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621 - Chapter 1630

1690 Chapters

제1621화

별이가 하도 애교를 부리며 조르는 터에 전연우는 결국 며칠 더 놀다 가라고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엄마, 저도 같이 수업 들을 수 있어요?”별이가 진지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장소월은 검지를 흔들며 안 된다는 뜻을 표했다.별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으로 애처롭게 전연우를 바라봤지만, 그는 역시 늘 그랬듯 엄마 편이었다.별이는 자신은 외톨이라는 생각에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아빠, 엄마, 둘 다 저 안 예뻐해요!”그럼에도 장소월과 전연우는 메이린 집사에게 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학기 말이 다가오자 장소월은 더욱 바빠졌다. 수업 시간에 이론 과제 일부를 마무리한다 해도, 그 외 시간에는 창작 실습 과제에 몰두해야 했다. 하여 하루 수업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진무희도 최근 학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해내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느껴져 힘들었다.수업이 끝나기 전, 별이는 메이린 집사와 함께 교실 문 앞에서 장소월을 기다리고 있었다.장소월은 오늘 수업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해 교수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느라 늦어지고 있었다.소나 등 친구 세 명과 함께 먼저 교실을 나서던 진무희는 문 앞에서 별이와 메이린을 본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날의 그 아이 아닌가?춤추러 갈 생각에 잔뜩 들떠있던 린다는 진무희가 멈춰 서자 급히 그녀를 재촉했다.“진무희, 안 갈 거야?”진무희는 손을 내저었다.“너희 먼저 가.”린다는 짜증 난다는 듯 투덜거리며 손을 휘저은 뒤 소나와 미아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진무희는 별이 앞에 쪼그려 앉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너 전 대표님 아들이지?”별이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무희는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나 네 엄마 친구야.”그녀는 교실 쪽을 흘깃 보며 말했다.“엄마는 교수님과 얘기하고 계셔.”별이가 교실 안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침 마이가 걸어 나왔다.“와! 너 소월이 아들 아니니?”마이는 방긋 웃으며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별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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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5일이 지나고, 별이는 아쉽지만 돌아가야 했다. 시간을 끈다고 이미 전연우에게 엄중한 경고까지 받았으니 말이다.장소월도 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기말 시즌이라 시험 준비에 집중해야 했다.별이는 그런 엄마를 충분히 이해했다.“엄마 시험 준비해야 하는 거 알아요. 저 먼저 갈게요...”마음은 아쉽기 그지없었지만,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써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었다.별이를 떠나보내고 나니 장소월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시간이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전연우 역시 그녀가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옆에 앉아 위로해 주었다.장소월은 시험에 순조롭게 합격했고, 반에서 3등이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었다. 반면 늘 1등을 유지했던 진무희는 갑자기 5등으로 떨어져 아무도 없는 곳에서 괴롭게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장소월은 교수님을 만나러 가던 중 그런 진무희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그녀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장소월은 불안한 마음에 진무희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진무희, 무슨 일이야?”장소월이 진무희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진무희는 장소월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엔 민망했지만, 이내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진무희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무슨 속상한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진무희가 흐느끼며 말했다.“나... 시험 망쳤어... 그리고 나 사실 너무 외로워.”이 말들은 모두 진심이었다. 하지만 진무희는 왜 하필 장소월 앞에서 이런 말을 털어놓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그동안 진무희를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진심 어린 그 말에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껴졌다.진무희가 안정을 되찾자 장소월은 다시 교수님을 찾아갔다.여름방학이면 원래 귀국해야 했지만, 전연우는 별이를 데려와 셋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장소월은 며칠 전 마이가 말했던 파티를 떠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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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여름방학의 절반이 지나도록 장소월은 진무희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기들도 그녀의 상황을 모르고 있어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한편 여행 일정은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 목적지는 작은 나라이지만 관광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곳이었다.“사람이 너무 많지 않을까?”장소월은 혹여라도 흩어지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전연우가 곁에 있는 가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걱정 마세요, 사모님. 24시간 경호원이 동행할 겁니다. 게다가 여긴 사모님께서 가고 싶어 하셨던 곳이잖아요?”확실히 그녀의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정말 그녀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선택한 곳이었으니 말이다.장소월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그럼 여기로 해.”그녀가 별이를 보며 물었다.“아가, 너는 어때?”별이는 웃으며 장소월의 팔을 잡고 애교스럽게 몸을 비볐다.계획했던 여행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H 국으로 가는 비행시간은 3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장소월과 별이는 피곤했는지 내내 졸고 있었다. 심지어 도착해서도 여전히 몽롱한 상태였다.별이는 눈을 비비며 비틀거리다 장소월의 곁에 기대었다.장소월도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보였다. 한 손으로 전연우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전연우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메이린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장소월을 번쩍 안아 올렸다.메이린은 별이를 안아 들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숙소에 도착했을 때, 장소월은 여전히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깨어나 보니 어떻게 이곳에 와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낯선 그 환경을 둘러보았다. 이불을 걷고 전연우를 부르려 하던 그때, 그가 멋진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흰 얇은 면 소재의 잠옷을 입은 것이 꽤나 현지인 같은 모습이었다.“깼어?”전연우는 현지 유명 음식 세 가지가 담겨 있는 쟁반을 내려놓았다. 장소월은 음식을 보고도 식욕이 나지 않았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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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H국의 번화가에 도착했다.고온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 도시의 관광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느낀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곳이야말로 진짜 불가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저길 어떻게 뚫고 들어가지?”장소월이 전연우를 쳐다보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하지도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을 내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전연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H국은 그가 좋아하는 곳이 아니었다. 날씨도, 숨 막히게 붐비는 인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질식할 것만 같은 사람들 속에서 시장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었다.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용기를 냈다. 전연우가 괜찮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시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돌아볼 거야!”그녀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전연우의 긴장감도 조금 해소되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팔을 잡고 인파를 헤치며 걸어 나갔다. 하지만 사람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혼잡했다. 온갖 사람들이 뒤엉켜 있어 구역질을 유발하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전연우는 소매로 코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론 장소월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은 표류하는 배처럼 이리저리 떠밀리느라 시장 구경은커녕 극심한 고통만 받고 있었다.각 점포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고함 소리가 끊이지 않아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길바닥에는 여기저기 웅덩이가 파인 탓에 흙탕물이 어지러이 고여 있었다.장소월은 온몸이 불편하고 찝찝했지만 애써 참아내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겨우 비교적 손님이 적은 가게에 도착했지만, 험상궂어 보이는 덩치 큰 남자 한 명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남자는 뚱뚱한 얼굴에 불쾌한 미소를 띠고 장소월을 위아래로 훑었다.전연우는 재빨리 그녀를 뒤로 끌어당기고는 경계하며 남자를 쏘아보다가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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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앞장선 소년도 누더기를 걸쳤지만, 방금 전 그 소년의 것보다는 훨씬 양호했다. 천으로 만든 헌 신발을 신고 목엔 철제 목걸이를 건 모습의 그는 깡마른 몸이었지만 꽤나 날렵해 보였다.소년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웅얼거리자 장소월은 또다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전연우를 바라보았다. 전연우가 담담히 말했다.“강도질이야.”장소월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H국에 온 첫날 어린아이들에게 강도를 당하다니.그녀는 사태를 키우지 않으려 그들에게 돈을 주기로 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험악한 일까지 할까 하는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H국의 물가가 높지 않아 시장에 들고 온 돈 또한 한정적이었다. 줄 수 있는 돈을 모두 주었는데도, 소년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장소월은 난처한 얼굴로 이 무리를 끌고 온 맨발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미 돈을 주었는데도 강도질을 멈추지 않는 건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아이들은 장소월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집요했다. 전연우가 현지어로 대화를 시도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우두머리 소년이 앞으로 나서더니 장소월의 팔을 잡아챘다. 말라비틀어진 아이의 힘이 얼마나 센지 화들짝 놀랐다.전연우는 곧바로 소년을 밀쳐냈고, 곧이어 몇몇 경호원이 달려왔다.소년은 바닥에 넘어졌다가 2초도 안 되어 벌떡 일어나 더 세게 장소월을 붙잡았다.장소월의 얇은 흰옷에 소년의 더러운 손자국이 묻었다. 그 사이 전연우는 맨발 소년에게 꽉 붙들려 있었다.장소월은 처음엔 아이들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과도하게 끈질기게 달라붙자 화가 치밀었다.“이거 놔!”장소월이 화가 난 눈빛으로 소년을 쏘아보았다.“돈 다 줬잖아!”소년은 이번엔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뜯으려 손을 뻗었다.장소월은 본능적으로 목걸이를 감쌌다. 이 목걸이는 전연우가 지난주 사준 것으로, 아직 몇 번밖에 착용하지 않았다.전연우 또한 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직접적인 몸싸움은 최대한 피했었다. 하지만 경호원들이 다른 소년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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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장소월은 H국에서의 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남원 별장으로 돌아온 뒤에도 악몽에 시달렸다.3일 연속 문밖을 나서지 않고 집에만 머무르던 중, 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사모님, 친구한테서 미술 전시회 표 몇 장 가졌는데,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사실 이건 전연우가 얀에게 한 부탁이었다.장소월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최근 전연우가 여러 번 그녀에게 밖으로 나가보라고 권했지만,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듯 숨이 막혀와 밖으로 나갈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그때 전연우가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 장소월은 물을 받아 들고 그의 따스한 시선을 마주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사실 저도 이 전시회에 가고 싶었는데 내일 갑작스럽게 출장이 잡혔어요. 사모님, 저 도와주는 셈 치고 한 번 가주시면 안 될까요?”그 말에 장소월은 차마 거절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그럼, 알았어요. 고마워요.”두 사람의 친분은 별로 깊지 않았다. 그저 예전 전연우의 소개로 디자인 작업을 하며 맺은 인연일 뿐이었다.장소월이 전화를 끊자 전연우는 그녀 곁에 앉으며 담담히 물었다.“무슨 일이야?”장소월이 해탈한 듯 미소를 지었다.“얀 씨가 미술 전시회 표 주겠대.”그녀의 눈동자가 돌연 반짝이기 시작했다.“이상해. 분명 흥미는 있는데...”전연우는 지난번 사건 때문에 장소월이 아직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그때 별이가 부채를 들고 폴짝폴짝 뛰며 다가왔다. 요즘 이 꼬마는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그런 별이의 모습에 장소월은 너무나 흐뭇했다. 하지만 집에만 오랫동안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몸이 약해진 탓인지, 그녀의 눈동자에 피로감이 어렸다.별이는 부채를 전연우에게 건네며 눈짓으로 장소월에게 주라는 뜻을 전하고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렇게 또다시 장소월과 전연우 둘만 남았다.장소월은 전연우가 든 부채를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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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전연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보고 싶어?”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나 주는 거 아니잖아. 안 볼 거야!”잔뜩 토라진 모습에 전연우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 지금 설마 질투하는 건가?’장소월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전연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가 얼른 부채를 자신에게 건네주길 바랐다.전연우는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기로 했다. 곁에 있던 부채를 들어 그녀에게 건네려 했지만, 그녀가 손을 뻗자마자 다시 거두어들였다.“아직도 안 보고 싶어?”장소월의 불만은 점점 더 켜져갔다. 보고 싶은 건 맞지만, 전연우가 자신을 놀리는 데 중독된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연우는 이제 정말로 그녀가 화났음을 알아차리고 급히 설명했다.“이거 나 주는 거 아니야. 별이가 너 주라고 준 거야.”장소월은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역시 별이는 착한 아이다. 착한 아이는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법이다!드디어 부채를 손에 쥐었건만, 왠지 망설여졌다. 별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부채를 펼쳐보니 나비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다리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대가의 솜씨는 아니었지만, 꽤나 훌륭한 구성과 속 깊은 정성이 감탄을 자아냈다.집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장소월은 늘 우울한 기분을 갖고 있었다. 이제야 마음이 풀리며 얼굴에 편안한 표정이 떠오르자 전연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음 날, 장소월과 전연우는 함께 미술 전시회에 걸음했다.전연우는 그녀의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차 안에서 가득 흥분한 얼굴로 흥미진진하게 별이의 그림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이번 전시회장은 동사 거리의 깊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규모가 작을 줄 알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간이 넓어지고 시야도 쾌적해졌다.전연우는 장소월과 함께 표를 확인받고는 전시회 홀로 들어갔다. 무언가 낯익은 느낌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얀을 시켜 표를 장소월에게 전하도록 한 전연우의 의도는 바로 이 효과를 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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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전연우는 장소월이 지칠까 봐 걱정이 앞섰다.“잠깐 쉬어.”메인홀을 한 바퀴 도는 데 40분이나 걸렸다. 평소 장소월의 체력으로는 이때쯤 쉬어야 정상이건만, 그녀는 웬일인지 조금도 피곤해하지 않았다.“안 피곤해. 다른 전시관 가자!”장소월은 다정하게 전연우의 팔을 잡으며 기대 어린 얼굴로 말했다.두 사람의 동태를 줄곧 주시하고 있던 심수정은 부자 남편이 전화를 받으러 간 틈을 타 그들을 뒤따라갔다.두 번째 전시관은 메인홀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그림의 퀼리티는 장소월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이 화가 정말 생동하게 그렸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 같아.”장소월은 모든 그림에서 생명의 활력을 느꼈다. 마치 작가가 붓끝으로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았다.전연우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뜨자, 심수정은 장소월을 약 올리러 갈지 아니면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자를 찾아갈지 고민하다가 전연우에게 가기로 결심했다!전연우가 전화를 받는 곳은 장소월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안전을 살피기 편하도록 일부러 가까운 데로 정했다.심수정은 그의 통화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서서 이 빛나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전연우가 통화를 마치고 장소월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순간 심수정이 길을 막았다.그녀는 열정적인 눈빛으로 전연우를 바라보았지만, 남자의 눈동자엔 불쾌함과 경멸이 가득 들어있었다.“전 대표님... 저 심수정이에요!”심수정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가 자신을 잊어버렸을까 봐 두려웠다.전연우는 그녀와 조금도 얽히고 싶지 않아 눈길도 주지 않고 장소월에게로 걸어갔다.심수정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장소월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태도의 차이는 그녀를 당황하게 할 만큼 극명하기 그지없었다.지금의 심수정은 더 이상 당대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미모를 갖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전연우가 자신을 싫어할 리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명 장소월이 이간질한 것이다.장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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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전연우의 모습에, 심수정은 의기소침했지만 겉으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장소월을 쳐다보았다.두 사람이 연락처까지 주고받았을 줄이야. 전에 전연우는 분명 심수정과 전혀 친하지 않다고 했었다.전연우는 더 이상 심수정과 무의미한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보안요원 부를 거야.”심수정은 그다지 겁을 먹지 않았다. 그녀 역시 전시회 표를 가지고 있었고, 전연우의 현재 태도로 보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과감히 다가가 전연우의 팔을 양손으로 감싸고 머리를 기댔다.전연우는 재빨리 몸을 피했고, 장소월은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제 남편 꼬시고 싶으면 장소를 바꿔서 하세요.”장소월의 얼굴엔 혐오의 감정이 역력했다. 전연우는 이를 보고 그녀가 질투하고 있음을 느끼고 속으로 흐뭇해했다.하지만 심수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전연우에게 달라붙었다. 그녀의 요염한 눈빛은 지나가는 남자들 모두 흘끗거리게 했지만, 전연우만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전시회를 즐기던 장소월의 흥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 문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심수정은 장소월의 반응에 매우 만족했다. 전연우가 단호히 거절하지 않아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그는 매정하게 그녀를 밀쳐내 버렸다.심수정의 하이힐이 꺾였고 그녀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눈동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져 있었다.홀로 남은 심수정은 싸늘하게 멀어지고 있는 전연우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전 대표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아파요!”장소월은 무작정 전시회장을 나왔지만, 왔던 골목이 어디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렸다.“길 잃었어?”전연우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다급함이 묻어났다. 장소월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장소월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심수정과 썸이나 타더니, 이제 와 왜 따라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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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새로운 석조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장소월은 손에 상처가 생길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녀는 양손에 반창고를 붙이며 아직 4분의 1도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우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전연우가 들어왔을 때에도 턱을 괸 채 근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상처투성이 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장소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전연우의 커다란 손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입으로는 부드럽게 바람을 불어주었다.방금 전 작업을 계속하다 실수로 또 손을 베이고 말았다. 짜증이 치밀어 올라 손을 멈추고 멍을 때리던 참에 전연우가 들어온 것이다.전연우는 장소월이 더 이상 석조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몇 달을 허비해야 했고, 상처 개수도 끊임없이 늘어만 갔으니 말이다.전연우의 따뜻한 보살핌에 장소월은 손의 통증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속으론 석조 작업의 의미를 곱씹고 있었다.“혹시 다른 일이 너한테 더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없어?”전연우의 갑작스러운 말이 장소월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생각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석조를 보고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다소 충동적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제 몸 상태까지 고려하니...전연우는 그녀가 이미 이 일의 득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예감했다.일주일 동안 장소월은 석조 작업을 멈췄다. 손의 상처는 전연우가 사람을 통해 구해온 수입산 연고 덕분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전보다 더 매끄럽고 빛나는 피부로 덮였다.별이는 전연우의 지시에 따라 장소월을 화실로 데려갔다.“엄마, 저한테 그림 그려 줄래요?”장소월은 잠시 망설였지만, 붓을 보자 익숙한 감정이 솟구쳤다.전연우는 문밖에서 조용히 안을 지켜보았다. 그는 장소월이 그림에 흥미를 느낄 거라 믿고 있었다. 또한 일단 재미를 느끼면 화가의 길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별이의 응원에 장소월은 붓을 들었다.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도 손쉽게 아름다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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