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761 - Chapter 1770

1803 Chapters

제1761화

그때 폭탄 하나가 세 사람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터졌고 그 여파로 돌과 나무들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강현수는 거의 본능적으로 임유진의 앞을 막아서며 겸이를 꽉 끌어안았다.“윽!”고통에 찬 그의 신음에 임유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요?! 많이 아파요?”“...괜찮아. 빨리 움직여.”강현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몸을 다시 일으키며 다시 앞으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발밑의 무너지더니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폭탄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탓이었다.강현수는 빠르게 겸이를 다시 임유진에게 넘겨준 다음 그녀의 등을 세게 밀어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그 덕에 임유진은 단단한 땅으로 갈 수 있었지만 강현수가 있던 곳은 빠르게 무너져버리고 말았다.‘이대로 죽는 건가...?’강현수는 자신의 죽음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하지만 임유진을 구하기 위해 죽은 거라면 가치 있는 죽음이라고 여겨도 될 것 같았다. 그녀가 힘들어할 때 한번도 곁에 있어 주지 못했으니까.지금 이건 어쩌면 하늘이 그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선물한 상황인지도 모른다.강현수는 체념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그런데 그때 강력한 힘이 그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추락하던 몸을 단번에 멈추게 했다.익숙한 느낌에 강현수가 눈을 번쩍 떠보니 가녀린 손으로 있는 힘껏 그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임유진의 얼굴이 보였다.하지만 두 사람의 무게로 봤을 때 임유진이 그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빨리... 빨리 내 손 잡아요! 나 지금 힘이 점점 빠지고 있으니까... 빨리!”임유진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가뜩이나 오랜 상처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손인데 떨어지는 강현수까지 잡으려고 하니 점점 더 힘이 빠져갔다.강현수는 고통으로 가득 일그러진 임유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의 손이 어떤 상태인지는 소영훈으로부터 정확히 들은 바 있었다. 지금
Read more

제1762화

“믿어! 아무리 기억을 잃었어도 혁이는 날 구하러 올 거야. 분명히... 지금쯤 사람들 데리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 빨리... 빨리 내 손을 잡아. 나 정말 더 이상은...”임유진은 손을 덜덜 떨며 애원하듯 강현수에게 부탁했다.하지만 강현수는 여전히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겸이를 한번 보더니 이를 꽉 깨물며 나머지 한 손도 아래로 내밀었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강현수의 손을 꼭 잡았다.양손을 전부 다 아래로 내린 탓에 임유진의 상체는 한 순간에 앞으로 쏠려버렸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폭탄이 한 번 더 터지면 그때는 두 사람 모두 아래로 떨어질 수 있었다.“손 놓으라니까 뭐 하는 거야!”강현수는 임유진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이대로 가다가는 너도 떨어져!”“알아!”임유진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한가득 맺혀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잖아. 지금 이대로 손을 놓아버리면 나는 아마... 평생 후회할 거야. 너 구하지 못한 거 평생 후회할 거라고! 그러니까 너도 버텨... 윽... 사람들 올 때까지 버텨!”임유진의 땀방울이 강현수의 얼굴 쪽으로 뚝뚝 떨어졌다.꼭 그때처럼.그때도 그녀는 이런 식으로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이를 꽉 깨물며 어떻게든 위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임유진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강지혁이 사람들을 데리고 뛰어왔을 때 임유진은 여전히 강현수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고 이제는 거의 상체 전부가 다 아래로 떨어질 듯한 지경에 도달했다.정말 한순간이라도 힘을 빼거나 하면 언제든지 두 사람 다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 광경을 본 강지혁은 순간 가슴이 찌릿하며 아파 왔지만 그것도 잠시 얼른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는 임유진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강현수의 손목을 잡았다.“혁아!”임유진은 강지혁의 등장에 활짝 웃으며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Read more

제1763화

“그보다 너는 정말 괜찮은 거 맞아?”강지혁이 임유진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물었다. 그는 아까 미친 듯이 차를 몰아 산으로 향했을 때도 방금 강현수를 끌어올렸을 때도 줄곧 임유진 생각뿐이었다.“나는 괜찮아. 그런데 겸이가... 진세령이 무슨 약을 먹였는지 좀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그래, 진세령! 진세령을 잡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강지혁은 잔뜩 흥분한 임유진을 단숨에 안아 들며 말했다.“진세령은 이미 잡아뒀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고문을 해서라도 겸이한테 무슨 약을 먹였는지 꼭 알아낼 테니까.”임유진은 그 말에 그제야 천천히 진정하며 머리를 강지혁의 품 쪽으로 기댔다. 익숙한 냄새를 맡고 있으니 긴장했던 몸도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아 든 채 산 아래로 걸어갔고 고이준과 몇 명은 겸이와 율이를 데리고 그 뒤를 따라갔다.“괜찮으십니까? 저희가 업어드릴까요?”강현수의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이 물었다.“혼자 걸어갈 수 있어요.”강현수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경호원들도 조용히 뒤를 지키며 그를 천천히 따라갔다.내려가는 길, 강현수는 줄곧 임유진과 강지혁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딱 한걸음 늦은 것뿐인데 이제는 그 거리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벌어졌다.아무리 노력해봐도 임유진의 마음속에는 강지혁밖에 존재하지 않았다.만약 그때 강지혁보다 한발 먼저 임유진을 찾아냈으면, 만약 그때 질투 같은 유치한 감정 따위 배제하고 딱 한 번만 임유진의 말을 들어줬으면 어쩌면 임유진은 강지혁과 결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물론 이런 식의 가정은 전부 자기 위로밖에 안 된다는 걸 강현수는 알고 있다.하지만 이렇게 못난 자신이라도 임유진은 목숨을 다해 구해주려고 했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이렇게도 미련할 정도로 착하고 또 다정한 사람이었다.평생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이라도 그는 임유진을 사랑한 게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강현수는 왼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꽉 움켜쥐
Read more

제1764화

임유진은 괜찮다고 하고 싶었지만 손이 점점 더 아파져 와 아무 말도 못 한 채 이를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많이 아픈 건지 그녀의 이마에서 식은땀까지 주룩주룩 떨어졌다.강지혁은 그 모습에 얼른 임유진을 차에 태우고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강지혁의 차량이 떠난 후 고이준은 경호실장에게 미리 얘기해둔 병원으로 겸이를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하고 나머지 인원들에게도 상황 수습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율이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걱정 가득한 얼굴로 고이준에게 물었다.“삼촌, 엄마랑 동생 많이 아픈 거예요?”“걱정하지 마. 아빠가 곁에 있으니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고이준은 율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하지만...”율이는 입술을 깨물며 계속 말을 이었다.“아빠 얼굴이 너무 무서웠어요. 아빠가 그런 얼굴을 하는 거 처음 봤어요.”율이는 조금 전, 강지혁의 얼굴을 보며 이대로 엄마가 잘못되면 그때는 아빠가 완전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그건 율이 아빠가 엄마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래.”“너무 많이 사랑해서요?”율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응, 나중에 커서 율이도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알게 될 거야.”고이준은 그렇게 말하며 속으로 임유진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었다.5년이나 지났고 강지혁의 기억도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요즘 보면 강지혁은 거의 기억을 잃기 전과 똑같이 임유진을 대하고 있었다. 아니, 심지어 그 감정이 더 커진 것 같았다.즉, 그렇다는 건 이대로 임유진의 손이 잘못되면 그때는 이성을 잃은 강지혁이 강현수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해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소담 정형외과.한적하고 평화롭던 정형외과 앞에 갑자기 검은색 차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딱 봐도 비싸 보이는 차들이었기에 길을 거닐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발걸음을 멈추며 신기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차량에서 내린 남자들은 전부 다 검은
Read more

제1765화

의자에 앉아있던 노환자는 갑작스러운 광경에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꼭 드라마 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강지혁 씨,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내가 조심하라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된 이상 치료를 해도 큰 의미가 없어요!”‘강지혁?’노환자는 깜짝 놀라며 입을 떡하고 벌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지혁이라는 이름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곳 S 시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니까.‘왜 강지혁이가 이런 작은 병원으로 왔지? 대체 이게... 헉!’노환자는 강지혁이 다음으로 보인 행동에 헙 하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강지혁이 소영훈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선생님, 제발 유진이 손 좀 치료해 주세요!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요. 유진이는 아직 해야 할 일도 많단 말입니다!”임유진은 이 두 손으로 변호사 일도 해야 하고 두 손으로 세 아이도 꽉 끌어안아 줘야 하며 그의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면서 따뜻한 온기도 나눠줘야 했다.강지혁의 품에 안겨있던 임유진은 의식이 점점 흐려갔지만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인지하고 있었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며 강지혁의 볼을 어루만지려는 듯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혁아, 나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나 안 아파. 정말이야... 버틸 수 있어.”강지혁이 자신을 위해 무릎 꿇는 모습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다.강지혁을 뒤따라온 경호원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설마 강지혁이 여자를 위해 무릎까지 꿇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때 또 한 명의 남자가 진료실 안으로 쳐들어왔다.강현수는 임유진을 품에 끌어안은 채 무릎을 꿇은 강지혁을 보고는 임유진의 손 상태가 어떤지 바로 눈치챘다.그래서 그도 털썩 무릎을 꿇으며 똑같이 소영훈에게 빌었다.“저 때문이에요! 저 구하려다가 손에 힘을 무리하게 줬어요. 그러니까 제발 유진이 손 좀 고쳐주세요! 뭐든 좋으니까 다 시도해봐 주세요. 이렇게 빌게요, 선생님
Read more

제1766화

강지혁과 강현수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도 먼저 얘기를 건네려 하지 않았다.그때 뒤늦게 도착한 고이준이 달려오더니 곧바로 강지혁에게 상황을 보고했다.“겸이 도련님은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됐고 위도 깨끗하게 씻어냈습니다. 의사 추측으로는 수면제를 먹은 것 같다고 하며 다행히 양은 많지 않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물론 더 자세하게는 진세령에게 물어봐야겠지만요. 그리고 소민준도 흙더미에 묻혀있는 걸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고 합니다.”당장 수술을 진행해야만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현재 소씨 집안은 수술과 치료를 받게 할 돈이 없었다.강지혁은 보고를 듣더니 차가운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살려서 다시 입을 열 수 있게 만들어 놔.”살리는 결정을 한 건 당연한 소리지만 소민준을 동정해서가 아니다. 어떻게든 살려내서 감방에 처넣은 후 평생을 후회하게 해주기 위해서다.“네, 알겠습니다.”고이준은 그의 뜻을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빠르게 전화를 받은 고이준은 안색이 확 변해서는 심각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뭐? 현이 아가씨가 실종돼? 어디서 어떻게? 아가씨 곁을 지키던 사람들은... 다시 찾았다고? 그래서 아가씨는 지금... 뭐? 일단... 잘 지키고 있어.”전화를 끊은 후 고이준은 강지혁의 뜨거운 눈빛을 받으며 얼른 상황을 설명했다.“그게... 현이 아가씨가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몰래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찾아냈고요. 아무 일도 없이 무사하셨다고 합니다.”강지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고이준을 노려보았다.“성인 남자 다섯 명이 5살짜리 애 하나 제대로 못 봐? 그리고 그걸 찾아낸 뒤에야 보고를 해? 왜, 찾지 못했으면 내가 갈 때까지 쭉 숨길 생각이었나?”고이준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지금 반응으로 볼 때 현이를 지키던 사람들은 징계를 먹거나 해고될 게 분명했다.강지혁은 아이들과 임유진에 관련해서는 조금의 타협도
Read more

제1767화

강현수는 그 말에 천천히 시선을 들어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이번 일에 나도 가담이 된 거냐고 묻고 싶은 거냐?”“그딴 멍청한 생각은 안 해. 난 그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강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끝내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경찰들의 조사가 끝나면 어떻게 된 건지 강지혁도 바로 알게 될 테니까.“영화 제작팀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폭발물을 요구하길래 비서를 통해 알아보니까 진세령의 오랜 팬 한 명이 수사망에 걸렸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진세령과 둘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원래는 진세령이 어디 있는지 알아낸 뒤에 신고하려고 했는데...”“사람을 찾아내자마자 일이 진행되어버렸다. 이 말이야?”강지혁이 물었다.“...그래.”사실 강현수는 폭발물들이 산으로 옮겨진 것을 부하의 보고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몰랐기에 보고를 듣고 하루 뒤, 즉 오늘 산으로 올라가 보았고 마침 진세령과 소민준, 그리고 겸이를 보게 되었다.또한 그들의 대화에서 임유진과 강지혁의 세 번째 아이가 바로 겸이라는 것까지 듣게 되었다.준비를 마친 진세령이 어디론가 가버린 후 강현수는 돌무더기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타이밍을 봐서 겸이를 구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곧바로 임유진이 도착해버렸고 진세령이 소민준도 함께 죽이려 한다는 것도 뒤늦게 알아버렸다.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다 임유진의 뒤로 나무가 쓰러질 때쯤에야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유진이와 겸이를 구해준 빚은 내가 반드시 갚을 거야.”강지혁의 말에 강현수가 피식 웃었다.“그걸 네가 왜 갚는데?”사실 애초에 갚을 필요도 없었다. 만약 그때 임유진이 꽉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는 이 세상에 없었을 테니까.“유진이는 내 아내니까.”강지혁의 눈빛이 한순간에 차가워졌다. 그리고 말투도 덩달아 싸늘해졌다.“그게 뭐?”강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를 도발하듯 말했다.“나는 유진이가 네 아내인 것을 한번도 신경 써본 적이 없어.”그가 물러서기로 한 건
Read more

제1768화

강현수는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들며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과연 그럴까? 유진이는 내가 자기와 아이를 먼저 구해주지 않았어도 절대 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야.”임유진은 다정하고 또 정의가 넘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기에 직업도 자기와 꼭 어울리는 변호사를 선택했을 것이다.강현수가 그녀에게 끌린 건 단순히 어릴 때 함께 고난을 헤쳐나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많게는 그녀의 맑고 깨끗한 성품 때문이었다.어릴 때부터 실리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있었던 그에게 그녀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 같은 것을 품은 여자였다.만약 그가 단지 어릴 때의 기억에만 집착했던 거면 배여진이 임유진의 행세를 할 때 임유진이 아닌 배여진을 사랑했어야 했다.“닥쳐!”강지혁이 주먹을 꽉 말아쥐며 외쳤다.“널 거기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유진이한테 너는 어릴 때 아주 잠깐 함께했던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그래, 네 말대로 지금의 나와 유진이는 딱 그 정도 사이일 뿐이야. 하지만 만약 네가 중간에서 훼방을 놓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 아이가 유진인 걸 내가 조금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네 방해에 굴하지 앓았으면 어쩌면 지금쯤 유진이 곁에 있는 건 네가 아니라...!”강현수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다가와 그의 멱살을 확 낚아챘다.“강현수, 이 세상에 만약이라는 건 없어. 뭐가 됐든 기회를 놓친 건 너고 유진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야.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라고. 알아들어?!”“유진이는 네가 추악하고 비열한 인간인 거 알고 있어? 강지혁, 내가 유진이를 놓친 건 너만큼 추악하고 더럽지 않아서야.”강현수도 지지 않으며 강지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고 소영훈이 피곤한 듯 미간 사이를 문지르며 나왔다.두 남자는 소영훈을 보자마자 얼른 그쪽으로 다가가 물었다.“유진이는 어떻게 됐습니까?”“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 이 상태로 침을 놔봤자 아무런
Read more

제1769화

강지혁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이들 걱정부터 하는 그녀 때문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해주었다.“겸이는 괜찮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위부터 깨끗이 씻어냈어. 아이한테 먹인 약이 뭔지 진세령은 끝까지 얘기를 안 해줬지만 경찰 측에서 약국 기록을 확인해보니 수면제를 구매했대. 의사가 추측한 것과 일치해.”“수면제?”임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많이 먹였대? 언제쯤 일어날 수 있대?”“다행히 양은 많지 않아. 아마 내일쯤이면 눈을 뜰 거야. 정신을 차리면 그때 다시 자세히 봐달라고 할게. 의사가 아마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임유진은 그 말에 안도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자기가 있는 곳이 방이 아닌 다른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일단 방 안에는 기기들이 많이 놓여있었고 그중 하나는 그녀의 손끝에 연결되어 있었다.“여기 혹시... 병원이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리고 여기 있는 것들은 네 손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기기들이야.”강지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소영훈과 나눴던 대화를 전부 다 전해주었다.수술에 성공할 확률이 10%밖에 안 된다는 걸 들은 임유진은 쓰게 웃었다.“아마 다른 선생님이었으면 아예 가망이 없을 거라고 했을 거야.”“수술... 할 거야?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어떤 후유증이 남을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만약 이대로 계속 약물치료만 하면 얼마 안 가 손가락을 서서히 쓰지 못하게 될 거고 마지막에는...”강지혁은 가슴이 욱신거려와 말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이 정도로 강한 무력감을 느낀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아무리 많은 재부를 손에 쥐고 있어도 임유진의 손을 원래대로 돌려놓지는 못했다. 이런 비참한 일이 또 있을까?게다가 수술을 하지 않으면 그때는 그녀의 손가락이 하루하루 제 기능을 잃어가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다.임유진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붕대로 단단히 감겨 있는 것이 썩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다.“수술
Read more

제1770화

강지혁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천천히 임유진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그런데 왜일까.임유진과 맞닿아 있는 중인데도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강현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강지혁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강문철이 그렇게 가르쳤으니까.그는 과정이 어떠하든 중요한 건 늘 결과라고 배웠고 실제로 겪어봐도 역시 강문철의 가르침이 맞았다.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자신의 추악하고 비열한 모습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진애령 사건 때도 모든 걸 다 알게 된 후 그와 잠깐 스치기만 해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며 토를 했던 그녀였으니까.임유진은 그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도 그의 행동이 추악하다고 느꼈을까?강지혁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까 같은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지금은 자신의 더럽고 추악한 속내가 임유진에게 들켜버릴까 봐 너무나도 두려워하고 있었다.“유진아...”키스가 끝난 후 강지혁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내가 한 모든 행동은 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야.”“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임유진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강지혁은 시선을 반쯤 내려 붕대로 감싸진 그녀의 두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후회해?”“응?”“강현수 구한 거 후회해? 그때 강현수의 손을 놔버렸으면, 아니, 애초에 잡지 않았으면 지금쯤 이렇게까지 손이 악화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곧바로 후회했다.그녀가 어떤 대답을 줄지 같은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뻔했으니까.“아니, 후회 안 해.”임유진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그녀는 두 손을 대가로 강현수의 목숨을 살린 걸 후회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답이긴 하지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혁아.”임유진은 붕대가 감긴 손을 힘들게 들어 올렸다. 하지만 기기 선들이 또다시 팽팽하게 당겨지며 더 이상 힘을 줄 수가 없었다.
Read more
PREV
1
...
175176177178179
...
18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