에 조천화도 오늘은 말에 힘이 실렸다.“천하 일을 천하 사람들이 관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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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6화

“함부로 행동한다고?!”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조천화를 흘겨보더니, 한 손에 힘을 주었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야마모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눈을 부릅뜨고 숨을 거두었다.한지훈이 손을 툭 놓자, 그의 시체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부상의 대표격인 인물이 한지훈에게 바로 살해당한 걸 본 조천화는 순간 불같이 분노했다.불과 30분 전, 그는 이 야마모토 일행의 안전을 공개적으로 보장했던 터였다!더군다나 지금 조천화는 단순히 화산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무종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그의 뒤에는, 얼마 전 귀환한 역외 강자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소태종도 강하긴 하지만, 새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다섯째 도련님! 감히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요?! 당신이 지금 뭘 저지른 건지 알기나……”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손을 번쩍 들자 차가운 광채가 날아갔다. 푹!또 다른 부상의 무인이 그대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그자의 피가 곁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과 몸에 그대로 튀었다.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한지훈은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열댓 명의 부상 무인들을 순식간에 처리해 버렸다. 대연회장은 마치 바늘 하나 떨어져도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누구도 한지훈이 이토록 강압적이고 단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죽이겠다 하면 죽이는, 그야말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다섯째 도련님! 감히 연합 계획을 망치다니요, 당신의 죄를 알기나 합니까?!”더는 참지 못한 조천화가 분노에 휩싸인 기세로 외쳤고, 이성 현급 천신계의 위압감이 연회장 전체를 누르기 시작했다.“내가 아는 건 단 하나다. 어젯밤 이 부상 놈들이 우리 병사 수백 명을 학살했고, 그런데도 오늘 이렇게 뻔뻔하게 우리 용국 땅을 밟는다는 건, 곧 우리 국위를 모욕하는 거다!”한지훈은 조천화를 차갑게 노려보며 대답했다. “하! 정말 대담하군요. 감히... 오늘 일은 아무리 계씨 집안이라도 당신을 지키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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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7화

“다섯째 도련님, 여청풍은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 계씨 가문이라 할지라도 그 앞에선 고개를 세울 수 없지요. 그러니 조천화는 절대로 죽여선 안 됩니다!”계씨 노인의 이 한마디에 조천화의 입가엔 조소가 번졌다. 그의 눈빛도 다시 여유로워지며, 뒷짐을 진 채 비웃듯 말했다.“다섯째 도령, 당신의 명성은 나도 익히 들었네. 하지만 한 가지는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군.”“백여 년 전, 여청풍은 홀로 계씨 가문을 쳐들어가 계동호를 참살했지!”“당신과 비교하자면, 계동호의 무공은 결코 당신의 아래가 아니야. 하지만 백 년이 지나도록, 계씨 가문은 감히 복수를 하지 못했지. 하하하……”그는 고개를 들고 한지훈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날 죽이겠다더니, 어서 해보지 그래?!”“젊은 놈이... 남들이 너를 소태종이라 부른다고, 정말 네가 생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을 못 들어봤나?”“세상엔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신분도, 무종 내 서열도, 넌 아직 그냥 어린놈일 뿐……!”“파악!”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그의 뺨을 내리쳤다! 조천화는 그대로 땅바닥에 나가떨어졌고,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한지훈이 발을 들더니 그대로 그의 가슴을 짓눌렀다!“매니저, 바깥에 있는 기자들 전부 들여보내.”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매니저를 바라보며 명령했다.“이, 이게 무슨……!”매니저는 당혹에 휩싸였고, 설마 한지훈이 진짜로 조천화를 때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다섯째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건 정말……!”계씨 노인이 급히 나섰지만, 한지훈은 손을 휘저으며 말을 끊었다.“더는 말릴 필요 없다. 오늘 일은 내가 책임지겠다.”그 말에 매니저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연회장을 빠져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명의 기자들이 밀려 들어왔고,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모두 굳어버렸다. 조천화가 한지훈의 발아래 깔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있었다.한지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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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8화

“짝!”“짝!”“짝!”군중 속 누군가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곧이어 주변 모두가 일제히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와, 마치 파도를 타고 퍼지듯 한지훈의 뒷모습을 떠받치고 있었다.호텔 지배인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향해 연이어 세 번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역외 강자들이 귀환한 이후, 무종인들은 줄곧 법도를 무시해왔다.때로는 조정조차도 그들을 제어하지 못했을 정도였다!오늘 한지훈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지배인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그 자, 조천화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만으로도 호텔 전체 직원들이 피를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마치 옛날 북양왕이 용경에 있을 때의 장면을 다시 보는 듯하구나. 그때 북양왕은 우리 같은 백성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었지...”군중 속 한 노파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맞아. 하는 짓이 북양왕이랑 꼭 빼닮았어. 안타깝게도, 북양왕은 다섯 해 전부터 소식이 끊겼지...”“내 생각엔, 저 사람은 분명 북양왕과 뭔가 관련이 있을 거야. 아니면 북양왕에게 은혜라도 입은 사람일지도 모르지!”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엔 모두 과거 북양왕이 정의를 세워주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었다.몇 해가 지난 지금, 세상은 변해버렸지만, 북양왕 한지훈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여전히 그들 마음 깊은 곳에 새겨져 있었다.당시 용국에 어려움이 닥치거나 백성들이 고통을 겪을 때마다 북양왕은 늘 제일 먼저 나서서 용국을 위해 싸우고 백성을 위해 정의를 실현했다.지금 이 순간에도 북양왕은 여전히 용국 백성들의 마음에 있었다.“만약 북양왕이 돌아온다면, 분명히 우리 백성들을 위해 정의를 되찾을 거야!”“그래! 절대 전장에서 피 흘린 장병들을 헛되이 하진 않을 거라고!”그때, 계씨 노인 역시 복잡한 눈빛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이 일이 퍼져 나가면 분명 우리 계씨 가문까지 휘말릴 거예요!”계상아가 불안에 찬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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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9화

“어찌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무종 대장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국왕은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냉소를 지었다.“조천화를 죽인 것은 단지 백성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가 아니네. 무종이 과감히 짐을 제쳐두고 부상과 손을 잡은 그 행위야말로, 제 권한을 넘는 월권이었지!”“무종이 정말로 모를 리 없지. 지금 이 시국에 부상과 동맹을 맺는다는 게 민심을 얼마나 뒤흔드는 일인지 말이야.”국왕은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낮추어 이어나갔다.“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는 건, 혹은 민간이 손을 잡더라도, 오직 짐이 결정할 일일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어코 부상과의 동맹을 밀어붙였지. 그들이 바란 건 단 하나, 사실상 무종이 짐을 대신해 국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기정사실을 만들고자 한 것이야!”“허나, 그 하찮은 계략이 짐과 북양왕을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던 건가? 조천화는 죽어 마땅했네. 설령 그 자가 아니었어도, 동맹 체결을 위해 나선 자는 누구든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일세!”국왕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먹을 불끈 쥐더니, 눈앞의 책상을 쾅 하고 내려쳤다.“잘 죽였네요! 그럼 저희는...”대장로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국왕이 손을 살짝 들어 말을 끊었다.“잠시 지켜보게나.”그때, 진우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꺼냈다.“국왕 폐하, 만일 조천화를 죽인 자가 진정 한씨 형님이라면 오대 명산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오대 명산에 압박을 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조천화를 벤 것은 단지 오대 명산의 체면을 짓밟은 것이 아니라, 한지훈이 한 번 더 오대 명산의 일을 망쳐버린 셈이었다.그러니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든,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서든, 그들이 한지훈을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었다.그러자 국왕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오대 명산과 정면으로 맞설 시점이 아니다. 손해 본 건 그들만이 아니니 말이야.”확실히 이번 일로 인해 용국의 정세는 한순간에 요동쳤다.한쪽에서는 약왕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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