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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6화

Author: 송언희
배준우는 나태현의 시선에 약간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나태현은 곧장 말했다.

“고은영 찾으러 왔어.”

배준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나태현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물어볼 게 몇 가지 있어.”

“은영이가 형이 온 걸 알고 있지만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

배준우는 냉랭하게 말하자 나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만나고 싶지 않은 거야? 아니면 두려워 못 만나는 거야?”

“뭐라고요? 은영이가 형을 두려워한다고요? 왜 형을 두려워하죠?”

“단지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이야.”

나태현의 말투는 단호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배준우는 나태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나태현의 관찰력은 정말 예리하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나태현을 의심하게 했는지 배준우는 알 수 없었다. 배준우도 이 소식은 어젯밤에야 알게 되었는데 점심도 되기 전에 이미 나태현은 눈치챘다.

“무엇을 물어보고 싶어요? 내가 대신 답해줄 게요.”

“그러니까 정말로 날 못 보는 거야?”

배준우는 숨을 깊게 들이켜고 나태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전례 없이 날카로웠다.

“고은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하!”

이 한마디에 배준우는 냉소를 터뜨렸다.

“고은지가 어디 있다고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데...”

“고은지가 살아 있어!”

배준우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태현은 날카롭게 끊었다.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형이 살아 있다고 믿으면 그렇게 믿어요.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몰라요.”

“나 고은영을 만날 거야!”

“소란 피우는 게 취미예요?”

나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전에는 그냥 나태웅만 이런 줄 알았는데 왜 형도 이렇게 변했어요?”

“나는 단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원할 뿐이야!”

나태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확고했다. 배준우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나태현은 태도가 특히 강경했다. 오늘 여기 온 목적은 오직 고은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였다. 오는 길에 고은영이 분명 고은지의 소식을 알고 있다고 나태현은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린빌 때문에 갑자기 조용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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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7화

    휴게실 안.진청아가 고은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원래는 도시락을 다 가져왔으니 고은영이 식사하려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들어온 뒤로 고은영은 계속 문 위에 몸을 기댄 채 있었다.“이 문이 방음이 되는데 들리세요?”“어렴풋이 들려.”배준우 나태현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뭐가 들렸어요?”“그만! 좀 더 들어볼게.”배준우와 나태현이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고은지에 대한 일뿐일 것이다.배준우가 어젯밤 자신처럼 참지 못하고 실토할까 봐 고은영은 걱정되었다. 하지만 절대 나태현에게 고은지가 동안에 있다는 걸 알려서는 안 된다. 만약 나태현이 안다면 고은지의 생활이 또다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나태현이 고은지를 찾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나태현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사람을 어떻게 관심하는지도 모르고 이런 남자에게 휘둘린다면 삶이 절망적일 것이라는 걸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그때 갑자기 바깥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은영은 놀라 목이 굳었다.“무, 무슨 일이에요?”“싸, 싸우는 것 같아!”“으악! 설, 설마요.”진청아는 깜짝 놀라 급히 고은영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고 조심스럽게 문을 조금 열었다. 문틈으로 살펴보니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진, 진짜 싸우고 있어요.”진청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밖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비실에 신고했다.나태현은 정말로 무례했다. 강성이라고 다 자기 가문의 것으로 생각하고 이곳까지 와서 폭력을 쓰다니 참으로 어의 없다.고은영은 바깥 상황을 보더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본능적으로 휴게실에서 꽃병을 집어 들고 뛰어나가려 했지만 진청아가 막았다.“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죽여버릴 거야. 감히 내 남편을 쳐!”고은영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도대체 누가 나태현에게 이런 권리를 준 거야? 볼수록 점점 나태웅과 똑같이 보여. 진짜 짜증 나!’진청아는 입술을 떨었다. 고은영의 몸이 지금 아주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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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5화

    점심때가 되자 남 아저씨 쪽에서 점심을 배달해 왔다.고은영이 임신한 이후 배준우는 식사에 신경을 써 거의 고은영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식사하지 않았다.점심 식사는 주방에서 정성껏 준비한 것이었다. 고은영은 음식을 보더니 식욕이 생겼다. 고은지의 소식이 전해진 후 그녀의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입맛이 돌아왔다. 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배고프지?”배준우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배고파요.”“오랜만이네. 그동안 배고픈 줄도 몰랐잖아.”요즘 고은영은 거의 뭐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했다. 매번 식사할 때마다 마치 의무처럼 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아져 무엇을 먹어도 맛있다.배준우는 고은지의 소식을 더는 묻지 않았다.진청아가 도시락을 준비해 놓자 민초희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배 대표님, 나태현 대표님께서 오셨어요.”고은영과 배준우는 침묵했다.나태현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고은영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배준우가 나태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묻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나랑 나태현은 거의 연락이 없어.”“그래요?” 고은영이 눈살을 찌푸렸다.“날 못 믿어?”“그럼 왜 여기에 왔어요?”“어젯밤 네가 내게 말한 후부터 우리 함께 있었잖아.”고은영은 할 말을 잃었다.‘맞아. 그럼 나태현은 왜 온 걸까? 혹시 지영이가?’고은영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배준우는 어두운 얼굴로 민초희에게 말했다.“들여보내.”민초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나는 보고 싶지 않아요.”예전에는 화가 나서 나태현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태현을 보면 실수할까 봐 보고 싶지 않았다.배준우는 안지영을 안심시키듯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만나지 않으면 오히려 나태현의 의심을 더 불러일으켜.”고은영은 할 말을 잃었다.‘맞아. 그러면...’“기억해. 나태현에게 좋은 얼굴 보이지 말고 그냥 그린빌에서 나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4화

    안지영은 어찌 됐든 강성 사람이다. 세상이 뒤집혀도 안지영은 여전히 강성에 있다. 그런데 안열은 동안 출신이고 지금도 동안에 있으니 나태범은 손쓸 도리가 없었다. 정 집사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예전부터 나태범은 안지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집에 불을 질러버릴 정도로 안지영을 싫어했다.양지호가 나태현의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회장님께서 억지로 들이닥치셔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나태현은 그저 담담히 짧게 대답했고 양지호를 탓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양지호는 대답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은지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나태현의 정서는 다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 나태현은 싸늘한 얼굴로 앞에 놓인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고은영 쪽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고은영은 경찰에 신고하고 열쇠를 바꾸겠다며 난리를 피웠었다. 배준우의 곁에 있을 땐 나약해 보여 마치 조금만 큰소리를 쳐도 울어버릴 것처럼 보였지만 저리도 거세게 들이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고은영 이야기가 나오자 양지호의 얼굴빛이 조금은 누그러졌다.“오늘은 스카이빌 쪽에서 아무 소식이 없어요.”“아무 소식도 없어?”“예. 고은영 씨는 거기에 가지도 않았고 수리공을 불러 열쇠를 바꾼 흔적도 없어요.”나태현은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좁혔다.‘정말 아무 소동도 없는 건가? 전에 내가 이사 가지 않는다고 몰아붙이더니 이젠 가만히 있는다고?’“그렇게 조용해졌단 말이야?”나태현은 놀란 듯 양지호를 보았다. 양지호는 침묵했다.‘조용해진 걸까? 전에 고은영의 태도를 보면 도무지 잠잠해질 것 같지 않았는데 지금은...’“아마 완전히 조용해진 것 같네요.”양지호는 확신 없는 말투로 답했다. 하지만 고은영의 움직임만 보면 확실히 난동을 멈춘 것 같았다. 나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빛이 깊숙이 가라앉았다.‘고은영이 정말 조용해진 걸까? 이렇게 오래 조용히 있으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배준우 씨께서 분명 고은영 씨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3화

    고은지를 위해 이미 이 지경까지 온 나태현에게, 이제 못할 일은 없었다.“너, 너 정말 미쳤구나!”“미친 쪽과 병적인 집착 사이에서 나는 차라리 미친 쪽을 택하겠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병적으로 집착하잖아요.”나태범은 침묵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나태범은 숨이 확 가라앉았다.‘병적이라니? 지금 나한테 병적이라 했어?’나태범은 분노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나태현이 자기에게 내뱉은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뭔가?“좋아. 아주 좋아!”나태현의 마음속에 이런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자, 나태범은 자신이 아버지 노릇을 참으로 형편없이 해왔다고 실감했다.나태범은 숨이 막혀 자리에서 일어나 실망이 담긴 눈빛으로 마지막으로 나태현을 바라보았다.이 순간 나태범은 나태현에 대해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았다.“좋다. 좋아. 아주 잘한다.”나태범은 이제는 더 이상 나태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분노에 휩싸였을 때라면 화내고 말 것인데 지금은 달랐다. 이성이 남아 있어 나태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그때 잘못 처리된 일이 수년이 지난 지금에 이런 결과로 돌아 올 줄은 몰랐다. 이것이 바로 인과다. 세상에는 과연 인과가 있는 법이다.나태범은 풀이 죽은 얼굴로 나태현의 회사를 나왔다. 차에 오르자 정 집사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회장님, 도련님께서는 뭐라 하셨어요?”“이제 나씨 가문과 인연을 끊겠다고 했어.”“네? 정말 그렇게 까지요? 이, 이게 무슨...”정 집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예전에 나태현이 그런 말을 할 때 단순한 치기쯤으로 여겼다. 며칠만 지나면 분노도 가라앉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태범한테도 같은 답을 한 걸 보면 나태현은 진심으로 나씨 가문과 모든 인연을 끊을 작정이었다.“그럼, 천락 그룹은 이제 어쩌죠?”그동안 회사를 지탱하느라 얼마나 지쳤는지 정 집사는 잘 알고 있었다. 나태범은 말하지 않았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2화

    나태범의 눈빛을 마주한 나태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에 쥔 담배를 조용히 빨아들였고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사무실 안은 그윽한 담배 연기와 자극적인 공기로 가득했다. 나태범은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들어오며 한 걸음마다 온몸에 가득한 날카로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소파에 앉자 정 집사는 나태범에게 쿠션을 조심스레 받쳐주었다. 나태범이 손짓하자 정 집사는 뜻을 알아차리고 돌아섰고 양지호 곁을 지나면서 그에게 말했다.“양 비서님, 나가시죠.”양지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미안한 눈빛으로 나태현을 바라보았다.나태현은 천락 그룹을 떠난 이후로 나태범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을 떠난 것은 곧 나씨 가문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나태현이 눈빛을 주자 양지호는 곧바로 뜻을 알아차리고 정 집사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사무실 문이 닫히고 남은 것은 나태범과 나태현 둘뿐이었다. 나태범은 풍상을 겪은 듯한 눈빛으로 나태현을 볼 때 한 줄기 음산한 기운이 들어 있었다.“정말로 우리와 결연을 하겠다는 거야?”나태범의 말투에는 날카로움이 가득했다.예전에 만날 때마다 늘 나태현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이라고 물었고 그때는 아무리 말해도 나태현은 듣지 못한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천락 그룹은 최근 혼란에 빠져 있어 나태범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나태범은 결국 늙었다.위업감은 여전히 있지만 그 힘이 지속될 시간은 길지 않다.천락 그룹은 나씨 가문의 대대로 내려온 산업이기에 허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이번 나태현의 태도는 나태범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다. 나씨 가문과 결연을 끊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나태현은 해내고 말았다. 나태현은 다시 담배를 빨아들이고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네.”사무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고 나태범의 눈빛은 더 어둡고 냉혹해졌다.“한 여자를 위해 이런 짓까지 하는 게 나씨 가문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아?”“나 자신에게조차 부끄러운데 선조들까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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