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전연우의 모습에, 심수정은 의기소침했지만 겉으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장소월을 쳐다보았다.두 사람이 연락처까지 주고받았을 줄이야. 전에 전연우는 분명 심수정과 전혀 친하지 않다고 했었다.전연우는 더 이상 심수정과 무의미한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보안요원 부를 거야.”심수정은 그다지 겁을 먹지 않았다. 그녀 역시 전시회 표를 가지고 있었고, 전연우의 현재 태도로 보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과감히 다가가 전연우의 팔을 양손으로 감싸고 머리를 기댔다.전연우는 재빨리 몸을 피했고, 장소월은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제 남편 꼬시고 싶으면 장소를 바꿔서 하세요.”장소월의 얼굴엔 혐오의 감정이 역력했다. 전연우는 이를 보고 그녀가 질투하고 있음을 느끼고 속으로 흐뭇해했다.하지만 심수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전연우에게 달라붙었다. 그녀의 요염한 눈빛은 지나가는 남자들 모두 흘끗거리게 했지만, 전연우만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전시회를 즐기던 장소월의 흥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 문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심수정은 장소월의 반응에 매우 만족했다. 전연우가 단호히 거절하지 않아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그는 매정하게 그녀를 밀쳐내 버렸다.심수정의 하이힐이 꺾였고 그녀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눈동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져 있었다.홀로 남은 심수정은 싸늘하게 멀어지고 있는 전연우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전 대표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아파요!”장소월은 무작정 전시회장을 나왔지만, 왔던 골목이 어디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렸다.“길 잃었어?”전연우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다급함이 묻어났다. 장소월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장소월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심수정과 썸이나 타더니, 이제 와 왜 따라온 거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