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891 - Chapter 1899

1899 Chapters

제1891화

잠시 후, 임유진은 정문 앞에 쪼그려 앉아 경비원이 건네준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빵과 우유, 그리고 몇 가지 간식들이 들려 있었다.그것들은 오늘 저택 직원들의 식단이었다. 경비원 말로는 부엌에 어렵게 부탁해 겨우 얻어온 것이라고 했다.“사모님, 그냥 돌아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경비원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회장님도 사모님이 밤새 여기 계셨다는 걸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도 안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건... 지금은 뵐 생각이 없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계속 서 계시는 건 사모님만 힘드신 일입니다. 차라리 일단 돌아가셨다가, 회장님께서 뵐 마음이 드실 때면 그때 만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임유진은 우유를 한 모금 삼키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난 계속 있을 거예요.”만약 지금 돌아가 버린다면, 어쩌면 영영 강지혁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묘한 직감이 들었다.그러니 지금 그녀가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체력을 아끼고 쓰러지지 않는 것.오늘 안에 그를 보지 못한다 해도 괜찮았다. 필요하다면 집사님께 부탁해 텐트를 가져다 놓고 아예 이 자리에서 지낼 생각이었다.그걸 보는 경비원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소문에는 회장님이 사모님을 극진히 아낀다고 들었고 다들 알다시피 5년 만에 돌아온 사모님과 아이를 애지중지 보살폈다고 했다.심지어 인터넷에는 회장님이 사모님을 향해 날아오는 계란과 채소를 온몸으로 막아내던 영상까지 떠돌았을 정도였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은 사모님을 문 앞에 세워두고 들이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설마... 사모님이 회장님 눈 밖에 나신 건가?’그러나 어젯밤 고이준에게 직접 받은 전화를 떠올리자, 그런 생각은 섣부른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사모님을 잘 보살펴. 절대 불편함이 없도록. 원하시는 건 뭐든 다 드려. 다만... 사모님이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눈치채지 않게 조심해.”그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하지만 말은 쉬워도 막상 지켜내기는 쉽지 않았다.‘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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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하지만 목이 막혀 괴로워하면서도, 임유진의 손은 여전히 강지혁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마치 이 손을 놓는 순간, 강지혁이 다시 저 안으로 사라져 버리고, 자신은 또다시 이 문을 사이에 두고 그를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운 듯.강지혁은 반쯤 내리깐 눈으로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임유진의 손을 잠시 바라봤다.힘이 너무 들어가 손마디가 도드라져 있었고, 눈을 들어 바라보니 기침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그 순간, 칠흗같이 어두운 강지혁의 눈동자에 미묘한 빛이 일렁거렸다.“그렇게까지 잡을 필요 없어. 이미 네 앞에 나타난 이상, 우리가 해야 할 얘기는 다 할 거니까.”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했다.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임유진은 간신히 기침을 멈추고 촉촉이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그럼... 안에서 얘기하자.”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지혁의 손목을 놓지 못했다.강지혁은 얇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시선을 돌리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임유진도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갔다.그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경비원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휴, 드디어 안으로 들어가셨네...’하지만 조금 전 회장님의 태도는 분명히 차갑고 냉정했다.‘두 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경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임유진은 강지혁의 뒤를 쫓아 저택 안쪽으로 들어섰다.그들이 도착한 곳은 연못가. 아침 햇살에 비친 수면 위 연꽃들이 고요하고 청아하게 피어 있었다.하지만 그 광경을 본 순간, 임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곳은... 바로 그녀가 예전에 무릎을 꿇었던 자리.그때, 그녀는 이 연못가에서 강지혁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었다.하지만 강지혁은 그때 그녀를 낯선 사람처럼 대했고, 다시 마주한 건 한지영이 크게 다친 이후였다.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온 이유가 뭘까. 임유진의 가슴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이 피어올랐다.“날 만나고 싶다고 했지. 좋아, 지금 이렇게 마주했으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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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3화

강지혁의 눈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리며, 그 까맣고 깊은 눈동자가 한층 더 음산하게 빛났다.“그럼... 넌 나랑 이혼할 생각이야?”임유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지금 자신이 만약 “그래”라고 대답한다면, 어쩌면 이 남자는 정말로 그녀와 이혼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몰려왔다.“절대 이혼하지 않아!”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네가 날 끝까지 미워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때가 돼야 이혼을 고려할 거야!”강지혁이 피식,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아이들 때문에?”그 질문에 임유진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했다.강지혁의 눈빛 속에 깊이 박힌 조롱과 자기 비하가 그녀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다.“아이들 때문이 아니야! 내가 널 사랑하니까!”임유진은 단호하게 외쳤다.그녀가 원하는 건 단 하나... 강지혁과 평생을 함께하는 것. 결코 이혼이 아니었다.“날 사랑한다고?”하지만 강지혁의 조롱하는 눈빛은 점점 더 짙어졌다.“그래, 넌 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 어쩌면 그 마음이 진심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사랑은 너무나도 얕아. 그저 2~3년 동안 이어오던 네 사모님과의 관계도, 네가 강현수에 대한 믿음도 그 사랑을 이기지 못해. 넌 그 여자를 위해 날 배신할 수 있고, 몰래 강현수의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어. 왜? 강현수를 그렇게나 믿어서?”“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만약 다른 사람이 날 도와줄 수 있었다면, 난 그쪽을 찾았을 거야!”임유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때문에 너한테 상처 준 거 알아.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거야. 혁이 네가 날 사랑해 주니까, 반드시 용서해 줄 거라 믿었던 것도 맞아.”“그래서? 내가 널 용서하지 않으면, 넌 어쩔 건데?”강지혁의 목소리는 온기 없이 차분했다.그 말에 임유진은 잠시 말을 잃었고, 강지혁의 목소리가 또다시 차갑게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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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4화

임유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두 무릎을 굽혀 그대로 바닥에 꿇으려 했다.하지만, 무릎이 땅에 닿기 직전에 강지혁이 잽싸게 달려와 그녀의 팔을 거칠게 붙잡으며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임유진, 너 어떻게...!”강지혁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고 까맣게 번뜩이는 눈빛이 그녀를 사납게 꿰뚫었다.어떻게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일 수 있단 말인가!어떻게 감히 자신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인가!“혁아, 넌 날 차마 용서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렇지?!”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강지혁을 껴안았다.임유진은 자신이 비겁하다는 걸 걸 알면서도, 이렇게라도 해서 그를 붙잡고 싶었다.그녀는 강지혁을 잃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는 상황은 견딜 수 없었으니까.강지혁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의 말에... 그는 반박조차 할 힘이 없었다.맞다. 차마 놓을 수 없었다!임유진은 마치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했다. 그가 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 그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그 약점이 바로 임유진이었다.강지혁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입고도, 여전히 무심해질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비참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결심이라도 한 듯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임유진을 바라봤다.“그래? 정말 그렇게까지 내가 널 용서해 주길 바라는 거지? 좋아...”강지혁은 임유진의 팔을 거칠게 끌어당기더니 곧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휘청거리며 따라가던 임유진은 잠시 후, 강지혁의 힘에 이끌려 포근한 침대 위로 거칠게 던져졌다.놀란 듯 눈빛이 흔들렸지만, 애써 몸을 가다듬으며 일어난 그녀 앞에 강지혁은 침대 가장자리에 서서 차갑게 내려다보았다.“벗어!”임유진은 순간 얼어붙었다.“뭐...?”“네가 정말 용서를 바란다며? 그럼 보여줘. 네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날 사랑하는지, 증명해 봐!”강지혁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울렸다.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임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정말... 그런 방법까지 정말 원하는 거야?”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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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강지혁은 시선을 돌려 임유진의 몸에서 눈길을 거두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그저 무너진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다시는 그녀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다시는 더 깊이 사랑하지 않게...이 며칠 동안 그는 이 집 안에서 수없이 다짐해 왔다.더 이상 패배자가 되지 말자.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는 안 된다.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상처는 더 치명적이니까.임유진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앞에 섰다.그리고 두 손으로 다시 그의 얼굴을 살며시 감싸 쥐었다.“혁아, 날 좀 봐줄래?”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부끄러움 따위보다, 지금은 강지혁의 눈에 자신이 담기길 더 바라고 있었다.강지혁의 시선이 옅게 그녀를 스쳤다.“내가 널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데?”하지만 그의 옆에 늘어뜨린 두 손은 단단히 움켜쥔 채, 그가 얼마나 힘겹게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강지혁은 지금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혁아, 우린 부부야. 문제가 있으면, 갈등이 있으면... 지금 여기서 해결하자. 응? 난 다시는 우리가 만나지 못한다거나 냉전으로 서로 멀어지는 건 싫어. 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난 평생을 너와 함께하고 싶어.”임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발끝을 들어 조심스레 강지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의 입술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그녀의 입맞춤은 조심스럽고도 애절했다.한 번, 또 한 번... 마치 시험하듯 다가서면서도 두려웠다. 혹여 그가 거칠게 밀어내버릴까, 차갑게 거절할까 봐.그러나... 강지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그녀가 자신의 입술에 입 맞추도록 내버려둘 뿐이었다.결국, 이 키스는 임유진 혼자만의 것이었다.한참 후, 그녀는 키스를 멈추고 그의 품에 몸을 바짝 기대며 애써 그녀의 사랑을 증명하려 했다.“혁아, 난 널 사랑해...”그녀의 입술은 강지혁의 귓가에 닿아, 반복해서 자신이 강지혁에 대한 사랑을 말해주고 있었다.그러나 강지혁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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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6화

강지혁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네가 정말 날 사랑한다면, 왜 그때는 바다에 몸을 던지면서까지 날 용서하지 않으려 했던 거야?! 그래, 네 사건 때 내가 차갑게 외면한 건 사실이야. 그 일로 나는 수없이 후회했고, 네가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수없이 용서를 빌었지. 그런데도 넌 끝까지 날 외면하고, 차라리 죽음을 선택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야. 아이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네가 정말 내 곁으로 돌아왔을까? 임유진, 넌 정말 날 사랑한 거 맞아?!”그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가 매섭게 그녀를 꿰뚫었다.그동안 눌러왔던 분노와 상처가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사실, 그를 가장 아프게 한 건... 임유진이 사모님을 도우려고 자신을 배신한 것 아니라, 어쩌면 그녀가 애초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었다.그녀가 보여준 모든 사랑이, 어쩌면 단지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어서였던 건 아닐까.임유진은 순간 멍하니 굳어졌다.그녀는 강지혁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바다에 몸을 던진 게, 그를 용서하지 않아서라고?아니었다. 그때 그녀는... 단지 강지혁이 자신 때문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지 않길 바랐을 뿐이었다.배 속의 세 아이와 함께 바다에 뛰어든 건... 강지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였다!“혁아... 그건 오해야. 전혀 네가 말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건 도대체 누가 너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 내가 바다에 뛰어든 게 널 용서하지 않아서라니, 그건 어디서 나온 얘기야?”강지혁이 뒤돌아 방을 나가려 하자, 임유진은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누가 말한 게 아니야. 내 기억이야. 내가 겪은 일이잖아.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강지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하지만 넌 분명 기억을 잃었잖아!”“그건... 요셉이 나한테 최면을 걸었을 때 이미 되찾았어. 난 다 기억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전부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그러니까 이제 더는 사랑한다는 말 하지 마. 넌 날 사랑한 적 없어. 그러니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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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고 비서님, 혁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고이준은 잠시 머뭇거리며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사모님, 회장님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으셨습니다. 게다가 방금 말씀하신 기억 문제까지 겹쳐서... 아마 조금 시간이 지나 회장님의 화가 가라앉으신 뒤에 찾아뵙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안 돼요. 그냥 지금 알려주세요.”임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즉,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고이준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회장님, 이번에는 상처가 정말 깊으세요. 그날 사모님께서 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올라가신 뒤, 회장님은 바로 피를 토하셨어요.”임유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요? 피를 토했다고요?”“네, 엄청 많이 토하셨어요. 그때 제 옷에도 회장님 피가 튀었을 정도였습니다.”고이준의 얼굴에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때 회장님이 멀어지는 사모님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시는 눈빛에는... 제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망이 가득했습니다.”임유진은 코끝이 시큰하고 눈가가 젖어왔다.그녀는 몰랐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오늘 어렵게 강지혁을 만났지만, 그는 이 모든 사실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그럼 그 뒤에는요? 병원에 데려가 검진이라도 했나요? 몸은 괜찮아요?”임유진은 조급하게 물었다.“다행히도, 의사 선생님은 단지 마음속 응어리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고 하셨습니다.”고이준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사모님께서 바다에 뛰어든 뒤, 회장님은 거의 미쳐가다시피 하셨어요. 사모님께서 어렵게 돌아오셨을 때, 저도 이제 두 분이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어버렸네요...”그 순간, 고이준의 말투에는 단순한 부하의 걱정이 아니라 친구로서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알아요. 제가 사모님을 지키려다 혁이를 다치게 한 거... 제 잘못이에요.”임유진은 자책하며 말했다.“예전에는 아마 회장님 어머님이 회장님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분이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사모님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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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8화

그 시각, S시 감옥 죄수들이 일하는 방, 김재호가 기계적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그의 입가에는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회장님, 곧 깨닫게 될 거예요. 임유진은 애초에 사랑할 가치가 없었다는걸요.’김재호는 속으로 생각했다.만약 강지혁이 진심으로 임유진에게 실망한다면, 앞으로 임유진은 더 이상 강지혁의 약점이 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이제 강씨 가문은 강지혁의 손에서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회장님, 이제 기억나셨죠... 임유진이 바다에 뛰어든 건, 전부 회장님에게서 도망치려고 한 거예요...”김재호는 혼잣말처럼 낮게 중얼거렸다.그때, 김재호는 모든 상황을 계산한 끝에, 강지혁이 최면으로 기억을 되찾는 동시에 일부 기억을 조작하도록 상황을 꾸몄다.즉, 최면사가 끊임없이 강지혁에게 암시를 주도록 만들어 임유진이 바다에 뛰어든 이유가 단지 자신을 도망치기 위함이라고 믿게 한 것이다.그리고 언젠가 강지혁이 최면을 풀고 과거를 떠올리려 한다면, 그와 동시에 그 암시도 자동으로 작용하게 된다.그러면 강지혁의 기억 속에 남는 건... 당연히 김재호가 심어준 가짜 기억일 뿐이었다.그렇게 김재호는 완벽히 강문철 회장의 유언대로, 더 이상 강지혁이 약점을 갖지 않도록 하고 강씨 가문을 점점 강하게 만들려 했다.김재호가 살아있는 목적 역시,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피의 방에 도착하자, 임유진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이 방은 언제나 불길한 기운을 풍겼고, 방 안의 숨 막히는 압박감은 여전히 그녀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임유진은 숨을 가다듬고 천천히 방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결국, 임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문을 열었다.그곳에는 강지혁이 서 있었고, 그 앞 선반에는 여전히 그때의 혈흔이 가득한 장검이 놓여 있었다.“혁아...”임유진이 조용히 불렀다.“왜 또 왔어? 방금 내가 한 말로 충분히 이해했을 줄 알았는데...”“기억을 되찾았다면서... 그런데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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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9화

“고 비서?”강지혁이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고 비서가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그가 나한테 했던 말이랑은 다르네... 하지만 상관없어. 이제 난 내 기억만 믿을 거니까.”“하지만 네가 기억하는 건 진짜 기억이 아니야!”임유진이 다급하게 외쳤다.“그럼 말해 봐. 정말 네 말이 맞다면, 왜 그때 너도, 고 비서도 내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거지?”강지혁의 시선이 임유진에게 꽂혔다.“그건... 네가 내가 바다에 뛰어든 날을 기억하면,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서였어! 그 기억은 애초에 최면으로 억눌러둔 거잖아. 누가 억지로 끌어내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아무도 몰랐어!”임유진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애써 설명했다.강지혁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러니까, 넌 날 사랑해서... 네 몸과 배 속의 세 아이를 잃더라도, 내 목숨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거란 말이지?”임유진은 입술을 꽉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였다. 마치 그녀의 영혼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그리고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굳게 닫혔던 입가가 희미하게 흔들렸다.“내가 전에 이 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 있지?”그가 불현듯 화제를 돌렸다.임유진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가 말했었나? 증조할아버지가 이 검에 찔린 뒤에도 증조할머니에게 물었대. ‘후회하느냐, 나를 사랑하긴 했느냐.’ 그런데 증조할머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어. 결국 증조할아버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자살로 위장했지. 자신의 죽음이 증조할머니에게 어떤 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강지혁은 말을 멈추더니, 차갑게 식은 손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차가운 손길에 임유진은 몸이 움찔했고 불안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소름이 돋았다. “봐. 사랑이 깊은 것과 얕은 것의 차이가 이렇게 커. 어떤 사람은 상대를 죽이고도 태연히 살아가지만, 또 다른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그 죽음을 끝까지 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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