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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1화

이도현은 대진제국으로 가고 있었다. 현무제국의 조상들을 죽인 후 그는 누군가 또 찾아올 것 같았다.하지만 거의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이도현은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겁을 먹어서 도망친 건가? 하지만 천만 년을 존재한 제국이 이렇게 쉽게 겁먹을 리가 없는데...’천만 년을 존재한 조직이라면 엄청난 강단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숨겨둔 비장의 카드 또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이도현은 현무제국뿐만 아니라 천현문과 대진제국이 모두 그에게 당한 척 연기했을 뿐 진정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저 다른 세력이 중간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과 끝까지 싸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끝까지 자신과 맞섰다면 반드시 더 강력한 실력을 보여줬을 것이다.그 안의 이치는 매우 간단하다. 어느 시대이든 천 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가문은 꼭 자기만의 끈끈한 유대가 있을 것이다.왕조는 백 년 가지만, 가문은 천 년을 간다는 말이 틀린 곳 하나 없다.왕조가 교체되고 왕이 바뀌는 동안 강력한 가문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세속계의 가문조차 이런 도리를 따르는데 하물며 천 년을 넘게 이어온 성역의 제국에 어찌 비장의 카드가 없겠는가?하지만 이도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비록 누가 찾아와도 두렵지 않지만, 번거로움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한 사람이 한 제국을 적대시한다는 건 듣기엔 어처구니없지만, 지금 이도현의 처지가 딱 그렇다. 게다가 그는 한 제국만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국을 적으로 만들었다.이미 대진제국, 현무제국, 청운제국과 모두 적이 되었고 아직 주작제국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주작제국 사람들이 이도현을 찾고 있었다.이도현은 그때 넷째 선배를 배려하여 주작제국 강자들을 살려둔 것뿐이다.그러니 이도현은 지금 사방에 적을 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 적의 수량은 너무 많아서 헤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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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2화

비록 이 여자의 정확한 나이를 추측할 수 없지만,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세월의 기운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누구보다도 깊고 강렬했다.그렇기에 이도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여자가 괴물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얼굴이 왜 스물세 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은 이 여자의 체내에서 자기 것과 같은 진룡의 기운을 느꼈다.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진룡의 기운은 용골을 정제해서 얻은 것이고 일부는 교룡 척추골을 정제하여 얻은 가짜 진룡의 기운이었다.그런데 이 여자의 체내에 자기 것과 같은 진룡의 기운이 들어있다니. 다만 자신의 기운에 비해 훨씬 작을 뿐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이 의문에 집착하지 않았다.“날 찾아온 건가?”그는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용골도 얻었고 신선의 공법도 만져봤으니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신기한 일이 벌어져도 더는 놀라지 않았다.“이놈, 네 말투를 보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여자가 웃으며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이도현이 대답했다.“좋아. 넌 내 예상보다 훨씬 훌륭하구나. 청출어람은 아니더라도 요즘 인재로서 나쁘지 않구나. 넌 내가 천 년이 넘도록 본 모든 청년 중에서 재능이 가장 뛰어난 녀석이야. 이 재능이었다면 천 년 전에도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다. 음. 아주 훌륭해. 이놈아, 이러는 거 어때? 난 천재를 엄청나게 아끼거든. 그러니 용골을 내놓고 내 제자가 되어라. 내 가르침을 받는다면 넌 백 년 안에 이 천지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로 될 것이다. 어때? 천년 동안 살면서 훈이 빼고 아무도 내 눈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이놈, 이건 너의 영광이다.”여자가 흐뭇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이도현이 마음에 들었다. 맨 처음 이도현을 보았을 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겸손한 기운과 침착한 태도가 마음에 확 와닿았다.그래서 선뜻 이도현을 제자로 삼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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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3화

이도현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는 뻔뻔한 사람을 수없이 봐와서 이런 상황이 놀랍지도 않았다.무사의 길에 들어선 후 이도현은 고무계, 성역 그리고 천사국까지 접하면서 점점 더 많은 강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규칙을 발견했다. 바로 나이가 많을수록 더 뻔뻔하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무사들은 내공 경지가 높다는 이유로 일반인을 군림하며 자신을 신선 취급했다.이런 사람들이 염치없기 시작하면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특히 나이가 많은 무사일수록 더 뻔뻔하기 마련이었다.이도현이 여태 만났던 나이 많은 무사들은 하나같이 뻔뻔하기 그지없었다.그래서 그는 이 규칙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이놈, 너무 기뻐서 머리가 고장 났냐? 얼른 무릎 꿇으라니까. 우리 소요궁의 조상님이 널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시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간절히 바라던 기회인데 네 놈이 운 좋게 얻었으니 벌써 환장했겠지.”이가훈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도현의 방금 그 웃음이 너무 좋아서 비실비실 웃는 것인 줄 알았다.“언제까지 비실비실 웃기만 할 거야? 어서 조상님께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역시 바깥세상에서 온 촌놈이라 세상 물정을 모르네...”이가훈은 스스럼없이 이도현을 촌놈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이도현을 세속계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했고 자신을 신선 취급했다.“촌놈? 너희 눈엔 내가 촌놈일지 모르지만, 내 눈엔 너희들은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야. 사람다운 모습 따윈 조금도 없고 항상 자신이 모든 걸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더군. 마치 너희가 세상 만물을 장악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너희도 실은 역겨운 버러지에 불과할 뿐이야. 날 제자로 들이겠다고?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 용골을 갖고 싶다면 담력 있게 직접 빼앗아 가든지. 주워 먹을 생각하지 말고. 하지만 경고하는데 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 너희가 무슨 궁 사람이건 상관없어. 나를 화나게 하면 그 누구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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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4화

이도현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나머지 그녀는 즉각 반응하지 못했다.“이 빌어먹을 놈, 너 지금 뭐라고 했어?”이가훈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분노에 겨워 소리쳤다.그는 아직도 자기 귀를 의심했다.이도현이 천 년 가까이 살아온 소요궁 조상에게 그렇게 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내공 경지도 대단한 데다가 연세가 많아서 아무도 감히 그녀를 혼내거나 욕하지 못했다. 게다가 조상 같은 존재를 욕하는 건 너무 도덕에 어긋난 일이기도 했다.새파랗게 어린놈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욕한다면 세상 사람의 손찌검을 받을 게 분명했다. 그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온 집안이 욕먹을 수도 있는 행위였다.그 뒤로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살아서 공기를 낭비하고 죽어서 땅을 더럽히는 존재가 되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혐오 대상이 될 것이다.일반인조차도 웬만해선 노자를 욕하지 않는데 이도현은 천 년 이상을 산 노자를 그것도 미녀 모습의 노자를 한바탕 욕해 버렸다. 이건 정말 도덕에 어긋나는 짓이지 않은가?“이 빌어먹을 놈, 너 지금 누구를 욕했어?”이도현이 반문했다.“널 욕했다. 인마.”이가훈이 즉각 대답했다.“그래? 빌어먹을 놈이 나를 욕했구나.”이도현이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이가훈 역시 총명한 사람이라 금세 이도현의 말장난에 넘어갔다는 것을 눈치챘다.이가훈은 이 세대의 천재요, 소요궁에서 가장 든든한 배후를 가진 인물이었다. 다음 세대의 궁주 자리는 백 프로 이가훈의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조상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가훈도 평소에 제멋대로 행동하기 좋아했다. 그러니 이런 굴욕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이가훈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네 이놈,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어서 죽음을 각오해라.”이가훈이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는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고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이가훈은 반드시 이도현을 한 방에 죽여야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았다.“흥. 주제 모르는 놈. 꺼져.”이도현이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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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5화

이가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무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원래 이도현을 제대로 혼 내주고 동시에 자기 조상 앞에서 잘 보이려 했다. 그가 무공을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지.그는 늘 조상 곁에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상의 얼굴을 봐서 그를 더 깍듯이 대했다.이가훈은 평소 자기 조상에게 잘 보이려고 해도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이가훈은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조상이 오랫동안 아끼고 가르친 후손의 실력이 엄청 대단하다는 걸 선보이고 싶었다.그런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가훈은 이도현의 뺨 한 대를 맞고 날아가 버린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반항할 틈조차 없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쾅.굉음과 함께 이가훈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몸이 의외로 탄성이 좋아서 바닥에 두어 번 튕긴 후에야 비로소 움직임을 멈추었다.“훈아...”잠깐 넋이 나갔던 소요궁 조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 꼼짝 않는 이가훈을 보며 급히 소리쳤다.말하는 사이 그녀는 귀신처럼 원래 자리에서 사라졌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이가훈의 곁에 서 있었다.그녀는 재빨리 이가훈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조상은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조상의 아름다운 얼굴에 순간 그늘이 드리워졌고 섬뜩한 살기를 뿜어내더니 험상궂은 얼굴로 이도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놈, 어디 감히 내 후손을 건드려? 네가 방금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는 하느냐? 바로 내가 정성 들여 키워온 소요궁의 후계자란 말이다. 성역에서 아무도 훈이를 건드리지 못하는데 네 놈이 감히 훈이 뺨을 날려? 죽고 싶냐?”여자의 목소리는 엄청 차갑고 음산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벌써 전신에 소름에 돋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을 것이다.하지만 이도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냉랭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놈이 누구든 관심 없다. 그냥 나를 건드렸으니 죽음을 각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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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6화

여자의 검에서 검기가 나오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갈라질 듯했다.이도현은 분명히 느꼈다. 여자의 검기는 그가 지금까지 만난 모든 강자의 공격 중에서 손에 꼽히는 정도였다. 게다가 그녀의 검기 속에 담긴 힘은 이도현이 처음 보는 유형이었다.만약 그가 조금 전 열다섯 번째의 선학신침을 정제하지 않았고 태미대황진경이라는 대단한 공법을 얻지 못했다면 이 여자를 백 프로 이길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도현은 여자의 강대한 검기 따위 전혀 두렵지 않았다.꽈르릉.거대한 폭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두 개의 검기가 충돌하면서 주변의 대지와 산맥은 마치 지진을 겪은 것처럼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했다.순간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산천이 무너지고 폐허가 생겼다. 곧이어 세 사람은 먼지 바람에 휩싸이고 말았다.잠시 후 모든 먼지가 가라앉자 이도현과 여자가 정면으로 마주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처음의 자세를 유지했는데 마치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진정한 강자는 보통 한 방으로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다.“이놈, 너를 과대평가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강하네. 넌 정말 훌륭한 인재야. 어린 나이에 이렇게 높은 경지를 달성하다니. 정말 대단한 재능을 지녔구나. 영기가 말라버린 이 시대에 그것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하다니. 천재라는 단어로 형용해도 부족할 정도다. 정말 놀랍구나. 네가 내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너를 살려둘 수 없다. 오늘 널 반드시 죽이겠다.”여자는 뒷짐을 지고 심각한 얼굴로 이도현에게 말했다.조금 전의 검기에서 이도현이 얼마나 강한지를 체감한 여자는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비록 그녀는 이도현의 검기를 막아냈지만, 만약 계속 싸운다면 이도현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이도현의 공법 속에서 강대한 진룡의 기운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천지적인 위압까지 느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위압이 천지의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오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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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7화

“하하하. 나를 죽이겠다고? 그럴 실력이 있기는 해? 한 번 더 말하는데 지금이라도 꺼져. 나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그렇게 나이를 잔뜩 먹기도 어려웠을 텐데 좋은 말로 할 때 떠나.”이도현이 꽤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여자는 이도현의 충고가 한없이 거슬렸다.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에게 나이를 잔뜩 먹었다고 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 하지만 이도현은 이 말이 얼마나 실례다운지 깨닫지 못했다.이건 마치 남자에게 ‘너 키 작다’라고 말하거나, 여자에게 ‘너 정말 못생겼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람의 속을 바싹 뒤집는 말이었다.이도현의 이 말은 역시 방금까지 태연하던 소요궁 조상을 완전히 화나게 했다.“네 이놈, 방금 뭐라고 했어?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 많은 게 뭐... ”여자가 이를 갈며 말했다. 특히 마지막 한 마디는 거의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 그녀의 말투는 뼛속까지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차가웠다.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도현은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 말이 틀렸어? 당신 나이가 많잖아. 어쨌든 당신이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대단해. 스무 살의 모습을 여태까지 유지한 거 아니야? 하지만 아쉽게도 얼굴이 아무리 어려 보여도 당신이 늙은 할멈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이도현은 여자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이 말에 소요궁 조상은 확 뚜껑이 열렸다.“나쁜 자식.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너 같은 건 살려두지 않겠다. 당장 죽어버려.”소요궁 조상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내가 당신을 두려워할 것 같아?”이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말을 내뱉은 뒤 그는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고 손에 든 음양검을 휘둘렀다. 화려한 검기가 이도현의 공격을 따라 사방으로 퍼져 나아갔다.그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너무 빠른 나머지 움직일 때마다 잔상이 남았다.이도현은 거의 공중에서 순식간에 여자 앞으로 나타났고 손에 든 보검은 하늘을 뒤덮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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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8화

“너... 풉...”늙은 여자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천 년 동안 그녀가 사람에게 맞아 피를 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분하기도 했지만, 충격을 더 많이 받았다.하지만 그녀보다 더 크게 충격받은 자들이 많았다.바닥에 널브러져 죽은 척하던 이가훈뿐만 아니라 방금 도착해서 이 장면을 목격한 소요궁의 수많은 강자까지도 경악을 금치 못 했다.“어머... 세상에나. 내가 대체 뭘 본 거야? 실화야? 잘못 본 건가?”“이런 젠장. 방금 눈이 멀었나?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지?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이런 망할. 젠장...”“저분은 조상님인데. 수행 경지가 하늘을 찌르는 조상님인데. 저놈에게 맞아서 피를 토하다니. 너무 미친 짓이잖아.”“헐. 젠장...”소요궁 팔대법왕 아래 슈퍼 강자들의 내공 경지도 성역 전체에서 손에 꼽히는 정도에 속했다.하지만 이 순간 눈앞의 광경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나같이 두 눈을 부릅뜨고 연신 눈을 비비며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이 광경에 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심장이 벌렁거렸다.“조상님. 괜찮으십니까?”옆에서 잠자코 죽은 체하던 이가훈이 마침내 충격에서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든든한 배후인 조상님이 이도현에게 맞아 피를 토하는 것을 보고 경악해서 소리쳤다.더 이상 조상의 동정심을 얻으려고 연기할 새도 없이 재빨리 조상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난 괜찮아. 물러서라...”소요궁의 조상은 손등으로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낸 후 감정이 일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냉철하고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조상님. 저놈이 감히 조상님을 습격해 상처를 입힌 겁니까? 제가 저놈을 죽여 조상님의 원수를 갚아드리겠습니다.”이가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가훈은 아부를 떨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말을 마친 후 그는 조상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이도현을 돌아보며 외쳤다.“비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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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9화

소요궁 조상은 이가훈의 뻔뻔한 아첨에 기분이 훨씬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심지어 화도 전처럼 화지 않았다.비록 외모는 젊어 보이지만, 어쨌든 나이가 있는 몸이기에 화를 내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았다. 다행히도 이가훈이 있어서 관건적인 타이밍에 위로를 받으니 정말 기특할 따름이었다. 그동안 이 후손을 아낀 게 보람차다고 느껴질 정도였다.“그래. 훈아, 내가 널 아꼈던 보람이 있구나. 이제는 날 위해 나서줄 줄도 알다니. 진짜 철이 들었구나.”늙은 여자의 얼굴에는 뿌듯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런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이가훈에게 철이 들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다소 우습기도 했다. 일반인으로 따지면 할아버지보다 더 나이 많은데 철들었다고 했으니 말이다.“훈아, 내가 네 마음을 어찌 마다하겠어. 가 봐. 내가 가르쳐준 신공으로 저 오만방자한 놈을 단단히 혼 내주고 와. 가서 저놈을 산산이 찢어 죽이고 직접 그 몸에서 용골을 빼내 와. 그 용골은 네 것이야. 얼른 가서 되찾아 와.”늙은 여자는 너무 격분한 나머지 방금 자신이 피를 토했던 이유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얼굴에 놀란 기색도 사라졌고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도 잊어버린 채 오히려 자신 있게 이가훈에게 이도현을 죽여서 용골을 되찾아 오라고 명령했다.조상의 칭찬을 들은 이가훈은 마치 꿀을 먹은 것처럼 달콤하고 기뻤다. 조상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은 지 엄청 오래되었다.갑자기 칭찬을 듣자 그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하지만 뒤이어서 조상께서 이도현과 싸우고 직접 용골을 되찾아 오라고 했다.이 한마디는 마치 찬물처럼 이가훈의 기쁨을 순식간에 식혀버렸다. 이가훈은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만 같았고 정신이 확 들었다.이 극적인 반전에 이가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행히 이성이 조금 붙어있고 조상에게 욕설을 퍼붓지는 않았다.“아... 그게...”이가훈은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 그는 조상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다. 이것은 그를 죽음으로 떠미는 것과 다름없었다.이가훈이 이도현과 싸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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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0화

이가훈이 소요궁에서 오늘날의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궁주 후계자로 내정된 것도 전부 이 조상 덕분이었다.만약 조상이 그를 버린다면 이가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그래서 억지로라도 나서야 했다.“네... 조상님, 잘 지켜봐 주세요. 제가 어떻게 조상님의 복수를 대신에 해드리는지.”이가훈이 가슴을 툭툭 치며 장담했다.잠시 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만큼은 체면을 유지해야 했다. 단순히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기세를 보여줘야 했다.왜냐하면, 그가 항상 명심하는 말 한마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조상께서 이가훈이 조상의 할아버지와 외모도 제일 닮았고 성격까지 닮았다고 했던 말이다.그리고 이가훈도 잘 알고 있었다. 조상이 이렇게 많은 후손 속에서 유독 자신을 아끼고 곁에 두며 특별히 챙겨주는 것은 자기가 얼마나 뛰어나서가 아니라 오직 조상의 할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이 점을 깨달은 후 그는 조상의 할아버지에 관한 온갖 자료와 초상화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열심히 모방하기 시작했다.이 방법이 무척 효과적이었다. 조상은 점점 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그래서 이가훈은 이 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할아버지를 모방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며 수년간 이를 뼛속 깊이 각인시켰다.“그래. 훈아 정말 카리스마 있구나. 내 할아버지도 그러셨어. 아무리 험악하고 위험한 곳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어. 그것이 바로 내가 제일 존경하는 점이었지. 훈아, 너도 확실히 할아버지의 기개를 물려받았구나.”늙은 여자는 아주 흐뭇한 얼굴로 이가훈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애정이 가득했다.조상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은 이가훈은 다시금 자신감이 샘솟았다. 그는 사기가 돋고 힘이 넘쳤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도현을 한 방에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이놈아. 죽어...”조상의 칭찬으로 기세등등해진 이가훈은 검을 꺼내 들고 소리를 지르며 이도현을 향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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