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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구주, 왕의 귀환: Chapter 2291 - Chapter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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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1화

열몇 명의 성경급 수련자가 육신을 대가로 치르면서 펼쳐낸 성술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난폭한 기운이 천상 구역 안에서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스쳐 지나간 곳마다 폐허로 변했고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임홍연은 누군가가 금기 무기를 폭발시킨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외계의 해역에서 100미터나 되는 파도가 출렁거리면서 주변 나라에서 보낸 함대를 전부 집어삼켰다.백호는 파도에 휩쓸려서 의식을 잃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그를 발견한 남해 함대가 그를 구해주었다.남해 함대 사령관 명필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 각 나라에서 보낸 함대가 전부 산산조각이 났고 먼 곳의 해역에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어느 나라에서 새로 만든 무기의 위력을 시험하고 있는 건가?”명필무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때 입에 거품을 물고 있던 백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무기가 아니라 도술을 부리면서 싸우고 있는 거예요.”“뭐라고? 도술로 싸우는 것이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정도라니...”명필무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 말을 이었다.“수련자가 이렇게 무서운 존재였어?”이때 서울에서 해역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각 나라의 함대 잔해를 수색하고 생존자를 구출해야 했다.함대에서 대원을 파견해서 물에 빠진 각 나라 선원을 구하기로 했다. 일부 함대는 물결에 휩쓸려서 뒤집혀 있었다.남해 함대는 그 안에 갇힌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구조대를 파견해서 선체를 해체했다.화진에서 비밀리에 금기 무기를 실은 잠수함을 이쪽으로 보냈다. 잠수함에서 명필무한테 먼저 연락을 취했다.이 금기 무기는 곤륜 구역 수련자를 상대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구주왕을 토벌하려고 시도하면 잠수함에서 금기 무기를 그에게 전달해야 했다.한편, 화진 북부 분계선.현모는 명령을 받고 곤륜 구역으로 갈 수 있는 전송문 앞에 이르렀다. 빙신전 부전주 청해의 도움을 받아서 전송문 안의 곤륜 구역과 연결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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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2화

기린수는 세 사람과 같이 윤구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후, 서해 검성과 사자황도 이쪽으로 날아왔다.조금 전에 성술을 막느라 정원을 많이 소모한 서해 검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사자황은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윤구주, 네가 곤륜 구역 놈들을 나한테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실력을 선보이기도 전에 네가 전부 처리했잖아.”서해 검성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하자 사자황이 손을 내저었다.“영감, 구주왕이 성술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거야. 아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사자황은 곤륜 구역 수련자한테 맞다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 술법은 내가 사용한 게 아니야. 아무튼 지금부터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겠지. 이곳은 위험하니까 이제는 그만 돌아가.”“아직 힘이 남아넘치는데 돌아가라고? 더 놀고 싶단 말이야.”서해 검성은 두 검을 휘두르면서 말했다. 곤륜 구역 수련자와 싸울 때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이곳까지 왔으니 삼안 여황제와 겨루어보고 싶었다.“아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얼른 돌아가. 그리고 서요산 대장로는 나한테 혼자 오라고 했어. 만약 너희들이 천상 구역에 들어와서 나를 돕는다면 허망하게 기회를 날릴지도 몰라.”“뭐? 설마 네 보물을 빼앗을까 봐 그러는 거야?”윤구주의 말에 서해 검성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윤상현은 인황종을 찾으러 이곳에 왔던 거지? 인황번의 위력은 인황종과 비슷하잖아. 인황종은 인황만 사용할 수 있으니 내가 가진다고 해도 소용없어.”이때 윤구주가 진지하게 말했다.“인황종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전부 알려 줘.”“워낙 유명해서 너도 아는 줄 알았어. 고대 시기에 화진에서 만들어진 것이야. 10만 년 정도 된 보물이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밝혀지지 않았어. 마지막에 인황종을 손에 넣은 사람은 7만 년 전에 화진을 통치했던 염황이야.”서해 검성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염황이라고? 고대 화진의 인황이 천상 구역에 들어왔었단 말이야?”윤구주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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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3화

“문아름, 네가 구주왕의 여자라고 해도 화진을 배신했기에 진작에 죽어야 했어.”서해 검성이 문아름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만약 서요산 대장로와 윤구주가 아니었다면 그는 문아름을 죽였을 것이다.그녀는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이 세상에서는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만 했다.서해 검성은 가족도 없었고 혼자 실력을 키웠기에 문씨 가문이 전성 시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그를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영감, 이제는 그만하고 돌아가. 영감을 내쫓는 게 아니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래. 만약 가기 싫다면 먼저 사자황과 같이 천상 구역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이 관문을 넘은 후에 고신도의 수련자와 싸우게 될 거야. 그때 나를 도와줘도 되니까 조급해하지 마.”윤구주가 진지하게 말했다.서해 검성이 한숨을 내쉬더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구주왕이 그렇게 하라면 해야지. 앞으로 대결할 때 항상 조심해. 화진에서 몇 년 만에 훌륭한 인황이 나타났어. 너의 생명은 네 한 사람뿐만 아니라 화진 백성들의 것이야. 우리는 모두 너 하나만 믿고 있어.”말을 마친 서해 검성은 뒤돌아 갔다.“수장님, 저는 이만 물러나 볼게요.”사자황은 기린수를 향해 공손하게 말한 뒤, 서해 검성을 따라서 천상 구역을 나갔다.삼안 여황제는 사자황과 서해 검성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윤구주가 문아름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맞아. 사자황과 서해 검성이 이곳에 남게 되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어. 그리고 할아버지가 왜 천상 구역에 들어갔는지 궁금해했었잖아. 나는 염황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어. 둘이 나가지 않으면 갇힐지도 몰라.”문아름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염황이 섭혼당했을 수도 있다는 거지? 혹은 염황이 고대 시기 화진을 배신하고 삼안 여황제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어.”윤구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할아버지가 인황종을 사용하지 못했을 거야. 천성을 이용해서 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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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4화

임홍연이 검은색 물체를 발로 차버리자 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천상 구역 전체를 뒤흔들어놓은 술법이 폭발할 때 미동도 없던 상자가 갑자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뭇사람들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검은색 상자 안에서 기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기린수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설마 삼안 여황제가 상자 안에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혹은 외계 수련자가 봉인되어 있을 수도 있어.”지금으로서는 아무도 검은색 상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다. 윤구주마저도 신념으로 상자 안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크기인 것 같아.”윤구주가 진지하게 대답했다.“생각해 냈다는 게 고작 그것밖에 없어? 삼안 여황제는 그때 실패하지 않았으니 술법으로 무언가를 완성했을 거야. 만약 그 술법이 전 세계에 영향 준다면 여황제는 이 세상의 영혼을 전부 손에 넣을 텐데...”문아름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하지만 완벽한 술법은 존재하지 않아. 장생에 관해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또 있을 거야. 장생을 얻고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을지도 몰라.”기린수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을 때 문아름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검은색 상자 쪽으로 날아갔다.그녀가 손으로 가볍게 상자를 밀자 반들반들했던 겉면에서 눈 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상자의 여섯 개 면은 모두 작은 면으로 조합되어 있었다.작은 면이 복잡한 문양을 나타내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윤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이건 부문보다 문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아.”윤구주는 부적 대가였기에 이 문양이 부적이 아닌 고대의 문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린수가 가까이 다가가면서 말했다.“맞아. 이건 고대 화진의 문자야. 얼핏 보면 부적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이 위에 뭐라고 쓴 거야?”윤구주가 자세히 훑어보면서 말했다. 이때 상자가 큐브처럼 마구 돌아가더니 얼마 후에 기어가 천천히 멈추었다.여섯 개 면은 이미 완전히 뒤섞여져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기린수가 씩씩거리면서 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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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5화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시도해 보면 알겠지.”말을 마친 문아름은 거대한 큐브 같은 상자의 문양을 떠올렸다.상자의 여섯 개 큰 면은 각각 300 개 작은 면으로 조성되어서 전부 복원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인내심 있게 완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머리를 써야 했다. 뭇사람 중에서 문아름 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비슷한 큐브를 맞추면서 복원하는 공식을 배웠다.기교만 장악하면 빠른 시간 안에 큐브를 맞출 수 있었지만 전문 지식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윤구주한테 검은색 상자를 맡긴다면 몇천 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얼핏 보았던 복잡한 문양의 배열 순서를 기억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윤구주마저 시도하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문아름을 믿어보기로 했다. 기린수가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구주왕, 문아름을 구한 건 정확한 선택이었어. 만약 문아름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아무도 큐브를 맞추지 못했을 거야. 그러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그럴 수도 있겠지. 문아름이 없었다면 나는 힘으로 이 상자를 박살 냈을걸? 인간이 만든 물건이라면 가능할 거야.”윤구주가 전음으로 대답했다.이때 거대한 큐브 앞에서 관찰하던 문아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먼저 한 면의 작은 면 300개를 복원했다.윤구주는 그녀가 작은 면을 맞출 때 다른 큰 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제일 처음에 봤던 부문의 배열 순서를 기억해 내기만 한다면 복원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고대 부문을 고작 5분 동안 봤던 문아름은 놀랍게도 그 문양을 전부 기억했다. 다른 사람이 절대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문아름은 해낼 수 있었다.문아름은 고대 문명의 연구자였기에 화진 고대 문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대한 큐브를 맞추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윤구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문아름은 자신의 운명을 알아차릴 만큼 똑똑한 사람이야. 큐브를 맞추는 게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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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6화

“꼭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오래된 문자들은 어떤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알고 있어. 제사와 마찬가지로 옛사람들은 문자 자체에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지. 그 힘이 하늘과 땅을 잇고 신과 직접 소통하게 해준다고 여겼어.”곁에 있던 소채은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하나의 문자 안에 수많은 정보가 담길 수 있으니, 복잡하게 생긴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들이 말을 나누는 사이, 문아름은 어느새 또 다른 면을 복원하고 있었다.복원된 문자를 본 이들은 하나같이 그 의미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안에 제사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잔뜩 그려져 있어. 혹시 제사를 뜻하는 건 아닐까?”임홍연은 문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소채은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어. 예자일 가능성이 더 높지.”“예자라고? 사람, 그리고... 어질 인?”윤구주가 나직이 중얼거렸다.과연 그 글자가 모두의 추측처럼 예와 관련된 것인지 아닌지는 문아름의 설명을 들어봐야 알 수 있었다. 문아름의 손놀림은 점점 빨라졌고 이내 다섯 면이 완전히 복원되었지만 마지막 한 면에 이르러서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그녀를 잘 아는 윤구주는 단박에 눈치챘다. ‘지금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없는 상태야. 내 예상이 맞았네. 이 큐브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문아름도 의심을 품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면까지 공을 들여 복원을 완성했다.여섯 면이 모두 복원되자 큐브 안의 기어 장치가 다시 한번 돌아가기 시작했다.“거 봐, 내가 뭐랬어. 괜히 별거 아닌 걸 복잡하게 생각한 거라고!”임홍연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괜히 호들갑 떨었다고 농을 던졌다.“정말 그렇게 간단했다면 누구든 할 수 있었겠지.”그러나 문아름은 고개를 저었다.그 말에 모두가 무안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걸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었기 때문이다.문아름이 말을 마치자 큐브는 갑자기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방금 복원했던 여섯 면은 다시 섞여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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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7화

윤구주는 문아름에게 호언장담했지만 그건 그녀가 진정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다.그녀가 원했던 건 그가 처음에 했었던 말이었다. 그녀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그도 끝까지 곁을 지킬 거라는 약속이 듣고 싶었다.문아름은 윤구주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굳건했지만 그녀가 바랐던 대답은 찾아볼 수 없었다.문아름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맺혔다. 윤구주는 그녀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분명 모두 지켜냈다.기억을 떠올리며 문아름은 다시금 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오빠의 수하인 4대 군신들 말이야, 겉으로는 내 명을 따르지만 결국은 오빠에게 충성하지. 사해 전투 전에 주작이 오빠 몰래 나를 조사했었어.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걸 나더러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윤구주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바뀌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문아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사해 전투 전에 오빠는 이미 내가 배신할 수도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던 거지?”“아니, 오빠는 이미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그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거야, 맞지?”문아름이 덧붙였다.윤구주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배신할 줄 알면서도 오빠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어. 어쩌면 마음속에선 이미 날 포기했을지도 몰라, 그저 내가 먼저 약속을 깨기만을 기다렸겠지.”“그래, 맞아.”그는 숨김없이 말했다.“나 윤구주,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널 떠나지 않겠다는 말을 지키려 했을 뿐이야. 하지만 너의 배신이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지. 그래도 그때 한 번뿐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그 사건 이후 문아름의 계책엔 빈틈이 많아졌다. 윤구주에게 일부러 살길을 남겨주기까지 했다.“그때가 죽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어. 그런데도 실패했지. 그래서 나는 그저 문씨 가문에 진 빚을 갚으려 했을 뿐이야.”“이제 그만하자. 그때 목숨을 구해줬던 그 은혜, 지금 이 자리에서 다 갚겠어.”“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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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8화

“죽을 거면 그냥 죽지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네가 죽지 않아야 할 이유라도 있나?”문아름이 말을 길게 이어가며 다시금 마음을 뒤흔드는 계략을 꺼내 들자 기린수는 덜컥 겁이 났다. 정이 깊고 의리를 중시하는 윤구주의 마음이 다시 흔들려 지난 사랑에 발목을 잡힐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구주왕! 저 여인의 속임수에 휘말리셔선 안 돼! 한 번 배신한 자는 반드시 두 번, 세 번 배신할 거야!”기린수는 급히 윤구주에게 다가가 저 깊은 수렁에 빠지지 말라고 간청했다.“하하! 기린수, 남들은 당신의 이름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오빠가 내게 말해준 적이 있거든요. 마라고 불리고 고신도 마가의 천재라고 하더군요! 고신도의 협박으로 신골을 빼앗기게 된 그날, 당신이 결단을 내려 마가를 멸족시키고 곤륜 구역으로 몸을 숨겼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지요!”“당신 같은 자가 어찌 사랑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겠어요?”“사랑이란 얻으려 애써도 끝내 가질 수 없는 것이에요. 수련의 길에는 오직 전진만 있을 뿐 물러섬은 없지만 사랑은 다르지요.”“나는 윤구주가 오늘을, 이 순간을, 그리고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는 걸 영원히 기억하게 할 거예요.”“신제를 올립니다, 도성!”그녀의 기세가 돌연 사납게 일그러졌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리던 문아름은 이내 피눈물을 쏟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코와 입에서도 선혈이 흘러내렸다. 김도현이 그녀를 위해 세 개의 금단으로 조형한 수련자의 골격과 몸, 견고했던 내공이 무너지며 빠르게 붕괴했다.“뭐야, 이 여자 지금 뭐 하는 거야? 스스로 기를 흩트리고 있는 건가?”기린수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문아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소채은과 임홍연도 충격에 휩싸였다. 그토록 냉혹하고 가차 없던 문아름에게 이런 비극적인 면모가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오직 윤구주만이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최고의 책략가는 스스로를 바둑판 위에 올려 천명을 시험해. 죽음의 땅에 묻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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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9화

문아름은 타고난 재능과 지혜를 지녔지만 아무리 뛰어난 계책을 짜더라도 하늘의 관문은 넘을 수 없었다.그 관문을 넘으려면 온몸을 불살라 내던지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문아름은 살아날 수 없었다.문아름이 몸을 던져 그 경계를 넘자 큐브의 여섯 면이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원혼과 악귀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기린수는 손을 내밀려 했으나 윤구주가 그를 막아 나섰다.“네 일에만 집중해. 나머지는 다 내가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마.”윤구주는 얼음처럼 냉정했다. 차갑게 굳은 얼굴 뒤에는 불안하게 요동치는 뜨거운 심장이 숨어있었다.그의 가슴속엔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가 있었다. 더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치밀고 있었다.그는 분노했다. 문아름은 왜 문씨 가문에서 태어난 걸까, 문씨 가문 출신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그 성정까지 그녀에겐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우르릉!윤구주의 봉왕팔기가 전부 발동되었다. 팔옥이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불로 마음을 태우는 것, 그것이 바로 윤구주가 문아름에게 가졌던 태도였다.사랑한 적 없던 것도 아니고, 미워한 적 없던 것도 아니다. 사랑도 미움도, 그 어느 쪽도 가볍지 않았다. 윤구주에게 문아름은 그저 사랑과 미움이 명확하게 나뉜 그런 존재였다.원혼과 악귀들은 불꽃에 휩싸여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타올랐다. 이미 수십만에 달하는 악령들이 윤구주의 손에 의해 처치되었다.넘쳐나는 원혼들은 마치 해일처럼 또다시 밀려들었다. 그러나 그 수가 아무리 많다 해도 윤구주의 불타는 마음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기린수, 그리고 소채은과 임홍연 세 사람은 윤구주가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그 감정은 바로 무력감이었다. 윤구주는 문아름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다 쓸어버리는 것뿐이었다.큐브의 여섯 면이 동시에 돌아갔다. 이번 복원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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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0화

하지만 그가 윤구주에게 충성을 맹세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아름 씨! 똑똑히 들어. 난 마가의 거자야. 그래, 고신도 마가는 내 조화신골을 빼앗으려 했고 내가 그 마가를 멸한 것도 사실이야!”“나 같은 자가 너희처럼 가슴 저리는 사랑을 누릴 자격이 없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마가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건 내 운명이니 받아들일 거야. 마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질 각오도 되어 있어. 하지만 빌어먹을 고신도는 마가에 사술을 내렸어! 마가가 천도의 사술로 비참하게 죽느니, 내 손으로 그들에게 고통 없는 최후를 선사하는 게 나아!”“내가 윤구주에게 충성을 다한 건 그가 강하고 뛰어나서가 아니야. 불주산을 열어준 은혜 때문도 아니지. 윤구주는 유일하게 날 이해해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궁지에 몰린 나를 진심으로 헤아려준 사람이었어.”“진정한 벗에겐 목숨도 아깝지 않지. 아름 씨는 죽는 순간까지도 윤구주의 마음을 어지럽게 흔들려고 했어. 이 기린수가 그쪽보다 훨씬 나아! 나는 형제를 위해 죽는 거란 말이야!”그렇게 기린수가 문아름을 향해 울부짖은 순간, 성수인이 발동하며 기린금수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기린금수는 천둥 같은 포효와 함께 자신의 거대한 몸으로 천상 구역의 무너지는 하늘을 떠받쳤다.붕괴 직전의 천상 구역을 지탱한 기린금수는 수신전의 수장으로서 사방의 성수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그러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모든 성수들은 하나같이 그 부름에 응답했다. 아직 현존하고 있는 성수부터 청룡과 백호처럼 성수의 정혈을 이어받은 자들까지 모두 소환되었다. 수백에 달하는 성수 법신들이 천상 구역에 우르르 모여들었다.“헉! 여긴 어디야? 아니, 수장이 호출한 거네. 저분은 왕이잖아!”청룡 4대 군신들은 의식이 성수의 법신에 깃들어 있었기에 이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린수와 그들의 왕 윤구주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기린수...”윤구주도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이미 문아름을 잃었는데 이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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