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진무희가 집에 오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녀가 사는 곳을 알게 될 테니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진무희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장소월, 이 위선적인 년!’“미안해, 무희야. 나... 나중에 보면 안 될까?”장소월은 진무희를 진심으로 친구로 여겼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고, 그녀가 이해해주길 바랐다.진무희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아직 완성하지 못한 작품을 보고 있으니 진무희는 무척이나 고뇌스러웠다. 분명 거의 동시에 시작했는데, 장소월은 벌써 완성했다니.최근 교수님이 장기적인 과제를 내주셨기에 수업이 별로 많지 않았다. 하여 작품을 완성한 학생들은 신나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미완성한 학생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다듬고 있었다.오후 수업을 마친 뒤, 몇몇 친구들이 저녁에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장소월은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연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랑 같이 가, 소월아! 힘들게 작업했으니 이제 쉬어야지!”장소월을 설득하는 외국인 친구들의 말소리가 교실 문을 나서던 진무희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녀는 과제를 완성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설사 완성했다 해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으니 그런 여유는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았다.장소월은 외국인 동기들의 열정적인 초대에 결국 동의했다. 전연우에게 간단히 메시지만 보낸 뒤 친한 마이와 팔짱을 끼고 꺄르르 웃으며 해변으로 향했다.해변에 도착한 뒤, 장소월은 수영복 매장에서 안개빛 파란색에 잔꽃 무늬가 있는 클래식 디자인의 수영복을 골랐다.하지만 마이가 밝은 노란색의 로우컷 수영복을 건넸다.“소월아! 이게 너한테 더 잘 어울려!”장소월은 연신 손을 내젓고는 수영복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반 남학생 에이빈이 마이에게 다가가 물었다.“소월이 어딨어?”마이는 수영복을 고르며 대답했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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