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 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믿고, 이렇게 거리낌 없이 날 상처 줄 수 있다고?”강지혁의 목소리는 낮지만 서늘하게 울렸다.“나한테 약을 타고도,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 앞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그 말에 임유진은 죄책감이 목덜미까지 차오르며, 서늘한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나... 인정해. 내가 네 사랑을 믿고 그렇게 한 거 맞아. 하지만 난... 그냥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는 걸 막고 싶었어. 네가 후회할 짓을 하지 않길 바랐던 거야. 그런데, 혁아... 네 손으로 네 어머니의 목숨을 거두는게... 그게 정말 네 어머니한테 벌을 준 거라고 생각되고,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의 손이 그녀를 거칠게 끌어당겼다.순식간에 그녀의 등이 벽에 닿았고, 그의 숨결이 뜨겁게 얼굴을 덮쳤다.“너는 왜 내가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오랫동안 변호사 했다고, 진짜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네? 또 어떻게 알아, 내가 즐거워하지 않을 거라고?”그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그리고 숨이 턱 막힌 듯 아무 말도 못 하는 임유진을 향해, 그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네가 알기나 해? 네가 내게 약을 넣었을 때, 내가 어떤 심정으로 네가 끓인 그 청경채 소고깃국을 삼켰는지... 또, 내가 얼마나 네가 고속도로 입구에 나타나지 않길 바랐는지... 알기나 해? 임유진, 난 너에게 몇 번이나 기회를 줬어. 그런데 결국 넌, 차를 몰고 내게 달려왔지. 내가 길을 비켰을 때, 난 내 자신에게 다짐했어. 이제 더 이상,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그 차갑고 또렷한 말들이 그녀의 심장을 내려앉게 했다.임유진은 숨이 가빠진 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야?”강지혁의 눈빛이 그녀를 꿰뚫었다. 검고 깊은 눈동자 속에는 오직 그녀의 얼굴만이 담겨 있었다.“아버지 말이 맞아. 먼저 사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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