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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1화

이대로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면, 용서를 빌 기회조차 없게 될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큰소리치던 5대 명산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절반이 몰살당하게 됐고, 그에 반면 무종은 잽싸게 태도를 바꾸고는 꼬리를 내렸다. 지난 5년 동안 무종의 그 어느 작은 종문도 다른 이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누구든지, 세속에서 무종과 붙게 되면 멀쩡히 목숨을 지킬 수 있게 될 확률은 아주 낮았다. 그렇기에 근 5년간, 용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묘당의 통제 하에 있는 것 같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종이 대권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묘당의 고위 관리들조차도 무종을 모셔야 했고, 그 덕에 왕창평 같은 사람들도 손쉽게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렇게 당차기만 하던 종주 문주들과 남은 5대 명산의 양대 명산들은 모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게 전부 한지훈 한 사람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다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5년 전, 이 신과도 같은 남자가 단지 한 사람만의 힘으로 전 세계를 누비면서 수많은 강국을 하룻밤 사이에 피바다로 만든 것을. 한 사람의 힘으로 수많은 열강을 압도하여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렇게 한지훈은 매번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날 때마다 기적을 창조하였고, 매번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한지훈은 5대 명산을 짓밟으면서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북양 왕의 존재는 여전히 세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한편 그 시각, 용경 공항 내부는 이미 물 샐 틈 없이 꽉 막혔고 각 대종문과 5대 명산 대표들은 이미 공항의 길을 철저히 막아 나섰다. 심지어 어떤 종문의 종주들은 직접 현장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용경 흑병대 본부 입구도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들 비집지 말고 줄을 서!”“너 말이야, 보긴 뭘 봐! 계속 비집어 들어오다가는 쫓겨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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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2화

진우의 짧은 몇 마디에, 진화안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5대 명산? 지금 5대 명산은 자신들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 어디 남을 감싸줄 겨를이 있겠는가? 바로 방금, 진화안은 차 안에서 생방송으로 한지훈이 항산 주봉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었다. 그리고 5대 명산에서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모두 몰살당했다. 게다가 5대 명산 중 하나인 숭산도 한지훈이 찾아가기 직전,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죄를 인정했는데 하물며 진 씨 집안이라 해서 다를까? 사실 방금 입구에서 진화안은, 일찍이 그더러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충고하던 문주 종주 몇 명을 만났었다. 영감들은 진화안을 마주한 순간, 모두 고개를 숙이고 모르는 사람인 척했다. 그 모습에 진화안은 단단히 화가 났다. 5대 명산은 무슨, 무종은 무슨! 온통 겁쟁이들이네! 게다가 입구에서 줄을 선 문주 종주들이 그동안 범한 짓들은 모두 사소한 일들이었다. 설사 중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동안 모두 문하 제자들의 직접 한 소행이었기에, 대놓고 종주들을 처단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진화안은 달랐다. 그는 거의 매번 직접 한지훈에게 타격을 입히고, 신빙성 없는 일련의 여론 조작에 참여해 왔다. 그동안 보도된 많은 뉴스들은, 모두 진화안이 직접 이를 갈며 집필한 것이다. 만약 청산하게 된다면, 진화안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필경 진 씨 가문은 그저 평범한 상업 가문일 뿐, 무종 전체마저 고개를 숙인 상황에 그는 감히 한지훈과 적이 될 수는 없었다. “동생, 나도 잘 알아. 전에 내가 나쁜 짓을 많이 벌였다는 것을. 하지만 한 번만 너그럽게 용서해 줘. 양 씨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나한테 개과천선할 기회를 줘!”진화안은 진우의 손을 꽉 잡고는 무릎까지 꿇을 기세였다. “이제 와서 정신을 차리신 거예요? 솔직히 얘기하면, 양 씨 어르신의 체면이 아니었다면 전 애초에 진 씨 가문을 찾아가는 일도 매우 귀찮았어요!”“공적비를 무너뜨리는 게 용국에서 얼마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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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3화

진우는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탄식했다.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만약 애초에 진 씨 가문을 찾아왔을 때 진화안이 지금 같은 태도를 보였다면, 진우가 당시 그를 도와 한지훈에게 몇 마디 해주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문 밖에는 이미 긴 줄이 서 있었다. 설령 한지훈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이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날 거란 확신도 없는데, 과연 진화안을 따로 만날 시간이 있긴 할까? “흥! 할아버님, 제가 보기에는 이 사람, 사실 저희 진 씨 가문을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막말로 전국의 언론은 모두 저희가 손에 쥐고 있는데, 북양 왕이 감히 우리를 뭐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요?”바로 그때, 진화안의 뒤 켠에 서 있던 한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노호했다. “건방진 놈!”그러자 진화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따귀를 날렸다. 지금 진 씨 가문은 생사가 엇갈리는 고비에 이르게 된 상황에 언론이 뭐가 중요한가? 더 이상 신분과 지위를 신경 쓸 수가 있는가? 북양 왕 앞에서 그딴 것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북양 왕은 영륜 왕실마저 멸망시키고 5대 명산의 계승까지 끊었는데, 그에게 있어 진 씨 집안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진화안, 일단 돌아가서 기다려. 한지훈은 아마도 너희들을 만날 시간이 없을 거야. 진작에 이렇게 공손했다면 오늘날 같은 일도 없었을 거잖아. 사실을 날조하고 영웅을 모함한 너희들은 큰 금기를 건드린 거야!”“너희들이 건드린 건 단지 한 씨 가문뿐만 아니라, 일 년 내내 북양을 지켜오고 있는 20만 파룡군 장병들도 모욕한 거야!”무종 대장로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화안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말에 진화안과 그의 손자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그래! 알겠어!”진화안은 눈물을 머금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손자의 부축을 받아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어느새 추천홍도 현장에 도착하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단번에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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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4화

“뭐라고? 무종 모든 종문이 사람들을 파견했다고? 약왕파와 무신종은?”이청도는 멍한 표정으로 부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세자, 무신종과 약왕파만 아직 용경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 5년 동안 약왕파와 무신종 제자들은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부와도 거의 연락이 없었습니다!”“그래서 한지훈의 명단에는 애초에 이 두 종문은 없었습니다!”이내 부하는 명단을 하나 건네주었다. 그 위에는 5대 명산의 제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들을 저질렀는지까지 매우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유일하게 약왕파와 무신종 제자의 명단만 없었다. 명단을 확인한 이청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자, 숭산과 천산 사람들까지 다 모였더군요. 한지훈 이 사람, 정말 그만큼 무서운 사람인가요?”이 씨 가문 자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놈보다 무서운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 다만 지금 역외는 중요한 고비에 놓이게 되어 많은 강자들이 아직까지 돌아올 수 없었던 거야. 그렇기에 한지훈이 비로소 기회를 노리고 5대 명산을 멸망시킨 거지!”“게다가 사실 이 모든 건 결코 그의 실력으로 이루어낸 게 아니라, 그 진왕검 덕이야!”이청도는 명단을 훑어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세자님 말씀은, 그 진왕검에 큰 비밀이 있다는 겁니까?”제자는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필경 그저 평범한 검 한 자루는 한지훈에게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진왕검은 보통 검이 아니야. 그 검은 제왕의 기운을 띠고 있어.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그 검을 사용하기는커녕 그냥 들기도 힘들어. 매우 무겁거든!”사실 그는 이 씨 가문의 세자로서, 일찍이 100여 년 전에 운 좋게 이 진왕검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이청도는 직접 검을 만져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사실은, 설령 그가 젖 먹는 힘까지 다한다 하더라도 그 진왕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는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이청도는 비로소 이 진왕검의 남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진왕검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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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5화

바로 금룡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지훈이 진왕검을 손에 넣게 되는 순간, 세 개의 용심은 모두 한 마리의 용으로 형성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세 마리 용의 공격력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 거대한 용들이 아니었다면, 한지훈은 단지 인왕의 실력만으로 5대 명산의 호산 대진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한지훈은 아직 30살도 되지 않았고, 종문도 없고 배후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5대 명산 호산 대진을 타파할 방법을 찾아낸 거지?”이청도의 옆을 지키던 한 노인이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물음에 이청도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큰 소리로 물었다.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저 놈은 세자도 아니고 종문도 없는데, 대체 누가 저런 걸 가르쳐줬을까요?”어르신의 이름은 모천추, 그는 바로 500년 전 예충기와 함께 한 세대를 어우르던 인물이었다. 다만 예충기에 비해 그의 명성은 훨씬 낮았다. 만약 예충기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모천추의 모습을 봤다면 틀림없이 크게 놀랐을 것이다. 뜻밖에도 그가 이 씨 가문의 종이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한지훈한테는 큰 비밀이 있는 것 같아요!”문득 깨달은 이청도가 입을 열었다. 이 씨 가문의 세자로서는, 호산 대진을 푸는 방법에 대해 잘 아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대체 어떻게 아는걸가? 무종 대장로조차도 이 비밀에 대해 모르고 있다. “한지훈의 신분에 대해 매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쩌면 한 씨 가문의 기세가 심상치 않을 수도 있어요!”모씨 어르신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역외에서 들은 소문이 하나 있긴 한데, 앞으로 100년 후에 하늘의 총아를 받을 후손이 나타날 거라고 하던데 설마 그게 한지훈은 아니겠죠? 만약 정말 그가 하늘의 총아를 받을 후손이라면 이 모든 게 설명이 되긴 해요!” 이청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이것은 그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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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6화

“명단에 있는 종문 대표들은 모두 도착했습니다. 다만 약왕파와 무신종만 사람을 보내지 않았습니다!”용칠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명단에 있는 사람들 전부 극형에 처하게 될 거야!” 뭐라고? 극형에 처한다고? 충격적인 얘기에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지훈이 그들을 모두 처형하려 한다니? 비록 사람들은 내심 비웃으며 이 상황을 어이없어했지만, 현재로선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그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산, 항산 그리고 아미의 결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5대 명산조차도 고난을 이겨내지 못한 상황에 평범한 다른 종문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북양 왕님, 저희는 잘못을 인정합니다. 앞으로 반드시 저희 문인과 제자들을 엄하게 단속할 겁니다. 그러니 부디 너그러운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이때 숭산 대표가 가장 먼저 나서서 한지훈을 향해 용서를 빌었다. 그는 이렇게 주동적으로 무릎을 꿇어서라도 자신의 체면을 되찾고 싶었다. 필경 남에게 묶여 끌려다니는 건 결코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한지훈은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차갑게 웃었다. “사실 당신들 앞에 놓인 선택의 길은 많지가 않아. 공을 세워 죄를 씻어내든지, 아니면 형을 받고 죽든지 알아서 선택해. 세 번째 길은 없어!”그 말에 낙장생은 솔깃 해 났다. “북양 왕님, 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어떤 공을 세우면 죄를 씻을 수 있는 거죠?”사실 영기가 돌아온 이래로 열국 사이에는 전쟁이 아주 드물었다. 게다가 강대국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어떠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모두들 그저 역외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이 순간은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의 폭풍전야였다. “그건 아주 간단해. 얼마 전에 부상인이 들이닥쳤었잖아?” 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확실히 얼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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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7화

“부상이 더 이상 우리랑 평화롭게 지내고 싶지 않은 이상, 우리도 좋게 대해줄 필요가 없는 거지!”그 말에 거의 모든 사람들은 순간 눈앞이 캄캄 해났다. 한지훈의 말투는 매우 단호했다. 비록 그는 천도 맹약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천도 맹약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용국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혼자서 천도 맹약과 대립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내 용국 무종 전체를 물에 빠뜨리겠다는 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북양 왕님, 잊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며칠 전 천도 맹약은 저희더러 부상과 손 잡고 미래를 약속해라고 하...”“뭔 약속을 한다는 거야? 그건 분명히 천도 맹약이 당신들을 속이고 있는 거야. 그 사람들이 여기까지 왜 찾아왔는지는 알아? 바로 용심 때문이잖아!”“그들은 단지 우리 용국으로부터 용심을 얻어내어 용족 유적을 열고 숨겨진 비밀을 얻고 싶을 뿐이야! 당신들더러 부상이랑 평화롭게 지내라고 한 이유는, 그 오다 카츠오의 죽음 때문이야.” “뭐가 됐든 난 용인으로서 다른 사람이 우리를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참을 수 없어. 알겠어? 앞잡이 짓을 할 사람들은 두 가지의 선택만 줄게. 당장 용국에서 꺼져서 영원히 돌아오지 말든지, 용국에서 죽든지 선택해!”한지훈의 말에 모두들 조용해졌다. 그의 말 뜻은 매우 명확했다. 죽든지 아니면 천도 맹약과 연을 끊든지! 사실상 이것은 간단한 선택이 아니었다. 한지훈이든 천도 맹약이든 모두 그들이 쉽게 미움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일단 한지훈의 뜻을 어기면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죽게 되지만, 천도 맹약의 뜻을 거역하면 나중에라도 그들은 마찬가지로 죽게 된다. “한 선생님, 천도 맹약은 열국 역외 강자들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기어코 천도 맹약의 뜻을 거역하게 된다면 아마 전 세계 각국 역외 무자들이 불만을 품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낙장생은 앞으로 나아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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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8화

추천홍은 유일하게 이 상황을 똑똑히 파악한 사람이었다. 사실 한지훈은 지금 무종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리도 따지고 싶지 않았다. 뭐가 됐든 무종 사람들은 한지훈에게 굴복해야 하니까. 그렇기에 한지훈은 굳이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추천홍은 천산에서 지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무종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많은 사람들은 단호한 추천홍의 태도에, 일제히 그를 따라 맞장구를 쳤다. 현재로서 급 선무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지훈은 이미 매우 분명하게 말했다. 공을 세워 죄를 씻거나 죽거나! “그나저나 언제 부상을 죽이면 되는 거죠?” 추천홍이 조심스레 한마디 물었다. 그러자 한지훈은 그를 흘깃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굳이 날을 고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내가 보기에는 차라리 오늘 출발하는 게 낫겠어!”오늘? 그 말에 낙장생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갔다. “한 선생님, 저희 문인 제자들은 아직 이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제자들한테 통지할 수 있도록 저희한테 하루만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부상인들을 전부 죽이기에는 저희의 현재 인력으로는 매우 부족합니다!”사실 낙장생은 시간을 끌 수만 있다면 최대한 끌고 싶었다. 그는 애초에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루? 너무 길어. 오후 반나절의 시간만 줄게.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출발해야 해! 때가 되면 난 동남 연해에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다들 알아서 잘 판단해!”“만약 내일 아침, 누가 도망간 게 발견되면 난 바로 군법으로 처단할 거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사람들더러 물러나라 하였다. 순간 낙장생은 멍해졌다. 군법으로 처단하다니? 엄연히 따지면 그들은 결코 용국의 군대는 아니다. 그저 한지훈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무리일 뿐. “안 가?”용칠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내일 아침, 꼭 제시간에 도착할 겁니다!”낙장생은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낙장생이 떠나가는 모습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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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9화

“다들 오만하기 그지없네. 온 세상 사람들이 너희들의 체면을 봐주고 5대 명산까지 무서워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한지훈은 예외야!”“아니면 내 사부님이 어떻게 그의 손에 죽을 수 있었겠어? 항산 주봉은 어떻게 무너지고, 또 화산은 어떻게 멸문될 수 있었겠어? 아미의 화룡 진군은 또 어떻게 죽음의 길로 사라지게 됐을까?”“한지훈은 항렬이나 내막 같은 건 전혀 보지 않고, 오직 주먹만 쓰면서 실력으로만 얘기하고 있어!”“하지만... 하지만 이번에 부상을 공격하게 되면 부상의 강자들도 상대해야 하잖아요. 사부님 혹시 기억하세요? 창산수와 오하라 도프 두 사람?”낙장생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 사람을 언급하자 추천홍의 얼굴에는 어두운 빛이 드러났다. 수백 년 전, 그 두 사람은 이미 인왕의 경지에 다다르게 됐고 지금의 그들은 어느 수준까지 다다른 건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부상의 기둥이기도 하다. 들리는 소문대로라면, 그들은 줄곧 팔기대사의 무덤을 지키고 있다고도 한다. 그동안 두 사람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금 부상 무도의 전승이 곧 끊어지게 될 상황에 그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기억하지. 하지만 설령 그 두 사람이 나선다 하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 해. 아군의 손에 죽게 되면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그들의 손에 죽게 되면 적어도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건 증명할 수 있어!”추천홍은 체념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 그는 단지 반보 인왕일 뿐, 인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수백 년 전에 인왕계에 이르렀기에, 그 격차는 매우 컸다. 설령 용국 무종 전체가 나선다 하더라도, 이 두 명의 부상인의 적수는 될 수 없었다. 심지어 자칫했다가는 오히려 당할 수도 있었다. 5대 명산에도 호산대진이 있는데, 부상국에 어떻게 호국 진법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항렬이 낮은 사람들은 당연히 잘 모르겠지만, 창산수와 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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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0화

그 말을 들은 모씨 노인은 어깨가 으쓱 해났다. “세자, 제가 이번에 세속으로 돌아온 건 단지 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뿐이지 결코...”그러자 이청도는 그의 말을 끊었다. “어르신, 용국 무종에서는 이번에 거의 모든 정예 강자들을 다 동원하였는데 만약 패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어르신께서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한지훈의 결정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희가 실수를 해서는 안됩니다! 그의 실력으로는 기껏해야 한 사람만 상대할 수 있고, 만약 어르신께서 나서서 도와주신다면 창산수와 오하라 도프 두 사람 모두 죽일 수 있을 겁니다!”“그러니 이렇게 부탁드립니다!”모씨 노인은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세자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신 이상 전 세자의 말을 따르겠습니다!”이내 노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이튿날 이른 아침 한데 모인 무종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와중에, 허공에서는 갑자기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더니 한 백발노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누구야!” 아래쪽 사람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들어 고공을 바라보았다. 노인의 정체를 확인한 추천홍은 동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모씨 노인! 이 씨 가문의 모씨 노인이잖아!”그 말에 낙장생조차도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이 씨 가문까지 나서서 도와주려 한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씨 가문은 용경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분명히 이 씨 가문이 주동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게다가 이 노인의 항렬 또한 높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예충기와 같은 시기를 아우르던 인물이기도 하다. 실력은 비록 예충기에 미치지 못하고, 그들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도 아니긴 하지만, 설령 천선 검선이라 하더라도 공손하게 모씨 노인을 선배로 모셔야 했다. 사실 이 씨 집안은 그저 무도 가문일 뿐, 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그 바탕은 결국 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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