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거면 그냥 죽지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네가 죽지 않아야 할 이유라도 있나?”문아름이 말을 길게 이어가며 다시금 마음을 뒤흔드는 계략을 꺼내 들자 기린수는 덜컥 겁이 났다. 정이 깊고 의리를 중시하는 윤구주의 마음이 다시 흔들려 지난 사랑에 발목을 잡힐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구주왕! 저 여인의 속임수에 휘말리셔선 안 돼! 한 번 배신한 자는 반드시 두 번, 세 번 배신할 거야!”기린수는 급히 윤구주에게 다가가 저 깊은 수렁에 빠지지 말라고 간청했다.“하하! 기린수, 남들은 당신의 이름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오빠가 내게 말해준 적이 있거든요. 마라고 불리고 고신도 마가의 천재라고 하더군요! 고신도의 협박으로 신골을 빼앗기게 된 그날, 당신이 결단을 내려 마가를 멸족시키고 곤륜 구역으로 몸을 숨겼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지요!”“당신 같은 자가 어찌 사랑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겠어요?”“사랑이란 얻으려 애써도 끝내 가질 수 없는 것이에요. 수련의 길에는 오직 전진만 있을 뿐 물러섬은 없지만 사랑은 다르지요.”“나는 윤구주가 오늘을, 이 순간을, 그리고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는 걸 영원히 기억하게 할 거예요.”“신제를 올립니다, 도성!”그녀의 기세가 돌연 사납게 일그러졌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리던 문아름은 이내 피눈물을 쏟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코와 입에서도 선혈이 흘러내렸다. 김도현이 그녀를 위해 세 개의 금단으로 조형한 수련자의 골격과 몸, 견고했던 내공이 무너지며 빠르게 붕괴했다.“뭐야, 이 여자 지금 뭐 하는 거야? 스스로 기를 흩트리고 있는 건가?”기린수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문아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소채은과 임홍연도 충격에 휩싸였다. 그토록 냉혹하고 가차 없던 문아름에게 이런 비극적인 면모가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오직 윤구주만이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최고의 책략가는 스스로를 바둑판 위에 올려 천명을 시험해. 죽음의 땅에 묻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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