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641 - Chapter 1650

1710 Chapters

제1641화

한 명이 더 있으면 북적북적 재밌을 것이다. 또한 이우림은 온화하고 조용한 것이 장소월이 딱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이었다.별이와 레고 놀이를 하다 보니 벌써 한 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다. 장소월과 전연우는 아래층으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우림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이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별이와 작별 인사를 하려던 찰나, 익숙한 검은 그림자가 계단에 나타났다. 이우림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겨우 마음을 진정시켰을 때, 전연우가 그녀 앞에 다가와 말했다.“오늘 저녁에 우리랑 같이 캠핑 갈래?”장소월이 직접 한 제안이었으니 전연우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우림은 성격상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했고, 그런 점이 장소월과 잘 맞았다.이우림은 전연우의 뜻인 줄 알고 잠시 안정되었던 심박수가 다시 치솟았고 표정과 행동까지 모두 어색해졌다.아래층으로 내려오다 이우림을 본 장소월은 반갑게 웃으며 달려왔다.“우림 씨, 언제 왔어요! 왜 미리 말 안 했어요?”이우림은 긴장이 풀리며 미소 지었다.“오다가 마침 별이를 만나서요.”별이는 완성한 레고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분홍색과 보라색이 예쁘게 어우러진 성이었다.“이거 우림 이모랑 같이 만든 거예요!”혼자서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빨리 완성하진 못했을 것이다.장소월은 곧바로 전연우의 팔을 끌며 말했다.“우리 짐 챙겨야 해.”그러곤 이우림을 보며 물었다.“우림 씨, 캠핑 갈 시간 있죠?”캠핑이 장소월과 전연우가 함께 계획한 것임을 깨닫자, 이우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지만 애써 괜찮은 척 대답했다.“있어요.”저녁 캠핑 장소는 도심에서 두 시간 거리의 교외 공터에 위치해 있었다. 산과 물이 가까이 있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이 공터는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 캠핑지로 이만한 데가 없었다.차는 운전기사가 몰았다. 장소월, 전연우, 이우림은 첫 번째 승용차에 탔고, 회사 고위 임직원들은 뒤차에 탔다. 모두 합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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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화

어둠이 깃들자 따뜻한 황금빛 야간 조명이 운치를 더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품에 나른히 누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운무 마을의 추억이 떠올랐다.이곳의 밤은 운무 마을과 닮은 듯하면서도 달랐다. 하지만 다행히 곁에 있는 사람은 변함이 없었다.이우림은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으려 일찌감치 자리를 비켜준 뒤 직원들과 바비큐를 준비했다. 하지만 멀리서 다정히 기대어 있는 두 사람을 보니 마음에 질투가 스며들었다. ‘내가 더 일찍 돌아왔더라면...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잡념을 떨치려 이우림은 부하직원에게 물었다.“이거 어떻게 굽는 건가요?”이우림은 이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큰딸이었다. 때문에 평소 이런 일은 할 필요가 없었고 친구들과 놀러 가서도 직접 해본 경험이 없었다.직원들은 차분히 가르쳐줬고, 그녀의 마음도 간신히 진정되었다.장소월은 편안함에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때 푸덕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전연우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의 옆 물통엔 이미 크고 작은 물고기 여섯 마리가 담겨 있었다.“나 오래 잔 거야?”장소월은 호기심에 물통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전연우의 큰 손이 그녀를 막았다.장소월은 손을 거두며 전연우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뭐든 잘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오래 안 잤어.”전연우는 낚싯줄을 정리하며 말했다.그때 이우림이 손을 닦으며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왔다.“연우 오빠, 바비큐 다 됐어요.”장소월은 배고픔에 벌떡 일어났다. 바비큐 향이 코를 자극하자 식욕이 솟구쳤다.일곱 명은 세 테이블에 흩어져 앉았다. 이우림은 부사장 김민준의 옆에 자리 잡았다. 김민준은 젊고 유능했지만, 아직 여자친구는 없었다.전연우는 계속 장소월 앞에 고기 꼬치를 놓아줬다. 이우림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의 앞에도 꼬치가 제법 쌓여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저... 이렇게 많이 못 먹어요.”이우림은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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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3화

장소월은 초조했지만 전연우의 말 또한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은 다급히 억지로 하려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마치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 애썼지만 늘 허탕이었던 것처럼 말이다.자정이 지나도록 장소월은 잠이 오지 않았다. 강가엔 그녀와 전연우, 그리고 이우림과 김민준만 남아 있었다.전연우는 장소월에게 이제 그만 자라고 권했지만,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버티자 함께 별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우림의 마음은 여전히 전연우에게 쏠려 있었고, 텐트에서 자는 게 처음이라 약간 두려웠던지라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김민준 역시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줄곧 그곳에 남아 있었다.장소월은 이우림과 김민준이 단둘이 시간을 보낼 기회를 만들어주려 전연우를 끌고 숲으로 향했다.숲에 들어서자 차가운 기운이 밀려왔다. 순간 공포 영화 장면이 떠올라 깜짝 놀라 휘청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전연우는 곧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이곳은 너무 어두워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는 장소월을 데리고 강 건너편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손전등도 없이 텐트 옆 불빛에 의지해 넓지만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강 건너편에 도착해 돌덩이 위에 자리 잡고 앉았다.시골이라 기온이 낮은 데다 밤이 되니 미풍까지 불어와 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 건너편에서 이우림과 김민준은 장소월과 전연우를 등지고 앉아 무언가 대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쪽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장소월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이우림의 행복을 바랐다.“김민준 씨가 믿을 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네.”그야말로 선남선녀였다.전연우는 이런 일은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예전 그림 그렸던 시절에 대해 알고 싶어.”장소월은 이 평온한 분위기에 적절하다고 느껴 오래전부터 품었던 생각을 꺼냈다.전연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간단히 두어 마디 하고는 이제 자야 한다며 다그쳤다.장소월은 그가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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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4화

작품 구상에 진전이 없고 비까지 내리자 전연우 일행은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민준은 장소월과 전연우가 탄 차에 올라 이우림 옆에 자리 잡고는 끊임없이 이우림에게 말을 붙였다.장소월은 김민준이 성실하고 믿음직해 보였다. 하지만 이우림의 속마음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그녀는 그들에게 관심을 끊고 눈을 감았다. 그림 때문에 살짝 짜증이 밀려왔다.남원 별장으로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붓을 잡을 수 없어 초조함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전연우는 그녀를 미술관에 데려가기로 했다.“미술관에 가볼까?”장소월도 지금 집에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마지못해 전연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작업실로 쓰이는 미술관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덕분에 장소월은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런 거장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토록 정교하게 구상하고 완성했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두 바퀴를 도는 과정에서 장소월은 충분한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복도 빈자리에 앉아 눈을 살짝 감고 그림의 주제를 마음속으로 구상했다.전연우는 조용히 옆에 앉아 그녀를 묵묵히 지켰다.마침내 주제를 정한 장소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생각났어!”그녀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그 흐름을 타고 기본 윤곽을 그리려 했다. 구상도 머지않아 자연스레 완성될 것이다.장소월은 사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저녁밥도 거르며 몰두했다.이우림은 장소월이 바쁠 거라 짐작하고 전연우에게 전화했다.“연우 오빠, 해외 갈 때 저도 같이 가도 돼요? 마침 저도 돌아가야 해서요.”그 속에 담긴 기대가 무엇인지, 이우림 자신만 알고 있었다.화실엔 종이 뭉치 이삼십 장이 휴지통에 버려져 있었다. 장소월은 너무 피곤했는지 붓을 들고 기운 없이 앉아 있었다.언제 잠들었을까... 흐릿한 느낌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안아 올리는 것 같았다. 다시 깨어났을 땐 다음 날 오전 10시였다.장소월은 허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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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5화

장소월은 결국 전연우의 다정함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코끝엔 향긋한 갈비탕 향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릇을 들고 전연우를 흘끗 노려보았다.하지만 갈비탕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장소월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잠자고 있던 미각이 깨어났는지 자신도 모르게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그녀는 배가 불러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전연우를 원망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밤 11시 비행기였지만, 10시가 다 되어도 장소월은 화실에서 열심히 붓을 놀리고 있었다.전연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언제든 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우림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별이는 옆 소파에서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있었다. 이우림이 별이를 안으려 일어난 순간 전연우도 일어났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별이에게 손을 뻗었다.“내가 할게.”전연우의 단호한 어조에 이우림은 본능적으로 한걸음 물러섰다.장소월은 방금 완성한 그림을 말리며 잠깐 눈을 감고 피로를 풀고 있었다. 문득 시간을 확인해보니 긴장감이 밀려왔다. 자신과 전연우는 괜찮지만 이우림을 계속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장소월은 빠르게 화실을 나왔다. 별이의 방문을 조심스레 닫고 있는 전연우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나 완성했어!”장소월의 눈동자엔 숨길 수 없는 설렘이 가득했다. 전연우도 그녀를 위해 기뻐했다.“그럼 빨리 짐 챙겨서 출발하자.”장소월은 손을 툭툭 털며 태연히 말했다.“챙길 거 없어. 10분만 기다리면 그림 말리고 끝.”“이번에 가서 프로젝트 하나 처리할 겸 김민준도 불렀어.”전연우의 말투는 너무나 담담했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말했지만, 실은 장소월의 생각을 따른 결정이었다.장소월도 방금 이우림의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전연우의 제안에 손뼉을 치며 좋아하다가 재빨리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계단 쪽으로 사라졌다.전연우는 어이없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지만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저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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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6화

장소월은 생각할수록 더욱더 큰 실망감이 느껴졌다. 기대했던 전시회였지만 래빈 대가를 만나지 못했고, 때문에 가져온 그림도 지도를 받지 못했다. 순간 앞날에 자욱한 안개가 덮친 듯한 기분이었다.몇 걸음 걷다 장소월의 눈앞에 노숙자 한 명이 나타났다. 그는 뱀 가죽 자루를 들고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품을 찾고 있었다.해외에선 흔한 노숙자였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의 곁엔 낡은 배낭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서 얼룩진 화첩이 흘러나와 있었다.장소월이 잘못 본 건 아닌지 확인하려 두어 걸음 다가가자 전연우가 막아섰다.“가서 보고 싶어.”장소월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 노숙자는 뭔가 특별해.”전연우는 지갑에서 돈 몇 장을 꺼냈다.“내가 갈게.”하지만 장소월은 고개를 젓고는 전연우의 팔을 잡고 노숙자에게 다가갔다.노숙자는 여전히 쓰레기를 줍는 데 몰두해 두 사람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장소월이 입을 열었다.“아저씨, 화첩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장소월은 낡은 배낭을 가리키며 노숙자를 쳐다보았다.노숙자는 그제야 경계하며 돌아섰다. 장소월은 그의 더럽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 독수리 같은 날카로운 눈동자를 똑똑히 보았다.“안 돼요!”노숙자는 긴장한 얼굴로 배낭을 감싸고는 장소월과 전연우가 더 말하기도 전에 후다닥 달아났다.장소월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노숙자는 예술을 사랑하지만, 그 열정 때문에 모든 걸 잃었을지도 모른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한편, 김민준은 일에서 어려움에 부딪혀 전연우에게 전화했다. 세 번째 시도해서야 통화가 연결되었다.“대표님... 여기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김민준이 해결 못 할 문제라면 반드시 전연우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장소월은 여전히 우울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쳐다보자 장소월은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다. 그가 전화를 끊자 그녀가 먼저 말했다.“무슨 일 생겼으면 어서 가.”전연우가 자신에게만 마음을 쏟고 있다는 걸 알기에 마음에 미안함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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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7화

“너무 귀여워!”장소월은 사랑이 가득 들어있는 눈으로 금발에 비틀거리며 걷는 외국 꼬마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옆에 있는 외국인 부모에게 양해를 구한 뒤 조심스레 아기를 안았다. 놀랍게도 아기는 전혀 보채지 않고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웃어 보였다.전화를 마친 전연우는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문득 무언가 생각이 스쳤다.장소월은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했다. 전연우가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담담히 물었다.“아기 좋아해?”장소월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당연히 좋아하지.”“하나 더 낳을까?”그 말에 포크로 샐러드를 휘젓다 입으로 가져가려던 장소월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몇 초 멍하니 전연우를 쳐다보았다.남자는 진지한 얼굴로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장소월의 접시에 덜어줬다.아이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아직 둘째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전연우에게 해도 될까?장소월이 망설이자 전연우는 더는 아이 얘기를 더 꺼내지 않았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엔 섭섭한 기분이 스며들었다.이틀 동안 전연우는 거의 온종일 장소월과 함께 E 도시의 명소를 돌아다녔다.이우림은 일찌감치 돌아가고 싶었지만 장소월의 연락을 받지 못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김민준이 차를 몰고 그녀를 찾아왔다.이우림은 그제야 이 모든 게 장소월과 전연우의 계획이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소월은 이틀간 매우 여유로운 생활을 했다. 그간 바쁘게 돌아친 자신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고, 전연우의 성의를 따라주고 싶기도 했다.오후 일정은 등산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보는 해질녘 노을이 절경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장소월이 보고 싶다 하자 전연우는 순순히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둘이서만 가기엔 심심할 것 같아 김민준과 이우림을 불렀다.어차피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으니 이우림도 흔쾌히 동의했다.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소월은 너무 지쳐 걸음을 멈추었다. 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약했다.이우림은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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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8화

소원대로 노을을 감상한 뒤, 네 사람은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점으로 돌아와 도시 중심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길에서 장소월은 또다시 그 노숙자와 마주쳤다.노숙자는 땅에 엎드려 연필심으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장소월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차 세워요!”차가 멈추자 장소월은 다른 사람들이 묻기도 전에 다급히 내려 노숙자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그가 도시 건축도를 그리고 있음을 똑똑히 확인했다.연필심 하나로도 건축 구조를 선명한 윤곽으로 그려내는 모습에 장소월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저씨, 그림 그리시는 거예요?”갑작스러운 말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노숙자는 보물을 지키듯 그림을 끌어안고 옆으로 피했다. 그 눈동자엔 두려움이 가득했다.장소월은 선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아저씨, 걱정 마세요. 나쁜 뜻 없어요.”전연우는 걱정되는 마음에 굳은 얼굴로 다가가 장소월을 부축했다. 장소월은 착잡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노숙자가 그녀를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전연우의 몸에서 돈 몇 장을 꺼내 조심스레 노숙자 앞에 놓고 차로 돌아갔다.해외에서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돌아가고 싶었다. 전연우는 말없이 귀국 일정을 잡았다.이번 비행에 장소월은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너무 어지럽고 온몸이 불편해 밤이 되어 억지로 눈을 감고 쉬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이를 본 전연우는 마음이 다급해졌다.그때 이우림이 다가왔다.“제가 살펴볼게요.”이우림은 사실 장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장소월이 좋은 친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해외에서 여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의학 관련 지식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귀국 후 관련 전문가와의 교류를 통해 의사만큼은 아니어도 병 진단엔 충분한 실력을 쌓았다.장소월은 불안하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간단히 살펴본 결과 이우림은 장소월이 과거 뇌를 다쳤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전연우를 쳐다보았다.“소월 씨 전에 머리를 다친 적이 있나요?”전연우는 자세히 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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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병실 문으로 곧바로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나자 장소월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전연우 뒤로 이우림의 피곤한 얼굴이 보였다.“우림 씨? 아직 안 갔어요?”장소월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오른손에 링거가 꽂혀 있는 걸 보고는 움직이지 않았다.이우림은 전연우를 따라 다가왔다.“네.”그녀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소월 씨, 이제 훨씬 괜찮아 보이네요.”장소월은 여전히 피곤이 밀려왔지만 두 사람이 걱정할까 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저 이제 괜찮아요. 걱정 안 해도 돼요.”장소월과 전연우의 권유에 이우림은 마중 나온 김민준과 함께 병원을 떠났다.그렇게 병실엔 장소월과 전연우만 남게 되었다. 공기가 갑작스레 고요해졌다.장소월은 전연우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아이 같았다. 몸이 약해도 너무 약한 게 문제였다.장소월은 한참 말없이 앉아 있다가 서서히 잠이 들었다. 정신이 흐릿한 가운데 누군가 이불을 덮어주는 것 같았다.전연우는 밤새 뜬눈으로 장소월의 곁을 지켰다. 그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을 끊임없이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장소월은 병원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아 이틀 링거를 맞고 난 뒤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 전연우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뜻을 따랐다.별이는 장소월이 돌아오자 잔뜩 신이 났었다. 하지만 아직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은 엄마의 모습에 얼굴이 걱정으로 물들었다.전연우가 장소월을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그녀는 싫다며 고집을 부렸다.“그냥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안 돼?”이틀 동안의 병원 생활 때문에 답답함이 쌓일 대로 쌓여있었다. 집에 와서까지 환자 취급받고 싶지 않았다.전연우는 무거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왜 그래요?”별이가 달려와 장소월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장소월은 아이를 향해 배시시 웃어 보였다. ‘역시 집이 최고야. 집엔 별이가 있으니까.’“엄마 괜찮아.”전연우는 이틀간 집에서 극진히 장소월을 보살폈다.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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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0화

장소월은 집에만 머무는 생활에 점차 적응하고 있었다. 다양한 요리에 푹 빠져 연습하다 보니 각종 디저트와 음식을 대충이나마 만들 수 있게 됐다.이우림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그녀와 김민준을 집으로 초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우림은 남원 별장에 자주 찾아왔었지만 김민준은 처음이었다. 상사의 개인 별장에 온 터라 긴장된 마음에 행동이 살짝 어색했다.장소월은 김민준의 그런 어리바리한 모습이 이우림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연우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불안해하는 김민준을 흘끗 쳐다보았다.“앉아.”김민준은 이우림 근처에 급히 앉았다. 시선은 갈 곳을 모르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식사를 시작하자 드디어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이우림은 여전히 시큰둥한 태도로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오후, 장소월은 마침내 전연우로부터 외출 허락을 받았다. 신나게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물론 나도 갈 거야.”장소월은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쇼핑은 이우림과 둘이면 충분한데, 전연우는 돈만 내면 되지 왜 따라온단 말인가. 속으론 불만이 가득했지만 외출 기회가 너무나 소중한 장소월이었기에 곧바로 연보라색 프렌치 드레스에 흰색 로우힐을 신고 작은 가방을 멘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전연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장소월은 넌지시 물었다.“회사 일 없어? 바쁘면 같이 안 가도 돼. 우리 전혀 상관없거든.”전연우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안 바빠.”장소월은 더는 할 말이 없어 이우림의 팔을 잡고 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이우림은 무표정한 얼굴로 장소월은 참 복에 겨워 행복한 줄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사람들로 북적이는 쇼핑몰에 도착하자, 장소월은 이따금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시선이 뒤에 있는 전연우를 향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어쩔 수 없다. 이 남자가 잘난 걸 어쩌겠는가!’이우림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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