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전연우는 늘 회사 일은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끝내곤 했다. 아무리 큰 위기라도 장소월보다 중요할 순 없으니 말이다.심수정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회사 근처에서 잠복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눈에 띄지 않으려 쓴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혀 눈썹이 절로 찌푸려졌다.장소월은 전연우에게 밥을 배달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별이와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었다.“그냥 우리 나갈 수 있게 해줘...” 장소월의 목소리에는 무력감과 답답함이 뒤섞여 있었다.전연우는 장소월과 별이가 외출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밥 배달은 그저 급조한 구실일 뿐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는 눈동자에 깊은 어둠을 드리운 채 긴 다리로 성큼성큼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갔다.인내심을 갖고 애써 차분히 기다리던 장소월은 전연우가 대답하지 않자 조금 토라진 듯 쏘아붙였다.“나 어린애 아니야!”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의 전연우는 깜짝 놀라 손에 든 휴대폰을 좀처럼 내려놓지 못했다.장소월의 화난 모습을 본 별이는 손에 쥔 레고를 내려놓고 다가가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맑은 눈동자는 순식간에 장소월의 마음속 답답함을 풀어주었다.별이는 뭔가를 짐작한 듯 물었다.“엄마, 아빠랑 싸웠어요?”아빠와 엄마가 싸웠다면, 그는 무조건 아빠 편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다니요!”그 말에 장소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별이가 곁에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비록 예전의 많은 기억을 잊었지만, 혈연은 그녀와 별이를 자연스레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유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장소월은 별이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마쳤지만, 문제는 어떻게 나가느냐였다.그 고민을 해결하기도 전에, 계단을 타다다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생기 넘치는 별이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엄마, 유 할머니 전화 맞죠?”확인하지 않아도 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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