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현은 오랫동안 량천옥을 증오해 왔다. 그동안 꾹꾹 눌러 참을 수 있었던 건, 배씨 가문과의 관계도 한몫했다.하지만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고 더구나 자기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 그 억눌려 있던 감정은 한꺼번에 터져버렸다.고은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안에 깃든 모든 감정은 혐오로 뒤덮였다.“고은지, 내가 널 너무 얕봤나 보네.”나태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고은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그녀를 바라보던 나태현은 숨을 한번 거칠게 내쉬고는 물었다.“육 대표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고은지의 대답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냉정했다. 나태현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이었다.담배를 물고 있던 나태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롭고, 위험했다. 하지만 고은지는 피하지 않았다."고은지, 너 지금 나 무시하냐?"고은지는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말했다.“대표님은 제 아이의 아빠이긴 하지만 저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시잖아요.”“뭐라고?”“그러니까 제가 누구를 만나든, 누구와 엮이든 대표님께서 관여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고은지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고 매서웠다.처음 천락 그룹에 왔을 땐, 기껏해야 눈치만 보는 조용한 비서였는데 이제는 눈빛에 기가 살아있었다.나태현은 담배를 재떨이에 거칠게 비벼서 끄고는 무겁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말고.”나태현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 목소리 속에 깃든 위협은 누구나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은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그 태도에 나태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꺼져.”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은지는 뒤로 돌아서더니 사무실을 나섰다.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나태현은 잠시 말을 잃었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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