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Bab 1591 - Bab 1600

1623 Bab

제1591화

나태현은 나태범의 전화를 받고 금세 얼굴이 굳어졌다. 고은지를 당장이라도 잡아먹기라도 할 듯 분노에 찬 표정이었다. 방금 고은지의 말투는 분명 협박하는 듯한 말투였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를 넘어서 아버지까지 협박한 셈이었다.왜 그런 건지 나태범에게 물어도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당분간은 고은지 문제에 관여하지도 말고, 그녀를 건드리지도 말고 천락 그룹에서 내쫓는 일도 절대 하지 말라고만 할 뿐이었다.하지만 나태현은 도저히 이 화를 삼킬 수 없었다. 최근 해외에서 량천옥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억눌린 감정은 고은지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게다가 고작 반 시간 만에, 그녀는 그와 아버의 사이까지 헝클어놨다.“지금 당장 고은지보고 들어오라 해.”나태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서류를 건네자마자 이 말을 들은 이지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네.”‘아까 금방 봤는데 또 부르다니... 은지 씨, 이번엔 대체 또 무슨 일을 벌인 걸까?’사실 이지훈은 알고 있었다.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돌아온 건 단순히 일 때문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나태현이 돌아온 지 한 시간만에 그를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내가 그녀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게 틀림없어.’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지가 다시 호출되었다. 나태현은 손에 든 담배를 세게 빨아들이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널 얕봤어. 괜히 량천옥의 딸이 아니네.”‘사람을 뒤흔들 줄 아는 수단이며 눈치가 보통이 아니야.’고은지는 차갑게 그를 응시할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말해. 우리 아버지를 협박할 만한 게 대체 뭐지?”“그건 그쪽이 알 필요 없죠. 당신 아버지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면 꽤 괜찮은 물건인 건 확실하니까요.”“너, 선 넘지 마!”“우리 사이에 선을 넘는다는 말이 어울리나요?”“그럼 뭘로 표현해야 하지?”“원망이나 증오죠.”고은지는 단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나태현의 눈빛이 위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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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고은지는 나태현의 그런 모습을 보며 드디어 속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그녀는 코웃음을 흘리며 돌아섰다.천락 그룹 직원들은 하루 종일 차가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모든 직원이 전전긍긍하며 온 신경을 일에 집중하는 데 쓰고 한 치의 느슨함도 없었다.저녁이 되자 고은영은 오후 내내 쇼핑을 하다 배준우를 데리러 회사로 왔다.배준우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고은영은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나태현인 것 같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그녀가 온 걸 본 배준우는 그저 몇 마디 덧붙이더니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나태현 씨 전화였어요?”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그 사람 깨어났어요?”“응. 오늘 천락 그룹으로 복귀했어.”그가 천락 그룹으로 복귀했다는 말에 고은영의 이마가 절로 찌푸려졌다.‘그럼 지금 언니는?’나태현과 량천옥 사이의 복잡한 원한을 떠올리자 고은영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쳤다.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 원한이 가시지 않았다는 건 그 당시에 일어난 일이 단순하지 않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하지만 고은지가 어떤 이유로든 량천옥과 얽혀 있다 한들 고희주에 대해서는 나태현의 설명이 필요했다.고은영은 중얼거렸다.“오늘 막 퇴원하자마자 당신한테 전화했단 말이에요? 무슨 일로요?”“당신더러 언니를 설득해달라고?”“뭐라고요?”‘언니를 설득하라고? 잘못 들은 건가? 도대체 무슨 속셈을 하고 있는 거지?’배준우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툭 던지더니 곧장 고은영에게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고 무릎에 앉혔다.고은영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사람이... 저보고 언니를 설득하래요?”지금 상황을 조금씩 이해한 고은영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그 나씨 가문 사람들은 원래 뻔뻔한 짓거리 잘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이제 와서 언니를 설득하라고?’“말로는 네 언니가 천락 그룹에서 떠났으면 한대.”‘우리 언니더러 떠나라고? 그 큰 사건 터뜨려 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데다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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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언니를 설득하라고? 말도 안 돼.’나태현은 고은영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애초에 통하지도 않는 길이었다. 그는 자신이 고은지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고은영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고희주 사건에 있어서 고은지가 나태현을 증오하는 건 물론이고 고은영 또한 마찬가지였다.“됐어, 안 설득하면 안 하면 되잖아. 근데 왜 이렇게 화를 내?”배준우가 달래듯 말하자 고은영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화가 안 나겠어요? 그 인간이 깨어났다는데? 하나님은 나태현도 안 데려가고 뭐 한대요?”배준우는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겼다.‘역시 여자를 적으로 두는 건 제일 어리석은 일이야.한편, 나태현은 지금 고은지를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배준우였다. 하지만 돌아온 건 단 한 줄의 문자뿐이었다.[고은지 씨한테 너무 안 좋게 굴지 마요.]그 문자를 보는 순간, 나태현의 안색은 완전히 어두워졌다.‘무슨 뜻이지? 고은영 쪽 설득에 실패한 건가? 아니면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모르고 있는 건가?’배준우의 답장을 받은 나태현은 퇴근할 때까지도 시종일관 싸늘한 얼굴로 있었다. 이지훈은 온몸이 굳은 채 그 뒤를 따라나섰다.둘이 엘리베이터 홀을 나서던 그때, 고은지가 애스턴 마틴 한 대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좋지 않던 나태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저 차, 누구 거야?”먄약 량천옥이 차를 사주었고 저 차가 고은지 소유라고 하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방금 고은지는 탄 건 조수석이었다.나태현의 물음에, 이지훈은 나태현의 시선을 따라 차를 보다가 차 번호판을 확인했다. 번호판을 똑똑히 알아본 순간, 이지훈의 얼굴도 살짝 굳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습니다!”사실 그는 저 차가 육명호의 차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지훈이 모른다고 답하자 나태현의 얼굴은 더없이 음산해졌다.“그럼 조사해. 누구 차인지.”저런 고급 차의 차 주인이 평범한 사람일 리 없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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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저 여자를 천락 그룹에 둬서는 안 돼. 절대 안 돼!’“량천옥이랑 약속을 잡아줘. 내일 직접 만나야겠어.”“네.”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나태현은 오늘 하루 종일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다.몇 개의 대형 프로젝트는 누군가가 손을 댄 것 같은 흔적도 있었다.그래도 나태현이 제때에 복귀한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고은지는 지금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병원부터 들르자.”나태현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질렀다.전화로 모든 감정이 다 전해지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량천옥이든 고은지든, 나태범은 둘 중 그 누구와도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 말이다.차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다 보니 그들은 어느새 병원에 도착했다.나태범은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남겨두면 안 됩니다.”나태현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나도 알아.”나태범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신다고요? 그런데도 왜?”“나도 원래는 네가 돌아오기 전에 그녀를 정리하려 했었어. 고은지 씨가 눈치챌 줄은 몰랐지.”“어떻게 처리하려 하셨습니까?”고은지가 눈치챘다는 말에 나태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아버지의 처리 방식이 과격했을 것이란 짐작이 들었다.나태범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으나 결국 말을 삼켜버렸다.“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전부 다 알아야겠습니다.”더는 ‘이건 안 된다’, ‘그건 하지 마라’ 따위의 제약은 원치 않았다. 그는 원래부터 구속당하는 걸 싫어했기 때문이었다.오늘도 나태범이 전화로 그렇게까지 간곡히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고은지를 당장 회사에서 내쫓았을 것이다.나태범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량천옥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고은지를 데려갈 건지 물어봐. 그리고 그녀가 무슨 조건을 걸든 다 들어줘.”“뭐라고요?”그 말을 듣자마자 나태현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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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다음 날.량천옥은 곧장 천락 그룹으로 찾아왔다.나태현은 밖에서 따로 만나고 싶었지만 량천옥은 여러 이유로 거절하다가 결국 직접 회사를 찾았다.그녀를 본 순간, 나태현의 표정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그는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고은지를 데리고 가세요. 조건이 뭐죠?”구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량천옥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가 이거야?”“당연하죠.”나태현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그 눈빛엔 일말의 온기조차 없었다. 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을 철저한 원수로 보는 듯했다.그런 시선을 마주한 량천옥은 속이 뒤틀릴 만큼 비웃음이 치밀었다.‘역시, 이기적이고도 위선적인 집안이라니까.’그녀는 손끝으로 잘 정돈된 네일을 천천히 훑으며 말했다.“그 애가 네 아이까지 낳아줬는데 너는 정말 그 애한테 조금의 정조차 없는 거야?”‘비록 그 아이는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돌이켜보면, 이번 일에서 먼저 잘못한 쪽은 나태현이었다. 고은지는 단 한 번도 결혼 관계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아이를 품게 된 것이다. 잘잘못을 따진다면 절대 고은지의 잘못만은 아니었다.하지만 정이라는 단어가 량천옥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나태현은 그 말이 가시처럼 거슬렸다. 그래서 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딱 잘라 말했다.“없어요.”그의 대답은 너무나 냉정하고 단호했다.그 말을 듣자 량천옥의 눈빛이 살짝 흐려졌다.“은지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순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나태현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봤고 량천옥의 눈빛도 차가웠다.“나 때문에 네가 끝까지 은지한테 정을 주지 못한다는 거 잘 알아. 하지만 만약 내가 없었다면?”량천옥도 나름의 조사를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태현이 고은영의 집 근처에 아파트를 한 채 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고은지가 이사 가고 바로 고은지 위층에 있는 집을 말이다.그 아파트는 원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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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량천옥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이쯤 되니까 너랑 은지의 사이는 내가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은지를 천락 그룹에서 내쫓으라고? 너희 아버지가 그걸 허락할까?”나태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아버지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 이름이 등장한 순간, 그의 눈빛은 한층 더 무겁고 어두워졌다.나태현은 원래부터 량천옥을 증오했다. 그녀가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위세를 부리자 그는 분노와 증오가 뒤엉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당신은 정말 뻔뻔하하시군요.”“뻔뻔하다고?”량천옥은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뻔뻔하다고? 나태현, 너희 아버지가 아직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대체 나랑 너희 나씨 가문 중에 누가 더 뻔뻔한지 비교해 볼래?”그녀의 말투는 날카롭고 조롱에 가득 차 있었다.‘내가 뻔뻔하다니... 그 늙은이는 끝까지 입을 다물 작정인가 보네.’량천옥은 나태현을 똑바로 마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직접 가서 너희 아버지한테 물어봐. 너 진짜 내가 네 어머니를 죽였다고 믿고 있는 거야?”그녀의 목소리는 서릿발처럼 차갑고 단호했다.“미리 말해두지만 너희 아버지 같은 인간은 내 취향에 안 맞아.”나태현은 항상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량천옥을 바라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증오가 그대로 고은지에게까지 향했으니 문제였다. 그게 바로 량천옥이 오늘 여기까지 온 이유이기도 했다.이렇게 된 이상 예전에 했던 약속 따위 더는 지킬 이유도 없다. 량천옥은 결연하게 말하고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잠깐.”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그녀가 멈춰 서자, 나태현이 다시 물었다.“방금 그 말, 무슨 뜻이에요?”‘우리 아버지 같은 인간한테는 눈길도 주기 싫다고? 그럼 왜 우리 아버지랑 같이 있으려고 우리 어머니를 죽음으로 몬 거지?’나태현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졌다.량천옥은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대답했다.“별 뜻 없어. 그저 너희 아버지한테 한번 물어봐. 네 할아버지란 사람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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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나태현은 오랫동안 량천옥을 증오해 왔다. 그동안 꾹꾹 눌러 참을 수 있었던 건, 배씨 가문과의 관계도 한몫했다.하지만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고 더구나 자기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 그 억눌려 있던 감정은 한꺼번에 터져버렸다.고은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안에 깃든 모든 감정은 혐오로 뒤덮였다.“고은지, 내가 널 너무 얕봤나 보네.”나태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고은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그녀를 바라보던 나태현은 숨을 한번 거칠게 내쉬고는 물었다.“육 대표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고은지의 대답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냉정했다. 나태현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이었다.담배를 물고 있던 나태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롭고, 위험했다. 하지만 고은지는 피하지 않았다."고은지, 너 지금 나 무시하냐?"고은지는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말했다.“대표님은 제 아이의 아빠이긴 하지만 저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시잖아요.”“뭐라고?”“그러니까 제가 누구를 만나든, 누구와 엮이든 대표님께서 관여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고은지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고 매서웠다.처음 천락 그룹에 왔을 땐, 기껏해야 눈치만 보는 조용한 비서였는데 이제는 눈빛에 기가 살아있었다.나태현은 담배를 재떨이에 거칠게 비벼서 끄고는 무겁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말고.”나태현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 목소리 속에 깃든 위협은 누구나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은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태도에 나태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꺼져.”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은지는 뒤로 돌아서더니 사무실을 나섰다.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나태현은 잠시 말을 잃었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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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양지호를 마주 보자 고은지의 잔잔한 눈매 속에 차가운 기색이 스쳤다. 양지호도 딱히 좋은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고은지 씨, 제 눈앞에서 괜한 수작 부리지 마세요. 저도 가만 안 있을 겁니다.”양지호는 오랫동안 천락 그룹에 오래 몸담아 있었고 무엇보다 나태현에게 충성스러운 사람이었다. 이번에 다시 불려 온 것도 결국 그런 이유에서였다.하지만 그는 나태현이 왜 굳이 고은지를 남겨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회사에 붙어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데 말이다.고은지는 그런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이 차분히 물었다.“그래서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이죠?”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담한 말투로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할 뿐이었다. 그 태도에 양지호는 다시금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렸다.“당분간은 리셉션에서 근무하세요.”별다른 문서도 다루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도 적은 곳이었다. 그 말에 고은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모습에 양지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자리로 가자마자 고은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언니, 조보은 씨가 서정우를 데리고 지금 강성에 와 있어. 그러니까 언니도 조심해야 해.”고은지는 아무 말 없이 손에 쥔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조보은, 오랜만에 듣는 이름었다. 그러나 그 이름만 들어도 숨이 조여들 만큼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그 여자는 고은지에게 있어 어린 시절의 악몽이자 삶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다.“왜 돌아왔대?”“서정우가 많이 아프대. 심각한 상태인 것 같아. 조보은 씨, 아마 언니를 찾으러 갈 거야.”고은영은 절대 마음 약해질 사람이 아니라는 걸 조보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달랐다. 그녀는 마음이 여렸고 그 약한 구석을 조보연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그녀를 짓밟고 이용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은지는 예전의 고은지가 아니었다.“알겠어.”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언니, 아줌마한테 맡기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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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나태현은 관자놀이를 꾹 누르더니 양지호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병원부터 가자.”나태범은 여전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이번에는 몸이 정말 크게 다친 듯했다. 그가 더 이상 고은지 이야기를 꺼내지 않자 양지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나태현의 머릿속에는 사무실에서 량천옥이 했던 말들이 자꾸 맴돌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량천옥은 그 일에 집착하는 듯하면서도, 또 어쩐지 무심한 태도였다. 마치 그 일이 할아버지와 관련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생각이 복잡해진 채로 나태현은 병원에 도착했다.그를 본 단 집사가 정중히 다가왔다.“도련님, 오셨군요.”“아버지 상태는 어때요?”“방금 깨어나셨습니다.”요즘 들어 마음고생도 많고 나이도 적지 않았던 터라 나태현이 돌아와서 긴장이 풀린 듯했다. 그래서 나태범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집사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실 안에서 나태범은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얼굴은 확연히 전보다 창백해져 있었다.나태현을 보자 그가 차갑게 물었다.“량천옥이랑 얘기했니?”나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어떻게 됐어?”나태범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하지만 나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은 손대기 어려운 강적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나태현은 그것을 직접 체감한 셈이었다.그녀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가자 나태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까지도 말이다.그의 그런 눈빛을 마주한 나태범은 잠시 멍해졌다.“잘 안 풀렸나 보지?”량천옥이 고단수인 건 사실이었기에 나태현의 표정을 본 나태범의 마음도 점점 무거워졌다.하지만 그녀가 권력과 돈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그녀는 재벌가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 단순한 욕망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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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그 순간, 나태범도 정신을 차리며 숨이 거칠어졌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아들의 그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자 한 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량천옥 씨, 할아버지랑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나태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그 일은 단순히 불쾌한 정도가 아닌 정말로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일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버지와 량천옥이 수십 년간 숨겨온 이유가 설명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나태현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량천옥은 곧바로 배항준과 결혼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마치 이 집안에서 완전히 지워진 사람처럼 누구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게 되었다.나태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태현의 말에 원래도 핏기 없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릴 뿐이었다.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던 끝에 나태범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량천옥이 너한테 뭐라고 하던?”나태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어머니의 죽음이 량천옥 씨와는 상관없다는 말, 사실입니까?”나태범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년간,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서로 침묵으로 일관했다.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나태현은 그 묻어두었던 진실을 알아내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굳어진 눈빛을 바라보며 숨이 막혀올 정도의 압박을 느꼈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는 모든 조각들이 거의 다 맞춰지고 있었다.아버지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태현은 다시 말했다.“당신이 어머니의 죽음을 량천옥 씨와 엮어놓은 건 량천옥 씨와 할아버지 사이의 일을 덮기 위해서였습니까?”나태범이 내뿜는 숨 막히는 기운이 병실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나태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태현아...”나태범은 간절하게 그를 불렀지만 나태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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