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백연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내가 찾아올 거라는 거 이미 알고 있었지?”“찾을 사람이 나밖에 없었을 테니까.”고은채는 백연신을 힘껏 노려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거래하러 왔어. 우리 집안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자산도 전부 다 넘길게. 가격도 꽤 합리적일 거야.”백연신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내가 지원해준 돈이면 아등바등 살아볼 법도 한데 도저히 안 되겠어? 그래서 아예 휴짓조각 되기 전에 나한테 팔아버리려고 왔나?”“살 건지 안 살 건지만 말해. 우리 아빠 회사가 아무리 기울여졌다고 해도 당신 손에 들어가면 이득밖에 안 될 거야. 집안 세우는 것에 혈안이었던 당신한테는 좋은 기회잖아.”“부탁하러 왔으면 그에 맞는 성의를 보여. 내가 인수하지 않으면 너희 집안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망하게 될 테니까.”재수 없는 말이기는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기에 고은채는 분노를 최대한 가라앉히고 차분한 말투로 다시 얘기했다.“당신 몸속에 있는 혈충, 그거 없애줄게. 그게 있는 한 한지영 그 여자와는 함께 하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잖아. 혈충을 없애주는 게 대가라면 당신한테는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 아닌가?”고은채는 백연신이 기다리는 게 이 말이라는 걸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백연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얼굴을 살짝 풀었다.“좋아. 거래하지.”고은채는 호쾌한 그의 말에 안도하는 한편 질투와 분노, 그리고 실망감까지 한 스푼 섞인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밀려왔다.결국 백연신이라는 남자는 한지영과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렇게나 크게 돌아 판을 짠 것도 모든 것이 다 한지영이라는 여자 때문이었다.세상에 이토록 집요하고 또 무서운 남자가 또 있을까?고은채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했던 말을 주워 담고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랬다가는 사무실에서 곱게 나가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 생각은 빠르게 접었다.‘당신의 눈에 담긴 여자가 나였으면, 한지영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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