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 건가? 나태현의 성격이 어떤지도 알고 있을 거고 지금 본인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뻔히 알 텐데... 됐어, 생각하지 말자.’증거는 다 넘겼으니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는 그의 몫이었다.그 시각, 고은지는 나태현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남자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고은지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그러자 강한 담배 냄새가 훅 몰려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이마를 찌푸리고는 말없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문을 여는 순간부터 나태현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의 얼굴을 꿰뚫듯 쏘아보고 있었다.고은지는 덤덤하게 문을 닫고 그의 맞은편에 서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를 바라봤다.나태현은 방금 양지호가 가져다준 서류봉투를 그녀 앞에 내던졌다.“이거 좀 봐.”고은지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가만히 서 있자 그가 다시 말했다.“보라고 했다.”다섯 글자였지만 그 안엔 분노를 억누르는 기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어떤 말을 해도 무표정으로 받아치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말이다.결국, 나태현의 거의 강압적인 어조에 고은지는 손을 뻗어 서류봉투를 집어 들었다.그녀가 봉투를 열고 안의 서류를 꺼내자 그 안엔 그녀와 육명호 사이의 관계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 그동안 몇 번이나 접촉했는지 적혀 있는 서류였다.놀라운 건, 양지호의 정보력이었다. 고은지가 육명호와 연락한 후, 천락 그룹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까지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분명 고은지와 연관이 있다는 식의 기록이었다.나태현은 손에 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물었다.“할 말 있어?”고은지는 차갑게 대답했다.“없어요.”그 두 글자는 이미 숨 막히던 사무실 분위기를 더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나태현은 날카롭게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다 네가 한 짓이라는 거야?”이렇게 묻고 잇었지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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