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화진어로 말을 걸어봐도 소용없자 기린수는 고화진어로 다시 말을 걸었다.하지만 흑전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웅크린 채 벌벌 떨기만 할 뿐,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기린수는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수어를 꺼냈다. 그제야 흑전갈이 미약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문아름은 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기린수가 올 것도 예측한 거야. 모든 게 사전에 준비됐어.’역시나, 잠깐 대화를 나눈 뒤 기린수가 욕설과 함께 흑전갈을 한 대 후려쳤다.“쳇, 어쩐지 이놈이 왜 이리 멍청하나 했더니, 기억을 조작당했구먼! 완전 바보잖아, 바보!”타인의 기억을 조작한다는 건 아무리 뛰어난 혼술자라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령 해낸다 해도 그 대상의 뇌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이 세상에서 문아름처럼 그런 걸 해낼 수 있는 존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하지만 이 흑전갈의 경우, 상대는 아예 귀찮다고 판단했는지 신경세포를 거의 전부 파괴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도술로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그 사이, 윤구주는 마침내 진법 부호 해독을 마쳤다. 순간, 봉인된 금빛 불의 문이 열리며 곤륜 구역으로 통하는 길이 열렸다.“여기 준비 끝났어. 다들 들어와. 이번엔 기린수가 선봉이야.”윤구주는 신념을 통해 일행에게 알렸다.“알겠어! 근데 왕, 이 바보 흑전갈은 어쩌지?”기린수가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흑전갈을 가리키며 물었다.“머리는 좀 안 좋아도 내공은 극전 대성급이잖아. 네 기린혈 써서 제어해. 서해검성 오면 넘겨서 국경 수비에 써.”윤구주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오, 좋지!”기린수는 입맛을 다시며 손가락을 깨물어 정혈 한 방울을 짜냈다. 핏방울은 번개처럼 흑전갈의 몸에 박혔고 동시에 성수의 인장이 발동되며 흑전갈은 순식간에 기린수의 지배하에 놓였다.“바보야. 곧 쌍검 든 영감이 올 거다. 그 양반 잘 알아봐. 헛짓거리해서 죽지 말고.”기린수는 당부를 마치고 가장 먼저 전송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그 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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