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631 - Chapter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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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1화

장소월에게 왜 아직 안 자냐고 물으려던 찰나, 전연우의 눈에 두 손을 등 뒤로 숨기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깜짝 선물을 준비한 듯했다.전연우가 곁에 앉자 장소월이 부드럽게 말했다.“일찍 잤어야 했다는 거 알아.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장소월은 조심스럽게 그림을 들어 전연우의 앞에 내밀었다. 집중하며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일어나 말했다.“나 먼저 쉴게!”그녀는 그림과 함께 자리를 떴고, 그렇게 자리엔 추억에 잠긴 전연우만 남아있었다.여름방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학교로 돌아갈 때가 되자, 장소월은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한 답을 내놓았다.“안 갈 거야.”전연우의 예상 그대로였다. 최근 그림에 다시 몰두하는 그녀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아왔으니 말이다.중도에 포기했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전연우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이 잘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전연우는 그녀를 충분히 이해했기에 최대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넌 절대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 아니야.”진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장소월은 그동안 석조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그런 고강도 작업은 확실히 그녀에게 적합하지 않았다.장소월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연우를 다시 보니 돌연 눈물이 차올랐다.전연우는 당황하며 그녀를 끌어안고 물었다.“왜 그래?”“그냥 좀 감동받았어.”장소월은 행복감에 차올라 바로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앞으로 그에 대한 의존이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너무나 달콤해 중독될 것만 같았다.그림에 몰두하며 장소월은 창작의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도 하게 되었다.전연우는 그녀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그럼 제일 큰 스폰서는 내가 해야겠네.”장소월이 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에 얀은 화들짝 놀랐다. 지난번 전연우의 부탁으로 주었던 전시회 표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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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장소월을 향해 전연우가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멋있어?”장소월은 남자의 근육을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전연우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그렇게 좋으면, 오늘 밤에 천천히 구경해보는 게 어때?”그 말에 장소월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져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흘깃흘깃 훔쳐보는 행동은 그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오디션 날짜는 이미 정해졌었지만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장소월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시 그림에 몰두했다.어느 날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지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뒤져보았다. 문득 낯익은 화집 한 권이 눈에 띄었다.화집 속 그림은 얼핏 그녀의 화풍과 매우 비슷한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기억을 더 파고 들어가면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점심을 먹고 난 뒤, 장소월은 그 화집을 들고 전연우를 찾아갔다.화집을 본 전연우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감추었다.“전연우, 이 화집 나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장소월은 그 기억이 허구가 아니라고 느꼈다.그녀가 더 깊은 고민에 사로잡힐까 봐 두려워 전연우는 태연히 말했다.“우리가 신혼여행 갔을 때 네가 그린 거야.”장소월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림에 대한 익숙함도, 이 화집이 불러온 기억도 허상이 아닌 진짜였다.이제 그녀는 자신이 전연우의 사람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직감이 기억 속 그 장면은 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장소월은 갑자기 기대에 찬 눈으로 전연우를 바라보았다.“지난번 그림을 전시회에 내고 싶어.”운무 마을을 그린 그림은 그녀에게 더없이 소중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보길 바랐다.전연우 또한 그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장소월이 전시하고 싶다고 하면 그는 막지 않을 것이다.“좋아.”필요한 준비는 장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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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배역을 따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심수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장소월과 전연우를 한참 관찰해보니 두 사람은 한 그림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그 그림을 흘깃 본 심수정은 처음엔 꽤 마음에 들었다.정갈하게 차려입은 노신사가 그림 앞에 한참을 멈춰 서 있더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장소월은 멍하니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물었다.“할아버지, 괜찮으신가요...”노인은 안경을 벗고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이 그림 속 풍경이 우리 마누라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오르게 하는군요!”노인은 말을 마친 뒤 장소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감동 어린 눈으로 전연우를 바라보았다.“책에서 읽었어. 옛날엔 차도 별로 없었고, 편지는 늘 오랫동안 기다려야 도착했다고...”뒤의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평생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준다는 건 굳건한 사랑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전연우는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단호한 눈빛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진실하게 대변해주는 세 글자를 말하는 듯했다.옆에서 이를 본 심수정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때 액세서리를 걸친 한 중년 여성이 성큼성큼 다가와 말없이 심수정의 뺨을 두 대 후려쳤다. 갑작스러운 폭력에 심수정은 머리가 어질어질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소월도 소란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감싼 여자가 심수정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심수정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을 감싸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 늙은 여자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이유 없이 때린단 말인가?입을 열려던 찰나, 그 여자가 차갑게 웃으며 경멸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이 불륜녀! 감히 또 내 남편 꼬드기면 죽여 버릴 거야!”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몰려들었다. 심수정은 그제야 이 여자의 정체를 짐작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일으키며 당당히 맞섰다.“당신 남편이 내가 좋다며 따라다닌 거야! 당신 같은 늙은이는 싫겠지!”중년 여자는 분노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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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전연우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자연스럽게 맨 앞줄을 선택했다. 장소월은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다잡고 그의 옆에 앉았다.롤러코스터가 출발하자 장소월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옆에서 의문 섞인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로 번쩍 눈을 떴다.“무서워?”전연우는 그녀가 언제까지 센 척 연기할지 지켜보겠다는 생각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애써 괜찮다고 최면하며 몇 초 동안은 꽤나 평온하게 버텼다. 하지만 롤러코스터가 돌연 수직으로 하강하자 강력한 무중력감에 숨을 멈추고 눈을 감아버렸다.2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롤러코스터가 멈추자 스르륵 긴장감이 풀렸다.전연우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낀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야. 눈에 뭐 들어갈까 봐...”그녀가 자신 없는 얼굴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전연우는 빙그레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어주고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의미심장한 뜻이 담긴 세 글자였다. 장소월은 계단에서 내려오다 다리가 풀려 전연우 품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여자들이 과장된 탄성을 질렀다.전연우에게 얕보이지 않으려 장소월은 억지로 침착하게 몸을 일으키고는 손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내며 태연히 말했다.“롤러코스터 별 것도 아니네. 다음에 또 타자.”뱉어낸 말과는 달리, 그녀의 몸은 출구로 빠르게 빠져나갔다.전연우는 뒤에서 사랑이 가득 담긴 얼굴로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가 걸음을 내디디려 한 순간 몇몇 젊은 여자가 용기를 내어 휴대폰을 흔들며 다가왔다.“오빠, 연락처 주실 수 있어요?”“나 유부남이야.”전연우는 담담히 대답하고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장소월은 출구 앞에 도착한 뒤 더 가지 않고 기둥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마침 여자들이 전연우에게 연락처를 묻는 장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전연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가오자, 장소월은 살짝 다가가 그의 등을 툭 쳤다.“아이스크림 먹고 싶어.”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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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정말 우 할머니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소월은 힘겹게 사람들의 틈을 뚫고 들어갔다. 가까이 가보니 상대 여자는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긴 했지만, 실제론 30대 초반쯤인 아이 엄마 같았다.“늙은이 주제에 왜 제 아들을 간섭해요! 당신이 저보다 더 잘 키울 것 같아요?”여자는 할머니를 향해 무례하기 그지없는 말을 퍼부었다.할머니가 살짝 몸을 돌리자 장소월은 우 할머니가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전연우도 한 번 본 적이 있어 어렴풋이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진심으로 존경하는 우 할머니가 모욕당하는 모습을 보니 장소월은 화가 치밀었다.우 할머니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작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아이는 내 손자이기도 해. 네 친정엄마랑 같이 사는 건 그렇다 쳐. 하지만 나한텐 왜 손자를 안 보여주는 거야?”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에 아이는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우 할머니는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 더 이상 다투지 않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장소월은 더는 참지 못하고 우 할머니를 감싸며 허리에 손을 얹고 그 여자를 노려보았다.“시어머니한테 이게 무슨 태도예요!”전에 우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그녀 집안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었다.여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장소월이 반박하려 입을 열려던 찰나, 여자는 울고 있는 아이의 팔을 잡고 다가와 그녀를 홱 밀쳐버렸다. 그 모습에 뒤에 서 있던 우 할머니는 분노를 못 이겨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경련까지 했다.장소월은 급히 전연우를 불러 함께 우 할머니를 부축했다.여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한껏 조롱했다.“저 늙은이 또 시작이네. 매번 지겹지도 않나!”그러곤 아이에게 소리쳤다.“그만 울어! 할 줄 아는 게 우는 것밖에 없어?”심상치 않은 우 할머니의 모습에 장소월과 전연우가 그녀를 병원에 모셔다드렸다.“밥 좀 먹어.”전연우는 걱정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하지만 장소월은 전혀 입맛이 없었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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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운무 마을 그림이 팔렸다는 소식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정말이야?”전연우가 계약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에야 장소월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그때, 이우림이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장소월은 모니터 영상으로 그녀를 보고는 전연우에게 물었다.“아는 사람이야?”전연우가 고개를 내밀어 흘깃 쳐다보고는 말했다.“알아.”알긴 하지만, 그날 병원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의 삶에서 영원히 잊혀졌을 것이다.이우림은 크고 작은 짐을 잔뜩 들고 힘겹게 남원 별장에 들어섰다. 귀국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연우를 만난 건 저번이 처음이었다.“안녕하세요, 전연우를 찾아오신 거예요?”장소월이 다가가 가방 세 개를 들어주며 말했다.“제가 도와줄게요.”이우림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장소월은 그녀의 온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지만, 이우림은 그녀를 도우미로 오해했다.“여기 도우미시죠? 수고 많으시네요.”이우림은 웃으며 별장을 둘러보았다. 장소월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둡게 굳어버린 건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장소월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너무 평범해 보였나 보다.“저... 도우미 아니에요.”전연우는 거실에 앉아 이우림의 방문에 담담히 반응했다.이우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곁에 앉았다.“연우 오빠, 해외에서 가져온 물건들 좀 가져왔어.”전연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시선은 이우림이 아닌 장소월에게로 향했다.장소월은 어떤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우림이 가져온 선물을 탁자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이우림은 여자의 본능적인 직감으로 장소월이 도우미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녀는 급히 일어나 친절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 언니, 혹시...”전연우의 대답은 그녀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럼 이 여자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사모님?“우리 오래전에 결혼했어.”전연우는 곁으로 오라며 장소월에게 손짓했다. 이우림은 손님일 뿐이니 기본적인 예의만 갖추면 충분했다.장소월은 싱긋 웃어 보였다. 전연우와 오래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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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별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이 또한 전연우로부터 듣고서야 알게 된 장소월은 죄책감에 휩싸였다. 엄마라는 작자가 자식의 생일을 잊어버리다니...마음은 무거웠지만, 이내 적극적으로 별이의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전연우도 이번엔 적극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어떻게 준비할까? 같이 하자.”과거엔 별이에게 소홀했던 전연우였다. 이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더없이 기뻤다.장소월은 생일 파티를 열자고 제안했다.“생일 파티 열까?”별이는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좋아했고, 사교성이 좋아 또래든 나이 차이가 나든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생일 파티를 준비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핑계를 대어 별이를 며칠 집 밖으로 내보내게 했다.그렇게 집에 전연우와 단둘이 남자, 장소월은 처음엔 어쩐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풍선에 바람을 넣다 넋을 놓고 있다가, 펑 소리와 함께 풍선이 터져버렸다.쪼그려 앉아 있던 그녀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전연우가 우유를 들고 들어오다 그녀를 보고는 급히 잔을 내려놓고 부축했다.소파에 한참을 앉아 있었음에도 엉덩이에서 여전히 통증이 전해졌다.바닥에 흩어진 풍선 조각을 본 전연우는 방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이런 일은 장소월이 직접 할 필요가 없다.“풍선은 도우미들에게 맡기는 게 어때?”장소월은 또다시 자책했다.“난 풍선 하나도 제대로 못 부네.”그녀는 자신이 자격 없는 엄마라는 생각에 우울해졌다.전연우는 그녀의 다운된 기분을 알아차리고는 말없이 따뜻한 우유를 건넨 뒤 바닥에 흩어진 풍선에 하나씩 펌프로 공기를 채웠다. 그 과정에서 단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장소월은 우유를 홀짝이며 쪼그려 앉아 풍선을 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우울했던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행복과 달콤함이 밀려왔다.풍선을 다 준비한 뒤, 장소월은 부엌에서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웠다. 연습 삼아 하나를 만들었지만 타거나 덜 익거나 형편이 없었다.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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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준비할 시간이 이틀밖에 없어 너무 촉박했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니 장소월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파티는 몽환적인 스타일로 꾸며졌다. 별이는 어린아이지만 또래보다 뛰어난 지능 때문에 만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풍선은 하늘색, 연보라색, 밝은 노란색으로 되어 있었다. 전연우가 작은 정장 차림의 별이의 눈을 가리고 들어왔다.이틀 동안 못 본 별이가 너무 그리웠던 장소월은 앞으로 나아가 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오늘 생일 파티엔 친척과 친구들이 많이 초대됐다. 대부분 아이를 동반해 왔는데, 이는 분위기를 띄우고 별이에게 또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파티 음악이 울리자 전연우가 손을 내렸다.별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생일 파티장을 둘러보았다. 바닥엔 풍선이 가득했고, 하나하나마다 그의 이름과 축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또한 하늘 높이 떠오른 연에도 선명한 생일 축하 문구가 적혀 있었다.“이건 다 너희 엄마가 정성껏 준비한 거야.”전연우가 별이 귀에 속삭이고는 장소월을 끌어당겼다.별이는 장소월과 전연우의 주위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외쳤다.“엄마, 아빠, 고마워요!”생일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케이크 커팅 시간, 별이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장소월은 볼품없는 케이크에 민망한 얼굴로 별이에게 말했다.“별아, 엄마가 만든 케이크 예쁘지도 않고 맛도 장담 못 해. 마음의 준비 하고 있어.”하지만 별이는 고개를 들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이거 우리 엄마가 직접 만든 케이크야!”감동 어린 별이의 반응에 장소월의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자신이 자격 없는 엄마라고 늘 생각했기에 정말 더 잘하고 싶었다.이우림은 전씨 가문의 친척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소월 언니.”이우림이 다가가 별이에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제 작은 정성이에요.”지난번 허겁지겁 떠난 일이 마음에 걸렸었다.장소월은 이우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전연우의 이웃이었다고 하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고, 전연우의 옛이야기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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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전연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 주에 한 번씩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 그가 제안했다.“하루에 한 번으로 바꾸는 건 어때?”전연우는 최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매일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때문에 점심시간엔 좀처럼 집에 갈 시간을 내지 못했다.장소월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꿈이 크시네!”두 사람의 그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이우림의 눈에 상처로 다가왔다. 순간 그녀와 전연우 모두 학생이었던 시절의 옛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은 이미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버렸다.이제 전연우는 가정을 꾸렸고, 이렇게 예쁜 아내도 있다. 그녀가 돌아온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장소월은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이우림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에 말했다.“우림 씨, 우리랑 같이 카페 가서 잠깐 앉을래요?”이우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전연우는 옛 이웃이었고, 지금은 장소월과 자매처럼 가까이 지내고 있으니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연우는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흘깃 보며 말없이 뜻을 전했다.장소월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잔뜩 신이 나 있던 표정도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전연우는 곧바로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급히 일어나 달래기 시작했다.“이틀 동안만 일 마무리하고 너랑 시간 보낼게.”장소월도 딱히 뭐라 할 순 없었다. 최근 이우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겁긴 했지만, 가끔은 전연우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었다...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자 이우림은 옆에서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먼저 가겠다고 말하려 할 때, 장소월이 다가와 그녀를 붙잡았다.“우림 씨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우리가 밥까지 가져왔는데, 이 사람은 커피 한 잔도 안 사준다는 게 말이나 돼요?”이제 이우림은 완전히 두 사람 사이에 휘말려 들고 말았다. 불편하면서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전연우는 그녀가 진심으로 화났다는 것을 알고는 가까이 다가가 계속하여 어르고 달랬다.이우림은 소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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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국제 전시회 초대장을 받은 장소월은 깜짝 놀랐다.“이 초대장이...”얼마 전 뉴스에서 국제 전시회 광고를 본 장소월은 전화로 표 예매를 문의했었다. 그 결과 무려 3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쩌면 전연우라면 이 표를 구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와 냉전을 벌이는 중이라 부탁하지 않았다.장소월은 마음속으론 설레면서도 겉으론 태연한 척했다.“이거 구해줬다고 내가 너 용서할 거라 생각하지 마!”입으론 차갑게 쏘아붙였어도 속으로는 이미 전연우를 용서했다.전연우는 별다른 감정 없이 말했다.“식은 죽 먹기야.”거들먹거리는 그의 모습에 장소월은 초대장을 내려놓았다. 까짓거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연우는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은 듯 표를 집어 그녀 품에 억지로 쥐여줬다.장소월은 마지못해 표를 받으며 말했다.“네가 억지로 준 거야. 내가 달라고 한 거 아니야.”전연우는 다정하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그래.”이우림이 장소월과 쇼핑 약속을 잡으려 전화했을 때, 그녀는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우림 씨, 이틀 뒤에 나 해외 전시회 보러 가요!"이 전시회가 어떤 것인지 익히 알고 있는 이우림은 분명 전연우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아, 맞다.”장소월은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이 표, 전연우가 구해준 거예요.”전시회가 다가올수록 장소월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 전시회엔 수많은 업계 거장들이 걸음 할 예정이었고, 그중엔 그녀가 존경하는 래빈 대가도 있었다. 그에게서 배움을 얻으려면 반드시 작품 하나는 가져가야 했다.하지만 책상에 흩어진 그림들을 아무리 둘러봐도 적합한 건 보이지 않았다.하여 장소월은 새 작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시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사흘뿐이었다.이우림은 갓 구운 빵과 손으로 갈아 만든 커피 두 잔을 들고 화실 문 앞에 도착했다. 장소월이 전연우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지금 머리가 텅 빈 느낌이야...”장소월은 우울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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